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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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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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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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5)

DUMMY

192화


민트색 중갑 거인의 양쪽 눈구멍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알뜰한 하지운이 재활용을 위해 제 손으로 박아 넣었던 뿔을 도로 뽑아 버린 것이다.


동료의 끔찍한 마지막을 지켜본 코뿔소머리 족장이, 안면을 일그러뜨린 채,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하지운에게 접근해 왔다.

서 있는 자세를 보고 오른손잡이인 걸 추측한 족장 놈이 천천히 하지운의 좌측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신보다 육십 센티가 더 큰 귀여운 빛깔의 떡대가 보여 주는 신중한 모습을 하지운은 두 눈을 멀뚱거리며 조용히 감상해 주었다.

그러다 난데없이, 오른손에 쥐고 있던, 피 묻은 뿔을 정면에 있는 아름드리나무 밑동을 향해 집어 던져 버렸다.


기겁을 한 족장 놈이 몸을 날려, 등판으로 날아오는 뿔을 막아 냈다.

다행히도 민트색 사나이의 딱딱한 거죽 덕에 상처 하나 없이 뿔을 튕겨 낼 수 있었고, 귀여운 떡대는 한층 더 낯짝을 구겨 대며 한 차원 높은 경멸의 뜻을 전달하였다.

경멸의 표현에 익숙해지는 것을 넘어 사랑의 속삭임 정도로 받아들이게 된 하가 놈이 꿈쩍도 하지 않고 눈알만 멀뚱거려 댔다.


귀여운 색상의 거죽을 덮어쓴 족장 놈은,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억지로 견뎌 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기를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눈알이 방정맞게 흔들리는 것까지 억제하는 건 무리였던 모양이다.

준비 동작도 없이 대충 집어 던진 걸 맞았는데도, 체내로 퍼져 오는 충격량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솔직히 너무 아파서, 온몸을 배배 꼰 채로 바닥을 구르며 비명까지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통을 견뎌 내면서 족장 놈은 눈앞에 보이는 진정한 괴물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도저히 쌍욕을 안 할 수가 없는 저주받아 마땅한 종자였다.

이렇게까지 강한 놈이 하는 짓마다 구질구질하기가 말도 못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다짜고짜 나타나서는 양손에 쥐고 있던 손톱 뭉치를, 나무 밑동에 기대어 서서히 죽어 가고 있는, 엘프 할멈에게 들이붓듯이 집어 던져 버렸다.

그 바람에 좀 더 가까이에 있던 자신은 몸을 던져 그것들을 막아 내야 했고, 살짝 떨어져 있던 동료는 할멈 쪽으로 주의를 뺏기느라 기습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방금도 자신이 옆으로 살짝 움직이기가 무섭게,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할멈에게 냅다 뿔을 던져 버리는 독사 같은 종자였다.


공터 한편에 널브러진 채 죽어 가는 동료의 몰골만 봐도, 울화통이 터져 나가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생식기와 고환, 항문에 양 눈알까지 난도질당한 상태였다.

그것도 동족들의 사체에서 잡아 뽑아 온 뿔로 말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비열한 침입자 놈을 노려보며, 코뿔소머리 족장은 그저 이빨만 북북 갈아 댈 수밖에 없었다.


“아휴, 의리 있는 것 좀 봐라. 이래서 짐승이 인간보다 낫다고 하는 거야. 육체적인 강함만 놓고 보면 너희 둘이 단연 압도적인데, 어째 상대하는 건 너희가 제일 쉬운 거 같아. 아주 땅 짚고 헤엄치기야. 저 늙다리가 인질 노릇을 해 줘서 그런지, 이렇게 편하고 즐거울 수가 없네. 계속 그렇게 의리 있는 모습을 보여 줘. 내가 아주 날로 먹어 버리게.”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하나도 알아먹을 수 없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왠지 코뿔소머리 족장은 거의 다 알아들은 듯한 기색이었다.

그만큼 하지운의 표정 연기가 실감 났던 것이다.

