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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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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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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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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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피해 - 2

DUMMY

그저 벽에 기대다가 뗀 것뿐이라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민혁이 다시 손을 뻗어 벽에 조심히 만졌다. 그러나 그것도 금세 뒤로 빼며 물러섰다.


“? 왜 그래?”

“그게...뭔가 벽이 더 차가워진 거 같아서요.”


물론 전에도 벽이 시리도록 차가운 건 맞았다.


윤견과 라호의 노력 덕분에 그래도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다. 순간 방 안에 한기와 같은 정적이 흘렀다.


윤견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며 민혁이 아닌 다른 쪽 벽으로 다가가 벽을 만졌다.


역시나 손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그리고 다른 쪽 손으로 이번에는 민혁이 기댔던 벽을 만지자 몸이 거부하듯 손이 튕겨져 나갔다.


이 방향에 시신이 있다는 게 결단코 우연일리가 없다. 이 벽 넘어 온 몸을 찔렀던 그 한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당장 짐 챙겨!”


윤견의 외침에 모든 일행들이 추위를 잊고 빠른 속도로 짐을 챙겼다. 그리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크윽!”


고작 문 하나 열었을 뿐인데도 신음이 절로 나오는 추위는 여전했다. 민혁이 차에 타자마자 시동과 함께 히터를 켰다. 그 뒤로 다른 일행들도 차에 몸을 집어넣었다.


“어우, 쫍아.”


몸에 두르고 있는 옷 때문에 뒤 자리에는 빈틈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추위는 여전했다. 앞자리 역시 이를 딱딱 부딪치며 추위에 떨고 있었다.


“계속 내려갈까요?”

“..어..일단 멀어지자.”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추위를 피해 도망을 치다니 그것도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쫓아오며 움직이는 추위를 피해 차를 타고 도망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 움직이는 건 자동차 뿐이 아니었다.


"옆에!"


차와 같은 속도로 이계의 괴물이 옆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저 미친놈은 춥지도 않나!"


민혁이 차를 꺾어 피하자 짐승의 손톱이 유리를 긁으며 뒤로 사라졌다. 그러나 놈은 포기하지 않았는지 몸을 털고는 쫓아올 준비를 끝냈다. 놈의 앞 다리가 땅을 박차려던 순간.


이가 없지만 차가운 송곳니와 보이지 않은 거대한 아가리가 짐승을 삼켰다.


"크르..르.."


짐승의 움직임이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 과정까지 고작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6초 만에 일행들은 피부로 위기를 느꼈다.


"쫓아온다!"


보이지 않지만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한기가 쫓아오고 있다, 그것도 자신들을 노리며.


-처음 집에서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그런데 왜?


의문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달리던 중 차의 뒷 창문이 새하얗게 서리가 키기 시작했다.


"닥터!"


파이브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기 무섭게 창문이 깨지며 한기가 차 안을 습격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한기에 민혁이 더욱 엑셀을 밟았다.


"뒤에 정신 차려! 이불이든 모든 좋으니깐 창 좀 막아!"


윤견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 강후가 힙겹게 이불을 벗어 창문을 틀어막았다.


"절대 밖으로 손 빼지 마!"


강후에 이어 정신을 차린 파이브도 모피 카펫을 펼치며 말했다. 하지만 손을 빼지 않아도 고작 창을 막기 위해 손만 트렁크에 뻗어도 손이 따갑고 감각이 둔해졌다.


"다들 손 빼, 내가 막을 게."


라호가 나무를 키우며 두 손을 대신해 이불과 카펫을 지탱했다. 펄럭이던 이불과 카펫도 금세 얼어붙어 딱딱해졌다.


어둠 던 차 안에 푸른빛이 아름답게 일렁이더니 열기를 내뿜었다. 윤견이 검집에 천을 감아 불을 일으킨 것이었다.


그나마 작은 온기가 일행들을 지켜줬지만 폭풍 앞의 횃불에 불가한 것이었다.


횃불을 잡는 윤견의 손도 추위에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차의 속도를 따라 온다고? 내가 도망쳤을 때에는 겨우 집에 도착했던 속도였잖아? 그 때와 우리의 다름 점이 뭐지?...라면 먹고 싶다.


추위 속에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지만 여차하면 다른 쪽으로 생각이 빠져나갔다. 생각뿐만이 아니라 의식 역시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흐릿해지며 모든 것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허벅지를 때리며 정신을 차렸다.


