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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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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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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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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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없는 밤

DUMMY

도시에서 빠져나오고 이제야 해가 저물기 시작했으나 차는 급히 멈춰섰다.


“닥터! 괜찮아?! 닥터!”


운전대를 잡고 있던 윤견이 처음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했지만 부작용이라 여겨 넘어갔지만 곧바로 전보다 더 강한 두통과 함께 호흡이 어려워지며 급히 차를 세웠다.


“허억!...헉!!”

“닥터! 천천히, 천천히 숨셔!”

“형님! 라호야!”

“차..찾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온 라호는 자신의 주머니와 가방을 뒤지며 씨앗을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여러 씨앗이 바닥에 후두득 떨어졌다.

겨우겨우 두 종류의 씨앗을 찾아낸 라호는 하나는 바닥에 심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윤견에게 건넸다.


“형, 어서 삼키세요! 아! 씹으시면 안 돼요.”


최악의 상황임에도 라호의 말을 들은 윤견은 고개를 겨우 끄덕이고는 씨앗을 받아 삼켰다. 씨앗을 삼킨 직후임에도 호흡이 조금은 편안해진 윤견이 운전석에 기댔다.


어느새 주변을 살핀 민혁이 불편한 발걸음과 함께 나타났다.


"오늘은 저 집에서 쉬자. 파이브 나랑 같이 형님 좀 부축하자."

"알았어."


민혁과 파이브의 도움으로 겨우 차에서 나온 윤견이 민혁보다 더 불편한 발걸음을 보였다. 겨우겨우 어느 허름한 식당에 들어선 윤견은 곧바로 쓰러지다시피 바닥에 누웠다.


민혁도 아직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한 옆구리를 감싸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두 사람의 모습에 파이브의 솜털이 쭈뼛 섰다. 만약 지금 강한 상대가 공격한다면 필시 전멸일 것이다.


"일..일단 오빠도 누워."

"됐..어. 일단 내가.."

"누우라고."


"으...아까 힘을 많이 써서 바로 성장시키지 못할 거 같아..요?"


늦게 식당으로 들어간 라호가 곤히 누워 있는 윤견과 민혁 그리고 그 앞에 장승마냥 서 있는 파이브를 살피고는 말했다.


"쫌 걸린다는 거지?"

"어...응. 적어도 내일 새벽에야 성장 시킬 수 있을 거야."

"민혁 오빠 상처는?"

"안 그래도 이번에 한 번 확인해 보려고. 아까 총 반동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간 거 같거든."

"그래, 수고. ..왜?"


밖으로 나가려던 파이브가 놀란 라호를 보며 물었다.


"어..어디 가?"

"주변 좀 살피게."

"혼자서 위험해! 형 상태만 보고 같이.."


라호가 다급히 말리며 말하려다 심상치 않게 구겨진 파이브의 얼굴을 보고 말을 잊지 못했다.


"..혼자 아냐, 삐삐 데리고 갈거야."


라호의 눈빛을 뒤로 식당에 나온 파이브의 볼이 불만을 담은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아니...내가 무슨 아직도 예전인 줄 아나..지는 나보다 더 어리면서.


생사가 오가는 이 여행이자 모험에 있어 자신의 입장은 잘 인지하고 있다.


파이브가 자신의 손목에 흔들리는 팔찌를 노려봤다. 이 힘만 없었다면 자신이 그런 고통들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힘이 있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파이브의 신경을 수도 없이 건드렸다.


그러나 빗소리와 함께 나지막하게 들렸던 윤견의 목소리가 그런 파이브를 다독였다.


"..쯧."


붉어진 귀를 숨기듯 후드 모자를 거칠게 뒤집어 쓰고 삐삐를 부둥켜 안고는 주변을 살폈다. 정막한 풍경만큼이나 주변은 많이 썰렁했다.


긴장한 것이 무색한 순찰이었다. 그렇게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려던 중 바닥에 떨어진 한 전단지가 눈에 보였다. 몸을 낮춰 종이를 줍자 검도 학원 전단지였다.


"크크 주변에 학원도 없던데 왜 여기까지 왔데?"


피식 웃고는 버릴 생각이었지만 한 구석에 적힌 호신용품, 정확히 호신용이라는 글귀가 눈에 보였다.


'자, 파이브 상황이 상황이라 빨리 설명할 게.'


당시 윤견을 구하기 위해 민혁이 파이브에게 총을 쏘는 법을 알려줬었다.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뒤가 아닌 옆에서 싸웠었다.


