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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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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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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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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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건너기 - 2

DUMMY

고통스럽고 외롭고 모든 것이 허했던 그 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그 때.


하지만 묘하게 마음 한 구석에는 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애써 외면했다. 동료와 많은 시민들이 죽었는데 이런 감정이 들면 안 되지 않은가.


그러다 파이브를 만나고, 문하와 기랑과 민혁을 만나고 라호를 만나며 외로운 마음에 여러 가지 색이 담겨졌다.

하지만 동시에 불편함과 불안함도 느꼈다. 잃을 게 없다는 자유에 다시 발이 묶인 것이니.


다시 잃을 까봐. 뺏길까봐.


만약 다시 그렇게 된다면 윤견은 회복 불가할 정도로 무너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안에서 잠시 일행들과 떨어졌을 때도 무너져 내렸다. 만일 그 때 주리가 없었더라면 끝임 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완벽한 사람이 어딨냐..”


어둠 속 칙칙한 분위기 속 윤견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한참을 흐느끼던 강후가 자신의 울음소리 때문에 못 들었는지 되물었지만 윤견은 고개만 저을 뿐 다시 말하지 않았다.


그 순간 이들이 숨은 건물 아래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축축했던 공기가 날이 섰다.


윤견도 강후도 무기를 들어 아래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두 명. 흩어지지 않은 걸 보면 그냥 쉬려고 온 건가?


발소리들은 오래 돌아다니지 않고 멈춰 섰다. 그리고는 수다 떠는 소리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강후의 얘기를 듣고 있느라 몰랐지만 밖을 밝히던 모닥불들이 줄어든 것이 보였다.


-하긴 전쟁을 했으니깐 금방 쓰러지긴 하겠지. 그렇다면...기회일 수도 있어.


조심히 강후를 건드려 간락하게 수신호를 보냈다. 알아 들었는지 강후의 얼굴에 긴장감이 올라섰다.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을 보내자 떠들던 1층에서는 코고는 소리가 들렸고 밖에는 더욱 붉은 빛이 약해졌다.


“..가자.”


작게 속삭이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강후도 침을 꼴깍 삼키고 따라갔다. 윤견 먼저 조심히 계단을 밟고 내려서자 완전하게 곯아떨어진 고블린 두 마리가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 둘 근처에는 빈 술병이 놓여 있었다.


-술까지...축배를 제대로 마셨구만..,


안전하다고 판단되자 손짓으로 강후를 불러 조심시 문을 열었다.


위층에서 살피며 모닥불이 어디 어디에 타있는 지 알고 있었다. 그곳만 피해 어둠에 숨어서 가면 될 것이다. 게다가 저놈들도 건물 안에서 자는 것이 아마 다른 놈들도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거리 바닥에 누워 자는 고블린들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면 그 수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모두 잠들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 가자는 신호를 보내고 최대한 소리를 죽여가며 넘어섰다.


강후도 그런 윤견의 발자국을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조금 씩 앞으로 나아가던 차, 옆 건물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고함소리가 들렸다.


딱 봐도 고블린들끼리 술 처먹다 다툰 모양이지만 문제는 이 소란에 깨어날 놈들이다. 역시나 뒤에 있던 놈도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따라와.”


이제는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동을 피해 코너를 돌던 중 코앞에서 고블린과 마주쳤다.


“,,?”


놈은 아직 꿈에 있는지 눈만 깜빡깜빡 거리며 윤견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뒤늦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열려던 순간 윤견의 주먹이 놈의 정수리를 내려치며 땅에 처박았다.


“음...오케이.”


쩍 벌어진 입을 살포시 닫자 언뜻 보니 자는 것 보였다. 그런 놈을 넘자마자 앞 건물에서 문일 열렸다. 윤견은 바로 강후를 잡고 옆 골목에 몸을 숨겼다.


다급히 뛰는 것이 아닌 설렁설렁 걸어가는 것이 다행히 들킨 건 아니었다. 게다가 바닥에 뻗은 놈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윤견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점차 늘어나는 발소리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골목 가로등과 쓰레기통에 겨우 몸을 숨긴 채, 사방에서 울리는 발소리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


부스럭.


이제는 이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도 될 소리도 이들에게는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 강후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고 뒤를 돌아보자 강후도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그런 시선의 끝에는 골목 끝에 서 있는 고블린이 있었다. 고블린이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려하자 강후가 총구를 올렸다.


그러나 그것도 윤견이 막아서고 흑도를 던졌다.


고작 주정뱅이의 싸움에도 이리 많은 반응들이 있는데, 총성이라도 울리면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을 것이다.


삐-!..


호주머니에서 꺼낸 피리를 입에 물자마자 흑도가 고블린의 몸을 관통했다. 그 과정에서 잠시 입에서 바람이 나와 피리를 불었지만 금세 피리를 떨어트리고 쓰러졌다.


-...


잠시 숨을 멈추며 주변 반응을 기다렸다. 이대로 조용히 넘어갔으면 하는 심정으로 기다리자.


삐이-!!


작게 식으며 끝났던 피리 소리에 뒤를 이를 피리 소리가 골목 넘어 울렸다.


“뛰어!”


강후를 돌볼 틈도 없이 윤견이 외치며 뛰었다. 그와 함께 해가 뜨는 건가 싶을 정도의 불빛들이 거리에 떠올랐다.


그와 함께 고블린들이 울음소리도 사방에서 울렸다. 그리고 바로 다섯 마리의 고블린들이 윤견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딱 봐도 급히 일어나 것이 보이는 태세에 그대로 흑도를 휘둘렀다.


고블린들의 목이 그대로 잘리며 길을 열었다. 그러나 옆 담벼락을 타고 올라선 고블린의 창 끝이 윤견을 향했다.


