개발자가 마법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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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글
작품등록일 :
2023.05.1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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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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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꿈

DUMMY

알렌은 로웨나를 밖으로 배웅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로웨나는 겁을 먹었을 법도 하지만 탐욕이 배가된 눈빛을 빛내며 다음 기회를 노리자고 말하고 돌아갔다. 뭔가 스위치가 켜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습관처럼 중력 마법 중첩 팔 굽혀 펴기를 하며, 어떻게 하면 요제프를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사실 알렌은 오늘 요제프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짠했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 같은 아버지가(실제로 제일 강한 사람이 맞긴 하다.) 자신의 한마디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이다.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미안하더라도 아버지를 위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살고 싶은 삶을 포기할 수는 없다. 몸도 마음도 강한 요제프이니 알렌이 주장을 좀 더 강하게 밀어붙여도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잠깐.. 그러다 한 대 맞을 수도 있으니깐 중첩 가능한 방어 마법을 몇 개 미리 배워놓아야겠다."


======


요제프는 꿈을 꾸었다. 세상이 전란에 휩싸여 있었다. 하늘에 검은 구멍이 열리고 이 세상에서 보지 못한 생명체들이 기어 나왔다. 온몸에 눈이 달린 지렁이 모양의 괴수, 팔다리가 여러 개 달린 거대한 살덩어리, 온몸에 입이 있는 인간형 괴수 등 보는 것 만으로 인간의 생리적인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들이었다.


저것들이 이 땅을 밟게 해서는 안된다. 요제프는 일어나 검을 집어 들려고 했다. 그러나 팔다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단지 관찰자로서 이것들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하늘에서 끝없이 구토물 같은 생명체가 땅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어떤 지점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모이고 있었다. 중심에 있는 것을 죽이겠다는 살의로 가득 찬 괴성에 소름이 끼쳤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을 보고 요제프는 크게 당황했다. 자신의 막내아들 알렌 이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알렌은 주변을 한번 휙 둘러보고는 작게 휘파람을 불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나이치 곤 강하긴 하지만 알렌은 아직 저런 걸 상대할 정도로 강하지 않다. 알렌, 도망쳐! 위험해! 외치고 싶었지만 요제프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요제프는 마나를 움직여 알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물속을 허우적거리는 꿈을 꾸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최선을 다해 의지를 집중시켜서 작은 마나의 파동을 하나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한 개의 마나 파동이 알렌에게 부딪히며 없어졌다. 알렌은 허공에서 마나 파동이 갑자기 등장한 것에 놀란 듯했다. 이내 무언갈 눈치챈 것처럼 요제프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아! 이게 그거구나, 아버지 맞죠? 오랜만이네요. 하하. 아니, 본건 아니니까 오랬만이라고 하긴 좀 그런가? 지금은 바빠서 대화를 나누긴 좀 그렇고.. 일단 모쪼록 잘 지켜보세요. 아버지.”

알렌은 허공에 뭔가를 두드리는 것처럼, 마치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허공을 손가락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상공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 안에서 굉음을 내며 금속 골렘이 튀어나왔다. 알렌 키의 다섯 배 정도는 되어 보이는 금속 골렘은 가슴 한가운데가 열려 있었다. 가슴 한가운데는 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알렌은 쪼그려 앉았다가 높이 뛰어 그 조정석까지 올라가 앉았다. 알렌이 들어가자 가슴이 닫히고 골렘의 눈에 초록색 불이 들어왔다.


골렘의 등에서 날개가 펼쳐졌다. 날개 끝에는 아래쪽으로 향하는 불꽃이 계속 일렁이고 있었다. 추진력을 가하는 장치인 것 같았다.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출격 대기완료, 적을 섬멸합니다.]


날개 뒤쪽에서 수십 발의 빚덩어리들이 발사되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괴물들에게 부딪히며 폭발했다.


이내 지상으로 내려온 골렘은 손잡이만 있는 검을 꺼내 자세를 잡았다. 손잡이부터 붉은빛이 솟구쳐 오르더니 이내 활활 타오르는 검의 모양이 되었다.


지상에 내려와 달려오는 수천의 괴물을 상대로 골렘은 달려 나갔다. 날개는 부력을 위로 발산하는 대신 직선의 추진력을 가하고 있었다. 골렘이 지나가는 자리는 괴물의 사체 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게 알렌은 검은 도화지 위에 빨간색 선을 그려가고 있었다.


괴물사이를 몇 번을 종횡무진하던 골렘은 이내, 검의 크기를 하늘 끝까지 키우고 요제프에게 매우 익숙한 검식을 펼쳤다. 켄트 18 식이었다. 거대한 골렘의 거대한 검으로 펼쳐지는 검식에 괴물들은 수십 마리씩 갈려 나갔다.


