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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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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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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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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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아 - 4

DUMMY

*


“다른 쪽은 어때?”

“모두 합류하기로 했네.”


얼굴에 굵은 흉이 있는 남성이 나지막하게 묻자 윤견의 일행을 안내했던 남성이 대답했다.


“좋아, 그러면 적어도 오십은 가뿐히 넘겠군.”

“이걸로 드디어 지긋지긋한 놈들과 끝을 낼 수 있겠어 그것도 우리의 승리로.”

“그런데 그...헌터는?”

“그...내일 물어보겠네.”


*


“흠...”


한 쪽 손으로 턱을 괴며 다른 손으로는 탁자를 두드리던 윤견 앞에 빌라의 주민 두 명이 억지로 입꼬리를 올린 채로 윤견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자네가 조금만 힘을 보태주면 우리의 승리는 확실하네.”

“저쪽도 우리 쪽도 헌터는커녕 각성자도 없네. 자네 한 명을 막을 자는 없다는 소리지.”

“헌터도 총 앞에서는 평등합니다만.”

“걱정 말게. 총은 우리도 있으니 우리가 엄호하겠네.”


윤견이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뜸을 드리자 이들은 바로 보상으로 주제를 바꿨다. 보상은 대부분 전리품에서 얻어가는 것 뿐이었다.


“출정은 언제 합니까?”

“아직 오지 않은 쪽이 있어서. 아마 30분 후에는 도착하고 바로 갈 거 같네요.”

“그럼 좀 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일행들과 의논을 해봐야 할 거 같아서요.”


주민들은 흔쾌히 수락하고는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이들이 나가자마자 안방에서 듣던 일행들이 바로 탁자로 향했다.


“어..어쩌실 겁니까?”

“글쎄. 어차피 필요한 것도 없고 거절할 듯. 너희는?”


민혁과 파이브도 딱히 찬성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라호는 아니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니었다.


“하..하지만 이렇게 끝내면 많은 사망자들이 생겨날 거예요.”

“막고 싶어?”


파이브가 단번에 라호의 의중을 파악했다. 라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행들의 눈치를 살폈다. 감히 자기가 이런 의견을 가져도 되는 지.


하지만 일행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넘어갔다.


“그래서 어떻게 막게. 중간에 끼어 들어서 중재라도 하게?”

“오히려 역효과일 걸. 양쪽 모두에게...”

“양쪽이라기보다는 이쪽 밖에 못 말리잖아. 공격하는 쪽도 이쪽이고 저쪽은 지금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고.”


파이브가 한숨을 쉬고는 의자를 기울었다.


“...뭐야? 그 눈은?”

“아니, 너가 그렇게 날카롭게 말할 줄 아는구나 하고..”


파이브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날아오는 파이브의 펀치를 막으며 홀로 골똘히 생각하던 라호를 지켜보던 윤견이 콧방귀를 뀌었다.


-누님은 영향인건지...라호 녀석 천성인건지.


“말리기 어렵다면...공격하기 전에 불량아들을 피난시키는 건 어떤가요?”

“불량아들의 본거지 위치를 모르잖아.”

“주민들은 알고 있겠지. 설마 위치도 모르고 공격하겠어?”


라호의 표정이 밝아지자 재를 뿌리듯 파이브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불량아 놈들을 그렇게 까지 해서 구할 필요가 있어?”


차갑지만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질문에 아주 잠시 정적이 흘렀다. 말을 꺼낸 파이브도 아차 싶어 뒤늦게 말을 수정하려했지만 그보다 먼저 라호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처음 본 모습은 위험한 조직이라고 생각되지만...그래도 어제 본 모습은 저랑 다를 게 없어 보이는..”


라호의 말을 이어가던 중 윤견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라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알았어. 기회가 있을 때 한 번 해봐야지.”



“그런가요...아쉽군요.”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혹시 놈들이 습격할 수도 있으니 여러분들이 돌아오실 때까지 여기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실망하는 주민들이었지만 윤견이 방어에 담당하니 조금이나마 위안인 소식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모든 인원이 모이자 군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름 열을 맞추며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잘 훈련된 군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이들이 얼마나 갑작스레 맞춰진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어딘가 어색했다.


