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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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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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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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0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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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DUMMY

"오~, 경치 좋은데?"


다리 난간에 선 파이브가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며 웃었다.


"전에는 꽤 유명한 관광명소였을듯. 것보다 얼른 타라."

"아~아쉽다. 나중에 가자."


윤견은 작은 미소로만 답을 보냈다. 무사히 다리를 건넌 둘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분명 건너온 이곳도 온전한 건물들로 깨끗한 모습이었지만 이상토록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이 세계에 둘만 남겨진 기분이었다.


"이상하네..보통 이럴 때 총이나 화살이 날아오는데."


파이브도 조용한 분위기가 어색한 듯 주변을 계속해서 두리번거렸다. 그런 파이브의 시야에 움직임이 보였다.


바로 윤견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윤견도 바로 알아듣고 페달에 힘을 더 주려던 순간 옆 건물에서 파이브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다급히 뛰어왔다.


“잠깐만요! 잠깐!”


반사적으로 자전거를 멈췄지만 뒤늦게 검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파이브가 바로 윤견의 팔을 잡았다.


“무..무슨 일이야?”


파이브가 윤견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히 물었다.


"동생이 위험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무슨 소리야, 제대로 설명해봐."


한층 눈빛이 진해진 파이브가 나서며 말했다.


평소와 같은 패턴이다. 파이브가 나서며 사람들을 돕고 윤견은 마지 못해 그들을 따르는.


하지만 이번에 윤견은 달랐다.


'정신을 차려, 윤견. 너는 헌터야! 너의 임무는 파이브를 부산으로 데리고 가는 것 뿐이라고!'


그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괴물들이 방금 제 동생을 잡아갔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잠깐, 방금? 우린 어떤 소리도 듣지 않았다. 비명소리는커녕 발소리도."


파이브의 손을 뿌리치고선 검을 뽑아 소녀의 목에 겨누었다. 이름 모를 소녀는 물론이고 파이브도 놀란 기색이다. 하지만 이유는 달랐다.


"닥터, 옥상!"


눈빛이 변한 파이브가 소녀가 나왔던 건물 옥상을 보며 외쳤다. 윤견도 바로 시선을 올리자마자 화살이 날아왔다.


바로 왼팔을 들어 방어하자 화살이 박혔다.


“쳇! 튀어.”


방금까지 무해한 표정을 짓던 소녀가 혀를 차곤 품속에서 콩알주머니를 던졌다. 화살이 박힌 팔로 낚아챘다.


콩알주머니를 오른손으로 보내 문지르니 모래 같은 걸로 채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꼴에 연막탄이다 이건가?”

“...닥터.”


조심히 윤견의 옷깃을 당겼다. 윤견은 입으로 화살을 뽑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뭐 하지는 않을 거야. ...저대로 도망만 친다면 말이야.”



“하아...하아..하아...젠장, 칼을 들고 지랄이야.”


한참을 도망치던 소녀가 멈추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목에는 얇은 상처가 나있었다.


“방금 그 사람...화살을 잡은 거야?”


후드를 뒤집어 쓴 자가 석궁을 든 채로 골목 속에서 나타나 물었다. 후드 안에는 소녀와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 소녀의 상처를 보았다.


“그 상처 뭐야!? 베인 거야??”


소년이 다급히 자신의 가방을 뒤졌다. 반면 소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했다.


“오바 떨지 마 살짝 긁힌 것뿐이야. 씨...하필 헌터였네. 땡큐,”


소년이 건넨 상처약으로 간단하게 치료하자 오히려 얼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어떡하지? 오늘 상납일이잖아...”


소년 또한 방금 보다 더 어두워진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너는 여깄어.”

“뭐? 어쩌려고! 방금 목 날아갈 뻔 했잖아...”


처음과 달리 점차 목소리가 내려갔다.


“어차피 어디로 가던 죽어. 최대한 살 확률 쪽에 건다.”


도망가는 와중, 멀어지는 와중에 소녀는 똑똑히 들었다. 자신에게 칼을 겨누었던 남성의 말을.


-그리 안 좋은 사람은 아닌 거 같아. ...어떻게든 뭘 얻는다.


소녀는 능숙하게 도로와 골목을 오갔다. 마치 자전거가 어디로 가는 지 알고 있는 듯한 움직임과 속도였다.


그렇게 금방 도로에 도착했다. 자전거는 보이지 않았다.


불안한 시선으로 잠시 도로를 살폈지만 저 멀리 자전거가 유유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을 뱉고는 두 팔을 높게 벌려 기다렸다.


