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최근연재일 :
2025.05.15 22:02
연재수 :
368 회
조회수 :
63,930
추천수 :
634
글자수 :
1,791,095

작성
24.04.13 14:52
조회
67
추천
1
글자
11쪽

불량아 - 3

DUMMY

"차는 저~기 주차장에 두고 오소."


남성이 알려준 주차장에 가니 다행히 비를 막을 수 있는 칸막이가 있어 그 아래에 주차하고 우비를 쓴 일행들이 하나 둘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남성이 따라오라는 손짓과 함께 등을 보이며 움직였다.


"자네들은 이 집에서 머물면 돼. 아참! 식사들은 했는가?"

"네, 했으니깐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민혁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런 미소에도 남성은 표정변화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사라졌다.


그렇게 쉬는 사이 비가 그치며 그대로 어둠이 창가를 덮쳤다. 슬슬 배꼽시계가 울리자 저녁식사를 준비하려던 중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재빨리 고글을 다시 쓴 라호가 문을 열자 선이 엄마를 포함한 여러 명의 중년 여성들이 접시에 음식을 들고 서 있었다.


"이거 한 번 잡숴보라고."

"내가 담근 나물로 만든 주먹밥이야."

"이것도 먹어 봐~."

"아이고, 얘가 참 곱게도 생겼네."


라호가 어느 말에도 대답하지 못하며 바보 같은 미소만 띠는 동안에 이미 음식들은 라호의 손과 현관 위에 올라가 있었다.


일행들도 어영부영 엉덩이를 떼고 현관으로 나섰지만 이들이 한 마디 입을 열면 수 십 마디가 돌아와 결국 감사하다는 말 밖에 못하고서 저들을 보냈다.


가방을 꺼내기도 전에 풍족해진 식사가 완성됐다. 삐삐의 시험을 통과한 나물 주먹밥을 한 입 베어 먹던 윤견이, mp3를 정리하고 이제 막 주먹밥을 든 파이브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아까 놈들이 공격할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아차린 거야?”


당시 삐삐의 반응에 주변을 살피던 윤견의 눈과 귀에는 어떠한 정보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파이브는 정확하게 감지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설마하고 파이브의 머리카락을 살폈지만 저번과 달라지지는 않았기에 시간을 돌린 것은 아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음~...그냥 그런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어.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 뭐라 말할 게 없네...”


파이브가 멋쩍게 웃으며 주먹밥을 삼켰다. 파이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윤견은 파이브 손목에 나풀 흔들리는 팔찌를 예시했다.



전에 강식이 담배와 함께 저 팔찌에 대해서도 설명한 적이 있다. 그 때 강식은 그저 반지의 진화 형태로 좀 더 섬세하고 적은 힘을 들게 한다고만 설명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하지만 워낙 기기들이나 약품들이 완벽하지 않다보니 변수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변수?’


차갑지만 끓어오르는 윤견의 목소리에 강식이 흠칫 놀라며 말했다.


‘거..걱정 말게, 무슨 안 좋은 건 아니니...그저 업그레이드인데...뭘 업그레이드가 됐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안다는 것뿐이지.’



-음...저건가?


하지만 입을 쩍 벌리며 주먹밥을 낼름 삼키는 모습에 더 지켜보기로 했다.


식사가 끝나 각자 잠자리에 든 시간에 홀로 일어난 라호가 고글을 벗은 채로 베란다로 나왔다. 그리고 경건히 양 손을 포개고 눈을 감으려던 찰나.


“어?”


어둠 속 움직이는 실루엣을 포착했다.


마치 좀 도둑처럼 살금살금 움직이는 실루엣을 따라 라호의 시선이 따라갔다.


-뭐하는 거지 밖에서? 위험하게 시리...


빌라 밖을 움직이는 그림자를 쫓던 호기심은 점점 의문을 가졌다. 재빠른 몸놀림에 주변을 이상토록 경계하는 모습까지.


그리고 한순간 비친 달빛에 의해 의문을 풀렸다.


-불량아!


라호는 곧바로 일어서며 잠든 일행들 쪽으로 몸을 돌렸지만 무언가가 라호의 몸을 잡았다. 아주 잠시 동안 라호가 결단을 내리고는 고글을 쓰고 밖으로 나섰다.


발소리조차 어둠에 가린 채 세 명의 소년들이 살금살금 빌라의 벽에 도착했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는 담을 넘어갈 자세를 취했다.


“거기까지 해.”


어둠속 들려오는 경고에 이들은 화들짝 놀라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라호의 고글이 반짝이며 라호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저 중 한 명이 품속 권총 한 자루를 뽑았다.


