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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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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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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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훈련 (3)

DUMMY

197화


코끼리머리 괴물 대 머머리 악귀의 싸움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이 나 버렸다.

바닥에 웅크려 급소만 감싼 채로, 사십여 분 동안, 대략 백사십만 발의 화살을 맨몸으로 받아 낸 코끼리머리 용사가 비명횡사 직전의 상태에 이르러 버린 것이다.


십여 분 정도가 지나자, 복제 인간들이 더 편하게 활을 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코끼리머리가 자빠져 있는 곳만 밑으로 오 미터 정도 내려앉도록 만들었다.

신이 난 복제 인간들이 하지운을 칭송하며 한층 더 가열하게 시위를 당겨 댔음은 물론이었다.


각자 할당된 오만 발의 화살을 전부 소진하고 나서야, 두목 하지운의 입에서 ‘십 분간 휴식’이라는 말이 나왔다.

어느새, 터럭도 원상태로 다 자라나, 쿠데타 컷에서 풍성한 댄디컷으로 회복된 개망나니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어 댔다.


“마귀들이 따로 없구나. 미친놈들.”


금 부장이 엘프녀를 공주님 안 듯이 품에 안고는 솔직한 감상을 전했다.


“어, 언제 왔어? 근데 신혼부부가 따로 없구나. 괘씸한 것들.”

“야, 이 물 처먹은 요망한 년아. 너 언제까지 거기에 자빠져 있을 거냐? 이 자식이 혼절한 지가 족히 이십 분은 됐을 텐데, 언제까지 힘아리가 없는 척 개수작을 떨 거냐고? 이 불여시 같은 년아.”

“셀런 양에게 무례하게 지껄이지 마라!”

“뭔 양?”

“볼드윈, 전 괜찮아요. 이 무지막지한 놈에게 굳이 맞서려 하지 마세요. 이놈은 말로 해서 나아질 게 전혀 없는 구제 불능의 마귀일 뿐이에요. 포기하세요.”

“알겠소, 셀런”

“지랄 염병하네.”

“그런데 이 미친놈아!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이냐? 셀런 양이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느냐! 저주가 걸리는 순간부터, 제깟 놈이 아무리 커 봐야, 네놈의 노리개나 마찬가지가 되었을 터인데. 한 십 분만 가지고 놀면 될 것이지! 사십 분이 뭐냐! 사십 분이!”

“이 새끼가! 사십 분 동안 그 예쁘장한 불여시랑 부비고 있게 해 줬으면, ‘감사합니다. 개돼지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고개를 조아려도 부족할 것을! 어디서 투정이야! 앞으로 너희 따로따로 소환해 줘?”

“본체야, 앞으로 저 저주쟁이 가드는 코뿔소머리 족장 놈들에게 맡기자. 거기가 멀쩡한 놈으로 두 놈 더 잡아 오지 않았느냐.”

“그러네! 가드는 걔가 더 어울리지. 걘 아예 전문 분야가 몸빵이잖아. 거기다 얘 가족이라면서. 진짜 가족이 지켜 주는 게 맞지. 쟤는 생판 남이잖아.”

“하긴, 게다가 듬직한 걸로도 그놈이 한 수 위잖아. 그놈은 모든 게 다 이놈보다 듬직해.”

“거 좋은 생각이다, 이십칠 호. 우리 막내가 드디어 내 복제 인간답게 생각하는구나. 장하다.”

“주군, 고정하소서! 개돼지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겠나이다!”

“제발 노여움을 푸세요! 개돼지보다 더 열심히 일하겠나이다! 주군, 가족끼리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난 네 가족 아니야, 이 청초한 불여시야.”

“근데 요즘 것들은 진도가 엄청 빠르네.”

“그러니까. 썸도 안 거치고. 하여간 요즘 것들... 아니, 서양 것들이라 그런 건가? 발랑 까져 가지고.”

“어쨌든. 말세다 말세. 아주 버르장머리들이 없어.”

“이 새...”


오백오십 살 먹은 할머니가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배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쌍욕들을 머릿속에 한가득 나열해 놓고 쏟아 낼지 말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 금 부장의 품에 안겨 있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자신의 어휘 습득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가감 없이 보여 주었을 엘프 할머니였다.


“그리고 금 부장 이 껄떡쇠야. 본체랑 우리 논 거 아냐. 놀고 자빠진 건 너희 두 연놈들이고. 이 새끼가 난데없이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대가리가 잔뜩 굵어졌는데 뭐 별수 있겠어? 그저 무작정 패야지. 네가 좋아 죽는 그 불여시는 삼 일을 굴렸잖아. 사십 분이면 엄청 빨리 끝난 거야.”

“암, 그렇고말고.”

“이놈도 합류시키려고?”

“당연한 거 아냐? 아, 왜? 그 불여시 가드를 얘한테 시킬까 봐? 이 새끼 생긴 거답지 않게 질투 개쩌네.”

“그런 거 아니다!!”

“아, 네.”


금 부장의 필사적인 항변이 개무시당하는 와중에, 복제 인간 일 호가 염동력으로 기절한 코끼리머리를 뒤집어 버렸다.


“아이, 씨발... 이 새끼 기절해서 축 처지니까 더럽게 무겁네.”

“수고했다.”


성의 없는 인사를 남기고, 명궁 하지운이 코끼리머리의 그곳에 기어코 화살 한 발을 명중시켰다.

시작되는 연인들이 그 꼴을 보고는, 고개를 돌리고선 혀를 차 댔다.


