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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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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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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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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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 3

DUMMY

소란스러운 위층과 달리 썰렁한 1층 복도. 그러나 곧바로 정적을 깨고서 차크람이 벽을 그으며 날아갔다.


{시드 플래닛}


라호의 나무도 뒤를 이어 가지를 뻗으며 나아갔다. 그러나 차크람과 맞붙자 단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잘려나갔다.


-보통 나무로는 버티지도 못하는 건가. 그리고 저 수리검 마치 실이 달린 것처럼 부드럽고 자유자재로 움직여.


뺨에 생긴 피를 손가락으로 닦으며 정훈에게 돌아가는 차크람을 관찰했다.


"이 공격...너 놈 가을 뿌리구나. 놀랍군 가을뿌리가 다른 이들과 함께 다니다니. 그런데 뿔은 어디에 둔 거냐? 그 고글에 가려질 뿔이 아닐텐데."


반면 정훈은 여유롭게 차크람을 돌리며 라호를 쳐다봤다. 라호는 잔뜩 긴장한 채로 차크람과 정훈의 손가락 움직임에 모든 신경을 쏟았다.


아무 말도 돌아오지 않자 정훈은 작게 콧방귀를 뀌고는 손가락을 까딱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차크람에 쏜살같이 날아갔다.


-온다!


라호도 주머니에서 씨앗 하나를 꺼내 자신의 나무에 넣었다.


{시드 플래닛 - 철갑의 오르리}


나무에서 뻗어난 가지의 껍데기가 갑옷을 입은 것처럼 은빛으로 변했다.


카가가각-!


방금까지 맥아리 없이 나가떨어지던 가지들이 이번에는 버텨 냈다.


"호오..그럼 이번에는 내가 올릴 차례인가."


그러나 정훈은 당황한 낌새 없이 차크람을 회수했다.


라호가 그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시도했다. 마치 창처럼 뻗어져 나가는 가지들을 보며 정훈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차크람을 바닥에 던졌다.


{온 - 싸이크론 웨이브}


바닥에 떨어진 차크람이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더니 무수한 참격을 위로 날렸다. 참격들은 얇은 장막처럼 정훈의 앞에 펼쳐졌다.


가지가 그대로 장막에 충돌하자 날카로운 말찰음이 복도 전체에 울렸다.


가지를 타고 전해지는 어마한 진동에 라호의 손아귀에 힘이 더 들어갔다.


가지들을 전부 막아낸 차크람은 그대로 주인의 손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칼날이 붉게 물들더니 그대로 다시 라호에게 날아갔다.


붉은 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차크람에 다시 가지를 뻗어지만 차크람이 마치 고무찰흙처럼 가지들 사이를 비집고 나아갔다.


생각지 못한 움직임에 라호의 반응도 늦어졌다. 결국 차크람이 라호의 어깨를 베며 지나갔다.


"큭!"


살을 파고 전해지는 날카로운 날의 감각. 방금 보였던 찰흙같은 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뜨거운 피가 팔을 타고 흘러내리며 고통이 전해졌다. 고통이 전해지니 자연스레 공포가 몰려왔다.


호흡은 점점 가빠지고 이마와 뒷목에는 식은 땀이 흘렀다.


"하아...하아.."


올곧던 시야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한순간 차크람의 움직임을 놓쳤다.

차크람이 사라지자 본능이 경고하듯 상처부위가 욱신거렸다.


{시드 플래닛}


보이지 않은 차크람에 몸을 숨기기 위해 자신을 중심으로 나무 벽을 쳤지만 그 사이로 차크람이 날아와 라호를 베었다.


"끄아아!"


비명소리에도 차크람은 방향을 틀어 다시 라호를 향해 날아갔다. 라호가 고통이 아닌 공포의 비명을 지르며 나무를 휘둘렀지만 차크람은 그런 라호를 비웃듯 나무를 피해 팔뚝을 스치고는 정훈에게 돌아갔다.


"내가 가을 뿌리와 많이 다른 걸. 아직 어려서 그런 건가..."


정훈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라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여긴 제가 맡을 게요.'


당시에 보였던 용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오두막을 떠나기 전 날 하늘을 보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이번에는 소중한 연을 지키겠다고.


“하아..하아...”


파도치는 공포에 다짐은 망상이 되어버렸다.


“...기회를 주마. 투항해라. 지금이라도 투항하면 동료로 받아주마.”