영혼의 공감을 나눈 엘프 할매보다 한층 더 전달력이 뛰어난 하지운을 보고, 화사한 괴물의 인내심이 믿기지 않는 속도로 마모되어 갔다.


분노를 이기지 못한 괴물이 박차고 나오려는 순간, 비열함의 아이콘이 잽싸게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고는 허벅지에 넝쿨로 감아 두고 있던 뿔을 잡아 뽑아서는, 할멈에게 있는 힘껏 집어 던져 버렸다.


개빡친 순간에도 친구의 안위가 걱정되었던 갸륵한 괴물이, 다급하게 몸을 틀어, 할멈의 앞을 막아섰다.

어깨로 동포의 뿔을 막아 내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자신의 오른쪽 눈으로 또 다른 뿔 하나가 목전까지 들이닥쳐 버렸다.

보나 마나 족장 놈이 친구를 버리지 못할 거라 단정한 하가 놈이, 왼손에 들고 있던, 뿔을 기다렸다는 듯이 날려 버렸던 것이다.


번개같이 고개를 숙이며, 이미 반쯤 들어 올리고 있던, 오른팔을 휘둘러 가까스로 뿔을 쳐낼 수 있었다.

한숨 놓으려던 그 순간 의리의 화신의 아랫배에서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이 솟구쳐 올라왔다.

용맹한 족장 놈은 그 와중에도, 허리를 비틀며, 등 뒤로 주먹을 휘둘러 버렸다.


하지만 민트색 전사의 회심의 한 방은 스치지조차 못했고, 다람쥐 같은 하지운은 우아한 백 텀블링을 보여 주며 멀어져 가고 말았다.


코뿔소머리 괴물의 신장은 뿔 길이를 포함하지 않았을 때의 수치다.

거북 목이 심한 괴물들의 경추를 교정한 후 뿔 길이까지 포함시킬 경우, 평균 신장이 일 미터 이상 증가할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 족장 놈의 항문에 박힌 회색빛 뿔의 길이가 일 미터가 넘는다는 얘기다.

직장이 박살 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뱃속의 내장들이 본래 형태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터져 나가 버린 게 진짜 문제였던 것이다.


“아파? 처음이었나 보구나. 조금만 참아. 차츰 익숙해질 거야.”


내장 조각이 섞인 피를 끊임없이 게워 내고 있는 족장 놈의 귓구멍에 비열한 놈의 이죽거리는 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부리나케 멀어져 간 놈이 그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던 것이다.


이를 악문 민트색 족장 놈이 남은 힘을 다 쥐어짜 오른 주먹을 날려 버렸다.

그걸 본 하지운이 가볍게 자세를 낮추며 허리를 틀었다.

그와 동시에 하지운의 오른쪽 발바닥 앞부분이 짙은 민트색의 생식기에 박혀 버리고 말았다.

결국 괴물의 입에서 구슬픈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이 새끼들... 생긴 거답잖게 울음소리가 엄청 귀엽단 말야. 이런 게 반전 매력이라는 건가?”


결국 고통을 못 이기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족장 놈의 뿔을 하지운이 양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쥐어 주었다.

그러고서는 살짝 힘을 주는 것 같더니, 아름드리나무를 뿌리째 잡아 뽑듯이 수직으로 번쩍 들어 올려 버렸다.


그러고는 잠시 들고 휘두르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사정없이 내팽개쳐 버렸다.

온 숲이 떠나가는 듯한 굉음이 울리더니, 약소한 규모의 인공 지진까지 발생하다가 이내 잦아들었다.


“할멈, 아직 안 죽었구나. 어! 이년 면상이 왜 이래? 우와! 쭈글쭈글한 것 좀 봐! 너 하루 만에 낯짝이 제 나이를 찾아갔구나!”


온몸이 피에 절여진 늙은 엘프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할 일이 아주 많으니까, 그만 지랄하고 저주 풀어.”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늙은 엘프가 남은 기운을 모두 쥐어짜서 입꼬리를 끌어 올려 보였다.