확실히 뒤에 있을 때보다 무섭고 정신이 없었지만 처음으로 같이 싸웠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때는 민혁도 부상이었고 무엇보다 그 자리에 잔소리쟁이 윤견이 없었다.


-나도...


파이브가 팔찌를 강하게 쥐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아무일 없었지?"


식당으로 향하니 라호가 문 밖에서 파이브를 기다리고 있었다.


"뭘 또 나와있냐?"

"아니...걱..일단 두 사람 다 지금은 괜찮아."


다급히 말을 돌리는 라호와 함께 식당으로 들어서니 윤견과 민혁 모두 곤히 자고 있었다.


"닥터는? 약초는 새벽에 가능하다며?"

"너무 힘들어 하길래 일단 수면초로 재웠어."

"그럼 이번 불침범은 우리 둘이서 하자."

"아..아냐, 나 혼자.."


또 다시 구겨진 파이브의 인상에 라호다 다시 입을 닫았다.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너무 과해. 너도 그렇고 이 인간들도 그렇고."


파이브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누워 있는 이들을 할퀴었다. 의식 없는 저들을 대신해 라호가 급히 변명하듯 말했다.


"그..그야 다들 누나를 걱정하니깐."

"알아, 아는데 무슨 내가 얘냐고! 예전의 나도 아닌데. 아오, 화냈더니 배고프네. 우리끼리라도 먹자."

"요리..할 줄 알아?"


라호의 순수한 질문에 파이브가 움찔 반응했다.


"...옆에서 많이 보고 도왔으니깐 문제 없어."

-아마도.


그렇게 파이브가 열과 성을 다하여 만든 요리가 라호의 손에 쥐어졌다.


"그...이건 그냥 감자와 고구마를 카레 가루에 버무린 거.."

"그래도 요리는 요리야, 잔말 말고."


간단하게 끝난 식사에 파이브의 고집을 꺾지 못한 파이브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너, 꼭 깨워라. 안 깨우기만 해봐..”

“아..알았으니깐, 얼른 자.”


파이브는 협박과도 같은 당부를 남기고는 눈을 붙였다. 파이브는 금세 잠들며 라호 홀로 밤에 놓였다.


라호는 잠시 식당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밖으로 나와 열매를 맺은 꽃에 다가갔다.


“다행이다. 잘 맺었어.”


라호는 꽃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는 꽃과 열매를 땄다. 그리고는 냄비에 으깬 꽃과 열매를 통 째로 넣고 한참을 끓이니 갈색 액체가 흘러나왔다.


-됐다. 그리고 분명 이 다음으로...


더듬더듬 아버지와 추억을 떠올리며 움직이니 컵 하나를 가득 채운 보라색 음료가 만들어졌다.


“형..형.”


조심히 윤견을 깨우니 아직 두통이 남아 있는지 힘겹게 눈꺼풀이 올라갔다. 라호가 윤견을 부축하며 상체를 일으키며 컵을 내밀었다.


“...색이 좀 그렇죠?”

“어..거부감 들긴 하네. 그래도 약이지?”


라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견도 따라 힘없이 웃고는 다시 한 번 컵을 쳐다보고는 눈을 질끈 감고 들이켰다.


분명 컵을 흔들었을 때 찰랑이는 것을 봤는데 목구멍을 타니 요거트처럼 질퍽거렸다. 하지만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금방 약효가 나타났다.


“오...바로 괜찮아지는 거 같은데?”

“그래도 바로 움직이시면 안 돼요. 오늘은 푹 주무세요.”

“됐어, 이정도면 충분해. 너도 오늘 피곤할 텐데, 나랑 교대하자.”

“아니에요. 이미 먼저 예약을 무섭게 한 사람이 있어서요.”


라호가 쓴 웃음을 짓고는 방금 있었던 일들을 윤견에게 말했다.


“크하하!..아이고.”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음이 터지자 바로 웃음을 그치고 두 명을 바라봤다. 다행히 조금 몸만 뒤척일 뿐 아무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새삼 많이 변했다는 게 느껴져요.”


이들 중 가장 오랫동안 파이브와 지냈던 윤견도 백 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한데, 저 모습이 진짜 파이브니깐.”


윤견의 생각 이상으로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파이브. 전과 달리 날카로운 눈매나 말투, 그리고 행동.


“그래, 그럼 너희만 믿고 잘게. 무슨 일 있으면 알지?”

“네, 걱정마세요.”


그렇게 윤견은 다시 자리에 눕고 라호는 천천히 파이브에게로 향했다.


"누나..."

"으..."

"일어나..."