“씨바!”


바닥에 굴러다니는 고블린의 시체를 걷어 차려했다. 그러나 강후가 먼저 개머리판으로 고블린의 면상을 찍어 담 넘어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골목에 빠져나가 드디어 도로 맞은편 가장 외각에 있던 카페가 보였다. 이제 저 카페만 넘으면 낙동강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윤견과 강호가 동시에 달렸다.

그러나 옆에서 늑대를 탄 고블린들이 자동차마냥 도로를 밟으며 직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는 수많은 고블린들이 창을 투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뒤에 있던 강후를 잡아 앞으로 끌었다.


“늑대! 늑대를 상대해! 창은 내가 막을게!”


강후가 아무런 대답도 불평도 하지 않고 바로 총구를 옆으로 돌렸다. 윤견도 앞으로 뛰는 와중 뒤를 돌아보며 창을 경계했다.


창 보다 먼저 강후의 총구가 움직였다.


총에 맞은 고블린이 뒤로 넘어가거나 늑대가 맞아 앞으로 고꾸라졌다. 한편 어느 고블린의 선창에 따라 창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윤견도 바로 자세를 잡고 흑도를 휘둘렀다. 흑도가 움직이며 긴 창들을 튕겨냈다. 다른 창들은 도로에 박히고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이들을 막을 건 딱히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도로 끝에서 녹색 불이 띠를 그리며 강후의 앞을 막아섰다. 윤견이 인상을 쓰며 불길이 시작된 곳을 쳐다보자 등이 굽은 고블린 두 마리가 킬킬 웃고 있었다.


“어..어떻게 못 하십니까?”

“내가 불 쓴다고 할 수 있겠냐! 옆으로 뛰어!”


그러나 벌써 저 뒤에서 고블린 때가 쫓아오고 있었다. 그 수는 그 때 도로에서 봤던 것과 엇비슷했다. 그 중 유독 피부가 붉은 고블린이 돌팔매질을 하더니 돌멩이를 던졌다.


멀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때 유리를 깨도 터진 돌멩이라고 단번에 파악 할 수 있었다. 역시나 허공에서 빛을 내던 돌멩이가 터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터졌다.


“끄아악!!”


그중 하나가 하필 강후의 어깨에 박혔다. 윤견은 그나마 다리에 박히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참아, 계속 달려!”

“끄으...”


인상을 쓰며 달리는 강후를 밀며 뒤를 보자 벌써 고블린들이 몇 걸음 차이 밖에 나지 않은 위치까지 도달했다. 그중 한 마리가 몸을 던지자 손톱이 윤견의 등을 스쳤다.


드디어 강후의 발이 카페를 넘어 마지막 도로를 밟았다. 도로를 넘고 들판을 넘으면 낙동강이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뗏목을 타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 동안 저 놈들이 구경만 할 리가 없고, 강에 있던 놈도 가만히 있겠는가.


“키이!!”


그러나 지금 그런 걱정하는 것도 사치라는 듯이 곧바로 고블린이 뒤에서 창을 휘둘렀다. 윤견도 바로 뒤를 돌아 검두로 창을 쳐내고 고블린을 베었다.


벌써 놈들이 사정범위 안까지 들어섰다.


권총으로 가장 가까운 놈을 사격하며 달렸다. 어느새 들판 중반까지 도착한 강후도 뒤를 돌고 한 손으로 총을 발사했다.

반동을 제어하지 못한 팔이 좌우로 흔들렸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고블린들이 쓰러졌다.


“이제 총알 거의 바닥 일겁니다...많아 봤자 열다섯 발?”

“알았다.”

“근데 저희 수영해서 건너나..요?”


강후가 자신의 어깨를 흘끗 보며 말했다. 거침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으로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뗏목을 가리켰다. 강후가 의심의 눈초리로 뗏목과 윤견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니 농담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마침내 뗏목에 도착한 강호가 멈춰섰다.


“들어! 들을 수 있어!”

“잘못..네?”


상황이니 의심은 제쳐두고 한 손으로 뗏목을 만지자 정말로 무게 자체가 없는 것처럼 가벼웠다. 강후가 뗏목을 들려하자 뒤따라 온 윤견이 강후를 잡아 당겼다.


대검이 강후 눈앞에 스치며 낙동강에 빠졌다.


“...망할..”


벌써 고블린 때가 윤견과 강후 주위를 빙 둘러쌓았다. 뒤에는 낙동강, 앞에는 고블린.


지금 뗏목에 타는 순간 그대로 화살이나 창, 돌멩이에 죽을 것이다.


강후도 예상을 하는 지 표정에 모든 것이 들어났다.


눈은 점차 다가오는 공포를 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옆에 있는 눈은 아니었다. 코앞까지 있는 고블린이 아닌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 했다.


“강후.”

“..”

“강후!”

“네!”


점차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보며 잔뜩 겁먹은 강후가 이를 딱딱 부딪치며 윤견을 쳐다봤다.


“강에 쏴.”

“..네?”

“강에다 총 쏘라고!”


윤견은 그 말을 남기고는 앞으로 나가 고블린을 막았다. 어째서 저 많은 것들 중에서 고작 세 마리만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단 칼에 모두 베였다.


한편 또 다시 의심의 눈초리가 윤견을 스쳤으나 그와 싸우고 있는 고블린을 보자 바로 총구를 돌렸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다다-!


총알들이 수면을 두드렸다...그리고는 끝났다. 열다섯 발이 아닌 열일곱 발이 낙동강 아래로 떨어졌다.


수면은 다시 잔잔해졌다. 그러나.


부글부글부글.


잔잔했던 수면이 거칠게 날뛰더니 물기둥이 솟구치며 레비아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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