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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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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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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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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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DUMMY

고풍스러운 장신구들이 가득 매어진 어느 한 방 안에 방 분위기와 어울리는 클래식 가닥들이 춤을 춘다.


“음~, 흠흠~.”


축음기가 올라간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로 흥얼거리는 사람이 자신의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똑똑.


문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스르르 열렸다. 버스를 운전하던 남성, 이정훈이 들어왔다.


“사장, 이제 막 경매가 시작했어.”

“앙? 그래? 지수 씨가 사회 보고 있나?”

“응.”


정훈은 짧게 대답하고는 근처 접대용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할 말이라도 있나 보네?”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

“음?”


정훈의 물음에 손톱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정훈에게로 향했다. 정훈은 자신의 손가락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고작해야 C급 상품이 도망친 것뿐이잖아. 그 정도 놈들은 충분히 잡을 수도 살 수도 있었어. 그런데 그 정도로 시간을 투자하면서 까지 잡을 필요가 있었어?”


책상 위에 자리 잡던 다리가 내려가더니 벗어둔 신발을 신고 뚜벅뚜벅 정훈의 앞 소파로 걸어갔다.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언젠지 알아?”

“어? 음...고3?”

“하하하, 대학이 전부냐고! 뭐, 빵 점은 아니야.”

“그럼 언젠데?”

“바로 청소년기야.

가치관, 도덕성, 정서적이 변화고 점차 굳어지는 시기지. 그렇기에 선생들과 부모가 옆에서 잘 잡아줘야 바르게 자란다고 하지.”

“...사장, 예전에 교육 쪽에 있었어?”


정훈의 순수한 물음에 방을 울리는 웃음소리가 울렸다.


“나도 어디선가 주워 들은 거야. 어쨌든 그 만큼이나 청소년기는 중요하다는 거지.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는 것에 따라 앞으로 걸어갈 길이 정해져.”

“...나만 아직 이해를 못 한 건가? 그거랑 그게 무슨 상관이라는 거야?”

“으이그! 그러니깐 애들은 훌~륭한 미래 자산이라는 거지.

그리고 나는 어른으로 그런 애들을 이끌어주는 존재인 거고.”

“그런 놈이 애들을 사고 파냐?”

“캬하하! 그럼~, 보잘 것 없는 애들도 잘 만 보듬으면 말 잘 듣는 노예가 되거나 쌀 한 포대로 바뀌는 걸.”


*


“낙찰!”


경매는 쉬지 않고 오히려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지루하거나 조금이라도 미지근한 분위기를 풍기면 지수는 특별상품을 내보였다.


영화배우, 가수, 아이돌, 인터넷 스트리머 나아가 나름 이름을 날린 유명 요리사나 미용사 개그맨도 무대로 끌려나왔다.


방금 막 개그맨이 식료품 두 박스에 팔려나갔다.


-많은 아이들이 올라왔지만 그 때 만났던 애들은 없던 거 같은데 오늘 붙잡아서 아직 무대로 올리지 않은 건가...그러면 여기에 있을 이유는 없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밖으로 나가 빠른 걸음으로 건물을 뒤졌다. 중간중간에 불량아들을 만났지만 손님인 척 연기하고는 길을 잃었다는 연기를 보이며 자연스레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정주의 애들이 잡혀 있는 곳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밖에 있는 일행들을 더 불러 와야 하나 싶던 순간 복도 끝에서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남성이 보였다.


-약?...보다는 술이군.


지긋이 풍겨오는 술 냄새에 손을 휘이 저으며 지나가려던 찰나 조심히 취객을 붙잡았다.


“으잉? 뭐요?”


입을 열자 더욱 깊은 알코올 냄새가 풍겼다.


“아, 죄송합니다. 실은 제가 이곳이 처음이라 잠시 길 좀 물어보려고요. 혹시 상품들 좀 구경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하는 지 아시나요?”


술까지 마시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걸 보니 꽤 많이 왔던 인간인 듯 싶어 자연스레 물었다.


“으엥~. 알아서 가, 쨔샤~. 난 바쁜 몸이라고.”

“말씀만 부탁드릴게요. 이건 사례고요.”


지금 윤견이 가진 건 중 상대가 그나마 흥미를 끌만한 것은 이것 밖에 없었다. 남성의 눈앞에 보인 작은 담배 한 개비가 쓸쓸히 모습을 보였다.


“...지하 2층에 있어, 얼른 줘. 얼른!”


