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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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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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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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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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녹색 도시 - 2

DUMMY

*


끼이이익!!!


자동차가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 건물 입구를 들이박았다.


“하아..하아...다들 괜찮아?”


민혁이 숨을 헐떡거리며 뒷자리를 살폈다. 라호가 대답할 기력도 없는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파이브는 뒤를 돌아보며 텅 빈 거리를 바라봤다.


“...닥터.”

“이제 어떡하죠? 길이 막혔는데.”


터미널로 달리던 자동차는 방금까지 지나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중간중간에 방향을 틀긴 했지만 민혁은 확실히 되짚어서 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도로를 막는 식물 벽의 등장에 방향을 잃으며 다른 길을 찾으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나 어느 쪽도 뚫지 못하고서 이곳에 잠시 멈춘 것이다.


“형?”


라호의 질문의 끝에 있는 민혁은 운전대만 잡으며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


“흐음...”


이종족에 이끌려 지하로 내려간 윤견은 주변을 살폈다. 식물 뿌리 같은 것들은 종종 보였지만 그 외에는 딱히 함정처럼 보이는 것은 없었다. 게다가 놈도 뿌리를 살금살금 피하고 걷고 있었다.


그렇게 지하로 내려가니 전에 슈퍼였던 공간에 도착했다.


“...뭔데?”


이곳도 진즉에 털렸는지 썰렁한 진열대만이 윤견을 반겼다. 그러나 놈은 도착했는지 바지를 놓고 과자 코너로 달려갔다.


윤견도 쫓아가려 했으나 들어갔던 놈이 바로 나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똑같이 생긴 다른 놈도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레 증식한 이종족에 윤견의 손에서 흑도가 움직이려 했지만 그 놈들 뒤로 보이는 자식들로 보이는 이들도 등장하자 손이 멈췄다.


“...자식들이 있는 곳까지 끌고 온 거면 함정은 아니겠지. 그래서, 난 왜 끌고 온 거지?”


뜻 밖에 이계의 일가족과 마주한 윤견이 난감해하자 이번에는 두 놈이 각각 윤견의 바지를 잡아당겼다.


“이제는 쌍으로...하아. 간다, 가.”


두 부부...로 보이는 놈들의 손에 끌려가니 놈들의 집으로 보이는 작은 공간이 보였다. 자신들 키에 맞는 작은 의자와 식탁, 그리고 어디서 구한 건지 넓은 이불과 베개까지.


-살림 잘 꾸렸다고 자랑하는 건가? 응?

“...앉으라고?”


윤견 앞으로 의자를 끌고 오더니 좌판을 손으로 탁탁 쳤다. 육안으로 보면 아주 평범한 의자였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한 번 살피고 서야 의자에 앉자 이번에는 다른 놈이 포크를 건넸다.


"...뭐? 어쩌라고?"


포크를 집어든 윤견이 의아한 눈빛으로 저들을 쏘았다. 그리고 잠시 뒤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던 매끈한 하관에 절취선이 그어지더니 숨겨졌던 입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입안으로 숟가락이나 포크를 집어넣었다.


"어!...어?"


마치 솜사탕 먹듯이 철제 식기들을 먹는 이종의 모습에 윤견이 말을 잃으며 자신 손에 쥔 포크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림은 이상하지만 식사를 대접하는 그림이었다. 윤견도 나갔던 정신을 다시 부여잡고 포크를 살짝 씹고는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마음만 받을 게. 간다."


의자에서 일어나 나가려하자 방금 막 젓가락을 씹던 놈이 자리에서 일어나 윤견의 바지를 다시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역시 놈들도 밖의 상황을 아는 구나. 그런데 날 처음 봤을 텐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포크나 씹으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잡고 있는 놈의 손을 뿌리치고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그러나 그 뒤를 다급히 쫓아오는 발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역시 그 놈이었다.


"나, 가야 돼. 기다리는 애들이 있...하아, 알아듣지도 못하는 애한테 뭐하냐.."


한숨 한 번 쉬고 다시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놈이 윤견 앞으로 나서더니 손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잠시 망설였지만 한 번만 더 속아보자는 심정으로 뒤를 따라갔다. 놈은 익숙한 길을 걷는 듯이 껑충껑충 걸으며 뿌리들을 가뿐히 피했다.


