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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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최근연재일 :
2024.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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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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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도시 - 3

DUMMY

많은 것이 함축된 답. 여인은 턱을 괴고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흐음...좋아 그럼 그대는 특별히 밖으로 내보내 주지."


윤견이 방해가 되는 지 뜻밖에 제안이 들어왔다.


분명 달콤한 제안이다. 답이 보이지 않은 이 상황이라 그런지 아님 여인의 매혹적인 목소리 때문인지 더욱 달콤하게 들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심정은 복잡해지고 답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른 일행들이 마음에 걸린 건 아니다. 분명 일행들까지 포함해 달라 하면 어렵지 않게 수락할 것이다.


애초에 저것의 목표는 저 신의 육체이니. 그런데 어째서 일까. 직감이 뭔가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손발을 맞춘 신에게 미안해서?


절대 아니다. 서로 추구하는 것이 같아 잠시 손을 잡았을 뿐이다. 만약 반대의 입장에서 놈에게 저런 제안이 왔다면 분명 놈도 바로 배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무언가가 걸렸다.

저 말이 거짓일 수 있어서?


애초에 놈의 제안자체가 아무 대가 없이 내보내주는 건데 거짓일 수가 없었다.


-뭐지...뭔가 수상한 아저씨가 유혹하는 것만 같은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자, 알겠다고 대답만 하면 돼.}


인형이 떨어진 소리가 들린 것처럼 유독 이번 목소리가 유독 귀에 맴돌았고 달콤하게 느껴졌다. 마치 간식 앞에서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은 기분이다.


“유혹에 넘어가지 마라, 인간!”


처박힌 건물에서 신이 튀어나오며 한 손에는 번개를 다른 한 손에는 얼음 깃을 날렸다. 여인의 머릿결이 화염처럼 불타오르더니 한 손에서 거센 화염을 내뿜었다.


“놈은 ‘악마’다!! 인간, 정신을 차려라!”


악마라는 두 단어에 윤견의 정신이 단번에 깨어났다. 소름이 돋고 순간 눈앞의 여인이 달라 보이게 만드는 단어였다.


“이런...나를 그렇게 부르다니 인간이 다 됐구나.”


여인이 미소를 지으며 불타오르는 머리에서 검 한 자루를 꺼냈다. 그녀가 지금 짓고 있는 미소는 천사처럼 아름다웠지만 타오르는 무색의 불과 검은 감히 악마의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여인의 검이 가볍게 궤적을 그리자 파도처럼 불꽃이 퍼졌다. 신은 물론이고 윤견까지 날린 화염의 파도는 건물에 까지 나아가 태웠다.


-악..마? 저게? 7황 중 하나라고?


악마.


설화나 성서 등 다양한 곳에서 등장하는 악(惡)의 상징체. 악마는 수많은 이계의 종족 중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은 종족이다.


그나마 바티칸에 게이트가 나타났다는 것과 7황 중 가장 늦게 나타났다는 것 밖에 알지 못했다.


그들의 기술, 목적, 그 어떠한 것도 모른다. 다른 헌터들도 악마와 조우한 것은 전 세계 통틀어 다섯 번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다섯 번 조차 어떠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다른 7황들이 서로 영역 다툼을 할 때도 악마들만은 터를 잡지 않아 다른 7황가 부딪칠 일이 없었다.


그렇게 이들은 모든 종족의 기억 속에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중 하나가 윤견의 앞에 나타났다. 지옥의 불길을 내뿜으며.


여인이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자 검을 따라 화염이 일렁였다. 거센 파도에 저항하는 방파제처럼 흑도가 청염을 토해내며 버티고 서 있었다.


“크아아아!!”


공격을 막았음에도 살이 타고 숨쉬기가 괴로웠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그대로 타 죽을 것이다.


한편 신의 몸이 거인으로 변하더니 빌딩을 잡아 뜯어 그대로 여인에게 내리꽂았다.


그간 들렸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소리가 화염을 대신에 주변에 퍼졌다.

악마와 거인의 대결.


이 세계의 일곱 주인 중 두 종족의 대결. 거인은 악마에게 연타를 쉬지 않고 날렸다.


땅이 울리고, 갈라지고, 무너졌다. 하지만 거센 주먹의 폭풍 속에서도 불길은 멈추지 않고 솟아났다. 불길은 때로는 채찍처럼, 때로는 창처럼 거인을 쏘아붙였다.


