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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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최근연재일 :
2024.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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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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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확률

DUMMY

이틀이나 시간이 지났다. 식수도 식량도 없이 벌써 이틀이 지났다.


다행이도 라호의 주머니에 있던 씨앗 중 밤의 이슬을 모아 컵 한 잔의 물의 만들 수 있는 아쿠아 보울의 씨앗이 들어 있었다.


“푸후..”


덕분에 아침마다 목을 축이는 것 정도는 모두가 할 수 있었다. 식량도 라호가 선정한 식물들로 대충 때웠다.


-라호가 없었으면 진즉에 굶어 죽었겠구만.


라호에게 받은 잎사귀를 우적 씹으며 바위에 걸터앉자 승태, 승희 남매가 다가왔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들이 하는 감사는 악마의 공간에서 구해준 것에 대한 것이 아닌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에 대한 것이었다.


‘형님!’


민혁의 부름에 단숨에 눈을 뜬 윤견이 상황을 살폈다. 나무로도 가리기 힘든 덩치의 곰들이 줄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다. 민혁과 함께 불침번이었던 중년의 남성은 보이지 않았다.


-도망친 건가..

‘라호.’

‘네.’


윤견보다 먼저 일어난 라호가 나무로 벽을 만들었다. 벽을 넘는 놈이 있다면 민혁과 강호가 벌집으로 만들고 그럼에도 달려오는 놈이 흑도에 베어졌다.


그 과정에서 승희가 위험해 질 뻔 했으나 흑도가 즉시 움직여 두 동강냈다.



“됐어. 서로 돕는 거지 뭐. 승..태는 상처 괜찮나?”

“네, 라호 덕분에 금방 회복됐어요.”


승태와 승희의 뒤로 파이브고 조심히 다가갔다.


“그...식사...”


답지 않게 우물쭈물해 하는 파이브를 보며 윤견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을 발견한 파이브가 이를 갈며 윤견을 노려봤다.


“아, 네. 감사합니다.”


승태와 승희는 어려움 없이 파이브에게 말을 하고는 라호와 함께 음식을 배분하고 있는 범주 영감님한테 갔다. 식사라고 해봤자 라호가 찾아낸 식용 식물들뿐이지만.


“보는 내가 다 어색하네. 라호처럼 좀 해봐.”

“시..시끄러! 나는 좀 거리를 두고 친해지는 편이라 그래!”

“너 보다 라호가 먼저 친해졌어.”

“..어쩌라고.”


뺨이 붉게 달아오른 파이브가 씩씩 되며 윤견의 다리를 찼다. 그리고는 어떠한 반박도 못하고 승태와 승희를 쳐다봤다.


“에휴~. 이게 다 아저씨들이랑 같이 다녀서 그래.”


한숨을 뱉으며 윤견 옆 나무에 기댔다. 윤견은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랑 저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 말이 가볍게 넘기기 힘들었다.


“아저씨라 미안하다. 미안해.”

“크크...그러고 보니 다른 애들은 지금 뭐하고 있으려나?”

“다른 애들?”

“보육원 사람들이나, 내 친구들.”

“잘...열심히 살고 있겠지, 우리처럼. ...가자.”


다시 윤견을 선두로 산을 해쳐나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가는 길에 의문과 의심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길을 아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묵묵히 걸어 갈 뿐이었다.


그렇게 길을 나선지 몇 시간 후에 드디어 작은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나 마을은 유령도시처럼 고요함만이 맴돌고 있었다. 마을을 조금 누비다 작은 보건진료소를 발견했다.


“구..봉?”

“구봉이면 분명...낙동강 옆 지역이었어요.”


민혁이 지도책을 떠올리며 간신히 말했다.


-망할, 다행이다. 방향이 이상하지는 않았구나.


“일단 마을에 아무도 없는 거 같으니 각자 흩어져서 도움 될 만한 것들을 가져와서 이곳으로 모이죠. 아, 민혁이는..”

“차가 있던 방향을 알아보고 있을 게요.”


민혁이 바로 대답하고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 두, 세 명씩 짝을 맞춰 마을을 뒤졌다. 윤견도 홀로 여러 폐가를 들어갔다 나오며 쓸 만한 것들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가는 곳 빈손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빈 집을 둘러보며 한숨을 뱉고 나가려던 찰나 그의 발에 작은 종이가 밟혔다. 고작 전단지 따위로 여기려 했지만 검은 바탕의 종이에 쉽게 무시할 수는 없었다.