그렇게 놈의 꽁무니를 따라가니 점차 기묘한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점차 뿌리들이 보이는 정도가 많아지더니 이제는 발을 디딜 곳도 힘들어지는 지경까지 도달했다.


슬슬 인내심이 한계가 도달하며 입을 뗐지만 다음으로 보이는 것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뿌리들이 뒤엉키며 만들어진 하나의 구가 하나의 벽 전체를 가렸다. 게다가 미세하지만 수축과 이완을 하고 있었다.


마치 하나의 심장이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그것에 대해 눈을 떼지 못한 윤견과 다르게 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다가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시맨트 조각을 구를 향해 던졌다.


"야!"


저게 뭔지는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함부로 건들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던 윤견이 다급히 말렸지만 이미 조각은 손을 떠난 후였다.


따악.


조각이 구에 부딪치며 작은 울림을 울렸다. 하지만 그와 상반되게 구의 운동은 더욱 거칠어졌다. 그와 동시에 건물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건물이 아닌 건물 이곳저곳에 뻗힌 식물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쿠구구구....


진동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아직 남아 있는 잔 떨림에 먼지가 떨어졌다.


-저게 핵이구나.


그 먼지를 맞으며 윤견은 구의 정체를 추릴 수 있었다. 흑도를 들어 천천히 구에게 접근하려하자 놈이 윤견을 막아섰다.


“뭐야? 이게 약점 아냐? 누가 봐도 약점처럼 보이는데.”


그러나 놈은 계속 손을 휘두르더니 의사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본인도 느꼈는지 양 손을 포개며 흔들기 시작했다.


“?...아~, 무너진다고. 식물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어서 무너진다는 건가.”

-확실히 일리는 있어. 게다가 여기 지하에는 저놈 집과 가족도 있기도 하니...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윤견은 검을 거두고 조심히 구에서 떨어졌다. 이름 모를 종족 덕분에 꽤 좋은 정보를 알아냈지만 아직 의문을 완벽하게 푼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걸 왜 보여주는 거지?


윤견도 손과 발을 휘저으며 어떻게든 질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역시나 무리였다. 그렇게 고개만 까딱이고 떠나려던 찰나 다시 잡히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니 자그마한 손이 윤견을 향해 펼쳐졌다. 작은 손 위에는 펜던트 하나가 고이 놓여있었다.


“...너나 먹어.”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음식이 아닌 물건을 건네는 듯한 손짓에 조심히 펜던트를 집었다. 펜던트를 입에 넣는 척 하자 역시나 손을 저으며 말렸다. 그리고 다시 돌려달라는 듯이 손을 내밀자 펜던트를 건넸다.


잠시지만 펜던트는 확실히 인간의 손에 만들어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놈은 펜던트를 마치 보물처럼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다.


역시나 의문만 남는 소통을 끝내고 건물 밖으로 조심히 나오자 전에 비해 많은 식물들로 가득한 거리가 보였다.


식물들이 즐비하는 세계로 한 발짝 내딛자 괜스레 몸이 움찔거렸다. 다행히 아무런 미동도 없는 식물들 사이를 천천히 움직이며 빈 틈을 찾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윽!"


아까와 달리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허용하기 힘든 악취에 인상을 구기며 옷깃을 코까지 올렸다. 그리고 구를 발견했었던 위치와 비슷한 곳으로 향했으나 이번에는 찾을 수 없었다.


-핵은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건가...그럼, 뿌리를 따라가 보는 수밖에.


그렇게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니 점차 뿌리의 등장 수가 늘어나며 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 핵도 아까처럼 구의 형태를 띠며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 내부에는 얇은 막이 하나 껴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앞으로 윤견이 할 행동에 상관이 없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흑도의 레버를 당기자 도신에 푸르름한 빛이 빛났다. 그리고 사방팔방 검을 휘둘렀다.


푸른 궤적이 뿌리들을 자르며 순식간에 주변에 푸른 화염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일어난 열기에 괴롭다는 듯이 뿌리와 건물이 요동쳤다.


윤견은 그대로 뒤로 돌고 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을 돌려 화염의 참격을 날렸다.


파아앙-!!


참격이 결정타로 더욱 거친 화염이 일어나며 무언의 비명이 울렸다.