거인일지라도 진짜는 아니니 점차 밀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윤견은 두 고래의 싸움에 쉽게 끼어들지 못했다. 그나마 조용히 자신의 기척을 숨기며 악마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윤견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그럼에도 악마의 빈틈을 찾기가 어려웠다.


"크헉!"


거센 화염의 폭풍을 버티지 못한 거인의 몸뚱어리가 빌딩을 부수며 쓰러졌다. 하지만 악마도 전에 비해 상당히 피해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주파수가 흔들리는 것처럼 몸의 여러 군데가 흔들리고 있었다.


"흐음~."


그러나 저 여유로운 표정은 그대로였다.


"역시 실제와 완벽하게 모방할 수가 있구나. 좋아..좋아, 이 참에 몇 가지 더 알아 볼까."


여인이 악마처럼 웃더니 창을 세 자루 만들어 거인에게 던졌다. 창을 던지자마자 곧바로 접근한 윤견이 겨드랑이 안으로 검을 집어넣었다.


"음?"


여인이 눈썹이 꿈틀 움직이자 검도 위로 솟구쳤다. 여인의 팔이 잘렸음에도 여인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윤견도 바로 몸을 돌려 피함과 동시에 다리에 발차기를 날렸다. 여인의 자세가 무너지자마자 레버를 당겨 거센 청염과 함께 쉬지 않고 검을 놀렸다.


무채색 풍경과 동화된 여인의 신체를 푸른 궤적이 갈기갈기 찢었다. 여인의 흔적이 없어졌음에도 푸른 궤적은 계속해서 베고 베었다.


딱.


그러나 존재하지 않은 손가락이 서로 튕기는 소리가 들리며 폭발이 일어났다. 윤견은 바로 검을 바닥에 꼽아 버티고는 고개를 들었다.


벌써 몸의 절반 가량 회복한 여인이 악마같은 미소로 윤견을 쳐다보고 있었다. 매혹적이고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는 미소였다. 악마의 미소가 천천히 말을 뱉었다.


{견아.}


마치 여러 명의 사람들이 윤견을 부른 듯한 목소리. 그 중에는 윤견의 형 윤환도, 문하의 목소리도, 도깨비 선배들도 그리고 지나가며 헤어진 이들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모두 하나하나 누구의 목소리가 있는 지 알 정도로 또렷하게 들렸다.


피가 역류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짜임에 알고도 악마가 만든 환청에 불가하다는 것도 알지만 평소와 달리 감정이 빠르게 끓어 오르며 반응했다.


티비 노이즈처럼 여인의 신체가 지지직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 이제 그것은 여인으로 보기 힘들었다. 그저 사람의 외형이란 것 밖에 보이지 않았다.


{견아.}

"닥쳐!"


흑도가 거칠게 울며 청염의 참격을 뱉었다. 악마는 가볍게 검을 휘두르며 참격을 상쇄시켰다.


그런 악마의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들어서더니 건물 잔해가 떨어졌다.


"놈은 진짜가 아니야! 분신체다 아니, 분신체 일 수 밖에 없다!"


이를 갈며 외치는 소리에 윤견의 정신이 조금이나마 진정됐다. 그러나 잔해 속 솟아난 쇠사슬이 신의 몸을 묶었다.


"...어디서 얻은 기억이냐?"


처음으로 악마의 목소리에 서리가 끼었다.


목소리에 윤견과 신은 동시에 공포를 느꼈다. 처음으로 사기가 꺾이며 뜨거웠던 주변이 순식간에 서늘해 졌다. 단 한 번의 목소리로.

그러나 신은 이를 물며 말했다.


"예전에 나를 죽일 때의 눈은 어디로 간 거냐, 헌터!!“

“..닥쳐..”


신의 꾸짖음에 윤견도 이를 갈며 정신을 다잡았지만 아직도 솜털에 남아 있는 공포까지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덕분에 잊고 있던 초심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었다.


처음 검을 잡고 이종족을 마주했던 그 때, 미지의 생물과 마주하던 공포.


그 때의 윤견은 분명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이를 딱딱 부딪치며 검을 부들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웃었다.


분명 공포를 느끼고 있었음에도 윤견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윤견이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 때의 긴장감, 그 때의 심장 박동.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신도 천천히 윤견을 따라 미소를 지었다.


“역시...너 놈들은 미친 종족이야. 동족끼리 칼을 겨누는 미개한 종족으로 여겼는데 말이야. 그냥 미친놈들이었어.”

“갑자기 시비여? 것보다 저게 분신이란 걸아니깐 해결책도 알겠지?”

“확실하진 않다. 나도 제물의 기억으로 판단한 거다.”


