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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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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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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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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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도시 - 4

DUMMY

이제 막 어둠이 물러서고 아침 해가 고개를 내민 시간. 새우잠을 자던 윤견의 눈꺼풀이 작은 미동과 함께 올라갔다.


간만에 드는 새우잠에 찾아오는 이 공허함이 반갑기도 했다. 아직 자고 있는 지원과 가지 않고 같이 잠든 눈눈이를 살피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여전히 도시는 녹색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녹색만큼이나 편안한 색이 없을 텐데도 윤견의 눈에 이 녹 빛은 하나의 거대한 늪으로 보였다.


"후우..."


이런 찜찜한 도시 속 헤어진 동료들을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쉬어진다. 파이브의 능력이 있다지만 시간 역행이 무적의 능력은 절대 아니다.


능력을 쓸 틈도 없다면...


-...괜찮아. 민혁이도 있고 라호도 있으니깐. 이미 터미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 그럼 문제는 나인데...

“음? 일어났냐. 눈눈이는?”


한참 고뇌하는 사이 지금 막 일어난 지원이 졸린 눈을 비비며 내려왔다.


“아직 자요. 형은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단 동료들과 합류해야지. ...너는?”


이미 이 질문을 유도한 것을 깨달은 윤견이 피식 웃었다.


“저..저도 당연히 일행들을 합류해야죠.”


다시 물어봐 달라는 듯 떡밥을 던지는 지원이에 머리를 긁적이며 괜히 딴청을 부렸다. 그러나 계속해서 찔러오는 지원의 시선에 결국 입을 열었다.


“작전은 있고?”

“...아뇨.”


구해지고 밥까지 얻어먹은 체면이 있어 부탁하기 힘들어 계속해서 떡밥을 던지는 지원을 쏘아보고 한숨을 쉬었다.


“일단 동료부터 합류한 다음에 생각해 볼게.”

“가..감사합니다!”

“아직 하겠다고는 안 했다.”


머지않아 눈눈이도 일어나자 윤견과 지원 그리고 왜 돌아가지 않는지 모를 눈눈이는 도로를 누비며 터미널로 향했다.


탁탁탁!


그러던 중 눈눈이가 다급히 윤견의 종아리를 치며 한 곳을 가리키자 어제와 똑같이 머리에 싹을 튼 리저드맨이 달려오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검을 뽑았지만 어제 일이 떠올라 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대신 칼집에 넣은 그대로 검을 들고서 리저드맨을 상대했다.


리저드맨의 왼 팔이 채찍처럼 휘둘리며 윤견을 쏘았다. 그러나 가볍게 피하고는 놈의 옆구리에 검을 날렸다.


뼈가 부러지는 느낌을 손을 타고 전해졌으나 개의치 않고 더욱 깊게 쑤셨음에도 비명 같은 반응은 일절 없었다.


-역시...이미 시체나 다름이 없군.


윤견의 시선이 내려감과 동시에 검이 내려가며 리저드맨의 무릎 관절을 부셨다. 역시나 고통은 못 느끼는 지 손을 계속 휘둘렀지만 이미 다리는 부서져서 손만 휘적거릴 뿐이었다.


그런 놈을 앞에 두고서 주변을 살폈으나 꽃들은 반응이 없었다.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건가? 아니면 베는 과정에서 놈의 몸에 있는 뭔가를 건들어서 반응한 거일 수도 있어.


“리저드맨은 처음 왔을 때에 없던 종족인데...”

“저런 거 신경 쓸 시간 없어. 가자.”


버둥거리는 리저드맨을 뒤로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그러나 윤견의 앞에 금방 식물의 벽이 길을 막아섰다.


“...이건 또 뭐야? 분명 이쪽 길로 왔는데.”

“어? 형 저기..”


지원이 가리킨 곳을 유심히 보니 바닥에 타이어 자국이 박혀 있었다.


“잘했어.”

-애들도 벽을 마주한 모양이야. 방향으로 보면...저쪽이군.


타이어의 흔적은 길게 이어지진 않았지만 곳곳에서 일행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어! 여기 뿌리가 꺾여 있어요.”


“어!...가로등이 좀 휘어졌는데...부딪쳤나 봐요.”


그 때마다 지원이 귀신 같이 흔적들을 발견하고 보고했다.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일행의 꼬리를 찾을 수 있었다.


“...어...그..”


그러나 지원은 쉽게 말을 잊지 못하고 윤견의 눈치만 살폈고 윤견은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며 상황을 읽어가고 있었다.


