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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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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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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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1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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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DUMMY

이미 이곳에 나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랬으면 굳이 윤견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 도망치면 그만인 것을.


하지만 이곳에도 파이브가 있으니 위험할 수도 있지만 지금 윤견의 상태에선 생각이 조금 부족했다.


펜션 바닥에 검을 꽂으려하자 문이 벌컥 열렸다.


"하..하하, 일단 진정하자고."


역시나 용혁이 서글서글한 미소를 띠운 채 나타났다. 애들이 들어갔던 조용히 방이었다.


"파이브 어딨어?"

"...그 아이 아직 기절만 시킨 거야. 진정하고 검 떼자. 응?"

"....후우.."


온 몸을 맴도는 짜증을 힘겹게 뱉어내 머리를 비웠다.


"아이만 내놓으면...살려는 드리겠습니다."


진심이 묻어져 나오는 말과 함께 눈에 살기를 띠었다. 뜨거운 열기를 한순간에 숨었다. 용혁도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알았다고...애들아."


용혁의 말에 애들이 파이브를 끌고 나왔다. 마치 물건처럼 끌려 나오는 파이브지만 뚝뚝 흘리고 있는 혈은 생물임을 알렸다.


파이브를 보자마자 온 몸에서 허용할 수 없는 분노가 끓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검으로 난도질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애들 손에 쥐어진 날붙이가 의도치 않게 윤견의 브레이크를 잡았다.


"데리고 와."


조금도 초조하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 다행히 먹힌 것인지 애들도 겁을 먹은 눈치였다.


그럼에도 애들은 용혁의 눈치만 살폈다. 용혁도 그런 애들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였다.


용혁의 명령이 떨어지자 자기보다 몸집이 몇 배는 큰 파이브를 낑낑 거리며 끌기 시작했다.


파이브의 다리가 바닥을 쓸며 윤견에게 다가갔다.


바닥을 쓰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질수록 윤견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잠깐."


이제 겨우 절반 가까이 왔을 때였다. 용혁이 갑자기 멈춰 세웠다.


"...그런데 왜 우리가 말을 잘 들어야 하지?"


윤견의 인내심을 긁는 말에 윤견도 즉시 검을 뽑았지만 동시에 애들도 날붙이를 들어 파이브의 목에 갖다 댔다.


"거래를 하면 되잖아?"

"...너희를 살려준다고 했을 텐데?"

"그럼 그냥 똑같잖아? 주도권은 우리한테 있는데?"

"미친 거냐? 너희 모두의 목숨을 하나의 목숨으로 모두 구할 수 있는데."

"너한테 고작 하나는 아니잖아."


용혁의 확신에 가득한 말에 윤견도 내심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래 봐도 말이야. 나도 살았던 짬밥이 있어서 눈빛만 봐도 대강 알 수가 있거든. 네가 얼마나 저 아이를 소중하게 여기는지 말이야."


이마 위로 핏줄이 볼록볼록 움직였지만 애써 숨기며 천천히 입술을 뗐다.


"그럼...원하는게 뭐야? 우린 가진 게 없어."

"팔, 다리. 어느 쪽도 상관없으니깐 한 짝 씩 내놓고 가."


담담하게 말하는 용혁에 윤견의 놀라 쳐다봤다. 그런 윤견의 얼굴에 용혁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뭘 놀라? 가지고 있는 게 몸뚱이 밖에 없으면서. 싫으면 뭐..."


용혁의 음흉한 시선이 파이브를 훑었다. 폭발하는 분노에 반사적으로 검을 올리자 용혁도 다급히 애들에게 손을 뻗었다.


"하하...일단 좀 진정하자고. 애들아~다시 뒤로!"


용혁의 명령에 애들은 다시 파이브를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기보다 몸집이 큰 파이브이니 두 손을 대동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눈빛이 흔들렸다.


실수와 기회를 본 두 눈은 각자 다른 것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용혁의 시야에는 이미 윤견은 사라진 후였다.


곧바로 애들에게 달려간 윤견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검과 주먹을 날렸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애들은 모두 나가떨어졌다.


기절한 애도 있고 상처에 울음을 터트리는 애도 있었지만 윤견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저 파이브의 상처만을 확인했다. 둔탁한 무언가로 머리를 맞고 한 방에 기절한 모양이었다.


‘이제야. 이제야 알아차린 모양이구나.’


남성의 목소리가 뱀처럼 윤견의 몸을 기어올랐다.