신이 말을 끝내자마자 화염이 이들을 덮쳤다. 그러나 화염을 뚫고 거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역시 거인의 육체라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는 모양이었다. 곱게 포개었던 손이 열리자 그 안에 담아 있던 윤견이 모습을 보였다.


“빨리 말해! 이대로면 우리 둘 다 죽어!”

“기다려! 지금 기억을 뒤지는 중이야! 크윽!!”


역시나 악마의 불길이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불길에 더해 손까지 뻗자 쇠사슬들까지 기승을 부렸다. 신은 그대로 등을 돌린 채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금방 잡힐 거니, 똑바로 듣게! 핵을 찾아야 해!”

“핵? 환각에서 빠져 나갈 때처럼?”

-맞아...그럼 처음 환각도 저 악마와 관련이 있을 수 있구나. 그런데...


거인의 손바닥에서 내려다보며 드넓은 시내를 살폈다. 생전 처음으로 거인의 손을 타고 내려다보는 풍경이지만 그걸 만끽할 여유는 없었다. 그저 회색 도시에서 특이한 것만 찾아 살폈다.


도망치는 거인의 뒤로 악마의 화염과 쇠사슬이 쫓아왔다. 윤견의 초쵀한 눈이 수많은 건물을 살피고 잔해을 훑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지나치는 풍경과 높은 시야에 제대로 된 것도 눈에 잡히지 않았다.


"안 되겠어! 눈에 보이지 않아!"

"무슨 소리린가, 핵은 느끼는 거야! 이질적인 물체가 아닌, 불길한 흐름을 느껴야 해! 지금 여기선 오직 너만이 느낄 수 있다!“


뜨겁게 타오르는 고통을 억누르며 외친 신의 목소리였으나 윤견에게 전달되지는 않았다.


-느끼라고? 어떻게, 뭘 느끼라는 거야?


최대한 모든 감각을 집중해도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건 뜨거운 악의 열기뿐이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이동만 진행 중일 때, 뜨거운 열기와 다른 무언가가 윤견의 코끝을 지나쳤다.


그것은 매연이라기엔 너무나 달콤했다.


꿀 냄새를 맡은 나비처럼 윤견의 시선이 움직였다. 신도 그런 윤견의 반응에 발을 멈추고 거대한 팔을 뒤로 휘저었다.


팔이 만든 돌풍에 불꽃이 잠시 물러났다.


"느낀건가?!"

"확실하지 않아! 일단 내려줘!"


신은 곧장 윤견은 바닥에 내려줬다. 그리고 자신 또한 크기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바닥에 내려간 윤견은 곧장 냄새를 찾았다. 달콤한 향기는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달콤한 꿀을 향해 나비가 날개짓을 하며 날아갔다.


뒤에서 쫓아오는 화염의 파도를 피해.


콰카가광-!!


힙겹게 비행하는 나비들 옆으로 사슬들이 솟구치며 건물들을 부셨다.


파편들이 자연스레 나비들을 덮쳤지만 먼지를 뚫고 날아갔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 눈을 가렸으나 윤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날았다.


{포기해라, 저 놈이 널 속이는 거야. 놈은 자신 외에 것들을 하등하게 보는 오만한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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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상처와 치료 24.07.19 7 0 11쪽
244 무게 24.07.17 10 0 11쪽
243 공존 하는 마을 24.07.15 10 0 11쪽
242 추위를 피해 - 2 24.07.13 11 0 11쪽
241 추위를 피해 24.07.10 11 0 11쪽
240 낙동강 건너기 - 3 24.07.08 15 0 12쪽
239 낙동강 건너기 - 2 24.07.06 12 0 11쪽
238 살아남은 자들 24.07.03 11 0 11쪽
237 이강후 24.07.01 11 0 11쪽
236 낙동강 건너기 24.06.29 13 0 11쪽
235 전역식 24.06.27 11 0 11쪽
234 전역날 24.06.25 10 0 11쪽
233 바퀴벌레 24.06.22 16 0 11쪽
232 생존확률 24.06.21 13 0 11쪽
231 흑백 도시 - 4 24.06.19 16 0 11쪽
» 흑백 도시 - 3 24.06.17 14 0 11쪽
229 흑백 도시 - 2 24.06.15 22 0 11쪽
228 흑백 도시 24.06.12 15 0 11쪽
227 검은 상자 - 3 24.06.10 15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23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9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2 0 11쪽
223 악몽 24.06.03 14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6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5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5 0 11쪽
219 궁상 24.05.26 13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9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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