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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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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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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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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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DUMMY

바퀴벌레를 무서워 할 수는 있다. 징그러운 외형과 갑작스레 나타나는 것에 공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공포보다는 혐오에 가깝다.


고블린 역시 헌터들에게 있어 고블린은 바퀴벌레와 같았다. 징그럽고 갑자기 나타나고.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벌레들은 충분히 사람의 목숨을 헤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한 마리가 말이다.


지금 그 벌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펑! 퍼펑!


뒤에서 울리는 폭음에 화려한 불빛. 모든 이의 눈을 사로잡을 아름다운 폭죽이 맑은 하늘에 터졌다. 아름다운 불빛을 풍경삼아 즐기고 싶지만 그럴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투두두두두두-!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을 두드리는 수많은 발소리들의 합창이 거센 파도처럼 덮쳐왔다.


그러나 발소리들은 일행들의 뒤를 따라오지 않고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윤견은 바로 강가로 일행들을 끌어 납작 엎드렸다.


"뭐...뭐지? 진격하는 거 같아."

"근데 놈들이 가는 방향 우리랑 비슷하지 않아요?"

"어...최악인데?"


윤견이 허탈한 웃음과 함께 마른 침을 삼켰다. 고블린들은 벌레다.


헌터인 윤견도 뇌리에 자리잡은 편견이다. 하지만 숲의 마녀를 잡았던 그 때를 개기로 많은 뇌리에 잡은 것들이 많이 부서졌다.


-저 놈들 중에서 온과 같은 기술을 쓰는 놈이 있을 거야. 수를 보면 적어도 몇 십은 넘을 거 같고.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걸까요? 이 주변에는 벌판 밖에 안 보였는데.."


확실히 민혁의 말대로 주변에 있는 건 넓은 벌판뿐이었다.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거센 발소리들은 이미 일행들에게 멀어져 유유히 작아지고 있었다.


"...설마 자동차한테 가는 건 아니겠죠?"

"..에이~, 설마. 고작 차 한 대에 저렇게 많이 가겠어?"


발소리가 사라진지 30분 쯤 지났을 무렵 윤견이 슬그머니 일어나 조심히 움직여 도로를 살폈다.


도로에는 이미 고블린들의 발자국도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윤견의 손짓에 일행들도 몸을 일으키며 다가갔다.


방금까지 있던 소음이 거짓말인 것처럼 도로는 썰렁했다. 고블린들이 밟은 도로를 옆에 낀 채로 다시 자동차를 향해 움직였다. 고블린들 덕분인지 일행들의 경계심은 잔뜩 올라간 주위를 미친듯이 살피고 있었다.


도중 낙동강에서 물갈퀴를 가진 사자의 모습의 괴물이 나왔지만 일행들을 슥 보고는 다시 낙동강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드디어 소인과 마주했던 주차장과 쓸쓸히 놓인 괴상한 자동차를 발견했다.


자동차를 보자마자 일행들의 얼굴이 밝아졌지만 승태와 승희는 반대로 조금 어두워졌다.


차에 도착하자마자 민혁이 보닛을 열며 점검에 나섰다. 그 사이 윤견은 트렁크로 가 식량과 식수를 꺼내려 했지만 창가에 붙은 먼지에 발걸음이 멈췄다.


손가락 하나 세워 창가를 쓱 훑자 수북한 먼지가 손에 묻었다.


-...뭐야? 이렇게나 많이 쌓인 다고? 고작 하루, 이틀 지난 게 아니었어?


창문에 멈춰있는 윤견을 대신해 트렁크로 향한 파이브가 문을 열려던 찰나 유리에 비친 무언가에 손짓이 멈췄다.


먼지 때문에 또렷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또렷이 그려졌다. 본능이 먼저 파이브를 잡아당기자 파이브가 머리에 있던 자리에 화살이 날아왔다.


화살이 트렁크 유리를 깨며 존재를 알렸다.


유리 깨지는 소리에 파이브와 가까이 있던 승태가 달려왔다.


“괜찮은 세요?”

“물러나!”


파이브가 일어서기도 전에 다음 화살이 날아왔다. 이들 앞에 자리 잡고 흑도를 움직여 화살들을 튕겨냈다.


화살이 날아온 곳을 노려보자 다음 화살을 장전 중인 고블린이 보였다. 화살이 활시위를 당기기도 전에 총알이 고블린의 머리를 날렸다.


“모두 차에 타! 총성을 듣고 놈들이 올 거야!”


윤견의 외침에 보닛을 닫고 민혁이 바로 시동을 걸었다. 파이브와 라호는 단숨에 차에 올라탔지만 승태와 승희는 우물쭈물 거렸다.


