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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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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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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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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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존재

DUMMY

타타타타-.


짧은 보폭으로도 열심히 짧은 다리가 건물을 나와 아스팔트 위를 밟았다. 다리는 금세 지원의 시체 옆에 도착해 멈췄다.


툭.


다리만큼이나 짧은 손이 지원을 건드렸다.


그러나 짧은 미동만 보일 뿐 지원은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


반달의 인형.


눈눈이의 종족을 칭하는 단어다. 반달 같은 두 눈에 인형 같은 외형으로 붙여진 아주 단순한 이름이었다.

전투력으로 따지면 고블린 보다 아래인 종족이라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이 죽지 않은 불사의 존재라는 것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칼에 찔려도, 불에 타도, 잡아 먹혀도 이들은 다시 살아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있어 죽음이란 것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눈이는 처음 죽음을 마주했다.



"...흠."


일행들 앞을 막아선 승주의 눈빛이 천천히 일행들을 훑었다.


"..저 놈이야."


마찬가지로 승주를 보고 있던 파이브가 윤견에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라호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천천히 나무를 땅으로 내렸다.


나무의 끝이 땅에 닿기 직전 승주의 몸이 순식간에 흔들리더니 라호의 코앞에 나타났다. 라호가 놀라 입을 여는 동안에 뻣뻣히 세운 손날이 라호의 목으로 날아갔다.


촤악!!


이번에는 윤견이 흑도와 함께 그 사이를 끼어들며 승주의 손을 베었다.


손날이 공중에 빙글빙글 돌았다. 윤견이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승주를 뒤로 밀어냈다.


-...묵직하다.


나름 힘껏 쳤음에도 전해지는 무게감. 절대 사람의 육신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손목을 날렸음에도 피는커녕 비명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놈은 그저 멀뚱히 잘린 단면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팔을 살짝 움직이자 단면에서 식물 줄기들이 솟아나 손의 형태를 갖추더니 피부까지 재생되었다.


"...라호야, 파이브와 같이 민혁이 좀 부축해줘."


급히 건네 받은 민혁을 끙끙 부축하고 있는 파이브를 보고 라호가 다급히 거두었다.


"먼저 가 있어. 파이브, 무슨 일 있으면 무슨 일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사용해."

"알았어."


라호가 입을 열려 했지만 파이브가 곧바로 답하고는 움직였다.


"우리가 없는 게 더 도움일 될 거야."


그리고 아직 주저하는 라호에게 말하며 민혁과 함께 라호를 끌고 움직였다. 말 없이 파이브를 따라갔으나 라호는 분명히 보았다. 입술을 깨무는 파이브를.


"..."


파앗!!


또 다시 승주의 몸이 흔들리더니 주먹을 파이브에게 휘둘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푸른 궤적이 주먹을 갈랐다.


"아...귀찮은데.."

"나도 마찬가지야 새끼야!!"


윤견이 흑도를 휘두르며 푸른 결을 흩날렸다. 흑도가 살을 베고 불씨를 일으켰지만 놈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한참을 맞던 승주가 주먹을 쥐고 윤견을 향해 내려쳤다. 윤견은 바로 몸을 틀어 주먹을 피하며 주먹은 대지를 내려쳤다.


콰아앙-!


거대한 충격과 함께 주먹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이 금이 생겼다. 그 충격에 윤견도 잠시 흔들렸지만 탐스럽게 내놓은 놈의 목을 향해 푸른 궤적을 그렸다.


그러나 놈은 손을 바닥에 고정한 채로 목을 숙여 피함과 동시에 올라선 두 다리로 윤견을 가격했다.


팔뚝으로 방어한 윤견은 그대로 검을 바닥에 박으며 밀려갔다. 그 사이 승주가 다시 주먹을 불끈 쥐고는 연타를 날렸다. 윤견도 최대한 흘리며 공격들을 막았다.


그럼에도 도신을 타고 전해지는 거대한 파동은 윤견의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뭐냐, 이건. 사람의 탈을 썼지만 사람이 아니다. 기생 당한 거라고 하기 에는 신체 능력이 너무 올라갔어.


{모방 – 비단뱀}


한참 이어가던 주먹이 순간 뱀의 머리로 변하더니 입을 벌렸다.


“뭔데 씹!”


