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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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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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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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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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도시 - 6

DUMMY

쿠구구구-!


천장이 무너져 내려 윤견이 파편을 피한 사이, 승주는 바닥에 있는 식물의 뿌리를 만졌다.


뿌리를 타고 전해진 무언의 신호는 다른 뿌리를 타고 타며 새에게 전달됐다. 위기감에 새의 깃이 쭈뼛 서며 바닥을 박차고 자식에게 날아갔다.




파도처럼 물려오는 식물의 물결을 피해 윤견이 위로 올라섰다.


콰앙!


그러나 식물들이 똑같이 계단을 탈 일은 없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바닥을 뚫고 윤견의 앞을 막았다. 그리고 춤을 추듯 꽃들이 움직였다.


눈에 보일 정도로 꽃가루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본능적으로 맡으면 안 된다는 판단에 입과 코를 막고 검을 휘둘렀다.


단칼에 배인 꽃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바닥에 깔린 꽃을 밟고 다시 움직이자마자 뿌리 끝이 윤견이 있던 자리로 떨어졌다.


-망할, 이렇게 도망만 가야 하나?


"삐이-!"


닭살을 돋게하는 호루라기같은 소리.


역시나 연두 깃이 흩날리며 새가 윤견의 앞을 막아섰다. 새의 표정까지 읽을 정도로 동물에 관심이 있지는 않은 윤견의 눈에 봤을 때에도 화가 다단히 나있다는 것이 알 수 있었다.


쿠구구구구-!


그런 새에 반응하듯 건물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 옆으로 솟아나는 파리지옥처럼 입을 가진 식물이 돋아나는 것이 보였다.


-저건 또 뭐야?


기겁하는 사이 식물이 건물 물었다. 건물이 한껏도 요동쳤다.


{온 - 도깨비불}


검에서 피어난 도깨비불을 모두 새에게 날렸다. 그러나 새를 방어하기 위해 솟아난 꽃들이 대신 도깨비불을 맞았다. 반면 거대한 입을 막고 있던 건물 외벽은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그대로 식물의 입이 윤견을 향해 다가왔다.


{온 – 청염일식(靑炎一煶)}


그러나 검기를 품은 흑도가 단호한 선을 그리자 선을 따라 청염이 일어서며 주변의 모든 것을 태웠다.


방금까지 화가 잔뜩 올랐던 새도 예상 못한 화염에 거리를 벌렸다..


"...후우.."


전에 타다만 담배를 입에 문 윤견이 작게 숨을 뱉자 연한 푸른색 연기가 입에서 뿜어졌다.


-하!...두통에다 화상 통증이 다시 올라오잖아.

“담배가 해롭긴 하네.”


서서히 올라오는 열기와 통증에 윤견의 얼굴이 땀범벅이 되었다. 반쯤 풀린 눈이 푸른 열기 속 연두색을 찾았다.


눈에 연두 깃을 담고 크게 담배를 들이마셨다.


쥐어짜지는 머리와 다르게 몸의 피로는 가라앉고 힘이 끓어올랐다.


타닥...


불이 장작을 먹으며 트림하자 윤견과 새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


{온 – 착화(着火)}


푸른 화염이 거칠게 타올랐다.


{가든 아머}


새를 중심으로 식물이들 뭉치더니 새의 모습 띠는 갑옷이 만들어졌다. 갑옷에서 실밥이 삐져나오듯 가시가 달린 줄기들이 솟아났다.


가시 돋은 줄기들이 윤견을 향해 뻗어갔다. 흑도도 이에 지지 않고 검기를 더욱 내세우며 움직였다.


절(節)


흑도의 닿은 모든 것들이 홍해 가르듯 갈라졌고 흑도는 어떠한 흔들림 없이 나아갔다. 검이 녹 빛 역경을 거슬러 빠져나왔다.

서로를 바라보고 달렸던 윤견과 새는 이미 등을 마주보고 있었다.


새를 싸매던 갑옷들이 푸른 선에 따라 잘려지며 그 안에 있던 새도 붉은 피를 흘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피는 붉은 모양이네.”


짝짝이로 뜬 눈이 바닥에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는 새를 보았다.


“흡.”


다시 한 번 담배를 빨고 흑도를 휘둘렀다.


{온 – 청염일식(靑炎一煶)}


전과는 달리 약한 불이었지만 그럼에도 날카로운 살(殺)은 담겨 있었다. 새는 버둥거리며 어떻게든 도망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새의 패착은 아주 간단했다.


자식이 공격받았다는 것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차분히 상대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긴, 자식을 죽이려 했던 놈을 차분히 보고만 있을 부모는 없다.


