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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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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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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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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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아 - 6

DUMMY

한 피해자가 말했다. 자신들은 공격받은 피해자라고. 그러면서 가해자의 위치를 알려줬다.


위치를 따라 가해자를 찾아가니 이번에는 자신들도 피해자라 한다. 저쪽에서 먼저 공격해서 어쩔 수 없이 반격한 것 뿐이라고.


서로 내가 먼저 맞았다고 주장.


생존을 위해서는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둘인 상황. 그 사이에 있는 흑도의 주인은 골머리를 앓던 중 탐정 못지 않게 번뜩이는 추리가 하나 떠올랐다.


둘 다 피해자일 수 있다. 그리고 제 3의 인물이 가해자다. 그것도 이들과 같은 소년, 소녀들로 이루어진 집단일 확률이 높다.


"도착했네요."


아무 말 없이 생각하던 윤견을 깨우는 미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이번에는 한 쪽 외벽이 무너져 내린 중학교가 모습을 보였다.


"이제 가시는 겁니까? 아님, 들어가서 짐 정리하는 것까지 보고 가시는지?"


수레에서 내린 정주가 절뚝이며 윤견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정작 윤견은 자신의 추리에 빠져 있느라 들리지 않았다.


"정주야 혹시 너희 말고 이런 집단이 더 있을 수가 있나?"

"..네, 있습니다."


생뚱맞은 질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정주는 확신하며 말했다.


"너희 무리에서 떨어진 놈들이야?"

"아뇨, 처음부터 저희랑 달랐던 놈들입니다. 미아에게 들으신 것처럼 저희가 갇혀 있던 곳은 생각보다 거대했습니다."


정주는 손가락을 세 개를 치켜세우고는 하나하나 접으며 말을 이었다.


"놈들은 어디서 애들을 주워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잡아오는 애들을 세 분류로 나눴어요. 하나는 상품, 다른 하나는 생산팀. 마지막 하나는 전투원."

"전투원? 애들로?"

"...네. 예전에 그곳에서 탈출하려던 때 그들도 구하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귀신에 쓰인 것처럼 저를 공격했죠."


정주가 자신의 목이나 볼에 있는 남아있는 흔적을 어루만지며 쓸쓸히 웃었다.


"그럼..."

"네, 아직 그곳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상품 몇 마리가 도망친 것 뿐. 그런데 그 놈들은 왜...??"


이들이 짐을 푸는 사이 윤견은 정주에게 자신의 추리를 밝혔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놈들이 정주와 주민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고 있다는 것을.


정주의 표정은 금세 심각해지더니 인상을 구기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이 마친 정주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죠? 그냥 바로 공격하면 충분히 이길 텐데..."

"뭐...이이제이 같은 건가? 적으로 적을 치는..."

"그럴 수도 있네요...그런데 왜 굳이 번거롭게...그렇게까지 해서 복수를 하고 싶었나?"


정주의 의문도 확실히 일리가 있다. 규모가 큰 조직이 굳이 애들에게 복수하겠다고 이렇게 번거로운 짓을 하는 가.


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등을 타고 떨어졌다.


복수가 목적이 아니다. 누군가 이 거대한 장기판을 조종하고 있다. 복수 같은 허황된 것 보다 더 큰 목적을 탐하며.


“....”


타앗!


아무 말 없던 윤견이 본능적으로 튀어나갔다. 이들에게 어떠한 인사말도 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멀어져 가는 윤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정주와 미아도 갑작스런 일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추리가 아닌 오로지 감, 직감으로 이행된 움직임이었다. 금세 불량아들의 처음 아지트를 도착하고 쉬지 않고 더욱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뒤 거리에 나뒹굴고 있는 식물 줄기들이 보였다. 식물 줄기들은 상처투정인 것이 목적을 열심히 이행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안 보였지? 이미 라호는 물러났을 텐데?


다시 한 번 직감이 사이렌처럼 울렸다. 다시 발을 움직여 빌라로 향했다. 이제 이 골목만 빠져나가면 빌라다.


골목을 빠져나가자 아침과 같은 정경이 펼쳐졌다.


“허억...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혹여나 달라진 점이 있나 싶어 눈을 굴렸지만 어디하나 바뀐 건 없었다.


“빈집 털이가 목적이 아니었어...”


피어오는 안도감에 다리가 힘이 풀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머리를 쓸어 넘기며 멈췄던 추리를 이어갔다.