생각지 못한 공격에 욕을 지껄이고는 몸을 틀어 피했다. 그리고 팔을 잡고는 흑도를 움직였다. 놈은 말도 안 되는 각도로 목을 꺾으며 흑도를 피했다.


-...역시. 머리 쪽이 급소구나.


그간 공격을 퍼부었을 때에는 그저 맞기만 하던 놈이 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목이나 머리에 향한 공격은 확실히 피했다.


{모방 – 리저드맨}


목을 기괴하게 꺾던 승주의 머리가 리저드맨의 머리로 변하고는 거대한 아가리를 윤견을 향해 벌렸다.


미쳐 피할 틈도 없이 다가오는 아가리를 그저 팔로 막을 수 밖에 없었다.


콰득!


“크으으윽!!”


붙잡았던 팔은 역으로 뱀에게 잡혔고 검을 든 팔마저 아가리를 막고 있다. 팔은 점차 아가리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점차 접히기 시작했다.


“..씨발. 나도 모르겠다.”


카아아앙-!


흑도의 도신이 완전히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며 끓어오르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김을 내뿜었다. 자신의 입 안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순간 아가리에 힘이 풀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윤견이 고개를 내밀어 레버를 입으로 물고 당겼다.


{온 – 혹부리 영감}


탁.


마치 자물쇠가 풀린 듯한 짧은 소리와 함께 도신에 깃든 푸른빛이 밖으로 터져나갔다.


쾅!!


“끄아아아!!!”

“크으윽!!”


놈의 입에서 드디어 고통의 비명이 나오며 비로 넘어갔다. 그러나 윤견도 얼굴을 감싸는 채로 뒤로 쓰러졌다.


놈과 마찬가지로 얼굴 반쪽에서는 뜨거운 김이 쉬지 않고 피어나고 있었다. 만지지 않아도 지금 화상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더듬더듬 손가락으로 눈을 만졌다.


“큭!”


손가락이 닿자 인상을 더욱 구기게 만들 통증이 올라왔지만 이를 물어가며 참았다.


-다..다행히 눈은 멀쩡해. 천천히..천천히 떠!


한참을 부들거리던 오른쪽 눈꺼풀이 힘겹게 올라갔다.


"하아..하아.."


지끈거리는 고통을 뒤로 눈을 떴다. 저 멀리 놈도 언제 돌아왔는지 처음 승주의 얼굴로 돌아와 입을 벌린 채로 머리를 미친듯이 털고 있었다.


놈 보다 먼저 정신줄을 잡은 윤견이 자세를 잡고 흑도를 휘둘렀다. 푸른 검기를 머금던 흑도가 청염의 참격을 날렸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참격을 발견했는지 미친듯이 움직이던 머리가 딱 멈추고는 참격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는 두 팔을 올려 참격을 막았다. 청염의 참격에 놈의 두 팔은 불타오른 채 절반가량 뜯겨졌다.


아직도 입에 김을 모락모락 뱉고 있던 승주는 두 팔을 거칠게 휘둘러 떼어내고는 곧바로 새로운 팔을 돋아냈다.


타앗!


그리고 땅을 박차고 뛰어 윤견을 낚아챘다. 윤견도 곧바로 뒤로 움직여 놈의 손은 윤견의 멱살을 잡았다.


푸른 도신의 검이 바로 응징에 나섰지만 놈은 검이 닿기 전에 윤견을 건물 안으로 집어 던졌다.


윤견의 몸뚱어리가 문을 부수고 건물 안을 굴렀다.


"크윽...!"


와중에도 놓지 않은 검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자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승주가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리고 그대로 발을 쭉 피며 윤견을 향해 낙화했다.


-막으면 안 돼!


부들거리는 다리를 채찍질 하며 곧세우고 반대로 흑도는 부드럽게 움직였다. 놈의 발차기가 흑도를 따라 작은 시냇물처럼 옆으로 흘러갔다.


부드럽게 흘러간 발차기와 달리 흑도와 윤견의 팔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반면 흑도에 따라 바닥에 박힌 발을 중심으로 발목을 비틀며 몸을 회전시켜 다시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나 윤견이 거리를 계산하고 있던 그 틈에 휘둘리는 다리가 순간 길어졌다.


"이, 씹!"


욕을 지껄이고 그대로 놈의 발차기에 치여 다시 바닥을 굴렀다.


-..씹...여러군대 부서졌군. 그래, 저게 라호의 나무를 부순 놈인 건 확실하네.


