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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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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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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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 2

DUMMY

밤벌레가 우는 시간.


지친 기색의 사람들이 담요를 두르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소년 소녀 어른 할 거 없이.


반면 달빛을 받으며 의자에 앉아있던 윤견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후.."


올라오는 두통에 짜증 섞인 한숨을 뱉으며 등을 기댔다.


-가장 약한 부작용은 두통인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던 그 때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윤견을 향해 다가왔다.


"안 피곤하냐? 치료 받았어도 좀 힘들 텐데."


이미 누구인지 알고 있듯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그 아이 덕분에 이미 다들 괜찮아졌어요. 그냥 잠이 안 와서..."


의족을 착용해 독특한 발소리의 주인인 정주가 윤견에게 다가가 책상에 걸터앉으며 밖을 바라봤다. 정주를 포함해 부상자들은 모두 라호가 일일이 자신만의 치료법으로 한 명 한 명 치료를 했었다.


덕분에 라호는 지금 코까지 골며 기절하듯이 잠들어 있다.


"저쪽 대장이랑 서로 아는 사이 갔던데?"

"아하하...예전에 같이 살았어요. 그러다 뭐...배신 당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정주는 기효의 처음 모습을 떠올리자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 만난 기효는 예전에 만난 남성을 연상케 하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그보다 더 밝고 따뜻한 아우라를 풍겼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봤던 그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 눈을 떠올리자 그나마 지었던 미소도 사그라들었다.


윤견도 처음 기효에 대해 들었을 때를 회상하자 이상하게 두통이 더욱 지끈거렸다.


"...내가 아는 그녀도 그런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어."

"오? 헌터님도 아셨어요? 같이 게이트에 들어갔나요?"

"아니, 뉴스와...헌터들 네트워크롤 통해서."

"아...무슨 일이 있었나요?"

"...살인사건 현장에 유일한 생존자였어."


생각지 못한 정보에 정주는 할 말을 잃었다. 윤견도 그 아상은 말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그리고 내 이름이 처음부터 알고 있던데....설마 예능 봤냐?"

"아하하하, 보긴 봤는데 그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음?"


관자놀이를 누르며 눈을 치켜뜨자 정주가 마치 기억해달라는 듯이 윤견의 눈을 마주쳤다. 그러나 아무리 기억을 뒤져도 작은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 모습에 정주도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뭐, 어쩔 수 없죠. 헌터님에게는 천 명 중의 한 명이였을 테니까요.”

“..아! 아아아!! 너, 그 때 콜라..”

“아닙니다.”

“아..아냐?”


머쓱해진 윤견이 피식 웃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런 윤견의 모습에 정주도 자연스레 처음 만났던 그가 떠올랐다.

차가운 눈과 검. 하지만 반대로 거대하고 듬직한 등을 보였던 그였지만 지금 눈앞의 그는 동네 친한 형 같은 모습이었다.


“헌터님도 처음이랑 많이 변하셨네요.”

“그래? 어디가 변했는데?”

“음...”


정주는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짧은 대답을 내놨다.


“하! 뭐...그런가 보다.”


윤견도 조금이나마 인정하며 웃었다. 그 후 윤견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일단 다 같이 뭉치기로 했어요.”

“잘 생각했다. 그래도 서로 조금은 불편한 게 있을 거야, 그러니깐 네가 잘 조율해봐.”

“아하하, 제가 할 수 있지...”

“할 수 있어.”


윤견이 간단하게 보장했다. 언뜻 들으면 대충 말하는 듯 했지만 정주는 그 어떠한 대답보다 믿음이 갔다.


그렇게 이들은 아침 해를 등지며 윤견 일행들을 맞이했다.


각자 목숨을 구해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라호에게는 찬사가 끝임이 없었다. 수많은 찬사 속에서 라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보 같은 헤헤 웃기만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키득 웃던 윤견을 향해 미아가 천천히 걸어왔다.


“고맙습니다.”

“오냐, 감사 받을 만 했지.”


윤견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자 미아도 피식 웃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미호를 살려준 것도 감사합니다.”

“...그래, 잘 살아라.”