담배를 대충 던져두고 남성이 말했던 지하로 향했다. 그러나 지하 2층을 뒤졌지만 감옥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새끼가 거짓말을...아!”


그러고 보니 아직 찾지 않은 곳이 있었다. 조심히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자 문 앞에 소총을 든 문지기가 보였다.


-찾았다.


지체 없이 문지기에게 향했다. 고1로 보이는 문지기가 바로 두손으로 총을 잡고는 윤견을 바라봤다.


“무슨..”

“상품 보러 왔어. 열어.”

“네? 그게 무슨?”

“너희 대장한테 얘기 못 들었어?”

“...대장이요?”


순간 문지기의 눈빛에 살(殺)이 비쳤다. 그 순간 바로 윤견의 주먹이 문지기의 목을 잡고서 들어 올렸다.


“대장이라고 안 부르나 보네?”


너무 순식간의 일에 문지기는 총도 쏘지 못하고 그대로 윤견의 손에 매달리다 기절했다.


기절한 문지기의 품을 뒤져 여러 열쇠 꾸러미들을 챙기고는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윽!”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다.


그와 동시에 기둥 사이에 설치된 무수한 철조망들과 그 속 차가 주차 되어야 할 자리에 갇힌 사람들 보였다.


-애들이 없잖아?! 나이에 따라 층을 나눈 건가?


철장 사이를 돌아다니며 안에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살폈지만 애들은 없었다. 반면 안에 있는 사람들은 혹여나 끌려 나올라 윤견이 움직일 때마다 구석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 사람들은 어떡한담...


당연히 여기까지 왔으니 안 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아직 애들도 찾지 못한 시점 이들을 먼저 풀어주는 게 맞는 판단인가.


-아직 애들도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만한 인원들이 건물을 누비면 분명 탈출에 차질이 생길거야. 그럼...버려야 하나?


차가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훑었다. 그러나 이곳에 없는 파이브의 눈빛이 떠오르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철컥.


“히익!!”

“사..살려주세요!”


“조용하시고.”


우리 속으로 들어온 윤견을 보고 기겁을 하던 사람들의 절규를 자르고 그들의 앞에 열쇠 꾸러미를 던졌다.


“살고 싶으면 잘 들어요. 이 열쇠로 여기에 있는 사람들 전부 풀어주고 음...한 5분 뒤에 죽기 살기로 도망치세요.”

“구..구해주시려 오신 건가요?”

“그렇긴 한데, 아직 구해야 할 사람이 더 있어요.”


한숨과 함께 대답하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다.


“제 동생도 여기에 갇혀 있어요!”

“우리 딸도요!”

“흠...그럼 이렇게 하죠. 솔직히 저는 아래층에 있는 애들만 구출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노역하는 애들도 구해야 하는 거 보니 협력하죠.”


그렇게 풀려난 사람들과 잠시 계획을 논하고서 윤견은 다시 밖으로 나가 아래층으로 향했다. 아래층도 구조는 비슷했다. 문지기들도 비슷한 레퍼토리로 해결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래층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악취가 풍겼지만 그 속에서 드디어 반가운 얼굴을 찾았다.


윤견의 발소리가 울릴 때마다 이쪽도 불안에 떠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피어났다.


“여. 괜찮냐?”


그런 소리들을 가뿐히 무시하고서 추욱 처져있는 정주에게 다가가 물었다. 방금까지 꼬리 축 쳐진 개처럼 누워있던 정주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였다.


“...유..윤견 헌터님..?”


아직 현실인지 구분을 못하는 듯 몽롱한 눈빛이었다.


“나가자.”


정주의 눈빛이 점차 진해지더니 자신의 망상이 아닌 현실임을 깨달았다. 감격에 겨워 입을 열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또 다. 자신의 인생을 바꾼 그 날처럼 또 그가 자신을 찾아온 것에 정주는 말을 잊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상황이 상황인지라 정주가 정신을 차릴 시간 여유가 없었다.


윤견은 바로 문을 열고서 열쇠를 다른 애들에게도 열쇠를 건네 빨리 모든 이들을 풀어주도록 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정주가 부축을 받으며 윤견에게 다가갔다.


“헌터님이 여긴 어떻게...아! 미아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빨리 가..”


삐-!!!!


그 순간 건물 전체가 울릴 정도의 경고음이 울렸다.


“젠장, 벌써 시작했나 보군, 나가자!”



“뭔 일이야!”