“뭘 눈치 보고 있어, 너희도 타!”


그러나 윤견과 민혁의 재촉에 어영부영 뒷자리에 구겨 넣었다.


“너도!”

“그..그치만.”


아직도 총을 겨냥하던 강후를 잡고 조수석에 밀어 넣었다. 강후를 집어넣자마자 능선 위로 고블린들이 줄을 이어 등장했다. 고블린들은 바로 한 쪽 무릎을 굽히고 화살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윤견은 바로 차 지붕 위에 납작 엎드려 달라붙었다.


“출발해!”


윤견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민혁이 엑셀을 밟았다. 바퀴가 거칠 게 돌아가며 뛰쳐나가자 그 뒤를 수 백 개의 화살이 쫓았다.


타다다다다!


화살 비가 바닥에 쉴 틈 없이 박혔다.


“!...씨발.”


그와 동시에 오른쪽 허벅지에 통증이 올라왔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역시나 허벅지에 낯선 막대기가 달려있었다.


다행히 화살은 그것을 끝으로 맞을 일은 없었다. 윤견의 허벅지에 흐른 피는 지붕을 타고 창문으로 흘렀다.


“닥터!”


창문 바로 옆에 있던 파이브가 외쳤지만 지붕에서 괜찮다는 듯이 쿵쿵 두드렸다. 자동차는 한참을 달려 다시 구봉리로 돌아왔다.


범주와 헤어졌던 보건소 앞에 멈춰 섰다.


“형님!”

“형!”

“오바들 떨지 마라, 허벅지 맞은 것뿐이야. 라호가 독이 있는 지만 좀 봐줘.”


민혁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려온 윤견이 보건소로 들어갔다. 승태 승희 남매가 얼른 보건소로 들어가 침대를 정돈했다.


부축 받은 윤견이 침대에 눕자 잠시 주변을 살피고는 범주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뒤따라오던 라호도 알아차렸는지 범주를 찾았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떠나신 거야. 남아 있겠다는 것도 우리 괜찮게 하려고 하신 거짓말 같고.”


범주 대신 파이브가 냉철한 대답을 하며 보건소로 들어섰다. 한편 침대에 누워 바지를 걷어 상처를 확인하자 붉은 선혈 외에도 다른 것이 눈에 보였다.


“라호! 독이다!”


윤견이 바로 외치자 다급히 달려온 라호가 상처 주위로 퍼진 보랏빛 흔적을 확인했다.


의심 증상에 바로 나무를 상처 부위가 갖다 댔다. 마치 의사의 손처럼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뻗기 시작한 가지들이 상처 부위를 어루만졌다.


-역시...감촉이 좀 그렇긴 하네.


나무의 검진이 끝났는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라호의 표정을 슥 보니 그리 심각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독 맞아요. 다행히 치료 가능한 수준이라 바로 시작 할게요."


라호의 즉각적인 치료 덕분에 독은 금방 해독됐지만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


"독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근육이 좀 다쳤을 거예요."

"그럼 언제까지 이렇게 걸어야 하지?"


절뚝이며 걸어간 윤견이 힙겹게 의자에 앉았다. 고작 열 걸음도 안 됐지만 그것조차 생각 보다 힘든 거리였다.


"형의 회복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적어도 이틀 정도로 예상이 돼요."

"그럼 회복되는 동안 여기에 있지, 뭐."

"아니, 고블린들이 쫓아올지도 모르는 마당에 가만히 있기에는 무리야. 바로 가야 해, 차는 문제없지?"

"예, 문제없어요."


민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차로 향했다. 라호와 파이브는 좀 더 쉬자는 쪽이었지만 윤견의 말대로 고블린들이 쫓아 올 수도 있으니 고집은 부리지 못했다.


차례, 차례 차에 올라타던 중 하늘에서 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 많이 내린 건 아니라 굳이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트렁크의 짐을 한 쪽으로 밀고 강후가 몸을 구겨넣은 덕분에 윤견이 조수석에 앉을 수 있었다.


"생각 보다 동행자가 많아졌네요."

"그렇게. 확실히 우글우글하네."


민혁이 씨익 웃으며 말하자 윤견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처음 홀로 말을 타던 윤견으로서 확실히 웃게 만드는 일이었다.


분명 그 때는 홀로 쓸쓸히 목적도 없이 거리를 방황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시끌벅적하고 목적까지 있다.


그런데. 그런데 이상토록.


-...마음이 답답한 기분일까.