흔들리는 멘탈에 들려오는 끈적한 목소리에 라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촤아아아아-.


끝도 없이 늘어나는 체인이 복도를 할퀴었다. 은빛 선이 복도를 부수고 베며 춤을 췄다. 그 속에서 흑도의 주인이 몸을 이리저리 놀리며 피하고 있었다.


“꺄하하하! 잽싸~.”


여인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체인이 직각으로 꺾이며 윤견을 덮쳤다.


“뭣?!”


바로 흑도로 막았지만 그대로 밀리며 문을 부수고 화장실로 날아갔다.


“크흑!”


몸을 완전히 일으키기도 전에 십자가가 움직였다. 아직 한쪽 다리를 피지 못한 상태에서 흑도를 휘두르며 겨우 막아냈다. 십자가는 그대로 당겨지는 체인을 따라 주인에게 돌아갔다.


“실례~.”


그리고 잠시 뒤 주인이 문틀 앞에 나타났다.


“너, 도깨비지?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티비에서 본 기억이 있어.”

“왜...싸인이라도 해줘?”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는데 확실히 실력으로 보면 이곳 대가리 같아. 그런데...저 온 어디선가...


하지만 건들거리는 모습에 쉽사리 확정 짓기 힘들었다. 여인은 뭔가를 고민하는 듯이 인상을 썼다. 그 틈에 자리에서 일어난 윤견이 흑도를 휘둘렀다.


{온 – 청염일식(靑炎一煶)}


청염의 참격이 나아갔다.


{온 – 보호의 체인}


체인을 붕붕 휘두르자 십자가가 빛을 내며 회색 장막을 만들어냈다.


콰아아앙-!!


장막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참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윤견은 기억 속 그녀의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야! 비겁하게 생각 중에 공격하는 게 어딨어!”

“당신...기억났어. 강기효. 청주 게이트 살인사건의...”

“그만. 여성의 과거는 비밀이거든.”


처음으로 기효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아까와 같은 능글맞은 얼굴로 돌아왔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아~아. 그만그만. 계속 해야지!”


{온 – 스파킹 롤}


직선으로 뻗어간 체인의 앞으로 흑도가 올라갔지만 묵직한 충격에 흑도와 함께 윤견을 벽에 처박았다. 기효는 멈추지 않고 마치 바이올린을 연주하듯이 손을 움직이며 체인을 조종했다.


아직 벽에서 몸도 빼지 못한 상태로 흑도로 체인을 최대한 튕겨내려 했지만 조금씩 붉은 피와 함께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잠시..잠시라도 저 개 같은 체인만 잡을 수 있다면!


현란하게 춤추는 십자가를 끈질길게 쫓던 윤견의 눈에 드디어 틈을 발견하고 세차게 검을 내리쳤다.


카앙!!


십자가가 그대로 바닥에 박히자마자 기효를 향해 달려갔다. 까득 이를 물며 검을 움직였다. 그러나 기효는 자신의 손에 체인을 감싸고는 그대로 흑도를 막았다.


카가가각!


검이 체인을 긁으며 옆으로 빠져 목을 노렸다. 그러나 기효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목을 뒤로 빼고서 피함과 동시에 몸을 돌려 발차기를 날렸다.


윤견도 손으로 발차기를 막았내고서 화장실을 벗어나 복도로 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바닥에 박혔던 십자가가 벽을 부수며 나타났다.


"우왓!"


허리를 뒤로 젖혀 피하자 십자가가 윤견의 코끝을 할퀴고 지나갔다.


{온 – 나이팅 커스}


십자가가 선풍기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기효의 손짓에 십자가가 창문을 깨부수며 윤견을 향해 날라갔다. 그 순간 기효의 눈에 윤견의 미소가 비쳤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권총 한 자루가 모습을 보였다.


"야이 씨!"


타앙!!


총알과 십자가가 서로의 어깨에 박히며 복도에 피를 흩뿌렸다.


"크윽!"


흑도로 막기는 했지만 회전력이 워낙 강해 완벽하게 막지 못했다. 덕분에 총구가 흔들렸다.


"끄아아아! 이 미친놈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분노와 짜증이 한 가득이었지만 윤견이 보는 기효의 입은 웃고 있었다.


그 기이한 미소에 닭살이 돋았다.


비록 그녀를 잘 아는 건 아니다. 그저 언론과 사람의 말로 전해들은 게 전부지만 그런 정보가 뭉쳐지며 만들어진 기효의 모습은 절대 저 모습이 아니었다.