그러던 중 그들의 앞에 도로가 금이 가더니 거대한 식물이 솟아났다.


“뭐..뭐야? 저거?”

“이종족?!”

“다들 진정해! 고작해야 식물이야, 충분히 이길 수 있어!”

“공격 개시!”


길을 막은 정체불명의 식물들을 향해 무수한 공격이 쏟아졌다.


-좋아, 다행이 이정도로 시간을 끌 수 있겠어!


몰래 몸을 숨긴 채로 뿌리를 내린 나무를 잡고 있는 라호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윤견의 일행들이 세운 작전은 아주 간단했다.


파이브는 민혁에게 맡기고 따로 몸을 숨기고 라호가 이들을 막는 사이 불량아들의 목적지를 알아낸 윤견이 홀로 찾아가서 대피시킨다.


텅 빈 거리를 질주하는 윤견은 금세 목적지인 문경시민 운동장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를 발견했다. 잠시 사거리 앞에 멈춰서 학교를 살폈다.


-문지기는 두 명, 창문은...철판이나 책상으로 막아놨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믿을 만한 놈들인가?


피해자들의 증언과 반대인 동료의 증언.


“후우...모르겠다. 이봐!”


정문을 수호하고 있던 문지기들이 윤견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며 무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접근한 윤견이 흑도로 무기들을 베어버렸다.


“짜식들이 경우 없게 무기부터 들이밀고 있어. 너희 대장 만나러 왔다. 안내 부탁할 게.”


3-3이라는 명패를 달고 있는 교실 안에서 홀로 나이프 날을 갈고 있던 미아가 날에 반사된 자신의 눈을 쳐다봤다. 분명 자신의 눈일 텐데 어째서인지 시체의 눈과도 비슷한 색을 품고 있었다.


‘미아야...미안해. 어쩔 수가..’


“뭐야!? 밖에 무슨 일이야!”


한참 날에 비친 자신의 눈에 빨려 들어가던 미아가 복도에서 들린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복도로 나섰다.


복도로 나가니 하나 같이 창문에 붙어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연예인이라도 온 것도 아니고 뭐하는 거야?


미아도 빈 공간을 찾아 얼굴을 집어넣고 밖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가 나왔다.


-저..저 인간이 여기에 어떡게??


학교 운동장 중앙에 문지기들을 양 팔로 문지기들을 잡고 있는 윤견이 보였다.


“저 새끼 뭐야? 걍 쏴버려.”

“그..그렇지만 앞에 준서랑 민수가..”


아무리 무장한 이들이라도 군사교육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쏘는 거야 이미 많이 해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친구의 머리를 지나 윤견을 맞출 정도의 기술과 각오는 없었다.


“싸우러 온 거 아니야! 잠깐 얘기만 하러 온 거야!”


주저하는 복도와 달리 운동장에서는 단호한 외침이 울렸다. 덕분에 복도는 시끌벅적해졌다. 그러던 중 누군가 윤견을 알아봤다.


“저 사람 헌터야! 티비에서 본 적 있어. 이름이...무슨 경이였던 거 같은데. 그 있잖아, 도깨비 길드 최연소 헌터!”

“윤견.”

“맞아! 윤...헉! 헤드!”


시끄러웠던 복도가 일순간 조용해지며 모든 시선이 자신들의 대장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대장을 향해 그간 구원했던 답을 물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질문 세례 속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던 그가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야기를 해봐야 할 거 같아. 정중히 모셔와 줘.”


한참이나 운동장에 서 있던 중 중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이 나오더니 윤견을 안내했다. 윤견은 자기보다 작은 이들의 경계를 한눈에 받으며 복도를 걸었다.


분명 자신 외에 전부 적일 텐데 이상하게 경계심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피식 웃음이 세어 나올 것만 같았다. 그저 멀리서 보면 학교에 깜짝 방문한 모양새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무기를 들고 있으니 이 괴리감에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안내하던 이들은 미술실 앞에 멈춰서더니 슬쩍 앞을 비켰다. 들어가라는 신호였다.