{시드 플래닛}


하지만 그 보다 빠르게 라호의 나무가 바닥을 찍으며 놈들 주위에서 솟아난 덩굴들이 소년들의 몸을 결박했다.


“가..각성자!?”

“말도 안 돼! 우리랑 또래일 텐데..”

“크윽...안 풀려.”


콰드득!


마치 경고 하듯 총을 낚아 챈 덩굴이 그대로 으깨자 소년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오늘은 이쯤에서 보내줄 게. 하지만 다시 온 다면..”


소년의 몸을 묶던 덩굴이 움직이며 목을 감았다.


“히익!!”

“잠깐!”


그러나 감기만 할 뿐 조금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라호 답지 않은 행동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문하의 일로 이제는 최대한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었지만 그저 가볍게 경고만 하면 다시 올 수 있다. 그래서 라호는 그간 본 윤견을 떠올리며 나름 강하게 밀고 나선 것이었다.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라호가 조심히 덩굴을 조종해 소년들을 풀어줬다.


둘은 곧바로 도망치려했지만 한 명은 달랐다. 둘과 반대로 천천히 라호에게 다가갔다.


-어?


생각지 못한 움직임에 라호가 당황한 내색을 숨기고는 나무를 치켜세웠다.


“머..멈춰.”

“잠깐, 잠깐만 얘기를 하자.”


무기는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번쩍 든 두 손에 조금이나마 안심하며 라호가 다른 두 명을 흘긋 보고는 자신에게 다가온 소년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슨 얘기?”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으니깐 바로 말할 게. 우리한테 와.”


-...잉?

“응?”

“뭐 때문에 저런 꼰대들한테 붙어 있는 거야? 우리와 함께 가자. 우리는 희생을 강요하지도 등을 떠밀지도 않아. 그리고..버리지도 않아!”

“무..무슨 소리야?”


이야기에 따라가지 못한 라호가 다급히 말을 끊었다. 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자신은 그저 보낼 생각이었을 뿐인데.


-왜 영입 제안이 오는 거야??


“이런 세계야.

우리 같은 애들은 버러지고 착취당하며 이용당하는 그지 같은 세계야.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우리끼리 뭉쳐 살아야 해!”

“무슨!...아냐, 내가 아직 많은 곳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가본 곳은 모두 그런 일은 없었어.”

“하! 아직은 살만 한 가 보네. 내가 장담하는데 그곳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 분명 달라질 걸?”


미래를 예언하는 듯이 말하는 소년을 향해 라호도 물러서지 않고 반박했다. 자신이 동경하고 맞이했던 세계는 확실히 힘들고 위험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반박하고 싶었다.


아직은 그 정도 까지는 아니라고. 그러나 이미 소년은 라호보다 먼저 이 세계에 던져지며 많은 일들을 겪었다.


“하아...그래 너는 뭐 꽃밭만 걸었다 이거냐? 분명 네가 아직 못 만났을 뿐이야.”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아직 좋은 사람들을 못 만났을 뿐이야. 고작 한 명의 악인을 만났다고 해서 모든 어른들이..”


라호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소년의 눈이 점차 날카로워졌지만 이상하게 서글픔이 비쳤다.


“그만.”


또 다시 개입하는 다른 목소리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시선 끝에는 모자를 눌러 쓴 미아가 서 있었다.


“..어?”

“강승호, 명령도 없이 뭐하는 거야? 헤드가 알기 전에 그만 하고 가자.”

“누나...”


미아는 승호와 다른 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이 이름들을 친숙하게 부르며 대했다. 라호는 윤견의 가설이 사실이라는 것에 적잖게 충격을 받으며 어버버 말을 잊지 못했다.


그런 라호를 두고 뒤 돌아서며 떠나려던 그 때 미아가 뒤를 돌아보며 라호를 쳐다봤다.


“...야, 태워 준 건 고마운데. 말 쉽게 하지 마. 고작 한 명? 하긴...고작 한 명이라고 생각하는 너는 힘이 있으니까.”


미아가 흘긋 라호의 나무를 쳐다봤다.


“부럽네...아니면 어디 산 속에 처박혀서 살고 있었나?”

“크흠...”


미아는 잠시 그대로 라호를 보고는 일행들을 데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라호는 그대로 저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혐오.


분명 미아가 자신에게 부였던 감정이다. 어린 시절 거리에만 나가면 쉽사리 마주하던 감정. 이제 아물 때도 됐는데 아직도 온 몸을 휘어 감는 감정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부럽네...’