그 날 미호의 머리를 쳤듯이 이번에도 윤견은 똑같은 얼굴을 한 미아의 머리를 손날로 툭 치며 말했다.


미아는 그 다음으로 라호에게 향했다. 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윤견에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라호의 붉어진 얼굴을 보니 나쁜 얘기는 안 한 모양이다.


부르릉-!


차가 시동이 걸리며 저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저들은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그 광경이 사라질 때 까지 파이브는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삐이?”


아직도 뒤를 보고 있는 파이브를 보고 울자 그제야 파이브도 정자세로 앉으며 삐삐를 쓰다듬었다.


“...내가 만약 시간을 돌렸으면 희생자가 줄었겠지?”


창밖을 멍하니 보던 파이브가 갑작스레 툭 던지듯 말했다. 라호도 민혁도 슬쩍 파이브의 눈치만 볼 뿐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윤견은 파이브와 똑같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따지면 끝이 없어.”

“그럼 언제 써? 부산까지 계속 참아?”

“...그게 베스트긴하지. 하지만 이제 네가 판단해서 쓰고 싶을 때 써. 너 능력이잖아.”


윤견도 내색은 안 했지만 나름 파이브를 생각해서 대답했다. 이제 파이브는 예전 닥터들에게 휘둘리던 파이브가 아니니.


그러나 파이브의 표정은 전과 같았다.

그간 파이브와 같이 다녔던 윤견도 알 수 없던 그늘이었다.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파이브만이 가지는 그늘이었다.


시간은 금세 지나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평소처럼 근처 건물에 밤을 보낼 생각이었지만 주변에 보이는 건 밭과 고작해야 비닐하우스뿐이었다.


돌아다녀도 보이는 게 없어 결국 비닐하우스로 들어갔다.


"음~. 잘 가꾼 하우스네요."


라호가 그리운 풍경에 반사적으로 차에서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는 바로 흙을 파고는 씨앗들을 심기 시작했다. 부상자들을 치료하느라 많은 씨앗을 사용했었다.


계속 운전하던 민혁도 차에서 내려 길게 기지개를 폈고 그 사이 윤견은 비닐하우스 주변을 살폈다.


"뭐, 없긴 하네. 침낭 깔고 자거나 차에서 자야겠다. 파이브 냄비랑 식재 좀 꺼내와."

"으...추워~."


파이브가 입김을 후 불고는 윤견이 말했던 것들을 가지고 왔다. 간단하게 만든 요리를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배를 채웠다.


배도 채웠겠다 슬슬 오는 잠을 굳이 마다하지 않고 잠을 청했다. 윤견이 먼저 불침번을 스며 길게 하품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한적한 정적만이 흐르던 밖에서 뭔가 쓸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자연스러운 소리 따위와는 달리 매우 작위적인 소리였다. 조심히 몸을 일으켜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발소리를 죽인채 다가갔다.


작게 뚫린 구멍으로 밖을 살피니 어두캄캄한 밤과 그 어둠에 녹아 있는 한 형체가 보였다.


-사람....은 아니군.


비록 불 빛 하나 없어 정확한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저게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윤곽으로 보이는 2m는 가뿐히 넘어 보이는 덩치와 무릎까지 내려온 긴 팔, 그리고 머리 위로 솟아난 짐승의 귀까지.


-수인인가?...잠깐 점점 일로 오잖아?!


윤견은 재빠르게 자동차로 다가가 잠든 일행을 깨우고 다시 구멍을 들여다봤다.


"...뭐야, 진짜로 여기로 오는 거야?"


멀리서는 방향만으로 대략적으로 판단했지만 점차 가까워지는 방향은 확실히 일행들이 있는 비닐하우스로 향하고 있었다.


뒤를 돌아봐 차에서 내린 민혁을 보자 윤견이 홀로 온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비닐 하우스에서 윤견이 튀어나오자 움직이던 윤각도 흠칫 놀라며 자리에 멈춰섰다.


윤견도 그 때서야 상대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언뜻 보면 늑대형 수인 배틀 울프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뎐 다른 점이 많았다. 흑, 적 색이 조화롭게 섞인 색이나 각진 털, 바위와도 같은 몸.


