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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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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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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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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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도시 - 4

DUMMY

건물이 무너지는 소음 속에서 똑똑히 들리는 악마의 목소리.


목소리 때문인지 아님 그간 축적이 된 피로 때문인지 순산 다리에 힘이 빠지며 휘청였다. 그러나 검으로 땅을 짚고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런 도중 무채색의 하늘 위로 떠오른 악마가 검으로 천공을 베었다. 천공을 베자 그 틈으로 허용할 수 없는 공포의 물체가 천천히 팔을 뻗으며 힘겹게 날아가는 나비들을 가리켰다.


"크학!"

"크흑!!"


어떠한 공격도 없었지만 윤견과 신의 코와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내렸다.


"끄..아...."


모든 장기가 쥐어짜지는 듯한 고통과 이명이 귀를 난타했다. 신은 그런 윤견의 뒷덜미를 잡아 끌었다.


"내가..버틴다...가라!"


어느새 온 몸이 눈으로 가득한 신이 윤견을 앞으로 밀고는 등을 돌렸다.


{아티라의 결계}


팔과 이들의 사이로 넓게 결계가 펼쳐졌다. 결계는 계속해서 만들어지며 하나의 벽을 만들었다.

그러나 바로 벽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신의 비명소리가 뒤를 이었다.


윤견은 그 소리들을 발판 삼아 더욱 더 나아갔다. 점점 더 커져만 가는 달콤한 향기에 고통을 참으며 앞에 보이는 문고리를 잡았다.


불에 달아오른 것인지 문고리는 잡는 순간 살이 익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올라왔다. 문고리를 뜯듯이 열자 눈에 보이는 건 작은 병실이었다.


병실이 보이자마자 코를 유혹했던 달콤한 냄새는 순식간에 사라지고서 병실 특유의 냄새가 풍겨졌다.


-뭐지? 일..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침대가 부서지고 커튼이 찢어지며 보이는 건 모두 베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윤견은 병실에 있었고 밖에서는 신의 비명이 들렸다.


비명과 함께 거대한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슬에 온 몸이 결박된 신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다. 그런 윤견의 시야에 아직 본 모습을 지키고 있는 작은 서랍장이 보였다.


병실보다는 가정집에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낯이 익은 수납장이었다. 수납장에 홀린 듯 윤견의 팔이 천천히 다가갔다.


잊고 있던 기억. 묻어났던 기억이 지금 다시 윤견의 눈앞에 나타났다.


작은 수납장 안, 더 작은 아이가 몸을 웅크리며 울고 있었다. 눈앞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는 그저 숨죽이며 울 뿐이었다. 혹여나 소리가 들리면 괴물이 자신까지 찾아 낼 테니.


얼굴을 파묻어 울던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으아아아!!”


마치 괴물에게 들킨 것처럼 공포와 두려움이 담긴 비명이 쏟아졌다. 도망갈 곳도 없는 외통수에서 아이는 그저 비명을 지르며 울었다.


천천히 올라선 흑도가 수납장 채로 베어 갈았다.


치지지지지지-.


익숙한 소리에 티비 화면이 흔들리듯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리건 풍경은 한순간에 색을 되찾았다.


“...돌아왔다.”


어느새 밤이 됐는지 하늘은 어두웠고 달빛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여긴..”


거대한 물줄기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나무밖에 보이지 않았다.

더듬더듬 자신의 얼굴과 몸의 상처를 어루만지니 마치 악몽을 꿨던 것처럼 그 공간에서 생긴 상처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억 속에는 고통이 남아 있어 순간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바스락.


지천에 널린 자갈과 잔디가 만져지자 다시금 현실임이 느껴졌다.


"...파이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파이브의 이름을 외쳤다. 밤벌레가 울고 새가 대답할 뿐이었다. 다시 한 번 파이브와 일행들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근처에서 숲풀이 흔들리는 소리에 무작정 달려갔다. 나무들을 제치고 넓은 들판과 함께 수많은 생명들이 누워 있었다.


그 중에는 이종족도 있었고 사람도 있었다.


"닥터..."


수많은 이들의 얼굴을 살피던 중 들린 파이브의 목소리에 윤견이 곧장 고개를 돌렸다.


수풀에 숨어 있던 파이브가 손을 휘젓고 있었다.


"파이브, 괜찮아?"

"어. 여기 다른 사람들도 있어."