그 모습을 발견한 윤견도 잠시 다른 길로 갈까 망설였지만 이미 그 사이 파이브도 소녀를 발견했다.


“? 아까 걔 맞지?”

“맞는 거 같은데, 왜 우리 앞에 있지?”


분명 윤견은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자신 보다 먼저 있는 소녀를 보며 의아함을 숨기지 않았다.


“돌아가자. 또 뭔 짓을 할지 몰라.”

“어? 그..그렇긴 한데.”


아직 파이브는 확신이 없는 모양이다. 윤견도 장담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젠 그럴 시간이 없었다.

모두의 목소리를 하루 빨리 해방시켜줘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리고 어제의 시간 덕분인가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


“지금 우리 둘 뿐이야. 우리의 틈을 지켜줄 사람 하나 없는 상태에서 변수를 줄이야 해.”


파이브의 머릿속에서 그간 이들이 얼굴이 지나쳤다. 그 중에는 다나와 이지 그리고 라호의 얼굴도 있었다.


“알..알았어.”


파이브도 고개를 끄덕이곤 아직도 손을 든 소녀를 피해 고개를 돌렸다.


“..어라?”


자신을 향해 똑바로 가던 자전거의 방향이 틀어지자 소녀는 당황해하며 팔을 내렸다. 하지만 금세 다시 골목을 누비며 가까스로 자전거가 지나가지 전에 나타났다.


윤견은 바로 지체 없이 검을 뽑아 겨누었다.


“잠깐, 잠깐 얘기 좀 들어주세요!”

“파이브 머리 숙이고 있어.”

“저 혼자에요! 이번에는 진짜 저 혼자에요!”


애원하듯 말했지만 윤견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여기서 살짝 손만 움직이면 목을 벨 수도 있다. 그 찰나의 선을 보던 중 파이브가 윤견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뭔?!”


그대로 몸이 뒤로 젖힌 윤견이 상황을 파악하던 찰나 옥상에서 반짝이는 무언가와 함께 총성이 울렸다.


“저격이야!!”


저격이란 소리에 윤견의 온 몸에서 소름이 돋으며 뒤로 넘어지는 와중 파이브를 안고 착지하자마자 근처 건물로 달렸다.


윤견이 건물에 숨자마자 다시 한 번 총성이 울렸지만 총탄은 바닥에 구멍만 만들 뿐이었다.


“화살 다음엔 총알이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살폈다. 하지만 그러자마자 총탄이 건물 모서리를 부숴 곧장 고개를 돌렸다.


“그 애...사라졌어.”

“신경 쓰지 마. 저격이 계속 우리한테만 쏘는 걸 보면 아까 화살처럼 아군이겠지.”


자신의 판단 미스에 짜증난 듯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우선 자전거부터 포기하자.”

“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지 않아?”

“가던 우리를 다시 한 번 추적했던 놈들이야.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는 않을 거 같아.”


“흐~~음. 분명 무방비했었는데..”


어둠 속 노리쇠를 당겨 빈 탄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배틀 울프가 총을 내리곤 자신의 턱을 문지르며 잠시 고민했다.


“설마 알파가 알려준...아니, 그 놈도 내가 왔단 걸 몰랐을 텐데...귀찮구만.”


총을 한 손에 쥐곤 창문을 부수며 바로 건너편 건물로 넘어갔다. 저 멀리 창문이 깨지는 소리에 윤견도 가까스로 옆 건물로 넘어가는 짐승의 꼬리를 발견했다.


“안으로 들어가, 어서.”


“오호! 제법인데?”


바로 총을 견착했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윤견과 파이브를 보며 배틀 울프가 짧게 감탄했다.


“좋은 사냥이 되겠어.”


장난스럽던 눈매가 날카로워지며 품속에서 작은 콩알주머니 하나 꺼내 창밖으로 뿌렸다. 주머니는 찢어지며 가루를 흩뿌렸다. 가루는 그대로 바람을 타고 사라졌다.


한편 상가 안 미용실로 들어온 윤견은 움직이지 않고 눈으로 내부를 살폈다.


-출구는 방금 우리가 들어 온 곳이랑..저 문인데, 화장실인지 아님 다른 출구인지 확인이 필요해.


근처에 있던 헤어드라이기를 주워 문을 향해 던졌다. 문과 부딪친 헤어드라이기는 그대로 산산 조각이 났지만 문은 그 충격에 스르르 열렸다.


다행히 화장실이 아닌 다른 출구였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젠장, 지금도 보고 있을 텐데 의도를 광고하는 꼴이 되어버렸어.