"후우~. 총 처음 맞아보는데 이런 느낌이구나."


{온 – 힐링 체인}


십자가가 천천히 흔들리더니 흐르던 피가 줄어들기 시작하고는 금세 멎었다.


"자, 계속 시작할까? 도깨비 씨? 빨리 애들 도와줘야 하거든."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왜 굳이 애들한테 지랄인거냐고?"


이런 세계가 되고 윤견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못 볼 꼴 많이 봤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봤었다.


"소아성애자냐?"

"캬하하! 너무해! 나 상처 받았어.“


전혀 그런 표정은 아니었다.


상처받아서 그런지 십자가가 더욱 매섭게 몰아쳤다. 윤견도 좁은 복도를 뛰어다니며 회전하는 십자가를 피했다.


{온 – 청염일식(靑炎一煶)}


그런 도중에 몸을 돌려 참격을 날렸지만 역시나 또 다시 등장한 장막에 막혔다.


-빠르다. 판단을 내리는 것도 그것을 이행하는 것도 빨라.


“왜, 애들만 데리고 다니는지 궁금한 모양인데. 간단해, 때 묻지 않은 애들이랑 다니는 게 더 좋으니깐.”


기효가 체인을 자신의 팔에 돌돌 두르며 회수했다. 그리고는 팔을 쭉 뻗으며 손가락 끝이 윤견을 겨냥했다.


“뒤 돌면 칼 드는 개새끼들과도 다르고!”


{온 – 소닉 스피어}


기효의 팔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십자가는 그녀의 손을 벗어나 직선으로 나아갔다.


{온 – 착화(着火)}


윤견도 레버를 뽑듯이 당기며 흑도를 휘둘렀다. 푸른 궤적과 은빛 선이 맞닿았다.


콰아아앙!!


충격파에 유리가 깨지고 벽에 금이 생겼다. 귀에서는 이명이 울렸고 흑도를 쥔 팔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정신을 부여잡으며 다시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기효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체인을 조종했다.


“총알이 있었으면 한 발만 쏘지 않았겠지! 어디서 약을 팔아!”

“씹...”


윤견도 욕을 지껄이고는 총을 버리고 옆방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문을 부수고 들어선 곳은 높은 사람의 업무실로 보였다.


“크흑..”


힘겹게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자 아주 잠시 숨을 돌리자 기효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기효도 방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기효도 전과는 비해 지친 기색이었지만 눈빛은 오히려 진해졌다.


기효도 작게 콧방귀를 뀌고는 윤견의 앞 의자에 앉았다.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아. 투항해.”


생각지도 못한 어두에 기효의 눈이 흔들렸다.


“뭐야, 마치 봐줬다는 듯이 말하네? 그리고 생각 보다 감성적이네?”


이미 누구 할 거 없이 피를 묻힌 손이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저 능글맞은 말투와 표정에 묘하게 누군가와 겹쳐보였다.


그녀는 절대로 이런 짓을 버리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이상토록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의 처음도 마지막도.


“..하! 진심이냐. 쏘 스윗하네.”


기효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윤견도 마찬가지라 똑같이 웃었다.


“씨발, 벌써 갱년기인가 봐...정신이 오락가락하네.”


그리고는 품속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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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검은 상자 - 2 24.06.09 8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3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0 0 11쪽
223 악몽 24.06.03 12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3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2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2 0 11쪽
219 궁상 24.05.26 10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4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2 0 11쪽
216 파이브의 각오 24.05.21 13 0 11쪽
215 어른 없는 밤 24.05.19 12 0 11쪽
214 녹색 도시 - 7 24.05.18 11 0 11쪽
213 녹색 도시 - 6 24.05.16 11 0 11쪽
212 평범한 존재 24.05.14 14 0 11쪽
211 녹색 도시 - 5 24.05.12 15 0 11쪽
210 녹색 도시 - 4 24.05.10 17 0 11쪽
209 녹색 도시 - 3 24.05.08 13 0 10쪽
208 녹색 도시 - 2 24.05.06 18 1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16 1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18 1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19 1 11쪽
204 불량아 - 7 24.04.29 17 0 11쪽
203 무채색과 긍지 24.04.28 23 0 11쪽
» 경찰청 - 3 24.04.27 19 0 11쪽
201 경찰청 - 2 24.04.24 23 0 11쪽
200 문제아 24.04.22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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