그런 윤견의 주변으로 공책 한 권이 떨어졌다. 고개를 올리니 열린 창문 넘어 파이브와 라호의 얼굴이 보였다. 윤견은 짧게 숨을 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담을 타고 빌라로 들어섰다.


“닥터.”

“형님.”


땀투성이인 윤견에 놀란 파이브와 민혁이 다가갔지만 손을 내밀어 입을 막고는 라호에게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사람들은?”

“그..그게...”


라호가 우물쭈물 거리며 쉽사리 말을 잊지 못했다. 마치 숙제를 못한 아이처럼. 그런 라호를 대변해 파이브가 윤견과 라호 사이를 끼어들었다.


“주민들이 철수했어.”

“죄..죄송해요! 진짜 조금만 하고 물러설 생각이었는데...”

“다른 건? 다른 건 없었어? 공격을 당해서 돌아간 건 아니지?”


생뚱맞은 질문에 일행들은 잠시 서로의 눈을 맞추고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윤견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친 몸을 끌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궁금해 하는 일행들에게 그간 있었던 일과 들었던 것들 그리고 생각까지 모두 토해냈다.


민혁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고개를 저었다.

라호는 식겁하다 못해 화가 나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반면 파이브는 무슨 생각인지 안색만 어두워질 뿐이었다.


“그러면 그 놈들의 목적은 뭘까요?”

“글쎄다. 이제 애들은 도망갔고 주민들도 뭉쳤으니 괜찮겠지.”


애써 미소 지어보였지만 꿉꿉한 기분을 날리지는 못했다.


윤견은 잠시 숨을 돌리고 주민들에게 내려가 떠난다는 소식과 방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말했다. 윤견이 몰래 빠져나갔다는 점과 길을 막은 것이 라호라는 점은 쏙 빼놓고서.


그래서 매끄럽지 않은 얘기에 주민들은 쉽게 믿지 못했다. 어쨌든 할 일도 끝났으니 일행들은 서둘러 차에 몸을 실었다.


“? 그건 뭐냐?”

“아주머니들이 주셨어요..”


주먹밥을 한가득 들고 온 라호가 머쓱해하며 웃었다. 그렇게 빌라를 떠나 길을 나서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우연치 않게 불량아들의 처음 거처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다.


윤견은 그저 아주 잠시 눈길을 던지고는 정면을 보려던 순간 뒤에서 파이브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닥터!”


파이브가 가리킨 곳을 보니 한적한 도로 위를 달리는 사람의 윤각이 보였다. 다른 이들도 눈을 가늘게 뜨며 보자 먼저 알아본 라호가 외쳤다.


“미아 누나!”

“어? 진짜네.”

“...그런데 상태가 왜 저래? 형님 아시는 거..”


민혁의 말보다 먼저 움직인 윤견이 조수석 문을 박차고 나갔다. 한 쪽 신발은 사라진 채로 힘겹게 뛰어오던 미아도 윤견을 보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마지막으로 본 게 적어도 1시간 전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미아의 모습은 1시간 만에 전혀 다른 몰골로 나타났다.


고작 1시간 만에 정반대의 몰골로 나타난 미아는 부들거리는 손을 겨우 들고서 윤견의 팔을 잡았다.


"...줘요."


손만큼이나 부들거리는 입술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뭘? 뭘, 줘? 것보다 이 상처들은 뭐야?? 무슨 일이.."

"도와줘요..고..공격받고 있어요."


라호가 으깬 꽃을 넣은 물을 건네자 미아가 단숨에 들이켰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진정이 된 미아는 다시 윤견을 붙잡았다.


"제발 도와주세요! 헤드가...모두가 위험해요!"

"일단 진정 좀 해봐, 공격 받았다니? 누가?...설마."


묻자마자 반사적으로 머릿속에서 범인이 추정됐다. 이 짓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자들.


정답이었는지 미아의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범인은 쉽게 추정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방식이었다.


"어떻게 고작 1시간 만에 이럴 수가 있는 거야?"

"아저씨가 가고 나서 바로 놈들이 공격했어요. 저희도 반격을 했지만 바로 무너질 거예요. 저만 빠져나가서 아저씨에게..."


미아는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는지 말을 잊지 못해도 얼굴은 더욱 사색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윤견의 머리는 돌아가며 드디어 놈들의 목적을 알아냈다.


"일단..."


-그런데 이제 와서 공격한 거지? 이미 위치를 알고 있었고, 떠나는 것도 알고 있었으면 기습하는 게 더 치명적일 텐데...