쿠구구구!!!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흔들리는 건물을 재빠르게 넘어 밖으로 나가자 건물과 함께 괴로워하는 꽃들이 보였다. 반면 다른 건물에 있는 꽃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평소와 같았다.


"풀은 불한테 진다. 그 도마뱀 말고는 다 통하는 정의지."


건물에 붙어있던 식물 줄기들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꽃잎도 힘없이 바닥에 추락했다. 건물은 그대로 진동이 머졌다.


-확실히 죽은 거 같은데...


떨어진 꽃잎을 발로 툭 치며 주변을 살피자 아직 정정한 꽃들이 보였다.


-여기서 터미널까지 걸어가려면 꽤 걸릴 텐데, 그 과정에도 분명 저것들이 움직일 거야...


한참 머리를 굴리던 윤견의 뒤로 발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그 놈이 연상됐지만 한 편으로는 발소리가 좀 더 묵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열기가 남아 있는 흑도를 휘두르며 뒤를 돌자 노란 점액을 뒤집어 쓴 고블린이 엉금엉금 계단을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 고블린은 없었을 텐데?!


분명 핵을 찾기 위해 건물을 뒤졌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고블린의 등장에 내심 놀랐지만 금방 냉정을 되찾고는 단칼에 베어버렸다.


힘없이 쓰러진 고블린의 사체를 보며 계속해서 기억을 뒤졌지만 역시나 고블린 그림자조차 본 적은 없었다. 다만, 아직 확인하지 못했던 곳이 떠올랐다.


"핵 안에 있던 놈인가?"


몸을 낮춰 고블린 몸에 묻어 있는 점액을 살폈다. 딱히 냄새는 없는 것 같지만 점도가 엄청났다. 한참 나뭇가지로 점액을 찌르던 그 때 익숙한 발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역시나 놈이 서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 팔 가득히 통조림을 들고 있었다.


“오, 뭐야? 드디어 내가 뭘 좋아하는 지...얌마.”


놈이 들고 온 통조림들은 거의 빈 깡통에 불구했다. 그나마 딱 하나만 내용물이 들어 있었다. 놈은 힘겹게 가져온 통조림을 모두 윤견 앞에 쏟아내고는 전에 보였던 펜던트를 꺼내며 흔들었다.


그제야 윤견은 놈이 원하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짜식아, 인간들은 이 내용물을 먹는 다고 너희처럼 깡통을 먹는 게 아니라. 하아...잠깐이면 되겠지. 하나만 가져간다, 안내해.”


처음으로 두 생물의 의사가 전달 됐는지 놈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는 윤견의 앞을 나서며 어디론가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좀 가라, 천천히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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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기습 - 3 25.06.14 4 0 11쪽
377 기습 - 2 25.06.10 5 0 11쪽
376 기습 25.06.08 6 0 11쪽
375 부산 - 3 25.06.06 7 0 11쪽
374 각색 25.06.03 7 0 11쪽
373 부산 - 2 25.06.01 7 0 11쪽
372 부산 25.05.29 8 0 11쪽
371 여기까지 25.05.27 7 0 11쪽
370 여행 계획 25.05.25 6 0 11쪽
369 엔딩으로 25.05.18 7 0 11쪽
368 목소리 25.05.15 8 0 11쪽
367 무게감 25.05.13 8 0 11쪽
366 사냥 - 3 25.05.11 9 0 11쪽
365 사냥 - 2 25.05.09 9 0 11쪽
364 사냥 25.05.06 9 0 11쪽
363 해방 25.05.03 10 0 11쪽
362 그의 이야기 - 3 25.05.01 12 0 11쪽
361 그의 이야기 - 2 25.04.28 10 0 11쪽
360 그의 이야기 25.04.25 10 0 11쪽
359 그들의 이야기 25.04.23 13 0 11쪽
358 마지막 수단 - 3 25.04.21 10 0 11쪽
357 개 같은 희망 25.04.19 9 0 11쪽
356 마지막 수단 - 2 25.04.15 10 0 11쪽
355 검은 사람들 25.04.13 9 0 11쪽
354 마지막 수단 25.04.08 9 0 11쪽
353 검은 존재 - 3 25.04.06 12 0 11쪽
352 검은 존재 - 2 25.04.03 10 0 11쪽
351 검은 존재 25.04.01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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