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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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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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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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0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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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 2

DUMMY

“저...정화실은?”

“아,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원들이 어떤 병균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니깐 검사하는 겁니다.”

“주사라도 맞나요?”

“아하하, 어쩔 수 없습니다. 앗, 여깁니다.”


다시 밖으로 나온 이들은 근처 있는 주차장에 멈췄다. 주차장에는 천막 하나와 컨테이너가 하나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미희 헌터님.”


-미희?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아니, 기억 할 수 밖에 없는 이름이다.


“새로운 사람들이군요.”


안에서 들려오는 중후한 목소리와 함께 천막이 걷히며 미희가 나왔다. 슬슬 보이는 흰머리가 있는 중년 여성이 안경을 쓱 올리며 윤견과 파이브를 살폈다.


권수가 윤견을 기억하듯, 윤견도 미희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똑같이 기억 못하듯 미의도 기억하지 않은 듯 했다.


“두 분 다 어서 오세요. 고생이 많았겠네요.”


미희 말고도 천막 안에는 의복을 입은 두 사람이 더 있었다. 미희가 손짓하자 두 명의 의사가 둘을 안내했다.


"남성 분은 이쪽."

"아가씨는 이쪽으로 오시죠."


목소리로 각각 남자와 여자인 걸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그들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윤견과 파이브가 잠시 떨어지며 신체검사 끝내고는 그들이 주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환자복이 아닌 깨끗한 운동복이었다.


"체혈 하겠습니다. 따끔."


-...이렇게 내 피를 보는 건 또 간만이네.


주사기를 통해 얌전히 나오는 자신의 피를 보며 윤견이 쓴 미소를 지었다.


"음...다음 컨테이너로 가시면 됩니다."


안내에 따라 가니 마침 파이브도 천막에서 나왔다. 바늘에 몸이 찔린 게 마음에 안 든지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다.


컨테이너 안에는 미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종이 들려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각각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세요."


파이브는 기분 때문인지 주저했지만 윤견이 등을 토닥이니 마지못해 침대로 향했다.


둘 모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러자 미희가 자신의 온을 살짝 흔들었다.


띠잉-!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뚝 하니 끈이 끊기는 듯한 기분과 함께 의식이 멀어졌다.


떠났던 의식이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또 다른 종소리가 들린 후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두 분."

"...에?"


입가에 있는 침을 그대로 남긴 채로 되물었다. 파이브도 슬슬 일어서며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였다.


온 몸이 가벼운 것에 어깨를 씰룩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간만에 받아보내요."

"어머, 전에 만난 적이 있었나 보군요."


미희가 스틸컵에 물을 담아 건넸다. 윤견의 컵 안에서는 쌉쌀한 커피냄새가 파이브의 컵 안에는 달달한 코코아 냄새가 풍겼다.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죠."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말아요. 전투원이 아닌 헌터가 할 줄 아는 게 그것 뿐이에요. 병사분. 안내 부탁드려요."

"넵!"


계속 기다렸던 것인지 밖에서 미수가 들어왔다. 하지만 문이 열리며 잠시 보인 밖은 여전히 해가 떠있었다.


-체감상 10시간은 잔 기분인데...


벗어둔 옷은 이미 버려둔 것인지 짐 만 남아 있었다. 소지품만 챙기고는 미수를 따랐다.


"오케이. 오케이! 이젠 내가 안내 할게 수고했어."


기다렸다는 듯이 권수가 입구에서 뛰어나와 미수를 떼어냈다. 어정쩡 떠나는 미수를 뒤로 하곤 권수가 둘을 안내했다.


"이곳은 층별로 사람들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안내를 하던 중 자연스레 소개하기 시작했다.


"가장 아래인 1층은 일반 시민들, 그 위로부터는 기술자나 요리사 등 뭔가를 만드는 작업자. 그 위는 의료계 쪽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은 군인이나 헌터 같은 전투원들이 살고 있습니다."

"...뭔가 사람들 끼리 계급이 있는 모양이군요."


계단을 올라서며 1층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흘긋 보곤 말했다.


"아무래도 이젠 능력 하나하나가 중요한 시대이지 않습니까."


-시대라...


딱히 기분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셋은 계속 계단을 올라 맨 윗층에 도착했다. 계단을 오르면서 흘긋 봤지만 터미널 같지는 않은 내부였다.