-속도에 따라서 쫓아오는 속도가 다른 가? 그러면 우리가 움직여서 이 추위가 쫓아오는 거고?...짬뽕..

"아오 씨!"


다시 한 번 자신의 허벅지를 때리고 뒤를 살폈다. 여전히 차 안의 온도는 낮았지만 다들 어찌저찌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문제일 뿐, 빨리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했다.


-차의 속도도 따라오기는 하지만 추월할 수는 없지 않나?...아냐,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도망칠 수도 없고, 애초에 시신도 있는 걸 보니 언젠가는 추월한다는 얘기잖아.


“자..잠깐!”


도중 라호의 다급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이불과 카펫을 지탱하고 있던 가지들의 색이 빠지더니 쩌적 갈라지기 시작했다.


분명 차의 속도는 올랐음에도 한기의 송곳니에서 벗어날지 못한 것이다.


순간 윤견의 머릿속에서 한기의 고통과 눈도 감지 못한 시신이 스쳐지나갔다.


-시간을 돌려야 하나? 하지만 언제로? 아니면 뭔가를 미끼로 쓸 만한 걸 던질까? 아니, 미끼로 할 만한 것들 중에 움직이는 게 없잖아. 아니, 것보다 움직임에 반응하는 매크로가 맞나?


언 허벅지를 때린 지도 벌써 수백 번. 마침내 윤견이 입을 열었다.


“닥터 안 돼!”


그러나 먼저 파이브가 입을 열었다. 갑작스런 파이브의 말에 윤견은 곧바로 파이브의 머리카락을 살폈다. 그러나 머리카락은 그대로였다.


“너..시간을 되돌린 거 아냐?”

“...네?”


뭔 소린가 하는 강후를 뒤로 하고 윤견의 눈이 파이브에게 고정됐다.


윤견은 자신이 직접 미끼가 되어 놈의 매크로를 파악하려 했었다.


그걸 본 파이브는 몇 분 만, 몇 초 정도만 써서 되돌아가 윤견에게 알려주는 방법을 생각해내 파이브에게 말을 하려던 찰나였다.


그러나 그걸 말리 듯 파이브가 먼저 말을 가로챈 것이다. 하지만 파이브는 고작 몇 초의 시간을 되돌려도 머리에 작지만 흔적이 남는다.


한참을 얼빠진 눈으로 윤견을 보던 파이브가 얼었던 입을 움직였다.


"아니, 봤어. 닥터가 갑자기 차 밖으로 몸을 던져서 옆으로 도망갔어."


다시 파이브의 머리를 살폈다. 혹여나 뒷 머리가 달라진 건가 싶어 꼼꼼히 살폈지만 역시나 그대로였다.


"무슨 소리야?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는데 어떻게 안 거야!"


당황스러운 건 파이브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의도하지 않은 것을 본 것처럼.


일단 이 문제는 넘어가고 당장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럼, 본 거라도 자세히 말해줘!"


파이브도 현 상황을 알기에 곧바로 기억을 뒤졌다.


"닥터가 차에서 내려서 검에 불을 일으켰어. 그리고..몸을 앞...아니, 팔을 뻗어 검을 뒤로 뺐어."


역시 제대로 본 것이다. 윤견이 생각한 실험 그 자체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

"얼었지."

"어디가 먼져?"


파이브는 인상을 쓰며 기억을 떠올렸다. 시야가 흔들리지 않은 것이 민혁이 차를 세운 것이고 라호가 차에서 나가려 했었다. 그리고...


"푸른 불이 꺼졌어."


그 말을 듣자마자 윤견은 목도리를 풀어 동그랗게 말았다.


그리고 바로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계속해서 라이터를 키려 했으나 야속한 라이터는 불을 뿜지 않았다.


결국 인내심이 폭발한 윤견이 바로 검을 뽑아 목도리를 찌르고 레버를 물어 당겼다.


화염이 목도리를 먹으며 화염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무런 고민도 없이 밖으로 던졌다.


화염은 금세 불안하게 흔들리더니 그대로 식으며 목도리를 딱딱하게 얼렸다.


그 순간 일행들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조금이지만 차 안의 냉기가 빠졌다는 것을.


"온도다! 온도에 반응해!"


윤견이 외치며 흑도를 내밀자 너나 할 거 없이 불에 붙을 만한 것들을 뭉쳐 불태웠다.


그리고 쫓아오는 맹수에게 고기를 던지듯 차례차례 창밖으로 던졌다. 그러나 정말로 미끼에 한기가 눈이 돌아간 것인지 점차 차 안의 온도가 조금이나마 높아졌다.


