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예견된 복병#2

홍매는 공장으로 향하며 이누를 발견했다. 이미 자신들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상태를 자세히 보니 이누는 복부의 상처를 움켜쥐고 광기에 사로잡힌 얼굴이었다. 공황을 넘어 전신을 사시나무처럼 떠는 게 떨어진 곳에서도 보였다.
“다 먹었어.”
다가가 대화하자 횡설수설할 뿐이었다. 그나마 사이사이 들리는 단어들에 집중하니, 다 먹었다는 말이 들렸다.
홍매는 머릿속으로는 이해했고, 차마 마주하기 겁났다.
뒤를 쫓던 나귀도 이누 옆으로 왔다. 욕을 고르는 입 대신 눈이 먼저 상욕을 담아 노려봤다. 어떤 말 같지도 않은 상황이 펼쳐졌는지 빨리, 똑바로, 정확히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저 새끼들이 세 사람을 다 씹어 먹었다고!”
이누는 절규하며 드디어 완성된 문장을 내질렀다.
홍매와 나귀에게 더 이상의 생각은 불필요했다. 그저 손이 닿는 대로 초식 수인을 말살하고, 시신을 먹은 초식 수인은 공들여 뜯어 먹을 예정이었다.
이누는 심신의 한계가 왔는지 주저앉았다.
잔악함에 몸을 바친 초식 수인들이 이누와 시신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요행으로 거의 전멸한 산짐승을 찾았다고 여겼다.
그리고 자신들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오만한 산짐승에게 주제를 알려주기 위해, 부상당한 이누 앞에서 가지런히 정돈된 시신을 게걸스럽게 씹었다.
홍매가 이누를 데리고 방금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이를 갈며 명각리 수인들에게 상황을 전파했다.
옆에서 듣던 사슴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초식 수인 무리에서도 조소와 함께 한두 마디씩 야유가 들려왔다.
‘진작 그 꼴이 나야 했다.’
‘너희가 자초한 것이다.’
‘애당초 식용육일 뿐이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비열한 금수들.’
여러 자극적인 말이 난무하던 중, 공장에서 만찬을 끝낸 초식 수인들이 입가에 핏자국을 덕지덕지 묻힌 채 나타났다.
이 모습은 기름이 끓던 명각리 수인들 머리통에 폭탄을 터뜨렸다.
분노도 살기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땅바닥에 밀착하고 나무 사이로 숨어들며 튀어 올랐고, 전신을 비틀며 실은 힘으로 가까운 초식 수인들을 도륙 냈다. 조류로 태어났다면 응당 날갯짓하고, 뱀은 뱀이기에 날름거리고 꿈틀거리며, 모기는 피를 빨고, 거미는 줄을 뽑는다. 생존 기작으로 행하는 본능이었다. 여기서 초식 수인을 살해하지 않는 건 그 본능과 의무에 반하는 것이었다.
초식 수인은 준비한 전략을 펼쳤다. 조직적인 대응으로 초반 기세를 잡을 수 있었다.
반드시 다섯 명 이상 뭉치고, 명각리 수인들이 둘 이상 합을 맞추면 스무 마리까지 채우며 수비적으로 움직였다.
극도로 방어적이고, 체력소모와 장기전에 초점을 맞추며 심리적으로 압박해 끝내 상대방의 전의를 꺾는 전략이었다.
상황이 이러자 천우는 이누를 지키기 급급했다.
좌견과 수재는 서로를 보조하며 상대방의 머리통을 깨부술 궁리를 했다.
악인은 장비로 원을 그리며 반경에 든 상대를 방해했다.
나귀는 창으로 급소만 찌르는 가장 효율적인 살해를 했다.
드디어 어떤 연민이나 고뇌도 없는 포식자 수리가 된 홍매는 머리 위를 스쳐 날며 닥치는 대로 사냥했다.
초식 수인들은 슬슬 포위망을 좁혔다. 나귀와 홍매의 공격에만 머리를 움츠리며 멈칫했고, 다시 기세등등하게 명각리 수인을 우리에 가두듯 견고한 진형을 갖추었다.
“야, 저기.”
나귀는 그나마 건재해 보이는 천우에게 말을 걸었다. 협공을 요구했고, 눈동자는 숨바꼭질하는 어린아이를 찾는 것처럼 차분하게 움직였다.
천우는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 있게 돌파구를 찾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자기로서는 힘과 체력으로 몰아붙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누가 손짓했다. 알아서 도망 다닐 수 있으니 천우에게 싸움에 집중하라는 뜻이었다.