그것에 대해 물어보니.


"많은 공사로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거의 호텔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자, 도착했습니다."


명패 하나 없는 문 앞에 멈춰선 권수는 조심히 문을 열어 그 안을 확인하곤 아무도 없자 활짝 열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어, 그래. ...아니 아니,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

"기다리시면 올 겁니다."


문을 닫고 나가니 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흠."


민망한 숨소리와 함께 안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뭔가 상담실 같네."

"회의하는 거 같기도 하고."

"...."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파이브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스쳐지나갔다.


아니, 어쩌면 그리 단순한 감정은 아닐 것이다.


곳 있으면 자신의 역할이 끝난다. 그리고 존재가 사라질 수도 있다.


"..아, 언제 오는 거야?"


일부러 아닌 척 말하지만 벌써부터 목소리에 티가 났다.


"...파이.."


"안녕들 하십니까~."


윤견이 입 떼기 무섭게 문이 활짝 열렸다. 건들건들한 인상의 남성은 윤견의 얼굴을 보자마자 돌처럼 굳었다.


“서..선배님 안녕하십니까!”


그리곤 방금과 달리 각진 자세로 경례를 보냈다. 윤견도 남성의 얼굴을 보곤 놀라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스쳤다.


“준아!”


윤견 다음으로 도깨비에 들어온 헌터 강 준.


덕분에 막내 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윤견도 윤견 나름대로 잘 대해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그를 보니 아닌 모양이다.


“여기..여기 서류 작성해주..주셔야 합니다.”

“아니,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빨리 여기 책임자를 불러줘. 이런 거...”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거냐? 견아.”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준의 뒤로 나타난 남성이 씨익 웃으며 윤견을 바라보고 있었다.


많아봤자 마흔 살 쯤 되 보이는 그를 보자 윤견의 표정이 돌처럼 굳더니 자신도 모르게 차렷 자세를 취했다.


“길..길드장님.”

“하하하. 오랜만이다.”


인지하게 웃곤 있지만 절대 편하게 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도깨비 길드의 길드장, 이화는 그런 사람이다.


이화는 둘을 쓱 살피고는 준의 어깨를 잡았다.


“여긴 내가 할테니, 준이는 물러나렴.”

“앗 넵!”


윤견 때 보다 더 각진 경례와 함께 준이 문을 닫았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구나. 그 아이 FIVE지?”

“역시...길드장님도 알고 계셨군요.”

“그래, 나뿐만이 아니라 한국 5대 길드의 몇 명은 알고 있지. ..그래, 이곳에 오느라 고생 많았구나.”

“뭐..없다고는 못하겠네요.”


윤견이 쓴 미소를 지었다. 그 보다 더 쓴 얼굴을 하고 있던 파이브가 입을 열었다.


“그럼...바로 돌아가는 건가요?”


파이브의 말투에 놀란 건지 이화의 눈썹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우선...한 가지만 말하지. 2세대 각성자들과 그에 따른 물품들은 모두 부산으로 내려왔다. 미국으로 피신시키려했고 우린 그 시간을 벌기 위해 싸웠다.”


담담하게 말하는 이화지만 이마에서 울고 있는 흉터는 차마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바다 쪽에서도 문제가 생겨 결국 배는 다른 방향으로 떠났지.”

“그건...듣지 못했네요. ...설마.”

“그래. 전부 그 배에 실었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끝...끝난 건가?


뭐라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었다. 기분이 좋은 걸 숨기고 싶은 건지 아님 감정이 망가진 건지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 두 가지 소식이 있지. 좋은 것과 안 좋은 것.”


이화가 손가락 두 개를 폈다.


“좋은 소식은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았다는 거야. 안 좋은 소식은 그래도 바다 넘어에 있다는 거지.”

“위치를 알고 계셨으면 왜 찾지 않으신 거죠?”

“굳이 찾을 필요가 없었으니깐. 설마 2세대, 그것도 FIVE가 올 줄 몰랐으니깐.”

“그럼 어디에 있는 거죠?”

“거제시.”


처음 듣는 지역이다. 하지만 섬은 아닐 것이다. 그런 윤견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이화가 말을 덧붙였다.


“우리도 한 번 찾기는 해보자는 식으로 파견 팀을 보냈지만 거제시로 이어지는 다리는 모두 끊겼더군. 사실상 거제도라고 해도 돼.”