곧 죽어도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걸 누가 봐도 알아먹을 수 있는 표정이었다.


똑같이 입꼬리를 올려 보인 하지운이 키득거리면서, 민트색 산송장 두 구를 할멈 앞으로 질질 끌고 왔다.

그러고는 두 마리 다 엎드린 자세로 사타구니가 할멈 쪽을 향하게 세팅을 해 놓고는, 두 놈의 뿔을 강제로 잡아 뽑아 버렸다.


다소 민망한 자세로 비명을 토해 내는 두 친구를 바라보며, 할멈의 얼굴이 구겨진 종잇장처럼 처참하게 일그러져 갔다.

그러든 말든 하지운은 갓 뽑은 민트색 꼬챙이 두 자루를 휘두르며 히죽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 그만...”


할멈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인지, 하지운은 망설임 없이 두 족장의 생식기가 한때나마 달려 있었던 곳으로 꼬챙이를 쑤셔 박아 버렸다.


“그만! 제발! 그만...”


결국 울음이 터져 버린 할멈이 남은 기력을 다 쥐어짜서 고함을 질러 버리고 만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멈의 코에서 시커먼 피가 새어 나왔고, 그와 동시에, 하지운은 자지러질 듯한 폭소를 마구 쏟아 내 버리는 것이었다.


그 징그러운 모습을 올려다보며, 눈물 한 방울을 떨군 늙은 엘프가 천천히 고개를 떨어뜨렸다.

고개가 다 떨어지기 직전, 갑자기 그녀의 턱이 강제로 끌어올려지더니 그녀의 입으로 엄청난 양의 마력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머리 위로 물방울들이 모여들더니, 난데없이 그녀의 몸뚱어리에만 집중 호우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피가 다 씻겨 나가고 생기도 어느 정도 돌아온 늙은 엘프의 눈앞에, 만면에 미소를 띤, 하지운의 면상이 들이밀어졌다.


“내가 그랬지? 너 과다 출혈로 죽기 전에 올 거라고. 내가 이렇게 약속을 잘 지켜. 날 무려 하루 동안이나 개고생을 시켜 놓고, 이렇게 편하게 죽을 줄 알았어? 나이도 처먹을 만큼 처먹은 게. 세상에 네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충분히 알 만한 나이가 되었잖아. 얼굴 펴. 뭘 그렇게 떨어? 설마... 고문 처음 받아 보는 거야? 저런... 신선한 첫 경험이 되겠네. 죽기 전에 아주 풍성한 경험을 하고 가겠구나.”


손가락 사이에 아담해 보이는 전투용 도끼를 끼운 하지운이 뱅글뱅글 돌려 가면서 윙크까지 날려 주었다.

그녀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한 하가 놈만의 소박한 배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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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도강 (4) 24.06.01 13 1 10쪽
207 도강 (3) 24.05.29 14 1 10쪽
206 도강 (2) 24.05.27 1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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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즐거운 훈련 (9) 24.05.23 15 1 9쪽
203 즐거운 훈련 (8) 24.05.22 16 1 9쪽
202 즐거운 훈련 (7) 24.05.19 20 1 10쪽
201 즐거운 훈련 (6) 24.05.17 16 1 10쪽
200 즐거운 훈련 (5) 24.05.15 15 1 10쪽
199 즐거운 훈련 (4) 24.05.14 15 1 10쪽
198 즐거운 훈련 (3) 24.05.11 22 1 10쪽
197 즐거운 훈련 (2) 24.05.09 14 1 9쪽
196 즐거운 훈련 (1) 24.05.08 16 1 10쪽
195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7) 24.05.06 20 1 10쪽
194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6) 24.05.04 18 1 10쪽
»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5) 24.05.02 17 1 10쪽
192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4) 24.04.30 16 1 10쪽
191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3) 24.04.28 26 1 10쪽
190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2) 24.04.25 1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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