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최근연재일 :
2024.07.17 20:49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49,133
추천수 :
334
글자수 :
1,186,934

작성
24.06.12 19:17
조회
14
추천
0
글자
11쪽

흑백 도시

DUMMY

“음...그래! 나를 부를 때 너희 언어로‘신’이라고 부르도록.”


방금 막, ‘너’라고 불렀던 윤견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러나 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계속 서로 너, 나, 너 놈, 쓰레기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앞으로 자네를 ‘미개인’이라 부르기로 했네. 맘에 드는가?”


정말로 거짓말을 못하는 놈인지, 아님 그냥 성격이 쓰레기인지 잠시 헷갈렸다. 윤견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놈은 그 때부터 윤견을 미개인이라 불렀다.


그렇게 신과 함께 계단을 올라가 불상이 있던 마지막 층에 도달했다.


“미개신아 여기에는 불상 외에는 수상한 건 없었는데?”

“미개인아 이 위는 보지도 않고 가면 어찌 하는가.”


신이 손가락을 펴 위를 가리키자 팔이 순간 쭉 커지며 오우거의 팔로 변하더니 그대로 천장을 부셨다. 천장을 부수자 보이는 건 당연히 어둠 뿐이다.


그러나 놈은 부서진 구멍 안으로 뛰어가 천장 위로 올라섰다. 윤견도 바로 뛰어올랐다.


천장을 밟고 올라서자 파이브의 말처럼 우주에 표류하는 기분이 들었다. 신은 별 하나 없는 우주 속에서 뭔가를 찾는 지 눈도 없으면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윤견도 따라 주변을 살폈지만 보이는 건 역시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마치 검은 도화지에 흰색 연필로 그린 것처럼 흰 선이 생겼다. 갑작스레 등장한 흰 선은 이들의 반응을 기다릴 세 없이 요동치더니 갈라지기 시작하며 하나의 거대한 눈이 어둠 속에서 떠졌다.


“저 눈은...”


눈과 그 눈을 올려다보고 있는 구도. 윤견은 바로 낙서들이 가득한 방을 떠올렸다.


“저 놈을 죽이면 뱉어지는 거냐?”

“그래. 지금 이 공간을 저 놈이 정복하고 있을 거야.”


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둠 속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랜스들이 만들어지더니 그대로 옥상을 향해 날아갔다. 흑도가 먼저 어둠 속 궤적을 그리자 그대로 랜서들을 부셨다.


“그런데, 저 눈을 공격하면 되는 거야?!”

“그걸 지금 확인할 생각이네.”


오우거의 팔이 뒤틀리더니 보라 빛 수정들이 박힌 팔로 변했다.


-저 팔은...분명 ‘벼락시니’의...


수정들이 빛나자 여섯 손가락 끝에서 보랏빛 번개가 흐르더니 그대로 눈을 향해 발사됐다. 흑(黑)을 뚫고 나아간 보랏빛 번개가 눈에 도달했다.


파지지지직-!!


고통을 느끼는 지 눈꺼풀이 요동쳤다. 그러나 눈이 점차 커지더니 번개들이 사방으로 튕겨졌다. 눈은 그대로 다시 건물 옥상을 쳐다보자 바닥에서 손들이 솟아나 윤견과 신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위에서는 거대한 바위가 낙하하기 시작했다.


“미개인, 부탁하지.”


신은 음식 주문하듯 간단하게 말하고는 두 팔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망할 신이...”


담배를 물고 붙잡힌 것을 이용해 오히려 지탱하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위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온 - 혹부리 영감}


검 끝에서 응축된 힘이 모이며 그대로 폭발을 일으키며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크기가 크기인 만큼 수많은 딱딱한 비가 쏟아져 내렸다.


“호..검만 바뀐 줄 알았는데 그 때보다 발전하긴 했군.”

“닥치고 뭐 좀 해봐, 망할 미개신아.”


신은 피식 웃더니 윤견의 기대와 달리 앙상한 두 팔을 만들었다. 윤견의 의심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신의 손가락이 먼저 움직였다.


마치 피아노 건반을 연주하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가락에 어울리지 않은 북을 치는 듯한 둔탁한 울림이 허공에 울렸다.


그 소리에 윤견은 물론이고 눈까지 반응하는지 움직임을 멈추며 사태를 파악하려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눈은 또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저 손가락이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을 파악하고 흑도가 공격들을 막았다.