“그럼 그 안에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군요.”

“음? 사람? 아...그치, 하지만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거지.”


의자 등받이에 기대 잠시 생각을 하던 이화가 끝냈는지 몸을 앞으로 기울었다.


“FIVE가 온 이상 우리의 목적은 정해졌군. 당장 군단을 보내 확보해야겠어.”


이화는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무전기 하나를 꺼냈다.


“당장 각 군단 팀장들 집합시키도록.”

“넵.”


무전기에서 여러 목소리가 동일한 답을 내놨다.


“너희 둘은...쉬도록.”


잠시 무게 잡던 이화가 빙그레 웃었다. 그와 오랫동안 지냈던 윤견 조차 처음 본 미소였다.


“잠시 안에서 기다리면 준이가 최상급 방으로 안내해 줄 거야.”

“길드장님...그..”


나가려던 이화를 윤견이 붙잡았다. 하지만 이화는 묻지 않고 성킁성큼 다가가 거친 손으로 윤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했다, 견아. 나는...아니 우리 모두가 너희에게 큰 빛을 줬구나. 뒷일은 이제 우리에게 맡기고 너희는 편히 쉬 거라. 너는 여전히...아니 이제는 영웅이다.”


가볍게 쓰다듬고는 이화는 그대로 방에 나섰다. 처음 그에게 들은 칭찬이었다. 늘 딱딱하고 칼 같았던 그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에 윤견의 가슴 속에서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그가 나가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준이 들어왔다.


준의 안내로 1층 아래에 있는 방 문 앞에 멈췄다.


“키 받으시고 필요한 게 있으시면 방 안에 있는 무전기를 쓰시면 됩니다. 아! 배가 고프시면 2층에 식당이 있으니 이걸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준은 빨강색 팔찌를 둘에게 각각 나눠줬다. 그 후 다시 딱딱한 인사를 하곤 자리를 떠났다.


열쇠를 열고 안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보인 건 거실로 보이는 공간과 둘로 나눠진 방이었다.


“오! 방 마다 침대가 있어!”


파이브가 후다닥 한 방에 들어가 침대에 뛰어들었다. 윤견도 대강 짐을 거실에 내려두고 거실을 살폈다.


“화장실도 있네.”


혹시나 하고 들어가 샤워기를 틀자 물이 쏟아졌다.


쿵.


윤견은 그대로 문을 잠그고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샤워기 옆에 놓인 샴푸와 바디워시로 씻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 파이브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샤워 한 거야? 양동이로 몸 씻는 거 말고?”


윤견이 고개를 끄덕이자 파이브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파이브는 윤견 보다 몇 시간이나 오래 쓰고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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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십오 25.07.13 3 0 11쪽
390 지옥도 25.07.10 5 0 11쪽
389 죄와 죄인 25.07.07 6 0 11쪽
388 과거로 25.07.05 7 0 12쪽
387 마지막 약속 25.07.03 7 0 11쪽
386 마지막 임무 25.07.01 8 0 11쪽
385 전야제 25.06.29 7 0 11쪽
384 쟁탈전 - 3 25.06.26 9 0 11쪽
383 쟁탈전 - 2 25.06.24 9 0 11쪽
382 소문과 결단 25.06.21 9 0 11쪽
381 이전 25.06.19 8 0 11쪽
380 임무 25.06.18 9 0 11쪽
379 쟁탈전 25.06.15 9 0 11쪽
378 기습 - 3 25.06.14 11 0 11쪽
377 기습 - 2 25.06.10 10 0 11쪽
376 기습 25.06.08 11 0 11쪽
375 부산 - 3 25.06.06 10 0 11쪽
374 각색 25.06.03 10 0 11쪽
» 부산 - 2 25.06.01 12 0 11쪽
372 부산 25.05.29 10 0 11쪽
371 여기까지 25.05.27 10 0 11쪽
370 여행 계획 25.05.25 8 0 11쪽
369 엔딩으로 25.05.18 9 0 11쪽
368 목소리 25.05.15 11 0 11쪽
367 무게감 25.05.13 11 0 11쪽
366 사냥 - 3 25.05.11 12 0 11쪽
365 사냥 - 2 25.05.09 11 0 11쪽
364 사냥 25.05.06 11 0 11쪽
363 해방 25.05.03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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