파이브의 손 끝에 기절한 채로 누워 있는 민혁과 라호 강후가 있었다.


"후..하~."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뱉어지며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런 윤견을 향해 파이브가 걱정어린 말투로 말했다.


"그런데 삐삐가 안 보여."

"...뭐? 내...내가 찾아볼게, 넌 여깄어."


뭐라 반론하는 파이브의 뒤로 다시 들판으로 나온 윤견이 조심조심 잠들어 있는 이종족들을 들치며 아래까지 살폈지만 정말로 삐삐도 그 때 만났던 동족 놈도 보이지 않았다.


-아까 보니 최면에 깨어난 애들은 깨어났고 아닌 애들은 아직도 졸고 있었어. 그럼 삐삐도 일단 깨어 있었던 건가? ...그렇다면...


"아름다운 밤이군."


역시나 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신처럼 상처가 하나도 없어진 신이 터벅터벅 모습을 보였다.


"...뭐...나쁘진 않네."


억지로 미소 지으며 보이지 않게 흑도를 잡았다. 이제 공동의 적이 사라졌으니 서로가 다시 적이 된 샘이다. 그리고 이대로 싸움이 일어난다면 그대로 몰살이다.


정신적 피로가 없다 해도 신은 윤견 홀로 이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다. 그런 윤견 속을 모르는 신은 그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너희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거지?”


생각지 못한 평범한 질문.

여전히 흑도에 손을 올린 채 대답했다.


“계속 가야지 뭐.”

“? 어디로 말인가?”

“그냥...뭐...평화로운 곳이라 가는 거지, 너는 어떻게 할 거지? 수족을 들어 줄 신도들이 없는데.”


윤견의 질문에 신은 쓴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저었다. 어딘가 쓸쓸하기도 하고 어딘가 홀가분해 보였다.


“그렇게 말이야. 그래도 뭐...이참에 조용히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여..여행?”

“그래, 그러니 검에서 손 떼도 좋다는 말이네.”


하늘을 보던 신이 고개를 내려 천천히 윤견을 보았다. 그럼에도 윤견의 손은 쉽게 검에서 떨어지지 못했다. 그 모습에 신은 다시 쓴 웃음을 짓고는 등을 돌려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마 놈이 말한 여행을 떠난 모양이다. 그런 도중 갑자기 놈의 발이 멈추자 흑도가 잠시 고개를 내밀었다.


“헌터, 네놈의 이름은 뭐지?”

“...뭐?”

“이름 말이야, 이름. 인간이니 있을 거 아닌가.”


잘 못들은 게 아니었다. 놈이 정말로 이름을 물어 본 것이었다.


“어...윤견.”

“음...어윤견이라..”

“어는 빼.”


순간 달빛이 신을 비췄다. 아주 순간이었지만 놈은 웃고 있었다.


“그래, 윤견. 재밌었네. 따라오지 말게나~.”


신은 이 말을 끝으로 다시 발걸음을 움직여 나무 사이 어둠으로 사라졌다. 신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윤견은 비로소 검에서 손을 떼고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형.”


신이 가고 이번에는 깨어난 라호가 헐레벌떡 윤견에게 달려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깨어나고 나서 파이브에게 상황을 설명들을 때 자신이 공격 했다는 것까지 들은 것이었다.


“됐어, 이미 지난 일이고 설마 사심이 조금이라도 있었겠어?”

“다..당연하죠! 것보다 삐삐를 찾고 있다고..”

“어, 그런데 보이지 않네. 두 사람 상태는 봤어?”

“네, 그냥 저처럼 기절한 것뿐이에요.”


라호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삐삐를 찾았으나 작은 흔적도 발견하지 못 한 채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


역시나 파이브는 실망감을 숨기지 못했다.


“라호는?”

“다른 사람들 상태를 보고 있어. 어린애 두 명이랑 어르신 두 명.”

“...삐삐는 어디로 간 걸까?”


갑작스런 만남에서 시작 된 동행.


그렇게 삐삐는 우리의 일행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갑작스레 이별이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파이브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머리 위로 윤견의 손이 살포시 안착하며 위로했다.


그러는 사이 민혁이 눈을 떴고, 그 뒤로 강후와 수인이 눈을 떴다. 수인은 눈을 뜨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를 드러냈으나 날아간 흑도에 그대로 머리를 관통 당했다.


