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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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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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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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자

DUMMY

그 때와 같았다. 놈은 그 때처럼 한순간에 우리 앞에 나타나 길을 막았다. 그 때는 눈이 휘날렸지만 지금은 아니다.


“저 놈...”


역시 일행들도 기억하는 지 알아봤다.


“야...파이브, 너 저 놈 알아?”


두 눈을 놈에게 고정한 채로 묻자 파이브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럼 저 놈은 왜 파이브를 알고 있는 거지?

“...다들 여기에 있어.”


일행들에게 말을 남기고 어떠한 반론도 듣지 않고 차에서 나갔다. 어두운 놈의 형체가 밤의 어둠에 자연스레 녹아들어서 그런지 전에 비해 더욱 거대해 보였다.


“너의 정체는 뭐냐?”


밤하늘 속 고고히 빛나는 별빛과도 같은 놈의 눈을 마주하며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놈은 묵묵부답인 채로 윤견을 바라만 볼 뿐.

타오르는 눈동자가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코앞에 있는 윤견은 놈이 자신을 훑어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아아..


망토 속 어둠에서 가녀린 팔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나타난 반응에 윤견은 당장이라도 뽑을 기세로 검을 잡았다.


“누..파..이브..누.”


그 때처럼 파이브의 이름을 입에 담고 팔을 꺼내 정확히 파이브를 가리켰다.


“...파이브를 어떻게 아는 거냐?”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놈의 눈이 윤견에게 고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위험...위험..존..재를.”

“...뭐?”


들린다.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지만 확실한 한국어다. 게다가 처음으로 뭔가를 전했다.


“위험하다니? 뭐가?”

“...존재..놈들이..”


힘겹게 말을 꺼내는 놈을 보니 확실히 뭔가를 전하기 위해 나타났다는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말을 꺼내는 것이 몸에 무리가 있는 것인지 몸체와 횃불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들켰..”


그리고 이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


또 다시 한순간에 사라진 놈에 윤견도 잠시 얼을 타고 뒤늦게 주변을 살폈지만 흔적이 있겠는가.


“...내가 귀신에 홀린 건가?”


하지만 자신만 본 것도 아니니 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역시나 차에 돌아오니 다른 일행들도 사라진 놈을 찾고 있었다.


“후우..”


윤견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지르고는 당황하는 일행들에게 방금 있었던 대화를 말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모든 시선이 파이브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정작 파이브도 저들과 마찬가지였다.


“나..나도 몰라, 저런 건 처음...그니깐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고! 그냥 숫자를 영어로 말한 것일 수도 있잖아!”

“그치만...위험하다는 지, 존재라던 지 말했잖아.”


라호가 조심히 반론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파이브가 눈을 감고 생각을 뒤져도 주먹으로 머리를 쳐도 역시나 떠오르는 건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차는 다시 움직이며 밤을 보낼 ‘거동마을회관’앞에 멈췄다.

차 문이 열리며 귀신에 홀렸던 이들이 하나 둘 간단한 짐만 가지고 회관에 들어섰다.


다행히 회관 안은 아무도 없었고 깨끗했다. 각자 짐을 던져두고 잠시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윤견은 MP3를 챙겨 눈을 감은 채 노래를 듣고 있었다.

이어폰에서 새어 나오는 가수의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다.


민혁은 쭉 기지개를 피고는 주섬주섬 요리할 준비를 했다. 라호도 돕자 요리는 금방 끝나며 각자의 그릇에 담겼다.


쿵!


밖에서 들린 진동에 그릇 안 음식들이 흔들렸다. 방금까지 힘없이 움직이던 일행들의 눈빛이 한순간에 돌변하며 각자의 무기를 챙겨 몸을 숨겼다.


소리와 그나마 가까이 있던 민혁이 조심히 창가로 다가가 눈을 내밀었다.


-뭐..뭐야 저건?


시골 집 채만한 덩치의 무언가가 양반다리를 하고서 달을 보고 있었다. 민혁이 조용히 윤견을 불러 가리켰다. 놈을 본 윤견은 바로 정체를 알아차렸다.


-...오키나와 오우거?


오키나와 오우거.


오우거보다 큰 덩치와 가면을 쓴 듯한 얼굴을 한 이종족이다.

