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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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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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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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훈련 (5)

DUMMY

199화


몸을 살짝 틀면서 푸른빛의 기둥에 오른손을 가져다 대던 하지운이 초면에 상대방의 어머니를 무자비하게 비하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는 하지운의 오른손 다섯 손가락이 그새 재생을 끝마쳐 가는 중이었다.


이번에는 왼쪽 허벅지를 노리고 날아오는 푸른 기둥을 오른쪽으로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피하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왼손을 뻗어 또다시 손가락을 날려 버리고 만 하지운이다.

그러고는 대번에 상대방의 아버지까지 싸잡아서 폄훼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꼬라지를 보이는 것이었다.


물대포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듯 피하는 건 무리 없이 하고 있는데, 굳이 제 스스로 손을 가져다 대고는 갖은 패드립을 구사해 가며 씻을 수 없는 구업을 쌓아 가는 구제 불능의 악귀 하지운이었다.


‘그래, 내가 일단 잡는 건 포기한다. 쳐 내는 것부터 제대로 하고... 너는 씨발! 내가 물기둥 잡자마자! 너도 반드시 쥐 잡듯이 잡는다! 너는 진짜! 네가 아니고, 내가 기절할 때까지 팬다! 이 개돼지 같은!’


잡생각을 하다가 왼팔을 통으로 날려 버린 하지운이 또다시 패드립을 속사포 랩 하듯 뿜어내 버렸다.


“저 새끼는 진짜 서울 가면 강제로라도 상담을 받게 해야겠다. 말버릇이 저게 뭐냐?”

“뭐, 금쪽이 상담소 같은 거? 말이 될 소리를 해라. 저건 고질병이야. 상담으로 개선될 성질의 질환이 아니야.”


기절한 코끼리머리 두 마리의 몸뚱어리 위에 드러누워 일광욕 중이던 복제 인간들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혀를 차 댔다.


“근데 이것들은 그새 다 어디 갔어?”

“덩치들은 저기서 놀고 있고... 어, 정말이네! 요 맹랑한 것들이 잠깐 안 보는 사이에 어디로 또 짱박힌 거야?”

“놔둬라. 한창 좋을 때 아니냐.”


세 괴수 좀비들은 스파링에 재미가 붙은 듯 한쪽에서 저희들끼리 드잡이질을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시작되는 연인들은 또다시 숲으로 몰래 들어간 후 감감무소식이었다.


“이 새끼 깨워 버릴까?”

“아, 좀!! 지금 본체 새끼 지랄하는 걸로 부족하냐? 조용히 살자! 너 같으면 한창 그 짓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두통이 오면 기분이 좋겠냐?”

“어, 잠깐만! 지금 저 새끼 뭐 한 거야?”

“헐... 되네, 저게.”


당황한 코끼리머리 용사가 한층 더 힘차게 물을 내뿜었다.

표정이 뭔가 근엄해 보이는 하 선생이 아랑곳하지 않고 푸른 기둥에 왼 손등을 가져다 대고는 부드럽게 바깥쪽으로 밀어 버렸다.

일직선이던 기둥이 쓰다 버린 빨대처럼 휘어져 버렸다.

어느새, 왼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로, 오른손만 깔짝거리며 푸른 기둥들을 비틀어 버리는 하지운에게서 개세 고수의 풍모가 역력하게 전해져 왔다.


“앞으로 저 새끼 듣는 데서 제거하느니 마느니 하는 소리는 하지 말자.”

“에이, 재밌자고 농담으로 했던 거지. 여기 진심으로 말했던 정신 나간 놈이 어디 있어?”

“뭐래? 난 그딴 개소리는 입 밖으로 꺼내 본 적도 없는데. 너희 둘이서 그러고 놀았어? 너희 둘 다 미쳤구나.”

“그러게. 제정신이 아니네. 이따가 본체한테 싹싹 빌어라. 너희 둘 때문에 우리까지 혼날라.”

“하아... 뿌리부터 존나 썩었네. 바로 꼬리 자르는 건 어디서 배워 먹은 개짓거리냐? 본체고 분신들이고 다 개쓰레기네!”

“이 새끼들이... 우리 둘만 죽고 끝날 거 같냐? 우린 그냥 안 죽어! 너희도 구덩이에 다 끌고 들어갈 거야!”


복제 인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태세 전환을 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하지운은 다른 마법사들을 상대할 때마다, 그들이 날린 마법을 중간에 가로채서는, 대놓고 농락을 해 가며 전의를 상실하게 하곤 하였었다.

그가 그런 식으로 장난질을 칠 수 있었던 건 다른 마법사들과 정신적인 역량에 압도적인 격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이란 건 당연히 체내에 축적된 마력을 끌어다가 구현하는 것이고, 마법을 발동하는 과정 중에 동원되는 마력에는 시전자의 의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마련이다.

즉 마법에 깃든 의지력을 압도하는 강력한 의지력이 외부에서 작용한다면, 마법에 대한 통제권 자체를 강탈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지난 한 시간 동안 손가락만 이만 개 넘게 날려 먹었다는 건 하지운의 정신적인 역량이, 코끼리머리 용사와 비교해, 월등한 수준은 절대 아니라는 걸 반증하는 셈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한 시간 만에, 통제권을 뺏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약간의 간섭을 할 수 있는 경지에는 도달했다는 걸 대놓고 보여 주고 있는 하지운이다.

이미 충분히 괴물 같아 보이는 놈이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흉물이 될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씨... 이럴 줄 알았으면 적당히 까부는 건데.”

“저 새끼 분명 우리가 그동안 지껄였던 말들을 전부 마음에 품고 있겠지?”