윤견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문을 조심히 열었다. 미술실 안에는 침대나 의자 같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가꾸어져 있었고 한 쪽으로는 미술 용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하, 방이 좀 지저분하죠?”


방 안을 훑던 눈이 목소리를 쫓아 움직이니 휠체어에 앉아 있는 안경을 쓴 남성이 보였다. 그간 복도를 걸으며 지나친 얼굴들 중 가장 나이가 있어 보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적어도 스물 초반으로 어려 보였다.


“편한데 앉으세요.”

“음..아, 예.”

“하하, 말 편하게 하세요.”


그래도 성인인지라 반사적으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주변을 둘러보고 접이식 의자를 발견하고 앉았다.


“그래서 하실 말씀은?”


의자에 앉자마자 들어온 질문에 윤견도 바로 대답했다.


“지금 많은 인원이 이쪽으로 진격하고 있어.

지금 내 동료가 잠시 시간을 끌고 있지만 지금 빨리 짐을 싸고 도망치지 않는 다면 모두 위험해.

만약 지금 이 학교 인원과 부딪친다면...백 퍼센트로 너희의 패배야. 그나마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조금이라도 살아남는 것 밖에 없어.”

“이런...빌라 쪽인가? 아님, 마트? 하하, 이거이거 적이 많다보니 의심 가는 곳이 많네요.”

“내가 본 인원으로 생각하면 모두 일 수도 있어.”


남성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더군.”

“그러게요, 저희는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 친 것 뿐인데.”

“그 발버둥에 꽤 많은 사람이 죽었나 보네.”


윤견의 비아냥에도 남성은 쓴 웃음만 보였다.


“그런데 굳이 왜 여기까지 와서 알려주신 건가요?”

“후...내 동료 중에 이런 세계에도 마음씨가 고운 녀석이 있거든.”

“그런 사람들은 모두 멸종 된 줄 알았는데...아닌 모양이네요.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피하겠습니다.”

“어...그...그래, 잘 생각했어.

하지만 바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야. 너희가 가는 걸 확실히 보고 갈려고. 만약 너희가 딴 마음 품고 함정을 파 공격하면 나는 그저 학살당하는 사람들을 바꾼 것 뿐이니깐.”


방금까지 쓴 웃음만 보이던 남성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다. 분노가 기쁨 이런 단조로운 감정이 아니었다. 눈과 눈썹 사이가 멀어진 걸로 봐서는 놀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남성은 휠체어를 움직여 밖으로 나가더니 문 근처에 있던 인원들에게 말을 전하자 학교 전체가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만약 저희가 윤견 님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어쩌실 생각이었습니까?”

“그랬으면 플랜B로...”


윤견이 슬쩍 흑도를 뽑아 보였다.


“하하, 이거. 제가 가장 위험했군요.”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아네?...설마 예능을?”

“아닙니다. 저희 실제로 만난 적도 있습니다. 기억 못하시겠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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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생존확률 24.06.21 7 0 11쪽
231 흑백 도시 - 4 24.06.19 10 0 11쪽
230 흑백 도시 - 3 24.06.17 10 0 11쪽
229 흑백 도시 - 2 24.06.15 12 0 11쪽
228 흑백 도시 24.06.12 12 0 11쪽
227 검은 상자 - 3 24.06.10 13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14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5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0 0 11쪽
223 악몽 24.06.03 12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3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4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2 0 11쪽
219 궁상 24.05.26 11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5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3 0 11쪽
216 파이브의 각오 24.05.21 15 0 11쪽
215 어른 없는 밤 24.05.19 15 0 11쪽
214 녹색 도시 - 7 24.05.18 15 0 11쪽
213 녹색 도시 - 6 24.05.16 15 0 11쪽
212 평범한 존재 24.05.14 17 0 11쪽
211 녹색 도시 - 5 24.05.12 17 0 11쪽
210 녹색 도시 - 4 24.05.10 20 0 11쪽
209 녹색 도시 - 3 24.05.08 18 0 10쪽
208 녹색 도시 - 2 24.05.06 21 1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19 1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22 1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2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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