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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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앗호
작품등록일 :
2023.05.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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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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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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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밖에 없었다.

DUMMY

“뚫어!!”


단 두 글자인 단순한 말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그건 윤견의 외침을 들은 다른 이들도 같은 감정이기에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뚫어!”

“가자앗-!!”


그렇기에 모두 모든 것을 뱉으며 앞으로 밀고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벽의 입장이 된 원승이놈들도 막기 위해 검을 움직였지만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이는 이들과는 달리 들개들에게 정신을 팔린 놈들이 대다수이기에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가장 먼저 자동차가 벽의 틈을 뚫고서 나갔다. 그 뒤로 벽은 이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틈은 점차 벌어지며 윤견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원숭이들의 포위망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원숭이의 손과 검에 막히며 나가지 못하고 잡히거나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문하와 순태가 나가며 살아있는 모두는 빠져나올 수 있었다. 원숭이들도 미련이 남는지 뒤 쫓는 놈들이 있었지만 모두 문하의 언월도와 윤견의 정들도에 목이 베이며 작은 미련조차 꺾어버렸다.


그렇게 완벽하게 놈들을 뿌리치며 벗어난 이들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그저 앞을 향해, 놈들에게 멀어지기 위해 나아갔다.

그 행진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린 한 남성이 자리에 주저앉자 그제야 멈췄다.


그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온 몸에 긴장과 힘이 동시에 빠지며 바닥에 드러눕거나 앉았다. 문하도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민혁도 운전대를 붙잡은 채로 얼굴을 운전대에 박았다.


윤견은 아직 자리를 지키며 뒤와 차 안에 있는 파이브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자신 아래에서 지친 육체를 달래고 있는 이들을 둘러봤다.

대충 훑어만 봐도 처음 출발했을 때와 비해 많은 수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윤견은 머리를 벅벅 비비고는 한숨과 함께 차에 기대며 땅바닥에 앉았다.


“하아...”


지그시 눈을 감으니 좀 만 정신줄을 놓으면 바로 잠에 빠질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윤견은 잠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정신줄을 놓지 않았다.


아직, 아직 여기서는 일렀다.


천천히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올리자 공허한 밤하늘만이 윤견을 맞이했다. 여전히 밤하늘은 차갑고 별들은 한없이 반짝였다. 윤견은 그런 별들이 왠지 모르게 약이 올랐다.


“읏..차.”


그렇다고 별을 보고 화를 낼 수도 없으니 자동차를 잡고 일어섰다. 여전히 뒤쪽에서는 어떠한 추적의 흔적은 안 보였다. 하지만 저번에도 그랬지만 기습이 있었던 것처럼 안심할 수는 없었다.


“모두 힘들겠지만 일어나서 좀 더 움직이죠.”


이번에도 이들은 아무런 불평도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신 앓는 소리를 내는 이들은 몇몇 존재했다.


이들은 다시 피곤한 육체를 이끌며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민가에 도착하고서야 쉴 수 있었다. 그렇게 최소의 인원으로 보초를 세우고 돌리며 잠을 청했다. 이제 마지막 보초의 순번인 시간에 눈이 떠진 윤견은 자신의 일행들을 한 번 살피고는 추운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이미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허허, 늙어서 그런지 잠이 없어서 말이지...”


이장은 마치 변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윤견을 보자마자 말했다.


“아..예. 그런데 안 추우세요?”

“그럼. 내 나이 동안 맞이했던 아침인걸.”

“마을 토박이셨군요.”

“뭐...젊었을 적에는 돈 벌려고 잠시 나가서 살았지. 흐야...말로만 듣던 서울을 가보니깐 아주 그냥 다른 나라처럼 느껴지더라고.”


한 때 시골에서 살았던 윤견이기에 어떤 감정인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 피식 웃음이 세어 나왔다.


“건물은 얼마나 크고, 또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그래도 정신없는 와중에도 빠르게 적응했지. 그러니깐 고향보다 얼마나 재밌고 편한 것들이 있는지 알 수 있었지. 하지만 나이를 점차 먹더니 고향이 그리워지더군.”

“그래서 다시 돌아가신 건가요?”


이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결국 회사에서 퇴사하고 무작정 고향으로 돌아왔지 하지만 그동안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으로 가니...너무 조용한 거야! 얼마나 조용하던지 풀벌레 소리까지 들리더라고. ...근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마음 한 구석이 편안해지더군.”


이장은 허허 하고 짧게 웃더니 천천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윤견도 따라 귀를 기울였지만 딱히 들리는 건 없었다. 그건 이장도 마찬가지인지 눈을 뜨자 실망하는 눈이었다.


“여기에는 없나 보네요.”

“아녀. 있었어...근데 그 맛이 아니야.”


이장은 정말로 실망했는지 길게 한숨을 뱉었다.


-그게 그 정도로 실망할 일인가?


고작 풀벌레 소리가 안 들렸다는 이유일리는 없다. 윤견은 곧바로 저 한숨의 정체를 파악하고 자신들이 지나갔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그의 감정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으흐~. 추워라, 늙은이는 먼저 들어가겠네.”

“네, 들어가세요.”


안으로 들어가는 이장의 힘없는 뒷모습을 빤히 보던 윤견은 시선을 거두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뒤 이장의 심정에 공감하는 자신을 찾았다.


이장처럼 자신의 고향에서 도망친 것도 비슷하지만 떠나야 했던 것에,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이해에서 공감으로 변했다.


“하아...”


그러면서 이장과 같은 한숨이 나왔다.


할 수 밖에 없다. 이리 비겁하고도 합리적인 말이 어디 있겠는가.

윤견이 검을 처음 잡았을 때 자신에게 했던...