-뭔 놈의 부탁이 이리 길어!


그렇게 방해 없이 현란하게 움직이던 손이 주먹 쥐자 눈 주위로 장막이 펼쳐졌다.


“봉인?”


장막 안에 갇힌 눈은 괴로운 듯 꿈틀꿈틀 움직이며 장막을 향해 속눈썹 모양의 참격을 날렸다. 참격에 장막이 흔들리며 금이 갔다.


“...설마 저걸로 끝은 아니겠지?”

“당연하지,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공격 중 나름 강한 것이지만 고작 이걸로 죽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틈은 만들 수 있지.”

“틈?”


신이 몸을 쭉 피자 어둠이 서서히 신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 공간은 원래 신의 것이었으나 이상한 건 아니다. 아마 저 결계도 눈에게서 이 공간을 되찾으려고 친 것으로 보였다.

지금도 방금까지 다리를 붙잡고 있던 팔들도 시들어 버린 꽃처럼 바닥에 붙어 있다.


놈은 그 틈에 힘을 최대한 빨아들이고 있었다.


쩌저적!


결계가 버티지 못하고 깨지자 신에게 흡수되던 어둠이 끊겼다. 그리고 눈 앞에 자잘한 별가루 같은 것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뭉쳐진 구는 마치 별처럼 빛을 내자 날카로운 날들이 쏟아졌다. 흑도와 비틀슈트의 팔이 쏟아지는 별의 빛을 막아섰다. 하지만 거센 빛줄기에 서서히 상처가 하나 둘 생겨났다.


“씨발! 저건 도대체 정체가 뭐야!!”

“하하..나도 모르겠군.”

“신이라며! 왜 모르는 건데!”


윤견의 불평을 무시하고 신의 얼굴이 변형되며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눈들이 부릅뜨자 빛줄기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힘든지 눈이 하나 둘 감겼다.


“내가 막을 테니 가!”

“뭐? 미안한데 미개해서 날 수가 없거든?!”

“알고 있어!”


신이 손을 뻗자 어둠속에서 각이진 발판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지금은 이것 밖에..”


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아오른 윤견이 발판들을 밟으며 눈을 향해 다가갔다. 눈 역시 다가오는 윤견을 눈치챘다.


그러자 눈을 살포시 감더니 다시 한 번 눈을 뜨자 흑백화면에서 송출되는 영상 같은 촉수들이 쏟아졌다. 신나게 달리던 다리를 멈추고 자세를 잡아 흑도를 휘두르자 궤적 하나하나에 촉수들은 가볍게 잘리며 아래로 추락했다.


-젠장...끊임없잖아.


흑도가 쉬지 않고 움직이는 사이 자유의 몸이 된 신이 자신의 온 몸을 변형시키자 순식간에 커진 몸과 함께 주먹을 날렸다.


묵직한 주먹은 그대로 눈에 명중해 뒤로 밀어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연타하는 공격에 눈이 잠시 밀리는 가 싶었지만 어둠 속 신의 덩치만한 팔이 튀어나와 신의 목을 잡았다.


{온 – 착화(着火)}


검은 팔을 향해 날아오른 푸른 격이 그대로 팔을 자르며 궤적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공격을 경계하기 위해 눈을 쳐다보자 의외의 것이 보였다.


“저 눈 안에 뭔가 있어!”


신의 어깨 위로 착지하자마자 말했다.


“! 그게 놈의 정체야! 흐아아!!”


신이 기합과 함께 눈꺼풀을 잡아 억지로 벌리자 눈 안쪽의 세계가 정확하게 보였다. 마치 하늘에서 회색도시를 내려다보는 듯한 정경에 윤견은 순간 말을 잃었다.


“들어가야 해.”

“뭐...뭐?! 뭔 개소리야! 저기가 어디인 줄 알고!”

“저 안에 분명 놈의 급소가 있을 거야.”


확실히 그럴 듯한 가설이지만 파이브를 두고 간다는 것이 윤견의 발목을 붙잡았다.


지금은 민혁도 라호도 없이 급기야 삐삐도 없이 혼자 숨어 있다. 어쩌면 지금도 위기상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원초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차피 상황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알기에, 그리고 그 아이를 믿기에.


“가자!”