잠시 멈칫한 시선이 허공을 응시했다.


"일단 빨리 거기로 가보죠."


허공을 보던 시선이 목소리를 따라 민혁에게 향했다. 라호도 옆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파이브는 한숨을 쉬더니 체념한 듯이 웃고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그래, 가자, 쓰벌. 라호야 간단하게 치료 좀 해줘, 끝나는 대로 바로 학교로 가자."


라호의 치료가 끝나자마자 미아를 태운 채로 이들과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학교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학교의 상황은 끝났다.


학교의 외관도 미아와 마찬가지로 1시간 만에 무슨 역경을 받았는지 다른 쪽도 무너져 내렸다.


미아는 차에서 내려 비틀비틀 학교로 걸어갔다.


"아...아..."


미아도 중간에 빠져나가 이런 광경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다.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더듬더듬 미련과도 같은 건물 파편을 치웠다.


좀 더 빨리 왔으면, 자신에게...힘이 있었다면.


파편을 치우자 차갑게 식은 팔 하나가 모습을 보였다. 미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조심히 팔을 당기려하자 라호와 파이브가 파편을 치우며 거들었다.


팔의 주인이 곧이어 모습을 보였으나 처참한 몰골이었다. 파이브와 라호는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지만 미아는 아니었다.


이를 물어 밀려오는 비통함을 견디며 부퉁켜 안았다.


그런 미아를 향해 윤견과 민혁이 다가갔다.


"뭔가 이상해. 시신이 너무 적어."


방금까지 민혁과 학교 안을 살피던 중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바로 시신이 너무 적었다는 것이다. 둘이 본 시신만 해도 한 손에 꼽았다.


"그..그럼."


아직 비통함에 말문이 트이지 못한 미아를 대신해 파이브가 물었다.


"잡혀 갔어. 그게 놈들의 목적이었나봐."


민혁이 이를 갈며 말했다. 하지만 윤견은 여전히 의문이었다.


-그러면 주민들은 왜 공격한 거지? 1시간 만에 제압이 가능한 힘이었으면 바로 제압하며 그만이잖아?


여전히 해결하기 힘든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어떡할 거지?"


윤견이 미아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소녀에게 잔인한 질문이다.


어떡하냐고? 모른다,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뭘 해야 할 지.


하지만 뭘 원하는지는 알고 있다. 그저 다 같이 살고 싶다.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고 보듬어 주고 서로의 등을 맞대며 의지하며 살고 싶다.


“...다 함께 있고 싶어요..구해주세요...도와주세요.”


길을 잃은 아이가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듯 윤견의 바짓단을 붙잡았다.


미아가 모든 감정을 억누르며 더듬더듬 말을 꺼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부탁에 윤견이 깊은 한숨을 뱉었다.

윤견이 말없이 일행들을 둘러보자 모두 같은 마음인지 같은 눈빛이었다.


“놈들 아지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겠지?”

“...”


땅바닥에 처박혔던 미아의 젖은 시선이 천천히 올라갔다. 남성은 그저 묵묵히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 알고 있어요.”


눈물을 훔친 미아가 대답했다. 이제야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다.


“좋아, 안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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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흑백 도시 - 2 NEW 3시간 전 1 0 11쪽
228 흑백 도시 24.06.12 8 0 11쪽
227 검은 상자 - 3 24.06.10 11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11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3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0 0 11쪽
223 악몽 24.06.03 12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3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2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2 0 11쪽
219 궁상 24.05.26 10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5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3 0 11쪽
216 파이브의 각오 24.05.21 14 0 11쪽
215 어른 없는 밤 24.05.19 14 0 11쪽
214 녹색 도시 - 7 24.05.18 11 0 11쪽
213 녹색 도시 - 6 24.05.16 13 0 11쪽
212 평범한 존재 24.05.14 15 0 11쪽
211 녹색 도시 - 5 24.05.12 15 0 11쪽
210 녹색 도시 - 4 24.05.10 17 0 11쪽
209 녹색 도시 - 3 24.05.08 13 0 10쪽
208 녹색 도시 - 2 24.05.06 20 1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16 1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20 1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21 1 11쪽
204 불량아 - 7 24.04.29 17 0 11쪽
203 무채색과 긍지 24.04.28 25 0 11쪽
202 경찰청 - 3 24.04.27 19 0 11쪽
201 경찰청 - 2 24.04.24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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