윤견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자세를 잡으며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했다.


놈의 특기가 각성자 이상의 괴력과 신체변화,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재생력.


"..하."


생각을 정리하니 절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금도 봐라, 마치 문어처럼 흐느적 거리며 점점 길어지는 저 팔을. 게다가 입 안도 이미 회복 됐는지 김은 보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인간의 얼굴 반쪽은 아직도 욱식 거리며 흉이 져 있고 왼팔은 부풀어 오른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썩을...인간은 왜 이리 평범한 거야..."


윤견의 한탄이 끝나기 무섭게 놈의 팔이 채찍처럼 몰아쳤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놈의 팔은 바닥을 치고 천장을 때렸다.


그 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윤견은 아슬아슬하게 팔을 피하고 폭풍의 눈으로 돌진했다.


인간의 눈에 몰아치는 팔은 확실히 폭풍처럼 느껴졌지만 윤견은 이미 이보다 더 크고 날카로운 폭풍을 조우하고 돌파했었다.


"...."


자신의 공격을 뚫고 오는 칠흑의 궤적을 보는 승주의 눈빛도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프지 않다. 검이 팔을 밀치면서 상처를 내고 뜨거운 열기가 옮겼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뭔가가 이상하다.


놈은 태어나며 처음으로 낯선 감정 하나를 느꼈다. 어쩌면 그가 처음 느낀 태초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광신도의 신처럼 낯선 감정을 느꼈고.


탁.


엘리제아르처럼 놈의 다리가 뒤로 물러갔다. 하지만 윤견은 그 때도 그 때도 지금도 해쳐나갔다.


“..크윽!”


승주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더니 뒤로 물러서며 팔을 되돌렸다. 그리고 바로 천장을 향해 두 손을 날렸다.


콰아앙!!


놈의 공격을 견디던 천장이 이번 공격에 무너지며 내려앉았다. 맹렬하게 돌진하던 윤견도 발을 멈추고 떨어지는 천장을 피했다.


완전하게 무너져 내린 천장이 먼지바람을 일으켰다. 먼지바람과 파편을 뚫고 다리 한 짝을 시작으로 윤견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은?


뿌옇게 퍼진 먼지 속에서 저 멀리 놈의 모습을 발견했다. 불안정한 발판에서 최대한 자세를 잡고는 흑도를 휘둘렀다.


{온 – 청염일식(靑炎一煶)}


나아가는 푸른 참격은 그대로 놈의 몸을 두 동강 냈다. 역시나 놈의 육체는 곧바로 징그럽게 재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틈을 기다리던 윤견도 동시에 발을 떼며 놈에게 뛰어갔다.


놈의 두 눈이 그런 윤견을 담았다.


“히..히익!”


손과 다리가 어떻게든 빨리 재생하기 위해 바둥바둥 움직였다. 그러나 몸이 붙기 전에 윤견의 발이 놈의 등을 밟았다.


초점 없던 눈에 죽음이 깃드며 천천히 푸른 선을 그리며 자신에게 오는 흑도를 보았다.


쉬익-.


하지만 푸른 궤적 위로 생명의 색이 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합창}


연두깃 새가 무너진 천장에서 하강하더니 그 뒤로 수많은 줄기들이 새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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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검은 상자 - 3 24.06.10 9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8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3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0 0 11쪽
223 악몽 24.06.03 12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3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2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2 0 11쪽
219 궁상 24.05.26 10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4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2 0 11쪽
216 파이브의 각오 24.05.21 13 0 11쪽
215 어른 없는 밤 24.05.19 12 0 11쪽
214 녹색 도시 - 7 24.05.18 11 0 11쪽
213 녹색 도시 - 6 24.05.16 11 0 11쪽
» 평범한 존재 24.05.14 15 0 11쪽
211 녹색 도시 - 5 24.05.12 15 0 11쪽
210 녹색 도시 - 4 24.05.10 17 0 11쪽
209 녹색 도시 - 3 24.05.08 13 0 10쪽
208 녹색 도시 - 2 24.05.06 18 1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16 1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18 1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19 1 11쪽
204 불량아 - 7 24.04.29 17 0 11쪽
203 무채색과 긍지 24.04.28 23 0 11쪽
202 경찰청 - 3 24.04.27 19 0 11쪽
201 경찰청 - 2 24.04.24 23 0 11쪽
200 문제아 24.04.22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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