윤견도 이제는 새벽공기가 춥게 느껴졌는지 다시 한 번 한숨을 뱉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흘러 모두가 일어나며 식사를 끝내고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랫동안 움직였음에도 보이는 생물은 새들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초기의 목적지인 납안리의 마을에 도착했다.


하지만 집이며 밭이며 이미 사람이 떠났음을 잘 보여주는 상태였다. 당연히 이곳에 희망을 걸었던 석천리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장과 순태는 주위에 퍼진 실망 속에서도 다음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가면 운용리 마을이 있어. 다들 아직 포기하지 마!”

“그래, 경비대장 말대로 아직 포기하지 말게나.”


두 사람의 부채질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작은 희망의 불씨가 파졌는지 얼굴빛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반면 이장은 이들에게 자신의 표정을 보이지 않게 고개를 돌리고는 윤견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 번 부탁한다는 의미였다. 이 부탁이 얼마나 염치가 없는지 알기에 이장도 자기가 말하고도 뒤늦게 윤견에게 눈치를 보며 고개까지 숙인 것이었다. 문하와 민혁은 그런 이장의 머리를 다시 올리게 했다.


“가는 길이잖아요. 너무 죄송해 하지 않아도 돼요. 견이도 얼굴만 저렇게 불만이 많아 보이는 거지 속으로는 저희와 같은 생각이에요.”


참고로 윤견은 문하가 말하기 직전에 괜찮다고 말하려 했었다.


결국 다시 함께하게 된 여정을 이어갔다.


*


마치 손처럼 생긴 발이 잡초들을 사뿐히 밟았다. 그 뒤로는 갑옷을 입은 원숭이들이 바닥에 널린 시체들을 치우고 있었다. 동족의 시체와 정체 모를 들개들의 시체 그리고 사람의 시체까지.


그 중 한 사람의 시체를 들고 온 원숭이가 한 개체의 앞에 조심히 내려놓았다. 문하와 싸웠던 놈과 비슷한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생김새는 그 놈과 묘하게 달랐다. 놈은 자신 앞에 놓인 시체의 머리에 손을 뻗으니 헬멧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빈껍데기에 불가한 시체의 생전 기억들이 헬멧의 빛에 흡수되며 원숭이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헬멧의 빛이 사라지자 원숭이의 손도 시체의 곁에서 떠났다.


“휘익~!”


휘파람을 불자 모든 원숭이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 개체를 쳐다봤다. 놈은 아까처럼 천천히 손을 뻗어 윤견과 사람들이 지나간 방향을 정확히 가리켰다.


“우끼-!!!”


그러자 덩치가 큰 개체 일명 장군급 개체가 정체물명의 나뭇잎으로 만든 확성기에 입을 대고 외치자 마른하늘의 벼락처럼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듣고 다른 곳에 있던 원숭이들이 손과 같은 발들이 무수한 잡초들을 밟으며 캠핑장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


다시 떠난 이들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운용리의 마을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만 봐도 자신들의 마을처럼 낮지만 단단한 벽을 세워진 것이 보인다. 게다가 상태로 봐서는 아직까지 자신의 역할을 이행하는 모양이다.


그 모습에 작게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의 불씨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천천히 벽에게 접근했다. 벽의 앞까지 다다르자 갑작스레 벽 위에서 총구들이 이들을 겨누었다.


-소총??


생각지 총의 등장에 윤견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양 손을 들었다. 총은 계속해서 이들을 겨누었지만 어떠한 요구도 벽을 넘어 오지 않았다. 그러니 이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우린 저 옆 옆 마을 사람들이네. 일단 총구를 치워주게나.”


이장의 말이 벽을 넘어 들어가자 총구들이 흔들리며 치워졌다. 그리고 벽 위로 총을 든 사람들이 이들을 내려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옆으로 오시면 문이 있습니다. 글로 오시면 됩니다.”


벽에 가려져 제대로 확인 할 수 없었지만 목에 분명 군번줄이 걸려 있었다.


-이런 시골에 군인이 있나?


사수가 알려준 방향으로 가니 철문이 열린 채로 이들을 반겼다. 문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선두에는 어느 시골에나 있을 법한 외모와 밀짚모자를 쓴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다.


“석천리 마을 사람들이시군요. 운용리 마을에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그의 부드러운 말에 석천리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장은 그 감정을 억누르며 남성의 손을 잡고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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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오두막의 소년 - 4 24.01.16 64 0 11쪽
147 오두막의 소년 - 3 24.01.14 64 0 11쪽
146 오두막의 소년 - 2 24.01.13 65 0 11쪽
145 오두막의 소년 24.01.11 62 0 11쪽
144 MP3와 밤하늘 24.01.09 63 0 11쪽
143 MP3 24.01.07 72 0 10쪽
142 작은 화관 - 4 24.01.05 66 1 10쪽
141 작은 화관 - 3 24.01.03 71 0 11쪽
140 작은 화관 - 2 24.01.01 74 1 10쪽
139 작은 화관 23.12.31 73 0 10쪽
» 할 수 밖에 없었다. 23.12.29 76 0 10쪽
137 캠핑장 23.12.27 76 0 11쪽
136 시골길 - 5 23.12.25 77 0 11쪽
135 시골길 - 4 23.12.24 81 0 10쪽
134 외면, 불안 그리고 필요 23.12.21 81 0 10쪽
133 시골길 - 3 23.12.19 83 0 10쪽
132 시골길 - 2 23.12.17 90 0 11쪽
131 시골길 23.12.16 85 0 11쪽
130 터널 23.12.14 91 1 10쪽
129 멋진 과거에서 23.12.12 94 0 10쪽
128 다음으로 - 2 23.12.10 96 0 10쪽
127 쉬지 못하고 앞으로 23.12.08 9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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