여유롭게 클래식을 듣던 사장이 갑작스레 들린 경고음에 화들짝 놀라 외쳤다. 그러자 문 밖에서 불량아 두 명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그..그게 다수의 인원에게 공장이 공격당한 거 같아요!”

“뭐? 공장? 이런 씨발! 뭐해?! 당장 지원 가지 않고!”

“느..네!”

“크윽...정훈! 너도 가봐.”

“알았다. ...전부 죽여?”

“어. 아...아니다, 주동자로 보이는 놈 빼고 다 죽여.”


사장의 명을 받은 정훈이 불량아들을 끌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이대로 내려가면 바로 제조실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 인지 정훈은 발을 멈췄다.


“부...부장님?”

“...뭔가 이상해.”

“네?”

“제조실이 공격받았다고? 그럼 밖에서 침입자가 왔다는 소리잖아..그럼 분명 진즉에 입구에서부터 소란이 있어 정상이다.”

“그..그럼.”

“.....감옥이다. 반은 제조실로 나머지 반은 나를 따라오도록.”


생각을 마치자마자 정훈은 바로 달렸다. 뒤따라오는 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가 금세 1층에 도달했다.

그리고 지하로 향하려던 찰나 창문을 깨고 식물의 줄기가 정훈을 덮쳤다.


정훈은 갑작스런 습격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여유롭게 피했지만 뒤따라오던 불량아들은 그대로 뿌리에 치여 벽에 부딪쳤다.


“...누구냐.”


고글을 쓴 라호가 뚜벅뚜벅 정훈의 앞으로 걸어갔다.


“당신들을 막을 사람입니다.”

“호오...꽤 좋은 상품이 제 발로 들어왔군.”


-무서워...하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



“뭐?!”


한편 정주와 함께 올라가려던 윤견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정주를 쳐다봤다.


“같이 올라가서 모두를 구하죠!”

“아니..아니, 난 네희들을 밖으로 보내기만 하면 되거든.”

“저희 보내고 헌터님은 다시 올라갈 생각이시죠? 이미 모두와 이야기 끝났습니다. 끝을 내자고.”

“너희...지금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는 하는 거야?”

“네, 모두를 구하고 놈과 끈질긴 악연을 끊자는 거죠.”


처음 윤견의 계획은 처음 풀어준 사람들이 생산팀을 구하는 사이 이들을 밖으로 보내고 이곳에 온 자신의 일행과 합류해 위쪽에 붙는 것이었다.


“너희 잘 생각해, 괜히 양심 챙겨서 살 수 있었던 기회를 버리는 걸 수 있어.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서 쓰레기라고 손가락질 하는 게 비정상이야, 당연한 거야.”


그러나 이들은 이상토록 확고했다. 아직 나이도 어린놈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다는 듯이 굴다니.


“...말 드럽게도 안 듣네. 문제아 놈들.”

“하핫! 생전 처음으로 문제아 소릴 들어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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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소문과 결단 25.06.21 3 0 11쪽
381 이전 25.06.19 4 0 11쪽
380 임무 25.06.18 4 0 11쪽
379 쟁탈전 25.06.15 5 0 11쪽
378 기습 - 3 25.06.14 6 0 11쪽
377 기습 - 2 25.06.10 6 0 11쪽
376 기습 25.06.08 6 0 11쪽
375 부산 - 3 25.06.06 8 0 11쪽
374 각색 25.06.03 7 0 11쪽
373 부산 - 2 25.06.01 7 0 11쪽
372 부산 25.05.29 8 0 11쪽
371 여기까지 25.05.27 7 0 11쪽
370 여행 계획 25.05.25 7 0 11쪽
369 엔딩으로 25.05.18 7 0 11쪽
368 목소리 25.05.15 8 0 11쪽
367 무게감 25.05.13 8 0 11쪽
366 사냥 - 3 25.05.11 9 0 11쪽
365 사냥 - 2 25.05.09 9 0 11쪽
364 사냥 25.05.06 9 0 11쪽
363 해방 25.05.03 10 0 11쪽
362 그의 이야기 - 3 25.05.01 12 0 11쪽
361 그의 이야기 - 2 25.04.28 10 0 11쪽
360 그의 이야기 25.04.25 10 0 11쪽
359 그들의 이야기 25.04.23 13 0 11쪽
358 마지막 수단 - 3 25.04.21 10 0 11쪽
357 개 같은 희망 25.04.19 9 0 11쪽
356 마지막 수단 - 2 25.04.15 10 0 11쪽
355 검은 사람들 25.04.13 9 0 11쪽
354 마지막 수단 25.04.08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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