‘너의 한심한 가식 덕분에 끝날 뻔 했어. 모두의 시체 위에서 침을 뱉을 뻔 했다고.’


정처 없는 시야가 주변을 살폈지만 이미 용혁은 모습을 감춘 후였다.


“제발...”


반면 정훈은 일어설 수도 없는 몸 상태에서도 기어가며 윤견의 앞을 막아섰다. 소년은 부들부들 떠는 두 손을 포개었다.


“제발..용서해 주세요...제 동생들은 아무 잘 못도 없..없습니다.”


고통 때문인지 아님 공포 때문인지 정훈의 말과 몸은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 그러나 윤견의 시선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검만 쥔 채로 빤히 보기만 할 뿐이었다.


끼익...


잠시 시간이 지나 펜션의 문이 열리며 파이브를 안은 채 뛰쳐나왔다. 연신 파이브의 이름을 불렀지만 파이브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주변 건물을 둘러봤지만 작은 병원은커녕 약국 하나 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민박집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적어도 상비약 같은 게...찾았다!


작은 약통을 열어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로 지혈했다.


“....”


지금 윤견이 할 수 있는 건 이게 끝이었다. 각성자인 윤견은 보통 이렇게만 하면 알아서 치료가 됐으니.


-...라호가 있었다면.


이런 부상 가볍게 치료했을 것이다.


-이지 씨나 다나가 있었다면.


파이브가 다쳤을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아아...씨발 진짜...”


양 손으로 얼굴을 파묻은 채 고개를 떨궜다.

흐트러진 파이브의 머리카락만을 정돈시키며 파이브를 지켜봤다.


-여기서 안정을 취해야 하나? 아니면 지금 생사를 오가는 건 아니겠지?


불안이 계속해서 증식한다.


손톱은 살을 파고 이빨은 입술을 베었다. 결국 해가 질 때까지 윤견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저 파이브를 편하게 눕히곤 얼굴을 손바닥에 파묻었다.


그런 불편한 자세로도 잠이 오는지 꾸벅꾸벅 졸던 윤견이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얼굴에는 온통 땀범벅이었다.


잠시 눈을 감았던 윤견은 깊은 한숨을 뱉고는 무거운 눈을 떴다.


"그래...알았어."


어둠 속에서, 아무도 그저 파이브만 있는 어둠 속에서 윤견은 인정하고 수긍했다.


해가 뜨자마자 윤견은 파이브를 다시 한 번 살피고는 밖을 나섰다. 거리는 있지만 그래도 못 갈 정도로 멀지 않은 펜션 쪽을 살폈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윤견은 조심히 파이브를 업고는 길을 나섰다. 자전거라고 찾고 싶지만 그러면 다시 펜션 쪽으로 가야 한다.


파이브를 혼자 두거나, 데리고 가야 하지만 둘 모두 위험했다.


그러니 결국 파이브를 업은 채 길을 나선 것이다.


힘들지는 않았다. 그저 마음만 무거울 뿐이었다. 도중 고블린 때가 움직여 급히 몸을 숨겼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다.


밥도 먹지 않고 계속 걷던 결과 파이브의 의식이 점점 깨어나는지 뒤척거렸다.


그렇게 잠시 울산해양박물관이란 곳에서 잠시 휴식 겸 물자를 뒤지고 있던 때였다.


"끼이이..."


또 다시 고블린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바로 파이브를 건물 더 깊숙이 숨기고는 주변을 살폈다.


전과는 달리 꽤 많은 수였다.


-나를 따라 온 건가? 아냐, 계속 뒤를 살폈지만 추적은 없었어. 그냥 지나가는 길인...

"씨발."


마을에 들어선 고블린들은 그대로 흩어져 건물을 뒤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찾는 건지, 아님 자신처럼 생활품을 찾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도망칠까? 아냐...눈들이 너무 많아. 혹여나 들키면 그대로 포위당할 거야.


결국 남은 한 수는 계속 몸을 숨기는 것 뿐이었다.


파이브를 다시 들어 박물관에 깊숙이 들어갔다. 작은 창고를 발견해 우선 그곳에 파이브를 조심히 숨기고 문을 잠갔다.


그런 도중 1층 유리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불쾌한 웃음소리가 건물 안에 들어섰다.


윤견은 잠시 굳게 닫힌 문을 어루만지고는 조심히 발을 돌렸다.


"끼히..."


전시된 모형들에 관심에 빼앗겼는지 고블린 한 마리가 모형들을 툭툭 건들고 있었다. 그런 놈의 등 뒤로 다가가 단숨에 목을 붙잡았다.