“축하한다, 본체야. 결국에는 한 발을 맞추고야 마는구나. 이런 금수 따위와의 약속도 어김없이 이행하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

“뭘, 당연한 일을 한 건데.”


하지운과 일 호가 공치사를 늘어놓는 동안, 다른 복제 인간들은 다시 매타작을 시작하였다.

견디기 힘든 고통에, 기절했던 코끼리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 버린 것이었다.


“아아... 아파요, 볼드윈.”

“셀런 양, 힘을 내시오! 당장 이놈을 도로 재우지 못하겠느냐!”

“저리 꺼져 있어. 둘 다 확 불로 지져 버리기 전에.”


시작되는 연인들이 조용히 숲속으로 멀어져 갔다.


“저 잡것들이 또 으슥한 데로 짱박히려고 하네.”

“전쟁 통에도 애를 낳았다더니... 하여튼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어.”


일 호와 함께 사내 커플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사이에, 그새 성실한 복제 인간들이 코끼리 아저씨를 반송장이나 다름없게 만들어 놨다.


“아휴, 역시 믿을 건 너희밖에 없다. 야, 이 새끼 팔다리 좀 잡아당기고 있어 봐. 어, 손바닥이고 발바닥이고 죄다 위를 향하게. 야, 그깟 뼈 좀 부러져도 괜찮아. 어차피 제작 중에 다 복구돼. 내 뼈도 아닌데, 대충 해.”


굵기가 제 허벅지만 한 기둥을 든 하지운이 복제 인간들을 동원해 세세한 작업 지시를 해 가며 간이 공방을 만들어 갔다.


“자, 왼손부터 한다.”


기둥을 높이 치켜든 하지운이 코끼리머리의 왼 손바닥을 향해 있는 힘껏 내리꽂아 버렸다.


우워억흐윽!


한껏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지르려던 코끼리머리 용사의 입 속에 일 호가 들고 있던 기둥이 쑤셔 박혔다.

그와 동시에 이, 삼, 사 호가 나머지 손발에 기둥을 시원하게 때려 박아 버렸다.


팔다리를 활짝 벌린 채 바닥에 고정된 코끼리머리 용사를 보며, 개망나니들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쳐 댔다.


“수고했다. 일 호만 남고, 다들 퇴근해라.”

“응, 그럼 우리 먼저 간다.”


수행 비서만 남기고 복제 인간들을 모두 소환 해제한 하지운이 코끼리 형상을 한 거대한 머리통의 왼편으로 다가갔다.

주둥이로 밀고 들어간 일 호의 가시가 목덜미를 뚫고는 바닥까지 깊숙이 파고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대량의 피를 울컥거리며 게워 내던 코끼리머리가 왼쪽 눈에 비치는 하지운을 올려다보고는 눈알을 뒤룩거려 댔다.

그러는 놈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갔다.


그러든 말든, 무표정한 낯짝을 한, 하지운이 미세 먼지만큼의 망설임도 없이 손등이 앞으로 향하도록 왼손을 들어 올렸다.

일 초도 지나지 않아 가느다란 꼬챙이 한 자루가 솟아 나와, 일 호의 가시에 짓눌려 있던, 코끼리머리의 혓바닥을 뚫고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 털을 털어 내 버린 하지운이 모가지를 우두둑거리며 일 호를 향해 걸어 왔다.


“이것들 다 잡아먹고 나면 키 좀 크겠는데.”

“다행이네. 얼른 커져야지. 우리 정도면 어디를 가든 평균 이상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 동네로 넘어오자마자, 이런 졸라게 큰 새끼를 보게 될 줄은... 네가 이 새끼 옆에 서 있는데, 무슨 난쟁이 똥자루처럼 보이더라고. 어서 벌크업을 해라, 본체야. 이 새끼보다 더 큰 새끼들이 나오면, 지금 상태로는 감당이 안 될 거 같다.”

“아니, 언제는 내 키가 백 미터가 되기 전에 죽여야 한다면서?”

“당연히 농담이었다, 본체야. 그런 장난에 일일이 삐지고 그러지 마라. 우리가 남이냐? 가족 아니냐.”

“가 좆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헛소리 하지 말고, 이 새끼 작업할 동안 경계나 똑바로 서.”

“어! 본체야, 뭔가가 접근 중이다.”

“뭐?”

“숲으로 들어갔던 연놈들이 저기 기어 나오고 있네.”

“아이씨! 뒈질 거야? 마법진 만들려다가 놀래서 코피 뿜을 뻔했잖아! 이 새끼가 진짜! 너 이런 중요한 상황에 장난칠 거야?”

“미안하다...”

“아오, 저 불여시는 아직도 안겨 있네. 이제는 아예 제 발로 걸어 다닐 생각이 없는 거야? 진짜 꼴도 보기 싫어! 당장 꺼져!”


사내 커플까지 소환 해제한 하지운이, 마지막 남은 인내심을 다 쥐어짜서는, 일 호에게 진솔한 마음을 전하였다.


“다시는 그런 장난... 치지 마. 안 그래도 요즘 얼음 마법을 연습하려던 참이었단 말이야. 적당한 샌드백을 찾고 있던 중인데. 네가 이러면 안 되지 않아?”

“잘할게. 정말...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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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즐거운 훈련 (9) 24.05.23 1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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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즐거운 훈련 (5) 24.05.15 14 1 10쪽
199 즐거운 훈련 (4) 24.05.14 1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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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1) 24.04.23 1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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