“...뭐야, 이건? 천사 재림교? 악마에 이어 이번에는 천사냐...것보다 교?”


잠시 홍보물 관심을 줬지만 금세 사라지며 현관을 벗어났다. 끽해야 이불 하나만 들고서 보건소에 가니 이미 다들 도착해 있었다.


다행히 한 쪽에서는 멀쩡한 밭을 찾았는지 농작물을 가득 들고 있었다.


-다행히 이제부터 풀떼기 뜯어 먹을 일은 없겠네.


“민혁아 찾았어?”

“네, 다행히 지도를 발견했는데...”


민혁이 주저하며 지도를 넘겼다. 지도를 펼치자 민혁이 친절히 지금 위치와 차가 있던 위치를 붉은 팬으로 표시했다.


“걸어서 1시간 정도 거리긴 하네. 어르신 지금 바로 출발해도 괜찮겠습니까?”

“나는 됐네. 산에서 벗어났으니 나는 이쯤에서 헤어지겠네.”


범주가 가방 하나를 꺼내들고는 작물 몇 개만 담았다.


“네? 왜..왜요? 같이 가는 게 더 안전하잖아요.”


역시나 그 걸 가만히 볼 라호가 아니었다.


물론 윤견도 라호와 같은 생각이었다. 혼자보단 여럿이 더 안전하다는 게 당연한 말이니. 하지만 그가 갑자기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충분히 예상이 갔다.


“어차피 자동차는 4인석 아닌가. 낑 겨 타도 이 많은 인원이 탈 수는 없겠지. 그리고 자네들은 계속 이동할 생각 아닌가, 나는 이미 고작 이 거리에도 지쳤네.”


확실히 노인인 범주에게 있어 이틀의 행진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그..그럼 저희 차에 타시죠. 어차피 어르신이 없어도 몇 명은 트렁크 쪽이나 위에 올라 타야해요.”

“됐네. 어차피 자네들의 목적지는 이 근처가 아니잖나. 내겐 너무 무리야, 나는 그냥 이 곳에서 숨어 사는 게 더 살 확률이 높을테니 미안해하지 말게.”


라호가 다시 입을 열려 했지만 이미 범주는 가방을 메며 결심에 변함이 없음을 보였다.


“잘 가시게, 그리고 다시 한 번 구해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어르신도 조심하세요.”


담백한 작별인사가 오가고 일행들은 떠났다. 범주는 보건소 앞에 서서 저들을 배웅하고는 보건소 안으로 들어갔다. 라호는 아직 미련이 있는지 계속 뒤를 돌아봤다.


“됐어, 어르신 말대로 괜히 우리 따라갔다 더 위험해 질 수도 있어.”


마치 라호가 뒤를 돌아볼 거라고 알고 있다는 듯이 앞에 있던 파이브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우와!”


라호의 입술이 떨어지려 할 때, 파이브 보다 더 앞에서 승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승희가 보고 있는 것을 윤견도 보고 있는 지 일행의 움직임이 멈췄다.


파이브와 라호도 고개를 돌리니 바람을 타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날아가고 있었다.


마치 별이 가까이서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지만 빛나는 별들은 천천히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 아름다움에 일행들의 시선이 잠시 빼앗겼다. 그러나 날아오르던 별들의 움직임이 갑작스레 멈췄다.


“어?”


멈췄던 별들이 뭉쳐지더니 하나의 화살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는 그대로 파이브를 향해 날아갔다.


{시드 플래닛}


뒤에 있던 라호가 바로 나무를 키우며 방패를 만들자 화살표가 방패를 때렸다.


“크윽!”


거친 충격에 라호의 신음이 샜다.


쩌저적...


화살표를 막던 방패가 조금씩 갈라지며 흔들렸다. 그러나 흑도가 검은 빛을 내며 움직였다. 검은 궤적이 화살표를 베었다. 베인 화살표는 그대로 다시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구의 형태로 뭉쳤다.


-뭐지? 베는 느낌이 없었어, 마치 연기를 베는 것만 같아. 하지만 라호 나무에 부딪쳤을 때 분명 무게감이 있었어.


윤견이 생각하는 사이 강후가 총을 발사하자 구에 부딪쳐 다른 쪽으로 튕겨졌다. 총에 맞은 구는 다시 부서지듯 별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모두 달려! 민혁과 라호가 후방에서 방어를!”

