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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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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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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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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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강 (7)

DUMMY

210화


뻥 좀 섞어서 성층권까지 솟구쳐 올랐던 거대한 기둥 두 개가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어머! 본체네 동네 사거리에 있던 신축 오피스텔만 해!”

“아, 거기. 그 맞은편 건물에 있는 빵집이 대박이었잖아. 저걸 보고 있으니까, 그 집 마늘 바게트가 생각난다. 개맛있었는데.”

“헐... 개쩐다! 마법의 스케일이 달라! 그냥 우리 이참에 모든 걸 내려놓고 뒈져 버리자. 내일 아침엔, 이름은 기억 안 나는, 그 빵집에서 크로아상에 모닝커피나 한 잔 하는 거야.”

“그런데... 아파트도 아니고, 빵집 이름을 왤케 어렵게 짓는 거야? 기억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고객이 시어머니야?”

“그건 그래. 뭐 어쨌든. 막내야, 네가 쏘는 거지?”

“거지냐, 이 새끼야? 네 건 네가 사 처먹어!”

“그럼... 나는 크림치즈 브리오슈! 고마워, 막내야. 잘 먹을게.”

“아오, 정신 사나워! 다 꺼져!”


일 호만 남기고 나머지 복제 인간들을 전부 소환 해제한 하지운이, 고개를 치켜든 채, 연신 마른침을 삼켜 댔다.

지름 십팔 미터, 길이 구십 미터의 원형 물기둥 두 개가 구름 사이에서 움직이는 광경은 전직 장르 소설 작가를 미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어쩌지? 이러다 쌀 것 같은데.”

“뭘 걱정하고 있냐? 저 정도 수량이면, 싼 것 정도는 티도 안 나겠다. 똥을 지려도 다 씻겨 나가겠는데.”

“그건 그렇겠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운의 머리통 바로 위 이천 미터 상공에서 서서히 수직으로 자세를 잡아 가던 물기둥들이 드디어, 자유 낙하를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치게 되었다.


“이야, 저 새끼 좀 봐라. 아주 여유가 넘치는 모양이다. 달랑 물기둥 두 개만 날려 놓고는, 그저 구경만 하고 있네. 네가 존나 우스웠나 보다.”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지. 반올림해서 이백오십 미터인 새끼가 반올림해서 칠 미터밖에 안 되는 새끼를 우습게 보는 건 사실 지극히 당연한 거잖아.”


둘의 시답잖은 대화가 끝날 때쯤엔, 이미 자유 낙하 중인 물기둥이 십 미터 상공까지 떨어져 내린 상태였다.

그 순간 '순간 이동' 능력을, 매 동작마다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섞어 쓸 수 있는 경지에 오른 하지운과 그의 복제 인간이 단숨에 백 미터 밖으로 이동해 버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바로 직전까지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에 지름 오십 미터, 깊이 오백 미터의 싱크홀도 잊지 않고 만들어 두었다.


찰나의 시간이 흐른 후, 간발의 차로 하지운을 놓쳐 버린, 물기둥들이 경악스러운 기세로 구덩이 속에 내리꽂혀 버리고 말았다.

어느새, 흙탑을 밟고, 오십 미터 상공에 도달해 있던 일 호가 모든 마력을 다 쥐어짜서는 구덩이 안으로 냉기를 때려 넣었다.

그와 동시에, 땅 위에 있던, 하지운은 몸을 날리면서 구덩이를 원상태로 메워 버리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일 호를 소환 해제해 주는 것도 잊지 않은 섬세한 리더십의 소유자 하지운이었다.


단숨에 일 킬로 밖으로 달아난 하지운이 몸을 비틀며 뒤를 돌아보자마자, 반경 칠백여 미터의 땅덩어리가 순식간에 오븐 속의 반죽처럼 부풀어 올라 버리는 것이었다.

마치 땅속 깊숙이서 엄청난 규모의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 주변 일대의 바닥까지 파도처럼 출렁거려 대고 있었다.


대략 이삼 분 정도가 지나자 진동이 멎었고, 잠시 후에는 부풀어 올랐던 바닥이 쑥 꺼지면서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 버렸다.

구덩이 곳곳에 수십 개의 천연 분수가 만들어져, 금세 구덩이 속을 채워 가는 모습이 경이롭다는 느낌마저 들게 하고 있었다.


“씨발... 아무리 봐도 저 새끼는 싸우라고 만들어 놓은 놈이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정확하게 어느 시점부터 사고를 쳤던 거지?”

“본체야, 네가 근래에 했던 모든 짓거리가 다 쓰레기 같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느 시점부터였다고 특정 짓는 건 불가능해 보여.”

“굳이 특정을 짓는다면, 네가 태어난 시점?”


어느새 다시 쏟아져 나온 복제 인간들이, 잠시의 쉴 틈도 주지 않고, 시원하게 악담을 퍼부어 댔다.


“됐다. 내가 너희한테 뭘 바라겠냐. 지정해 준 위치로 당장 꺼져.”


기운을 가능한 최대한도로 감춘 복제 인간들이 순식간에, 좌우로 퍼져서, 아득히 멀어져 갔다.