주변의 괴물들이 어느 정도 소탕이 되고 나서 알렌이 타고 있는 금속 골렘이 요제프를 쳐다보았다. 기계음이 섞인 알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음... 제가 마법을 배워야지만 그래야지만 우리가 살 수 있어요. 마법을 배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음... 또··· 뭐가 있더라.. 아 맞다. 저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아요. 고맙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또 봐요!]


요제프는 알렌이 왠지 모르게 울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

새벽에 잠에서 깬 요제프는 침대에서 상체만을 일으켜 세워 앉았다. 옆에서는 공작부인 미셸이 깊게 잠들어 있었다. 꿈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질 않는다. 침상 옆에 있는 물을 한잔 집어 벌컥벌컥 마신다.


어제 잠들기 전 미셸과 알렌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셸은 뭐가 되었든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자는 말을 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자서 그런 꿈을 꿨던 것일까? 하지만 그 꿈이 너무 생생해서 도저히 믿지 않기가 어렵다. 평생을 단련해 온 감각이 이건 단순한 꿈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있다. 요제프는 자신의 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감은 그 신뢰를 배신한 적이 없다. 자신의 직감은 삶을 살아오며 수많은 전장에서 함께 싸우고 승리한 가장 든든한 동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렌을 뚝딱 마법사로 키워 버리기는 또 힘든 상황이었다.

일단 알렌의 재능이 너무 아까웠다. 본인의 뒤를 이은 그랜드 마스터가 될 수 있는 자질을 눈앞에서 지나쳐 보내기 힘들었다. 요제프 본인도 세기의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평생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천재가 그 잠재성을 끝까지 발휘할 때에만 올 수 있는 경지가 그랜드 마스터였다. 마법을 같이하며 그랜드 마스터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검의 길은 그렇게 만만한 길이 아니다.


재능이 아깝긴 하지만, 이건 사실 아버지의 욕심에 가까운 일이다. 요제프는 자신의 막내아들을 위해서라면 개인적인 욕심은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켄트는 제국에서 기사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켄트가 강할수록 기사들의 발언권이 높아진다. 지급되는 장비, 전체적인 제국 방어 전술의 구성 등, 기사들의 발언권은 실제 기사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켄트가문의 막내아들이 마법사가 되려 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이것은 반드시 마법의 우월성에 대한 이야기로 변질되어 사용될 수 있다.


요제프는 정말 싫어하는 일이지만 정치라는 게 상대방의 털끝만 한 틈을 비집고 벌려서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알렌 켄트가 마법사가 되었을 때, 마법이 검술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며 혀를 놀려댈 마법 귀족들을 생각하면 알렌을 도저히 마법사를 시킬 수 없다. 이건 제국의 모든 기사들을 지키는 일이다.


===

몇 주가 더 지났다. 요제프는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인생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느낌이 가는 대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최선으로 만들어 버리는 식으로 해결해 온 것이 요제프의 인생이었다. 그런 식으로 살았기에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그렇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겨 버린 것이다.


알렌과 로웨나가 몇 번을 더 찾아왔지만,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만나주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제프는 결정을 내렸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느낌이 가는 대로 하기로 했다.


===

알렌과 로웨나는 요제프의 호출을 받고 요제프의 집무실로 갔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하게 꾸며진 저택의 복도를 걸어가며 알렌과 로웨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웨나, 오늘은 마력폭풍 맞을 준비 잘하고 오셨죠?"


"물론! 오늘은 최정상급 방어 스크롤을 공수해 왔지. 직접 공격이 아닌 마력폭풍 정돈 거뜬히 맞을 수 있다 이 말이지."


로웨나는 요제프가 이상한 낌새만 보이면 바로 스크롤을 발동시킬 요량으로 한 손에 종이를 들고 있었다.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요제프가 기다란 책상의 끝에 앉아 있었다. 요제프와 알렌, 로웨나의 눈이 마주쳤다.


"히이익" 하고 망아지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로웨나는 스크롤을 찢어 방어 마법을 둘렀다.


요제프와 알렌은 시퍼렇게 빛나는 막에 둘러 싸인 로웨나를 쳐다보았다.


요제프는 로웨나를 위해 못 본 척해주기로 했다.


"... 왔구만. 차라도 한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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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아침운동 23.06.09 147 2 12쪽
26 26화 마법 훈련장 23.06.08 16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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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첫 수업 +2 23.06.06 18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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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새로운 시작 23.06.02 20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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