“아..깜빡하고 있었네.”


하도 정신이 없다 보니 이종족을 마무리하는 걸 까먹고 있었다. 윤견은 파이브의 머리를 툭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누워 있는 이종족 앞으로 향했다.


그러나 어디선가 날아온 눈빛에 차마 검을 꽂지 못했다.


“하아...알았다, 알았어.”

“죄..죄송해요.”

“됐다, 이미 익숙해졌어.”


라호의 고글을 어루만지고서 민혁에게로 향했다. 민혁은 아직 완전히 깨지 못했는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많이 했긴 했지.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지?”

“예..솔직히 저는 언제부터가 환각인지도 잘 분간이 안 돼요.”

“뭐, 그래도 공통적으로 소인들 본 건 같으니 그게 시작점이겠지.”


근처 바위에 걸터앉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훑었다. 저들의 진찰을 끝낸 라호의 허락 하에 하나 둘 깨우기 시작했다.


먼저 입을 연 건 아이들이었다. 역시나 처음 차에서 봤던 그 둘이었다.


“저희 큰 형은 못 보셨나요?”


-가족 관계였군...


윤견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자신이 봤었던 것을 솔직히 말했다. 충격적인 소식에 두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다른 질문들이 들어왔다.


“그..저희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아마 자신들이 환각을 보고 있었는지 조차 모르는 듯한 질문에 결국 처음부터 핵심만 꼽아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믿기 힘들어했다.


“그럼 모두 깨어났으니 움직이죠.”

“뭐? 어딜 갈 생각인가?”

“저희는 목적지가 있어서요. 굳이 따라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윤견은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일행들을 살폈다. 일행들이 들고 있는 건 고작 권총과 라호의 나무 뿐, 물병 하나도 없었다.


-역시 빨리 차를 찾아야 하는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니 무작정 움직일 수도 없네?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엔 저 이종족들이 언제 깨어날 지도 모르고...


‘따라오지 말게나~.’


그 순간 신이 남겼던 말이 떠올랐다. 굳이 저 말을 남길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만 확증은 없고 그저 예상이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으니 이행하기로 했다. 신이 갔던 방향의 정반대 방향으로 조심히 움직였다.


일행들이 움직이자 눈물을 흘렸던 두 명과 눈물을 훔치며 뒤따라갔다. 다른 두 명도 잠시 눈치를 보고는 그대로 일행들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머지않아 수많은 무기들이 쌓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윤견이 먼저 조심히 살피니 역시 그 공간 안에서 봤던 무기들이었다.


병장기들 중 유일한 소총 두 자루는 각각 민혁과 가호의 손에 들어갔고 다른 네 명은 각자 맞는 창과 검을 챙겼다.


“일단 서로 피곤하니 오늘은 여기서 야영이라도 하죠. 불침번은 각자 돌아가며 할 겁니다.”


다행이 다른 이들도 딱히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윤견을 제외하고는 2인 1조로 조를 짜고 적어도 1조에 한 명은 일행들을 넣었다.


-혹시 딴 맘 먹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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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상처와 치료 24.07.19 7 0 11쪽
244 무게 24.07.17 10 0 11쪽
243 공존 하는 마을 24.07.15 10 0 11쪽
242 추위를 피해 - 2 24.07.13 11 0 11쪽
241 추위를 피해 24.07.10 11 0 11쪽
240 낙동강 건너기 - 3 24.07.08 15 0 12쪽
239 낙동강 건너기 - 2 24.07.06 12 0 11쪽
238 살아남은 자들 24.07.03 11 0 11쪽
237 이강후 24.07.01 11 0 11쪽
236 낙동강 건너기 24.06.29 13 0 11쪽
235 전역식 24.06.27 11 0 11쪽
234 전역날 24.06.25 10 0 11쪽
233 바퀴벌레 24.06.22 16 0 11쪽
232 생존확률 24.06.21 12 0 11쪽
» 흑백 도시 - 4 24.06.19 16 0 11쪽
230 흑백 도시 - 3 24.06.17 13 0 11쪽
229 흑백 도시 - 2 24.06.15 22 0 11쪽
228 흑백 도시 24.06.12 15 0 11쪽
227 검은 상자 - 3 24.06.10 15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23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9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2 0 11쪽
223 악몽 24.06.03 14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6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5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4 0 11쪽
219 궁상 24.05.26 13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9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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