"어..."


분명 파이브의 목소리는 들리는데 파이브의 눈이나 입,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누나."

"어!..어."


하지만 쉬지 않고 들리는 라호의 부름에 파이브도 백기를 들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파이브가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하며 말했다.


"수고했어."

"형한테 약은 먹였어. 이제 안심해도 돼."

"오케이~. 어여 자."


라호의 등을 밀고서 일어난 파이브는 팔을 쭉 피며 기지개를 피고는 밖으로 나가 낯선 밤공기를 맞이했다.


잠을 확 깨우는 서늘한 밤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고는 식당 주변을 돌았다.

가로등 하나 없는 거리는 충분히 어둠에 잠식되기 충분했지만 이미 그런 거리를 많이 돌았던 파이브에게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으스스한 분위기는 달랐다.


-삐삐라도 데리고 올 걸 그랬나?


다행히 뭔가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골목은 아무 일도 없었고 그립던 식당 문 앞까지 도착했다. 고작 한 바퀴 도는 것 뿐이지만 파이브는 충분히 자축할 임무였다.


"이거 봐, 이정도는 나는 충분히."

"오."

"악!!"


갑작스레 귓가에 들린 낯선 목소리에 파이브의 닭살과 솜털이 솟아났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돌며 휘두른 엘보가 목소리의 주인을 가격했다.


"....미친, 닥터! 정신차려!"


바닥에 쓰러진 윤견을 흔드니 앓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다행히 기절하진 않은 모양이다.


"미..미친..놈아...냅다 엘보를 날리냐.."

"그렇게 왜 놀래켜. 괜찮지?"

"아니...두통이 또 올라오는 거 같아."


파이브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일어난 윤견이 관자놀이를 누르며 의자에 앉았다. 앞에 잿덜이가 있는 것이 식당에서 만든 간이 흡연장으로 보였다.


"그런데 왜 나와 있었어?"


시간이 지나 윤견의 안색이 전에 비해 나름 괜찮아지자 파이브가 넌지시 물었다.


"그냥 잘하고 있나, 그리고 격려차에 한 번 나왔는데 이런 기습이 있을 줄은 몰랐네."


방금까지 민망한 웃음을 띠던 파이브의 표정이 다시금 구겨졌다.


"..별거 없던데?"


억지로 올라간 입꼬리가 그녀의 자존심을 지탱했다. 그 입꼬리에 윤견도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대단하다. 대단해."

"...왜 비꼬는 것 같지?"

"진심이야. 혼자 불침번도 서고, ...총도 쓰고."


능글맞던 윤견의 입가가 딱딱해졌다. 파이브도 바로 윤견이 나온 진짜 목적을 알아차렸다.


"그럼 나 혼자, 차에 있어? 그게 더 위험했을 걸? 그리고..."

"그래, 거기까지는 이해하고 너 말이 맞아 그래도..."


파이브의 말을 자르면서까지 입을 열던 윤견이 말을 마무리 하지 못했다.

차마 지금의 파이브에게 너의 목숨에 몇 만 명이 달려 있냐는 등, 네가 죽으면 모든 게 끝나니깐, 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당신도 내가 아니라 이 개 같은 능력 때문에 지킨 거잖아!‘


당시 윤견의 가슴을 관통했던 절규. 아직도 그 흔적은 남아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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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흑백 도시 - 2 NEW 2시간 전 1 0 11쪽
228 흑백 도시 24.06.12 8 0 11쪽
227 검은 상자 - 3 24.06.10 11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11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3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0 0 11쪽
223 악몽 24.06.03 12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3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2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2 0 11쪽
219 궁상 24.05.26 10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5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3 0 11쪽
216 파이브의 각오 24.05.21 14 0 11쪽
» 어른 없는 밤 24.05.19 14 0 11쪽
214 녹색 도시 - 7 24.05.18 11 0 11쪽
213 녹색 도시 - 6 24.05.16 13 0 11쪽
212 평범한 존재 24.05.14 15 0 11쪽
211 녹색 도시 - 5 24.05.12 15 0 11쪽
210 녹색 도시 - 4 24.05.10 17 0 11쪽
209 녹색 도시 - 3 24.05.08 13 0 10쪽
208 녹색 도시 - 2 24.05.06 20 1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16 1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20 1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21 1 11쪽
204 불량아 - 7 24.04.29 17 0 11쪽
203 무채색과 긍지 24.04.28 25 0 11쪽
202 경찰청 - 3 24.04.27 19 0 11쪽
201 경찰청 - 2 24.04.24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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