-투견이군.


고블린, 수인, 아울맨 보다는 위에 있고 거의 오우거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강함을 가진 이종족이다. 윤견도 헌터시절 지겹도록 부딪쳐봐서 그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왜 그간 투견이 보이지 않았지? 고블린이나 수인은 지겹도록 봤었는데? 그것도 그건데...저 놈 상태가..


"상처를 입었어요."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어느새 라호가 윤견 옆에 서 있었다.


"그래? 확실히 바로 안 덤벼드는 거 보니 맞네."

-일반 투견이였으면 바로 개거품 물고 공격했을테니.


괜히 헌터들이 투견이라고 지은 것이 아닌 종족이다. 그러나 지금 놈은 불안한 눈으로 윤견과 라호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다행히 쉽게 끝나겠군.


천천히 뽑아든 흑도에 투견이 이를 보이며 경계했다. 윤견도 그 이후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윤견도 일종의 경고를 보인 것이다.


놈도 이해했는지 날카로운 이가 점차 모습을 숨기더니 고개를 시작으로 몸을 돌렸다. 윤견도 상황이 끝났음을 직감하고 손아귀에 힘이 점차 풀리던 그 때.


라호가 윤견을 넘어서 투견에게 다가갔다.


"뭔?! 야!"


돌발행동에 윤견은 물론이고 투견도 놀라 다시 이를 드러냈다. 그건 비닐하우스 안에서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 민혁과 파이브도 마찬가지.


그런 시선 속에서 라호도 잔뜩 긴장한 채로 투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괘...괜찮아...착..착하지..."


순간 귀를 의심한 윤견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천천히 다가간 라호의 눈에 투견 옆구리에 깊게 생긴 상처를 발견했다.


“크르르르-!!”


상처를 들킨 투견도 더욱 이를 세우며 한 층 더 경계심을 보였다. 윤견의 손아귀에 다시 힘이 들어가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었다.


라호는 그 와중에 덜덜 떠는 손으로 약초 하나를 조심히 꺼냈다. 그 팔을 윤견이 반사적으로 잡았다.


잡힌 라호도 잡은 윤견도 서로 놀라 눈을 마주쳤다. 그러나 곧바로 팔을 놓아줬다.


라호는 잠시 주저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약초를 투견 앞에 던지고 천천히 물러섰다. 투견은 약초 한 번, 라호 한 번 쳐다보고는 약초를 주워 냄새를 맡고는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휴우~. 다..다행이다.”


라호는 안도의 한숨을 뱉고는 뒤늦게 윤견의 눈치를 살폈다. 잠깐이지만 윤견에게 잡혔던 팔이 아직도 욱신거렸다.


그러나 윤견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라호를 데리고 비닐하우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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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흑백 도시 NEW 22시간 전 5 0 11쪽
227 검은 상자 - 3 24.06.10 9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8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3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0 0 11쪽
223 악몽 24.06.03 12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3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2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2 0 11쪽
219 궁상 24.05.26 10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4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2 0 11쪽
216 파이브의 각오 24.05.21 14 0 11쪽
215 어른 없는 밤 24.05.19 12 0 11쪽
214 녹색 도시 - 7 24.05.18 11 0 11쪽
213 녹색 도시 - 6 24.05.16 11 0 11쪽
212 평범한 존재 24.05.14 15 0 11쪽
211 녹색 도시 - 5 24.05.12 15 0 11쪽
210 녹색 도시 - 4 24.05.10 17 0 11쪽
209 녹색 도시 - 3 24.05.08 13 0 10쪽
208 녹색 도시 - 2 24.05.06 18 1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16 1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18 1 10쪽
» 문제아 - 2 24.05.01 20 1 11쪽
204 불량아 - 7 24.04.29 17 0 11쪽
203 무채색과 긍지 24.04.28 23 0 11쪽
202 경찰청 - 3 24.04.27 19 0 11쪽
201 경찰청 - 2 24.04.24 23 0 11쪽
200 문제아 24.04.22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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