동경. 처음 받아보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동경 속에 질투도 분노도 담겨 있었다.


분명 자신이 동경하며 상상한 세계다. 하지만 왜 저런 애들이 생겨나는 걸까. 왜 저런 눈을...


“어째서...”



저벅저벅...


미아와 이들은 마치 혼난 아이들 같은 뒷모습으로 밤거리를 걸었다. 선두에서 서던 미아가 갑작스레 발을 멈추자 승호를 비롯한 이들도 자연스레 발을 멈췄다.


“누나?”


-...나도 저런 힘이 있었다면.


미아의 머릿속에서 과거의 환상이 재생됐다. 입술을 아득 깨물며 환상을 억지로 부셨다.


“미아야.”


그런 그녀의 앞에 뿔테 안경을 쓴 남성이 나타났다. 근육하나 없는 몸에 테이프로 고친 안경까지 흔히 말해 반에 한 명씩 보이는 외형이었다.


그나마 특이한 점이 있다면 목발을 짚고 있다는 점이었다.


“헤드.”

“아무리 이종족이 없어도 너무 막 돌아다니는 거 아니냐...”

“아니야. 우리를 찾느라 누나가..”

“그래..대충 들었어. 얼른 돌아가자. 우리들의 집으로.”



“뭣!...”


아침 식사 자리에 라호가 어제 밤 있었던 일을 뱉자 민혁이 보인 반응이다. 놀란 건 윤견도 파이브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것보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깨우고 내려가야지.”

“죄..죄송해요. 하지만 조용히 해결하고 싶어서...”

“이미 늦은 거 같은데?”


파이브에 시선이 모이자 파이브는 가볍게 포크로 시선을 밖으로 넘겼다. 라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향하자 무장한 무리가 당장이라도 출전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식사 도착하는 순간부터 저러더라.”

“어? 왜...저렇게 모여 있는 거지?”


라호가 당황하며 무장한 이들을 쳐다봤다. 윤견도 자리에서 일어나 저들을 내려다보며 이상한 점이 하나를 발견했다.


“...사람이 많은데?”

“네?”

“이 빌라에 봤던 것보다 더 많잖아.”

“다른 생존자 무리도 합류했나 보네요.”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며 식사를 이어가던 민혁이 툭 대답했다. 그리고 주먹밥을 베어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모인 거죠...?”


라호가 합당한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금세 답을 알아채며 다시 저들을 바라봤다.


“어..어째서? 분명 어제 아무 일도 없이 일어나서 모를 텐데..”

“그거랑 상관이 없나보네.”

“네?”

“어제랑 상관없이 공격할 계획이었나 봐. 그리고 우리를 재워준 이유도 대충 알 것 같네.”


똑똑.


윤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에 관해 23.11.06 375 0 -
368 목소리 25.05.15 2 0 11쪽
367 무게감 25.05.13 4 0 11쪽
366 사냥 - 3 25.05.11 6 0 11쪽
365 사냥 - 2 25.05.09 7 0 11쪽
364 사냥 25.05.06 7 0 11쪽
363 해방 25.05.03 8 0 11쪽
362 그의 이야기 - 3 25.05.01 9 0 11쪽
361 그의 이야기 - 2 25.04.28 8 0 11쪽
360 그의 이야기 25.04.25 8 0 11쪽
359 그들의 이야기 25.04.23 11 0 11쪽
358 마지막 수단 - 3 25.04.21 8 0 11쪽
357 개 같은 희망 25.04.19 7 0 11쪽
356 마지막 수단 - 2 25.04.15 8 0 11쪽
355 검은 사람들 25.04.13 7 0 11쪽
354 마지막 수단 25.04.08 8 0 11쪽
353 검은 존재 - 3 25.04.06 10 0 11쪽
352 검은 존재 - 2 25.04.03 8 0 11쪽
351 검은 존재 25.04.01 9 0 11쪽
350 검은 추억 속에서 25.03.30 9 0 11쪽
349 검은 비 - 2 25.03.26 7 0 11쪽
348 검은 비 25.03.24 8 0 11쪽
347 세상 속 2와 5 25.03.21 8 0 11쪽
346 대장 - 3 25.03.19 8 0 11쪽
345 대장 - 2 25.03.17 8 0 11쪽
344 대장 25.03.14 8 0 11쪽
343 괴물 - 2 25.03.12 8 0 11쪽
342 괴물 25.03.10 8 0 11쪽
341 가시 25.03.07 11 0 11쪽
340 검은 연기 - 2 25.03.05 12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