처음 일본 오키나와에서 나타나서 오키나와와 오우거와 비슷한 모습에 헌터들은 오키나와 오우거라고 불렀다.


-하지만 분명 토벌 된 지 적어도 2년이 지났을 텐데...왜 있는 거지? 그것도 바다 건너 한국에?


인상을 쓴 채 머리를 문지르며 오키나와 오우거의 정보를 생각해 냈다.


“놈은 그렇게 호전적인 성격은 아니야. 일단 놈이 떠날 때 까지 최대한 조용히 있자.”


-호전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그만큼 겁도 많은 종족이야. 하지만 겁을 먹으면 그만큼 난폭해진다는 게 참 아이러니한 놈들이었어.


윤견의 말에 일행들도 최대한 조용히 식사를 끝내고 바로 잠자리에 누웠다. 반면 불침번인 윤견은 홀로 일어나 놈을 경계했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놈을 경계, 아니 거의 관찰에 가까운 시간이 이어졌다.


관찰이라고 해봤자 달을 보기만 할 뿐이었지만. 그 뒷모습은 윤견의 눈에 쓸쓸하게까지 보였다.

그러나 그 광경을 깨는 존재가 등장했다.


“저건...”


중세시대 마녀를 연상캐하는 옷 스타일에 사람으로 보이지만 옷 틈으로 보이는 조류의 발과 입과 코만 달린 얼굴이 이를 반박했다.


“또 뭐야?”


윤견의 지식에 없는 종족이었다. 하지만 오키나와 오우거와 다른 종족임은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두 종족이, 정확히는 마녀 쪽이 오키나와 오우거에 다가갔다.


-이런...싸우겠군.


겁이 많은 놈이니 다른 종족이 보이면 곧바로 손이 움직인다. 그래서 윤견도 떠나지 않고 조용히 남아 있는 것을 선택했다.


오키나와 오우거의 무거운 엉덩이가 천천히 땅에서 떨어졌다.


-? 생각보다 침착한데?


윤견의 예상은 화들짝 놀란 오우거가 마녀를 향해 거대한 주먹을 난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오우거는 조심히 손을 뻗자 마녀가 그 위에 올라타 오우거의 어깨에 앉았다.


그 모습은 절대 적대관계로 보이지 않았다.


“이..이 무슨. 분명 다른 종족일 텐...”


순간 지원과 눈눈이가 스쳐지나가 입을 막았다. 없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니. 놈들은 그렇게 쿵쿵 발자국을 남기며 멀리 떨어졌다.


“우와...서로 친구인가 봐요.”


언제 일어났는지 라호가 윤견의 귀에 작고 속삭였다.


“깜짝야, 인기척 좀 내. 뭐..그런 거 같아.”

“후후, 어쩌면 저희 인간도 저렇게 다른 종족과 함께 공존하는 일이 일어나겠네요.”


라호는 부럽다는 듯이 저들을 보며 말했다. 윤견은 라호의 말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가을 뿌리 있잖아. ‘암행어사’도 있고.”


윤견의 말에 라호가 흠칫 놀라더니 표정이 변했다.


“아..네..그쵸.”


누가 봐도 뭔가 있어 보이는 표정이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구나?”

“...”


라호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아버지 동료들이 말한 걸 들은 적이 있어요.”

“뭐라 하셨는데?”

“...말이 공존이지 노예나 다름없다고.”


윤견의 입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놀래킨 발언이었다.


“그..정도였나? 내가 알기론 국가에서 땅도 주고 시민권도..”

“맞아요. 그런데 일거수일투족 감시 당했나 봐요...그 외에는 못 들었어요.”

“그..그래?”


윤견이 알고 있는 건 그저 두 종족이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아주 보편적인 부분 뿐, 이렇게 감시까지 당하는 지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모르고 있으니깐 다른 시민들은 당연히 모르고 있을 거야...그런데 다른 헌터들도 모르는 눈치였던 거 같은데.


‘이야..부럽다 부러워, 국가에서 땅도 주고.’

‘에이~, 세금은 받겠죠. 설마 공짜겠어요?’


당시 뉴스를 접한 동료들의 잡담을 되씹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역시 구린내가 있었구나.”

“네?”