“좆 됐다... 어떤 식으로든 보복할 새낀데.”

“그러니까. 제거한다는 말만은 함부로 꺼내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 씨발! 말이 돼? 숲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진화를 한다고? 난 수련 중에 끽해야 두어 번 하면 정말 많이 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러다가 정말 백 미터가 되는 건 아니겠지?”

“미친 새끼야, 그게 말이 되냐? 백 미터가 되려면 도대체 진화를 몇 번이나 해야 되는 건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이삼십 번은 해야겠다. 그게 되겠냐? 백 미터 얘기도 사실 저 새끼가 심심해서 했던 망상을 가지고 우리가 반 장난으로 몰아갔던 거고. 본체 본인도 장난삼아 했던 얘기인데, 뭐 하러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앉았냐? 진짜 미친 거냐?”

“저 새끼 발전 속도를 봐라! 안 미치게 생겼나.”

“어, 뭐야! 방금 잡았던 거야?”

“뭐, 잡았었다고? 에이, 아니네. 손가락 재생 중이잖아?”

“아니야... 저 새끼 말이 맞아... 살짝 잡았었어...”

“미쳤네, 저 새끼가! 이러다 오늘 중에 환골탈태하는 거 아냐?”

“할 거 같은데... 저 새끼 그동안 처먹어 놓은 게 있어서, 기력이야 충분할 거고.”

“충분한 정도냐? 엘프 만 칠천 개체를 잡아먹었어! ‘기력 흡수’가 팔십 레벨 이후부터는 흡수율이 삼십 퍼센트니까, 다 자란 엘프 오천 개체의 기력 전부를 온전하게 다 빨아먹은 셈이잖아! 그게 한 사람 몸뚱어리에 다 들어갔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되나? 본체 새끼 저건 진짜...”

“이야... 이번 벌크업은... 진짜 골 때리겠는데. 진짜 괴물이 돼서 튀어나오겠어.”

“생각도 하기 싫다. 아오, 끔찍해!”


복제 인간들이 진저리를 치는 가운데, 급속도로 성장 중인, 하지운이 입을 초승달 모양으로 벌리고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살면서 본 웃음 중 가장 흉측하고 소름 끼치는 미소를 목격한 코끼리머리 용사가 순간적으로 움찔하고는 한 걸음 물러서 버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쫄았다는 사실에 극도로 분노한 코끼리머리 용사가 미칠 듯한 기세로 물대포를 쏴 갈겨 댔다.

이미 칠만 발에 가까운 고압수를 쏴 놓고도, 마력이 고갈될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 코끼리 아저씨다.

하지운과의 일대일이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무리하게 업그레이드를 시켜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저승이라도 멘탈까지 강화시키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는 목적을 가지고 물대포 공격을 해 왔던 코끼리머리 용사다.

굳이 미꾸라지 같은 하지운을 상대로,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근접 공격을 가하기보다는, 원거리에서 자신이 가진 가장 신속한 공격을 날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지운의 체력을 갉아먹겠다는 의도가 지배적이었다는 말이다.


방금 전까지는 그랬는데, 지금은 솔직히 두려워서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는 코끼리머리 용사다.

놈도 이제는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조막만 한 놈이 갈수록 무서워지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기어코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직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기어이 푸른빛의 물기둥을 틀어잡고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는 하지운이다.

끝내 물대포를 맨손으로 제압해 버리고 만 것이다.


“이야! 이런 걸 기념으로 한 방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면 조회 수가 대박 날 텐데.”

“뭐래, 미친 새끼가. SNS에 좆도 관심도 없었으면서.”

“말조심해, 이 새끼야! 듣겠어!”


코끼리머리 용사와 복제 인간들의 표정이 대동소이했다.

한 마디로 너 나 할 것 없이 죄다 엄청 쫄았다는 얘기다.

팔십여 미터의 물기둥 두 개를, 형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양손에 들고 서 있는 개세 고수 하지운이었다.


동공에 지진이 난 코끼리 아저씨가 힘없이 코를 떨구고는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하가 놈이 그런 아저씨를 절대로 그냥 놓아 줄 리가 없기에, 복제 인간들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새 신을 신은 아이처럼 폴짝거리며 쫓아가는 하지운의 낯짝이 소름 끼치도록 해맑았기에, 탄식의 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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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도강 (7) 24.06.07 12 1 9쪽
210 도강 (6) 24.06.04 12 1 9쪽
209 도강 (5) 24.06.02 13 1 9쪽
208 도강 (4) 24.06.01 14 1 10쪽
207 도강 (3) 24.05.29 15 1 10쪽
206 도강 (2) 24.05.27 13 1 9쪽
205 도강 (1) 24.05.26 16 1 9쪽
204 즐거운 훈련 (9) 24.05.23 15 1 9쪽
203 즐거운 훈련 (8) 24.05.22 17 1 9쪽
202 즐거운 훈련 (7) 24.05.19 21 1 10쪽
201 즐거운 훈련 (6) 24.05.17 17 1 10쪽
» 즐거운 훈련 (5) 24.05.15 17 1 10쪽
199 즐거운 훈련 (4) 24.05.14 17 1 10쪽
198 즐거운 훈련 (3) 24.05.11 22 1 10쪽
197 즐거운 훈련 (2) 24.05.09 14 1 9쪽
196 즐거운 훈련 (1) 24.05.08 17 1 10쪽
195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7) 24.05.06 21 1 10쪽
194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6) 24.05.04 18 1 10쪽
193 보복에 임하는 그의 자세 (5) 24.05.02 1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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