건물 정중앙에 쓸쓸히 놓여있는 자동차를 포함해 모든 것을 휘감은 식물 줄기들, 이곳만 마치 수 십 년의 시간이 지난 듯한 공간이었다.


이 마을은 식물들이 덮은 느낌이라면 이곳은 식물이 휩쓴 느낌이다.


차의 문고리를 잡고 살짝 당겼지만 이미 고정 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거지? 뿌리를 건들어서 이렇게 된 것 같지는 않는데. 애들은...

“핵!”


곧바로 검을 뽑고 건물을 누볐다. 안 그래도 다른 건물에 비해 식물들이 거미줄 마냥 처져 있는데 중심부로 향하니 선이 아닌 면으로 처져있었다. 답답함에 바로 검을 휘둘렀다.


마냥 답답함에 휘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차 문고리를 당겼을 때에 분명 식물들은 아무 반응도 없었고 무엇보다 색이 모두 탁했다. 마치 말라 죽은 것처럼.


서걱!


단칼에 식물들이 낙엽처럼 힘없이 떨궈졌다. 그와 반대로 흑도는 파죽지세로 휘몰아치며 길을 뚫어 나갔다.

그렇게 거의 땅굴을 파는 것처럼 식물들을 베어가며 중심지로 보이는 곳에 도달했다.


“이곳에서 퍼진 거라고?”


알이 깨진 것처럼 깨져 있는 핵과 주변으로 산개한 뿌리들. 그리고 뿌리의 파도를 막으려 했던 다른 식물 줄기.


-라호다. 라호가 막은 모양인데...


“우악! 여긴 뭐에요?”

“알아보는 중이야.”

“이건 무슨 요람처럼 보여요...”


윤견은 알 같다고 생각한 핵을 보며 지원이 말했다. 한참 요람 같은 핵을 살피던 지원의 바지에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지원의 시선이 자연스레 아래로 향하니 눈눈이가 지금껏 본 적 없을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


사시나무 떨듯 떠는 손발이나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만 같은 두 눈. 그 겁을 마주하는 지원까지 덩달아 겁먹기 시작했다.


“..형 나가면 안 돼요?”


그러나 기어가는 목소리가 지금 윤견의 귀에 들릴 리가 없다.


-핵은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터진 것 같아. 애들이 섣부르게 공격할 이유도 없고. 어쨌든 갑작스레 일어난 상황에도 방어에는 성공했어. 그리고 다음으로...민혁의 반격.


식물로 덮인 바닥에 떨어진 탄환을 어루만지며 다음 일행의 흔적을 찾았지만 탄환이 끝이었다. 발자국도 찢어진 옷도 혹여나 있을 혈도 찾아 봤지만 그 어느 것도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음? 저 놈 왜 저래?”


그제야 눈눈이에 시선이 간 윤견이 물었다.


“모...모르겠어요, 요기에 온 순간부터 갑자기...”


지원이도 덜덜 떠는 목소리에 말했다. 심상치 않은 흘러가는 분위기에 윤견도 서둘러 자리를 떴다.

다시 밖으로 나온 지원과 눈눈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윤견은 바닥에서 주운 탄환을 만지작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천천히 억누르며 발을 떼려던 순간.


딱. 딱. 딱. 딱.


이를 부딪치는 듯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방금까지 안도의 표정을 짓던 눈눈이는 핵을 마주했을 때 보다 더 극한의 공포를 마주한 것처럼 하관이 딱딱 부딪치며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윤견도 당연히 뒤를 돌아봐야 했지만 뒷덜미에서 소름이 돋으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뒤통수에 총구가 겨누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검을 터질 듯이 쥐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나 보이는 건 아까와 같은 녹색 도시와 푸른 하늘과 붉은 태양뿐이었다.

그러나 따가운 태양 빛에 눈을 찌푸리자 무언가가 태양을 등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저건 새?”


참새보다는 크기만 비둘기보다는 살집이 없어 보이는 연두 빛 깃을 가진 새가 태양을 등진 채로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어...둘 다 왜 그래...요? 저거...그냥 카나리아 아닌가..요?”


둘과 달리 그저 아기작이한 새로 보이는 지원이 윤견과 눈눈이를 번갈아 살피며 말했다.


-그..그런가? 그냥 새인 건가? 하지만 뭔가...근거는 없지만 뭔가 위험해.