슬며시 올라간 손이 윤견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악몽 속 그들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맴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망자들의 목소리를 부순 건 윤견의 정신도 아닌 고블린들의 울음소리였다. 분명 일행들은 차를 타고 이동 중임에도 고블린의 울음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트렁크에 있던 강후가 뒤를 보자 고블린들이 보였다. 그러나 홀몸이 아니었다. 놈들의 아래에는 자기들보다 덩치가 큰 늑대를 타고 있었다.


고블린들은 능숙하게 늑대를 타며 무서운 속도로 차를 쫓아오고 있었다. 네 개의 눈이 먹이를 노리는 듯 불타올랐다.


고블린들의 선두에 있던 놈이 손으로 수신호를 보내자 양 쪽으로 산개했다.


“더 못 밟아?”

“밟을 수는 있는데 잘 못하면 멈출 수가 있어요!”


어느새 자동차 옆에까지 놈들이 다가왔다.


“어? 늑대 다리가 좀 많은 거 같은데?”

“지금 그게 문제야! 엎드려!”


윤견이 외치자마자 화살이 날아와 창문에 박혔다. 윤견도 바로 총을 들고 팔을 창밖으로 빼며 발사했다.


총알이 늑대를 명중하자 고블린이 고꾸라졌다. 그러나 그 사이 반대쪽에서 달리던 늑대가 차의 앞으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고블린이 운전석에 있는 민혁을 향해 창을 던지는 모션을 취했다.


놀란 민혁이 핸들을 틀기도 전에 고블린의 손에서 창이 떨어졌다.


쾅!!


창이 그대로 앞 유리를 뚫으며 유리파편들이 민혁을 덮쳤다.


“끄아아악!!”


민혁의 통제에서 벗어난 핸들은 그대로 제멋대로 굴렀다.


차는 핸들을 따라 방향을 잃고 밭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정신을 차린 민혁이 핸들과 브레이크를 온 힘을 다해 밟자 귀가 찢어지는 듯한 마찰음이 미친 듯이 울렸다.


끼이이이이익-!!!....


도로에 선명한 타이어 자국과 뿌연 연기가 모락 피어났다. 자동차는 다행히 밭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민혁과 다른 일행들의 안부를 물을 시간도 없이 윤견이 바로 밖으로 나섰다.


문을 열자마자 거대한 짐승의 아가리가 윤견을 향해 날아왔다. 흑도와 칼집을 엑스자로 교차해 아가리를 막았다.


-진짜...다리가 많구나.


입을 막자 이번에는 네 개의 다리가 발톱을 세우며 윤견을 향해 내질렀다. 그러나 흑도가 그대로 나아가 입을 찢어갈았다.


베인 늑대의 뒤로 고블린이 쌍검을 들고서 나타났다. 윤견은 그대로 늑대를 걷어차며 고블린을 쓰러트렸다.


그리고 늑대를 관통해 고블린을 찔렀다. 놈의 숨통이 끊기는 것이 전해지자마자 검을 뽑고 상황을 살폈다.


그러나 바로 뒤에서 고블린 한 마리가 차 지붕에 올라 창을 들고서 윤견을 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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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공존 하는 마을 24.07.15 8 0 11쪽
242 추위를 피해 - 2 24.07.13 9 0 11쪽
241 추위를 피해 24.07.10 10 0 11쪽
240 낙동강 건너기 - 3 24.07.08 15 0 12쪽
239 낙동강 건너기 - 2 24.07.06 12 0 11쪽
238 살아남은 자들 24.07.03 11 0 11쪽
237 이강후 24.07.01 11 0 11쪽
236 낙동강 건너기 24.06.29 13 0 11쪽
235 전역식 24.06.27 11 0 11쪽
234 전역날 24.06.25 10 0 11쪽
» 바퀴벌레 24.06.22 16 0 11쪽
232 생존확률 24.06.21 12 0 11쪽
231 흑백 도시 - 4 24.06.19 14 0 11쪽
230 흑백 도시 - 3 24.06.17 13 0 11쪽
229 흑백 도시 - 2 24.06.15 22 0 11쪽
228 흑백 도시 24.06.12 15 0 11쪽
227 검은 상자 - 3 24.06.10 14 0 11쪽
226 검은 상자 - 2 24.06.09 23 0 11쪽
225 검은 상자 24.06.07 19 0 11쪽
224 악몽 - 2 24.06.05 12 0 11쪽
223 악몽 24.06.03 14 0 11쪽
222 새하얀 운동장 24.06.01 16 0 11쪽
221 탈영병 24.05.30 15 0 11쪽
220 비 오는 밤 24.05.28 14 0 11쪽
219 궁상 24.05.26 13 0 9쪽
218 처형자 - 2 24.05.25 19 0 11쪽
217 처형자 24.05.23 19 0 11쪽
216 파이브의 각오 24.05.21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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