윤견의 외침에 신도 몸의 크기를 줄여 눈 안으로 몸을 던졌다. 윤견도 신의 어깨를 밟고 달리다 신의 몸이 작아지자마자 몸을 날렸다.


눈꺼풀을 넘어서자 드넓은 하늘 속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자..잠깐!”


이대로 떨어지면 그대로 낙사다.


황급히 팔과 다리를 쭉 피고는 뒤따라 떨어지는 신을 향해 소리치자 문어 다리가 윤견의 몸을 감싸더니 떨어지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아..하아...하아..”


쿵쾅 뛰는 심정을 진정시키며 뒤를 돌아보니 낙하선처럼 몸을 넓게 핀 신의 몸이 보였다.


“날개가 있는 생물로 변할 수도 있지만 아직 누굴 태울 정도의 비행술은 없어서 말이야.”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것보다..여긴 서울이잖아.”


높은 하늘 위에서 천천히 떨어지기까지 하니 그 아래의 풍경을 더욱 세밀하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까지 높게 본 적은 없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 서울. 그것도 거인이 오기 전의 서울이다.


드높게 솟아난 도시의 빌딩 사이를 지나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한 윤견은 천천히 주변 건물을 살폈다.


압도적 크기의 빌딩들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와 어울리는 사람들의 바쁜 발소리와 귀를 괴롭혔던 차들의 경적소리 하나 없었다.


“신기하군. 건물 양식을 보면 너희 쪽 세계인데 말이지.”


금세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온 신이 가로등을 만지며 말했다. 윤견도 신을 따라 가로등을 만지니 확실히 쇠로 만들어 졌다는 게 느껴졌다.


“분명 눈은 너처럼 이계에서 온 존재인데 이정도로 내 세계를 따라한다고?”


윤견도 신과 같은 의문을 가지며 아스팔트며 카페의 유리까지 만져봤지만 색만 없을 뿐 모두 평소와 같았다.


“..어쨌든 누가 만들었으니 이런 게 있을 테니. 찾아보는 수밖에.”

“생각보다 넓으니 찢어지지. 뭘 찾거든 각자 신호를 보내자고.”


신은 그 말을 남기고는 곧장 빌딩 사이를 걸어갔다.


“하아...찾기는 찾는데...너무 넓잖아. 건물들 안도 살펴야 하고. 것보다 여긴 어디지? 강남?”


일단 근처 빌딩에 들어가 모든 층을 뒤졌으나 딱히 움직이는 건 없었다. 게다가 그 과정에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안 하니 계단으로 오르고 내려왔다.


덕분에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아무 색도 없는, 마치 흑백 티비 속 세계에서 푸른 불이 아름다운 색을 내뿜었다.


이 넓은 도시 속, 수많은 빌딩들 속에서 숨어 있을 수도 있는 무언가를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 일단 이 미로 같은 것들을 부수면 찾기는 편할 것이다.


{온 - 착화(着火)}


“이런 건 처음이라 어색한데 말이지..”


천천히 잡히는 자세에 청염이 더욱 불타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에 관해 23.11.06 166 0 -
244 무게 NEW 3시간 전 4 0 11쪽
243 공존 하는 마을 24.07.15 8 0 11쪽
242 추위를 피해 - 2 24.07.13 9 0 11쪽
241 추위를 피해 24.07.10 10 0 11쪽
240 낙동강 건너기 - 3 24.07.08 15 0 12쪽
239 낙동강 건너기 - 2 24.07.06 12 0 11쪽
238 살아남은 자들 24.07.03 11 0 11쪽
237 이강후 24.07.01 11 0 11쪽
236 낙동강 건너기 24.06.29 13 0 11쪽
235 전역식 24.06.27 11 0 11쪽
234 전역날 24.06.25 10 0 11쪽
233 바퀴벌레 24.06.22 15 0 11쪽
232 생존확률 24.06.21 12 0 11쪽
231 흑백 도시 - 4 24.06.19 14 0 11쪽
230 흑백 도시 - 3 24.06.17 13 0 11쪽
229 흑백 도시 - 2 24.06.15 22 0 11쪽
» 흑백 도시 24.06.12 15 0 11쪽
227 검은 상자 - 3 24.06.10 14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23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8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2 0 11쪽
223 악몽 24.06.03 14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6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5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4 0 11쪽
219 궁상 24.05.26 13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9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9 0 11쪽
216 파이브의 각오 24.05.21 20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