헌터의 감인지 말로 허용하기 힘든 공포가 윤견을 핥았다. 그렇게 어색하지만 답답한 눈싸움이 이어가던 중 새의 날갯짓이 묘하게 달라지더니 감미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합창}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꽃들이 꽃잎을 활짝 피우며 동시에 윤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달려!”


윤견이 바로 소리를 지르며 지원을 거칠게 잡아 끌었다. 아무리 윤견이라도 사방에서 달려오는 꽃들을 상대하긴 힘들다. 그것도 사람을 지키면서.


쿵! 쾅! 콰아앙!!


윤견의 뒤로 거친 소리가 쉬 틈 없이 울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던 윤견의 눈에 의아한 점이 하나 보였지만 지금 그걸 오래 붙잡아 둘 정신이 없었다.


촤악!!


채찍 같은 줄기가 낙화했지만 곧바로 휘두른 흑도에 의해 베였다.


“형! 저기, 저 건물!”


한참 도망치던 중 지원이 다른 건물에 비해 그나마 깔끔한 건물을 발견했다. 윤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건물로 몸을 던졌다.


“더 내려가!”


혹여나 하는 심정으로 지원을 끌고 더욱 깊게 내려갔지만 다행히 꽃들의 추적은 건물에 들어간 순간부터 끝났다.


“하아...깜짝이야.”


얼굴 가득 땀에 절여 있는 지원이 깊은 한숨을 뱉었다. 윤견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생각을 정리했다.


“역시, 방금 새가 이 상황의 원흉이야.”

“그..그럼 새가 뭐...씨앗을 뿌리고 다녔다는 거예요?”

“그런 것 밖에 없어. 뭘 건들지도 않았는데 저 놈이 울자 갑자기 달려든 걸 보니. 그런데...”


아직 해결 못한 그곳과 일행들에 인상이 절로 구겨졌다. 그래도 새로이 알게 된 것도 있었다.


“이제 뿌리 말고도 저 새도 조심해야 해. 확실히 우리에게 적의가 있어.”

“아아...도대체 목적이 뭘까요...왜 우리를 가두고 있던 걸까요?”

“글쎄다. 그게 저 놈들 생존방식인가 보지.”



해가 슬슬 올라오던 시간, 연두 깃을 날리며 새가 창공을 누볐다. 연두 깃이 떨어지는 그 경로를 따라 꽃들이 고개를 돌리며 새를 쫓았다.

한참을 누비던 새는 근처 건물 옥상에 착지했다.


그리고 몸을 부르르 떨며 휴식을 취하려한 순간 깃들이 쭈뼛 반응하며 몸을 비틀었다.


“삐이-이이!”


전에 뱉은 감미로운 소리가 아닌 고통의 신음이었다. 그 소리에 같이 고통에 흐느끼듯 꽃들이 요동치며 건물을 흔들었다. 새는 당황스러운지 날개를 폈다 접었다하며 고장난 것처럼 움직였다.


“뭐...뭐야?!”


아직 건물에 숨어 밖을 살피고 있던 윤견도 당황스러운 매한가지.


쿠구구구구-!!


그러나 이 상황에도 대지가 찢어질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형, 땅..땅이!”


-다르다. 그간 꽃이 움직이면서 흔들리는 거와 달라. 땅이 흔들리고 있어.

“...시발, 진짜 정상인 곳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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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흑백 도시 - 2 NEW 17시간 전 3 0 11쪽
228 흑백 도시 24.06.12 8 0 11쪽
227 검은 상자 - 3 24.06.10 11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11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5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0 0 11쪽
223 악몽 24.06.03 12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3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4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2 0 11쪽
219 궁상 24.05.26 10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5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3 0 11쪽
216 파이브의 각오 24.05.21 14 0 11쪽
215 어른 없는 밤 24.05.19 14 0 11쪽
214 녹색 도시 - 7 24.05.18 11 0 11쪽
213 녹색 도시 - 6 24.05.16 13 0 11쪽
212 평범한 존재 24.05.14 16 0 11쪽
211 녹색 도시 - 5 24.05.12 15 0 11쪽
» 녹색 도시 - 4 24.05.10 18 0 11쪽
209 녹색 도시 - 3 24.05.08 13 0 10쪽
208 녹색 도시 - 2 24.05.06 20 1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16 1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20 1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21 1 11쪽
204 불량아 - 7 24.04.29 17 0 11쪽
203 무채색과 긍지 24.04.28 25 0 11쪽
202 경찰청 - 3 24.04.27 19 0 11쪽
201 경찰청 - 2 24.04.24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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