그리고 그건 자식도 마찬가지다.


촤악!!


새의 앞을 막아선 승주가 화염의 참격을 온 몸으로 막았다.


“도망..쳐...어...머...”


승주의 입이 뻐끔 움직였으나 화염에 휩쓸려 말을 잊지 못했다. 화염은 순식간에 승주를 좀 먹으며 작은 구슬 하나만 툭 뱉어냈다.


“저..이 씨!”


윤견이 흑도를 쥐며 확실히 끝내기 위해 달려갔다. 그러나 새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구슬을 꿀꺽 삼키고 바닥을 박차고 밖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작은 체구에서 나온 게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록 종은 다르지만 윤견도 잘 아는 울음소리였다. 오로지 비통함만 꾹꾹 눌러 담긴 울음.


“하아...얌전히 가기에는 글렀군.”


부서진 건물 넘어 새를 중심으로 건물에 붙은 식물들이 뻗어가는 것이 보였다.


새의 전신을 타고 식물들이 마치 하나의 뼈대처럼 형태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뼈대를 따라 뿌리와 꽃, 잎사귀들이 뭉쳐지며 근육을 만들어내며 거대한 새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가 양 날개를 쭉 피자 거센 돌풍이 일어났다.


거리는 한순간에 먼지 폭풍으로 가득 메워졌다. 윤견 역시 돌풍에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리고 돌풍의 뒤로 새에서 솟아난 식물 줄기들이 윤견을 덮쳤다.


곧바로 옆으로 몸을 던지며 피하자 식물 줄기가 윤견이 있던 자리를 휩쓸고 사라졌다.


-...저건 위험해.


거대한 녹조를 보며 윤견은 놈을 보스 급으로 판단했다. 그것도 어려 헌터가 힘을 합쳐야 하는 레이드기 필요한 보스로. 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헌터는 윤견 한 명 뿐.


빨리 계단을 내려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갑작스런 이명과 함께 다리가 중심을 잃고 벽에 몸을 부딪쳤다.


“끄으으!!”


부작용에 더욱 난잡해진 머릿속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하지만 밖의 상황은 그런 윤견의 처지를 이해해줄 일은 없었다.


콰아앙-!


방금까지 윤견이 있던 건물의 상부가 새의 날개 짓에 날아갔다.


-...이거 잘하면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는 걸.


또 다시 피부로 죽음이 느껴졌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소름이 돋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그저 인상을 구기며 다음 수를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나 떠올리는 건 자신의 끔찍한 죽음 뿐이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는데...


사라진 지붕 위로 새의 얼굴이 모습을 보였다. 새의 부리가 벌어지며 수많은 꽃들이 피었다.


피할 수 없다. 체력도 시간도 없다. 벼랑 끝에 몰린 윤견은 그저 흑도를 뽑으며 괴성을 지르며 쏟아지는 꽃들을 베었다.


무아지경으로 휘두르는 검에 흩날리는 여러 색의 꽃들. 소리도 두통도 피곤함도 공포도 모두 사라진 채로 윤견은 팔을 움직였다.


타다다다다-!!


그런 정막을 깨고 총성이 울리자 비처럼 쏟아졌던 꽃들도 동시에 멈췄다.


“허억-!”


그제야 윤견도 참아왔던 숨을 들이마셨다.


-뭐지? 방금 총성이...민혁?


흔들리는 정신으로 주변을 살폈지만 보이는 건 새의 얼굴 뿐. 그 새의 얼굴도 지금 돌아가 있었다. 그 끝에 윤견이 원하는 답이 있을 것이다.


“죽어! 이 새 대가리야!!”


작게 들려오는 힌트. 파이브다.


탕!! 타다탕!


“파이브! 가까이 가지 마! 거리를 유지해!”


이번에는 민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아직 움직일지 못한 텐데도 확실히 민혁의 목소리였다.


“라호야!!”

“네!”


짧지만 이번에는 라호의 목소리다. 라호의 목소리 끝나자 익숙한 꽃들이 피어났다.


{시드 플래닛 - 익스플로 플라워}


꽃들이 씨앗을 뱉자 폭죽이 터지는 것만 같은 폭음이 울렸다. 이 공격은 먹혔는지 새의 몸체가 흔들렸다.


어쨌든 지금 밖에 일행들이 새와 싸우고 있다. 일반 성인 한 명과 특이한 청소년 두 명이.


“..하하하.”


지금 생각하니 특이한 조합이다.


헛웃음이 나와서 그런가 힘이 풀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작 힘없이 자리에 앉은 것 뿐인데 아주 달콤했다. 그러나 밖은 그런 윤견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달콤한 휴식과 달리 입안에는 쓴 담배 맛이 맴돌았다.