복제 인간들을 쫓아내 버린 하지운도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다시 강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보고, 찬찬히 하지운을 관찰 중이던, 물의 거인도 강물을 불러일으키며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이미 한 번의 공격을 통해 하지운의 대응 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한 물의 거인이 원거리 공격의 남발은 자제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차피 다 피해 버릴 놈을 향해 자신의 존재의 원천인 강물을 함부로 낭비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강 주변의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마땅찮았던 것이다.


사실 느긋한 쪽은 물의 거인인 게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에야 개빡쳐서 다짜고짜 튀어나오기는 했지만, 울화가 차츰 가라앉아 가는 지금, 그것조차 모를 정도로 멍청한 괴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어차피 하지운은 강을 건너야만 하고, 물의 거인 자신은 강 그 자체다.

세상 여유로운 물의 거인이, 최대한 하지운이 가까이 다가오길 기다리면서, 물 덩어리를 키워 갔다.


‘허어... 운석이냐? 저 새끼가 물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는 부류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물 괴물의 이 킬로 앞까지 접근한 하지운이 마력을 일으키며 한탄을 하였다.

놈의 양 손바닥 위에서, 지름 칠십 미터의, 물 덩어리 두 개가 서서히 회전을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 가라, 맥스건!”


어제 하루 동안 미친 듯이 연습했던 장거리 포격 마법을, 고작 열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선보이게 된 하지운이다.

그 와중에도 잊지 않고 기술명을 만들어 둔 밀리터리 덕후 하가 놈이었다.

삽시간에 길이가 삼 미터를 넘는 소구경 마력 포신 열 개를 만든 하지운이, 설레는 마음을 가다듬고는, 숨도 쉬지 않고 불덩어리들을 쏴 갈겨 버렸다.


단숨에 수천 발의 검붉은 꼬챙이가 물의 거인을 향해 날아갔다. 흡사 예광탄을 발사하는 미니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세상 평온하던 물의 거인이, 순간 식겁해서는, 양손에 들고 있던 물 덩어리들을 쫙 펼쳐서 방패로 만들었다.

그 위로 순식간에 들이닥쳐 버린 불 꼬챙이들이 무지막지한 폭발음을 일으키며 터져 댔다.

물로 만들어진 방패에 파고 들어간 불덩이들이 눈 깜짝할 새에 물을 가열시켜, 어마어마한 양의 수증기를 뿜어내며, 폭발을 일으켜 버렸던 것이다.


“이야! 이게 진짜 되네! 이게 내가 종사하던 분야에서 한동안 각광받던 기술이거든. 이걸 현실에서 써먹을 줄은 나도 몰랐네. 수증기 폭발이라니! 잘됐다, 이 존나 큰 아쿠아백 같은 새끼야! 널 상대로 장거리 타격 연습이나 존나 해야겠다.”


수증기 폭발이라는 게 물과 불이 닿기만 한다고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다.

만약 그 정도로 예사롭게 뻥뻥 터져 댔다면, 애초에 살수차가 화재 현장에서 돌아다닐 리도 없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물의 거인이 마력으로 끌어모은, 물 덩어리에는 자신에게 오물을 뿌린 개잡놈을 익사시켜 버리겠다는 강렬한 열망이 담겨 있는 상태다.

마찬가지로 하지운이 만든 불 꼬챙이에는 ‘존나 무서운 새끼야, 제발 뒈져 버려.’라는 하지운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고 말이다.


그런 악랄한 의지의 산물들끼리 충돌한 상황인 것이다.

비록 하지운의 역량이 물의 거인에 비해서는 한참 허접한 건 사실이지만, 거인이 만든 건 평평한 방패이고 하지운이 만든 건 날카로운 꼬챙이다.

뚫고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해도 박히는 것까지는 그럭저럭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물의 장막에 꽉 물린 불덩어리가 그 속에서, 마력이 다할 때까지, 열을 뿜어 대면 폭발까지 가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물의 거인을 둘러싼 방패에서 폭죽이 터지듯이 자잘한 폭발이 끊이지를 않았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거인이 어떻게 되는 건 결코 아니었다.

사실 거인의 몸통 자체에는 손톱만큼의 타격도 입히지 못했던 것이다.


어렵지 않게 하지운의 공격을 막아 내던 물의 거인이 코웃음을 치고는, 방패를 허공에 띄워 놓은 상태로, 강물을 끌어모아 초대형 삼지창을 만들기 시작했다.

품격 있는 태도로 여유 만만하게 삼백 미터짜리 흉기를 만들어 가던 거인이, 느닷없이 기겁을 하더니, 정신없이 좌우를 두리번거리는 것이었다.


“어딜 봐, 이 친구야! 날 봐! 내가 미끼라고! 날 보란 말야! 내가 명색이 본체인데, 미끼를 맡았다고! 내 성의를 봐서라도 한눈팔지 말고, 네 손에 든 거 가지고 하려던 지랄을 마저 해!”


말만으로는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아서, 거인의 대가리와 사타구니를 향해, 맥스건으로 얼음 기둥을 발사해 주는 하지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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