놈은 발버둥쳤지만 손아귀에 힘을 주가 그대로 목뼈가 부러지며 멈췄다.


-분명 두 마리 분의 발소리였는데..


잠시 주변 소리에 집중하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이제 막 문을 열고 나서는 놈에게 달려가 그대로 문을 향해 발을 날렸다.


"끼륵!"


문에 끼인 놈은 단 마디 비명만을 뱉었다. 윤견은 문고리를 잡고 계속해서 문을 닫고 열었다.


놈의 움직임이 멈췄을 때가 아닌 문고리가 뜯겨져 나가고서야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 되었다. 설마 놈들이 인원파악까지 하고 어디로 갔는지 까지 기억할 거라고 생각치 못했다.


놈들이 돌아오지 않자 고블린들은 일제히 박물관을 둘러쌓았다.


슬쩍 문을 열어 창고 안을 확인했지만 파이브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다.


"...."


'하하하.'


남성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윤견은 묵묵히 문 앞을 지킬 뿐이었다.


"끼에에-!!"


마침내 윤견을 발견한 고블린이 외치자 좁은 복도를 가득 메우는 고블린 때가 들이닥쳤다.


{온 – 착화(着火)}


파도처럼 쏟아지는 초록 수인들 앞으로 레버를 잡아당겼다. 푸른 화염이 일어서며 그대로 복도를 덮었다.


피부를 갉아먹는 화염에 비명소리가 난무했다. 하지만 금방 불길을 뚫고서 다른 고블린들이 덤벼들었다.


윤견도 바로 이를 아득 물곤 검을 휘둘렀다. 한 번의 궤적에 고블린 다섯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 머리를 밟고선 다른 놈들이 검과 창을 휘둘렀다. 윤견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벽에 박힌 고블린의 머리가 터지며 피가 튀겼다.


‘좀 더 노력하라고~이러다가 고작 고블린 따위에게 끝나겠어.’


남성의 비아냥에 속에도 윤견은 묵묵히 검과 주먹을 날렸다. 어느새 복도에는 고블린 시체가 사방에 널브러져있었다.


그 속에 고블린 피를 뒤집어 쓴 윤견은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덜덜 떠는 손을 진정시키고 아까부터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슬며시 열었다.


곤히 잠든 파이브를 보자 윤견은 자신도 모르게 작게 미소 지었다. 다시 파이브를 업으려 했지만 자신에 묻은 피를 보곤 멈췄다.


빠르게 옷을 갈아입곤 다시 파이브를 업었다.


다리는 피로가 쌓였는지 잠시 휘청거렸지만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조금이라도 쉬고 싶지만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고블린이 더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이놈들도 그저 정찰병의 일부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파이브를 업고 움직인 지 2시간이 지났을 무렵.


“닥...터?”


파이브가 의식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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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십오 25.07.13 3 0 11쪽
390 지옥도 25.07.10 5 0 11쪽
389 죄와 죄인 25.07.07 6 0 11쪽
388 과거로 25.07.05 7 0 12쪽
387 마지막 약속 25.07.03 7 0 11쪽
386 마지막 임무 25.07.01 8 0 11쪽
385 전야제 25.06.29 7 0 11쪽
384 쟁탈전 - 3 25.06.26 9 0 11쪽
383 쟁탈전 - 2 25.06.24 9 0 11쪽
382 소문과 결단 25.06.21 9 0 11쪽
381 이전 25.06.19 8 0 11쪽
380 임무 25.06.18 9 0 11쪽
379 쟁탈전 25.06.15 8 0 11쪽
378 기습 - 3 25.06.14 11 0 11쪽
377 기습 - 2 25.06.10 9 0 11쪽
376 기습 25.06.08 11 0 11쪽
375 부산 - 3 25.06.06 10 0 11쪽
374 각색 25.06.03 10 0 11쪽
373 부산 - 2 25.06.01 11 0 11쪽
372 부산 25.05.29 10 0 11쪽
371 여기까지 25.05.27 10 0 11쪽
370 여행 계획 25.05.25 8 0 11쪽
369 엔딩으로 25.05.18 9 0 11쪽
» 목소리 25.05.15 11 0 11쪽
367 무게감 25.05.13 11 0 11쪽
366 사냥 - 3 25.05.11 12 0 11쪽
365 사냥 - 2 25.05.09 11 0 11쪽
364 사냥 25.05.06 11 0 11쪽
363 해방 25.05.03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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