분명 처음 접했던 추위이지만 사람은 적응의 생물이라 했던가, 이제 이정도면 숨은 쉴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하나 둘 미끼를 던져가며 점차 옷들도 벗겨졌다. 이제는 평소와 같은 옷차림이여도 상관없을 정도로 기온이 돌아왔다.


"...끝난 거겠죠?"


라호가 아직도 들고 있던 나무를 슬며시 내리며 말했다. 나무가 내려가자마자 줄기들이 갈라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아마도..”


윤견이 힘겹게 말을 뱉으며 의자에 등을 기대자 이마에 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땀을 닦아내며 힘없이 웃었다. 위기에 벗어나서 그런 가, 차 안에 졸음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기가 다시 쫓아올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했고 파이브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었다.


그럼에도 일행들은 차를 세웠다.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 순간이기에 이들은 그대로 차에서 잠 들기로 했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비를 할지 않을 수는 없다.


차의 뒤로 라호가 일정 간격마다 식물들을 키워냈다. 이제 이 식물들의 상태를 보며 불침번이 한기가 오는 지 안 오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다들 주무십시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강후가 자처하며 나섰다. 그렇게 돌아가며 불침번에 나섰다. 마지막 순번인 윤견이 일어났을 때에도 식물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저 멀리 해가 떠올랐다. 그제야 윤견은 상황이 끝났음을 받아드렸다.


어제 추위 덕분인지 평소와 달리 옷이 좀 얇아진 일행들이 차의 짐을 빼내며 하나하나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우아...이건 완전 그냥 냉동식품이 됐네...”


파이브가 거의 벽돌처럼 딱딱하게 얼은 군용 비상식량을 두드리며 말했다. 옆에 있던 라호도 상자를 바닥에 내려 놔 안에 있던 채소들을 살폈다.


채소들 역시 본드에 붙은 것 마냥 서로서로 붙어 있었다.


한편 차량의 물품들을 살피던 민혁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의 손에는 여러 부품들이 있었지만 이 부품들은 원래 하나의 부품이었다. 그러나 한기가 얼렸고 자동차가 흔들리며 이곳저곳에 부딪친 결과 산산조각이 난 것이었다.


-...괜찮아, 아직 쓸 일은 없으니깐...아직은.


희망석인 소망을 바라며 부품조각들을 상자에 넣었다.


잠시 주변을 살피고 온 강후가 지도를 든 윤견에게로 향해 자신이 본 것들을 알렸다. 어제 너무 정신없이 도망치다 보니 본인들의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음...그럼 이쯤 이려나?”

“아! 그런데 이거 교회는 안 보였습니다.”

“그럼...여기?”

“...맞는 거 같습니다.”

“오케이, 어디에 있는지 알겠다. 끝났으면 다시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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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십오 - 2 NEW 57분 전 0 0 11쪽
391 십오 25.07.13 3 0 11쪽
390 지옥도 25.07.10 5 0 11쪽
389 죄와 죄인 25.07.07 6 0 11쪽
388 과거로 25.07.05 7 0 12쪽
387 마지막 약속 25.07.03 7 0 11쪽
386 마지막 임무 25.07.01 8 0 11쪽
385 전야제 25.06.29 7 0 11쪽
384 쟁탈전 - 3 25.06.26 9 0 11쪽
383 쟁탈전 - 2 25.06.24 9 0 11쪽
382 소문과 결단 25.06.21 10 0 11쪽
381 이전 25.06.19 8 0 11쪽
380 임무 25.06.18 9 0 11쪽
379 쟁탈전 25.06.15 9 0 11쪽
378 기습 - 3 25.06.14 11 0 11쪽
377 기습 - 2 25.06.10 10 0 11쪽
376 기습 25.06.08 11 0 11쪽
375 부산 - 3 25.06.06 10 0 11쪽
374 각색 25.06.03 10 0 11쪽
373 부산 - 2 25.06.01 12 0 11쪽
372 부산 25.05.29 10 0 11쪽
371 여기까지 25.05.27 10 0 11쪽
370 여행 계획 25.05.25 8 0 11쪽
369 엔딩으로 25.05.18 9 0 11쪽
368 목소리 25.05.15 11 0 11쪽
367 무게감 25.05.13 11 0 11쪽
366 사냥 - 3 25.05.11 12 0 11쪽
365 사냥 - 2 25.05.09 11 0 11쪽
364 사냥 25.05.06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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