역시 그 모습을 스코프를 통해 보고 있던 배틀 울프도 문에 총구를 떼지 않았다.


보이지 않은 총구와 윤견 사이에 잠시 긴장감이 흘렀다. 윤견은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켰지만 배틀 울프는 즐기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창가에서 머리로 보이는 실루엣 하나가 불쑥 움직였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울프는 놓치지 않고 총구를 움직여 방아쇠를 당겼다.


실루엣의 머리가 그대로 산산조각 부서졌다. 그 모습을 본 배틀 울프는 총구를 다급히 돌렸지만 이미 윤견과 파이브는 열린 출구로 가까스로 나간 후였다.


“...이런. 미끼를 물어버린 건가..”


연습 용 마네킹이 시선을 끄는 사이 출구로 나온 둘은 바로 총알이 날아온 곳과 정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파이브 눈은?”

“모르겠어. 아직 사용법이 익숙지 않아서.”


평소 보다 더 불안에 떠는 파이브가 고개를 저었다. 방금 몇 분 전에 윤견의 머리가 날아간 것을 봤기에 이 반응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도망치던 윤견의 시선에 또 다시 창 밖으로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아직 파이브는 반응이 없다. 그저 자신이 착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무시하기엔 그 대가가 너무 컸다.


그간 날아왔던 총알들의 위치를 생각해 왼팔로는 자신의 머리를 흑도로는 파이브의 머리를 방어했다. 역시나 자신의 왼팔이 보이지 않은 힘에 밀린 것처럼 튕겨졌다.


“닥터!”

“괜찮으니깐 저 벽에 붙어!”


왼팔에는 총알의 충격이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그 정도 끝이었다.


-다행이다, 예상대로 왼팔의 강도가 더 높았어. 그런데 것보다 우리 위치를 어떻게 안 거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저격 위치에서 기다렸어. ...그 꼬맹이처럼.


윤견은 금방 가장 그럴듯한 원인을 떠올렸다.


“그 콩주머니인가? 확실하진 않지만 일단 옷 털고 있어.”

“닥터.”


윤견의 옷깃을 잡아당긴 파이브가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 끝에는 아까 그 소녀가 둘처럼 벽에 붙은 채 있었다.


“너,,,”

“지금 이럴 시간 없어. 놈은 지금 아저씨 쏠 자리로 이동 중이야.”

“도대체 저거 정체가 뭐야? 털 갈퀴 같은 걸 봤어.”

“수인이야, 늑대형. 이곳에서 대장 행세하는 놈이야. 부탁해 놈을 죽여줘, 최대한 협력할게.”

“너를 어떻게 믿고. 애초에 이 상황 자체가 너 때문에 이러난...”


타앙!!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울린 총성에 윤견은 닭살이 돋으며 파이브를 쳐다봤다. 총성은 윤견 바로 뒤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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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십오 25.07.13 3 0 11쪽
390 지옥도 25.07.10 5 0 11쪽
389 죄와 죄인 25.07.07 6 0 11쪽
388 과거로 25.07.05 7 0 12쪽
387 마지막 약속 25.07.03 7 0 11쪽
386 마지막 임무 25.07.01 8 0 11쪽
385 전야제 25.06.29 7 0 11쪽
384 쟁탈전 - 3 25.06.26 9 0 11쪽
383 쟁탈전 - 2 25.06.24 9 0 11쪽
382 소문과 결단 25.06.21 9 0 11쪽
381 이전 25.06.19 8 0 11쪽
380 임무 25.06.18 9 0 11쪽
379 쟁탈전 25.06.15 9 0 11쪽
378 기습 - 3 25.06.14 11 0 11쪽
377 기습 - 2 25.06.10 10 0 11쪽
376 기습 25.06.08 11 0 11쪽
375 부산 - 3 25.06.06 10 0 11쪽
374 각색 25.06.03 10 0 11쪽
373 부산 - 2 25.06.01 12 0 11쪽
372 부산 25.05.29 10 0 11쪽
371 여기까지 25.05.27 10 0 11쪽
370 여행 계획 25.05.25 8 0 11쪽
369 엔딩으로 25.05.18 9 0 11쪽
368 목소리 25.05.15 11 0 11쪽
367 무게감 25.05.13 11 0 11쪽
366 사냥 - 3 25.05.11 12 0 11쪽
365 사냥 - 2 25.05.09 11 0 11쪽
» 사냥 25.05.06 12 0 11쪽
363 해방 25.05.03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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