“넷!”

“알겠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탄환이나 라호의 나무에는 효과가 있어. 일단 막기만 하면서 도망치는 수밖에.


역시 한참을 우왕좌왕하던 별들이 다시 뭉쳐지더니 일행들을 쫓기 시작했다. 화살표가 공격할 때마다 라호의 나무와 총알들이 빗발 치며 공격을 막았다.


덕분에 몇 차례 더 이어지던 공격은 일행의 저항에 화살표는 다시 별들로 흩어지더니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후우..”


정신없이 달렸던 윤견이 뜀걸음을 멈춰 상황이 끝났음을 알렸다.

그의 달리기를 힘겹게 따랐던 다른 일행들도 도로에 주저앉았다. 윤견도 잠시나마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일행들을 일으켜 길을 나섰다.


하지만 가는 도중에 경사가 낮은 오르막 위에 나타난 고블린 무리와 조우했다. 고블린들이 바로 검을 들고 달려왔다. 민혁과 강후가 총을 겨누었지만 윤견이 막아섰다.


“방금처럼 탄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깐 아껴두자. 라호야 빠져나간 애들을 부탁할 게.”


라호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한 손으로 흑도를 쥐며 자리를 뛰어나갔다.


“키이에!!”


가장 먼저 달려온 고블린이 뛰며 단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단검보다 긴 흑도가 먼저 목을 베었다. 놈을 뒤로 넷의 고블린들이 줄을 이어 덤벼들었지만 모두 검은 궤적에 쓰러졌다.


어렵지도 않고 위기도 없는 전투에 일행들도 윤견에게 향하려 했지만 갑작스레 윤견이 손바닥을 보이며 몸을 낮췄다. 움직이던 일행들도 다급히 바닥에 납작 엎드려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었다.


민혁이 천천히 포복전진하며 윤견의 발끝까지 도착했다.


“형님..무슨 일이라도?”


조용히 뱉은 질문에 윤견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손가락만 가리켰다. 민혁의 위치에서는 각도 때문에 보이는 건 없어 천천히 윤견의 옆으로 다가가 보자 도로를 가득 털 뭉치들이 보였다.


털 뭉치들이 저 아래에 누워 있는 고블린들이 입고 있던 동물 가죽이란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즉. 도로를 가득 메운 건 고블린들이었다. 다행히 윤견과 싸우면서 났던 소음은 들리지 않았는지 고블린들은 도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거 좀 위험한데?”


윤견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놈들은 정찰을 나섰던 걸까요?”

“그러면 빨리 벗어나야 해.”


윤견과 민혁이 황급히 오르막에 내려가 일행들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내며 물러서게 했다.


“왜? 왜? 뭔데?”


도중에 파이브가 연신 질문을 쏟았지만 윤견은 그저 등만 밀 뿐이었다.


-대충 봤지만 적어도 예전 아파트를 습격했던 수와 동급이야. 이렇게 허허벌판에서 마주치면...


휘이이이~펑!!


한참 도망치던 일행들의 등 뒤로 작은 불덩이가 솟아오르더니 폭음과 함께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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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상처와 치료 24.07.19 7 0 11쪽
244 무게 24.07.17 10 0 11쪽
243 공존 하는 마을 24.07.15 10 0 11쪽
242 추위를 피해 - 2 24.07.13 11 0 11쪽
241 추위를 피해 24.07.10 11 0 11쪽
240 낙동강 건너기 - 3 24.07.08 15 0 12쪽
239 낙동강 건너기 - 2 24.07.06 12 0 11쪽
238 살아남은 자들 24.07.03 11 0 11쪽
237 이강후 24.07.01 11 0 11쪽
236 낙동강 건너기 24.06.29 13 0 11쪽
235 전역식 24.06.27 11 0 11쪽
234 전역날 24.06.25 10 0 11쪽
233 바퀴벌레 24.06.22 16 0 11쪽
» 생존확률 24.06.21 13 0 11쪽
231 흑백 도시 - 4 24.06.19 16 0 11쪽
230 흑백 도시 - 3 24.06.17 13 0 11쪽
229 흑백 도시 - 2 24.06.15 22 0 11쪽
228 흑백 도시 24.06.12 15 0 11쪽
227 검은 상자 - 3 24.06.10 15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23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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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악몽 24.06.03 14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6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5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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