“아냐. 얼른 자라.”

“어차피 곧 있으면 교대 시간인데 지금 교대해요.”


윤견은 잠시 밖을 한 번 살피고는 라호의 말대로 좀 더 일찍 라호와 교대하며 눈을 붙였다.


콰아앙-!


그러나 감았던 눈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몇 시간 만에 다시 떠졌다. 윤견 말고도 다른 일행들도 무시할 수 없는 소리에 일제히 기상했다.


“무슨 소리야?”

“저..저도 모르겠어요. 저쪽 방향에서 전조 없이 난거라.”

“너희는 여기..”


검을 챙긴 윤견이 다시 홀로 나서려하자 일행들의 눈초리가 느껴졌다.


“...파이브만 따라와.”

“오케이!”

“내가 말 하기 전까지.”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거지? 얼른 가자.”

“어..어.”


자연스레 권총을 챙기는 파이브를 보며 민혁이 잠시 손을 뻗었지만 이내 자신의 손을 멈추고 파이브를 보냈다.

윤견을 따라 밖으로 나가는 파이브를 보며 민혁의 귀에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조용히 따라와.”


고작 마을회관 밖으로 나간 것 뿐인데도 윤견의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파이브도 따라 적당히 긴장감을 가지고 윤견을 조용히 따라갔다.


쿵!!


또 다시 들리는 소리에 파이브의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크오오오!!”


점차 가까워지자 무언가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소리가 들리고 얼마 안 돼 소리의 주인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거대한 소리의 주인은 오키나와 오우거였다. 하지만 처음 봤을 때에 비해 많은 상처가 생겨 있었다.


“싸우고 있나봐.”

“조심해. 우리도 공격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니깐. 일단 저 집에 숨자.”


시골이라 그런지 높은 건물은 없어 근처 건물 뒤로 숨어 지켜봤다.


논 밭 중앙에 거대한 팔을 붕붕 휘두르는 오키나와 오우거와 그 뒤에서 지팡이로 무언가 영창을 읊조리고 있는 마녀가 보였다.


그리고 그들과 대적하는 존재가 눈에 보일 수 있었다.


머리에 포대를 뒤집어 쓴 누군가가 자신처럼 거대한 대검을 들고 서 있었다. 오우거 보다는 작지만 그럼에도 단단해 보이는 근육질의 몸이 오우거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았다.


상대는 그대로 날아가나 싶었지만 두 다리로 버티고는 그대로 대검을 휘둘렀다. 대검이 움직이자 거친 후폭풍과 함께 오우거의 팔을 베었다.


오우거의 팔에 피가 흩뿌려지며 오우거가 뒤로 밀려났다.


{위치 소스}


한편 계속 영창을 하던 마녀가 드디어 지팡이를 휘둘러 광선을 발포했다. 그러나 상대는 방패처럼 대검을 옆으로 돌리고 광선을 막았다.


그 싸움을 계속 지켜보던 윤견은 저것은 절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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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검은 상자 - 3 24.06.10 11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11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3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0 0 11쪽
223 악몽 24.06.03 12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3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2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2 0 11쪽
219 궁상 24.05.26 10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5 0 11쪽
» 처형자 24.05.23 13 0 11쪽
216 파이브의 각오 24.05.21 14 0 11쪽
215 어른 없는 밤 24.05.19 13 0 11쪽
214 녹색 도시 - 7 24.05.18 11 0 11쪽
213 녹색 도시 - 6 24.05.16 13 0 11쪽
212 평범한 존재 24.05.14 15 0 11쪽
211 녹색 도시 - 5 24.05.12 15 0 11쪽
210 녹색 도시 - 4 24.05.10 17 0 11쪽
209 녹색 도시 - 3 24.05.08 13 0 10쪽
208 녹색 도시 - 2 24.05.06 20 1 11쪽
207 녹색 도시 24.05.05 16 1 11쪽
206 좋은 사람 24.05.03 20 1 10쪽
205 문제아 - 2 24.05.01 21 1 11쪽
204 불량아 - 7 24.04.29 17 0 11쪽
203 무채색과 긍지 24.04.28 25 0 11쪽
202 경찰청 - 3 24.04.27 19 0 11쪽
201 경찰청 - 2 24.04.24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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