“...망할, 이제 두통으로는 안 끝나겠네.”


타닥...


담배가 깊게 타들어갔다.



“으아아!! 탄 다 썼어! 것보다 그 놈이 새가 된 건가?!”

“너무 막 쏘지 마! 윽!..후.”

“형, 너무 무리하지 마요. 일단 진통초를 줬지만 완전하게 진통을 없애지는 않아요.”


새가 라호의 꽃을 향해 날개를 힘껏 휘두르자 돌풍이 꽃을 꺾으며 일행들을 덮쳤다.


일행들은 비명을 지르며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돌풍이 끝나 다들 정신을 차리려던 중 라호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라호야!! 발파아아안!!”


{시드 플래닛}


나무를 올려 윤견을 태우고 새를 향해 쭉 올렸다. 윤견은 그대로 라호의 나무에 몸을 맞기며 검을 뻗었다. 흑도는 그대로 새의 줄기, 피부를 베며 올라섰다.


카가가가가각-!!!


분명 식물을 베고 있음에도 스파크가 튀었다. 검이 벤 자리를 따라 푸른 불이 따라오며 불길을 일으켰다.


“삐이-!!!”


천둥 같이 울리는 울음소리에 새의 피부에서 꽃들이 피어났다. 순간 윤견의 모든 감각이 꽃에 빼앗겼지만 입에 타는 담뱃재가 윤견을 깨웠다.


덕분에 끝까지 검을 그은 윤견은 드디어 새의 눈높이와 같아졌다.


-...이거 생각 보다 높은데?


부작용에 정신이 이상한지 풀린 눈과 달리 새의 눈은 살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몸이 불타고 있음에도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우와와아아-!”


라호도 재빨리 나무를 조종해 새의 공격을 피했다. 윤견은 검을 발판에 박고는 어떻게든 안전바 없는 롤러코스터에 떨어지지 않게 매달렸다.


“어잇, 어어어.잇!”


라호는 마치 게임 스틱을 조작하는 것처럼 땅에 박힌 나무를 요리조리 움직였다.


“저 자식은 지 몸이 타고 있는데도 신경을 안 쓰네.”

“몸이 아닌가 보지...그럼 본체는 안에 있는 거 아냐?!”

“로..로봇처럼 말이죠? 으악!”


-..로봇?


라호의 말에 민혁은 순간 어릴 때 봤었던 만화 영하를 떠올렸다.


“라호야! 나도 올릴 수 있어?”

“네? 가능은 한데 어쩌게요??”

“일단 태..커헉!”


순간 라호가 입에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진통초에 약호가 슬슬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민혁의 옆으로 파이브가 나섰다.


“뭔 생각이 있는 거지? 내가 할게!”

“뭔!?...안 돼! 너는 절대 안 돼!”

“그럼 그 상태로 갈 거야?! 그냥 줘! 여차하면 내가 돌릴 거니깐!”

“그 틈도 없을 수도 있잖아! 내가..”


민혁이 확고하게 말리던 틈, 파이브의 눈에 민혁 품에 있는 가스탄을 발견했다.


“시끄러! 이거지? 에잇!”

“아니...뭔!”

“라호!”

“네..넷!”

“올려!”


순간 파이브가 너무 무서웠는지 라호는 군말 없이 파이브를 올려 보냈다.


“..앗!”


뒤늦게 인지했지만 이미 파이브는 올라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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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바퀴벌레 24.06.22 10 0 11쪽
232 생존확률 24.06.21 7 0 11쪽
231 흑백 도시 - 4 24.06.19 10 0 11쪽
230 흑백 도시 - 3 24.06.17 10 0 11쪽
229 흑백 도시 - 2 24.06.15 12 0 11쪽
228 흑백 도시 24.06.12 12 0 11쪽
227 검은 상자 - 3 24.06.10 13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14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5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0 0 11쪽
223 악몽 24.06.03 12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3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4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2 0 11쪽
219 궁상 24.05.26 11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5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3 0 11쪽
216 파이브의 각오 24.05.21 15 0 11쪽
215 어른 없는 밤 24.05.19 15 0 11쪽
214 녹색 도시 - 7 24.05.18 15 0 11쪽
» 녹색 도시 - 6 24.05.16 15 0 11쪽
212 평범한 존재 24.05.14 17 0 11쪽
211 녹색 도시 - 5 24.05.12 17 0 11쪽
210 녹색 도시 - 4 24.05.10 20 0 11쪽
209 녹색 도시 - 3 24.05.08 18 0 10쪽
208 녹색 도시 - 2 24.05.06 21 1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19 1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22 1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2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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