“저거 보이지, 저 새끼. 야, 보여?”
천우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자, 나귀는 뒤통수를 한 대 갈기며 확인했다. 천우가 마음을 다잡고 끄덕이자 말을 이었다.
“쟤 발목만 노려. 딱 한 대면 돼. 주저하지 말고 염병 미친개처럼 온갖 지랄을 다 떨면서 딱 한 대만 갈겨.”
나귀는 한 초식 수인을 지목했다. 천우 눈에는 대형의 변두리에서 보조역할만 하는 것 같았다. 약간 위축된 모습이 공격하지 좋기는 했지만, 굳이 공략 대상이 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나귀가 창을 들고 대상 방향으로 돌진했다.
초식 수인들은 봉구처럼 똘똘 뭉쳐 혹시 공격이 들어오면 그대로 무리 중간으로 끌고 가려 했다. 아무리 나귀라도 한들, 수십 마리와 완전하게 밀착되어 나뒹굴면 많은 체력만 낭비하리라 생각했다.
창을 최대한 길게 휘둘러 생채기를 내는 데에 집중하며 주의를 끌었다.
천우는 그 뒤에 숨어 지시를 기다렸다.
나귀가 창으로 바닥을 세게 찍으며 신호를 보내자 천우가 질주했다.
때에 맞춰 뛴 나귀는 천우의 등에 올라탔다. 도약하기 위해 발끝에 힘을 모았고, 원하는 거리에 달하자 도약했다.
공중에서 창을 쌍절곤처럼 돌리더니 적군 진형 한가운데에 대놓고 착지했다.
초식 수인들은 딱 창의 길이만큼 공간을 내어주고 주변을 촘촘히 둘러쌌다. 바라던 구도였고, 동시에 사방에서 덮치려 했다.
나귀는 공략 대상이 있는 방향으로 무식하게 공격했다. 초식 수인들의 대형은 이에 따라 함께 움직였다.
난장판이 된 틈을 타 천우는 포복으로 이동했다. 공략 대상의 발목을 그은 뒤 물러나 포효하며 성공 신호를 보냈다.
공격당한 초식 수인은 비명을 지르며 발목을 잡았다. 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실성하며 대열이 흐트러졌다.
나귀는 마구잡이로 공격하다가 돌연 방향을 바꾸었다. 쓰러진 공략 대상을 지나치며 손가락을 잘랐다. 그리고 대기하던 천우와 함께 포위망을 벗어났다.
모든 과정은 정교하고 지체 없이 진행되었다.
다친 초식 수인은 동료에게 매달렸다. 손가락과 발목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인간 모습으로 변하고는 치료해달라며 호소했다.
동료는 외면했다. 불편함을 서로 떠밀며 우물쭈물 물러났고, 전체 진형에 방해되니 물러나라며 다친 동료를 한편으로 치웠다.
초식 수인은 그대로 고립되었다. 홍매가 바로 달려들어 채가며 공중에서 갈기갈기 찢었다.
“아무도 돌아갈 생각하지 마.”
머리통만 남겨 손에 쥐고는 초식 수인들 앞에 착지했고, 엄포를 놓으며 바스러뜨렸다.
이 과정을 반복했다.
급소를 노리지 않고 최대한 아픈, 눈에 띄는 잔인한 공격만 감행했다.
초식 수인은 부상자를 계속 내쳤고, 부상자는 고립되지 않으려고 대열에 무작정 달라붙었다. 나아가 명각리 수인을 포위하던 방식을 부상자에게 사용하기 이르렀고, 애원하는 동료를 피하고자 진형을 뒤바꿨다.
견고했던 초식 수인의 유대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단숨에 죽여주니까 이것들이 우리가 의사인 줄 알아. 썅.”
천우는 아직 이 결과를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충분히 견디고, 극복하며 싸울 수 있을 만한 부상이었다. 다쳤다고 소극적으로 나서면 약점이 되기에, 안 다친 척, 태연한 척, 이 악물고 견디며 서로 보조해야 했다.
하지만 초식 수인들은 생채기만 입어도 과하게 반응했다.
이 상처를 약점 삼아 공격할 명각리 수인을 두려워하기 전, 동료의 눈치부터 봤다.
가까이 붙은 동료는 언제든지 자기 목숨을 버릴 수 있었고, 부상자는 자신을 저승으로 이끄는 썩은 동아줄이었다.
간단한 상처조차 전염병 취급당했다. 명각리 수인보다 주변 동료를 확인하는 초식 수인들이 늘어갔다.
홍매가 가장 먼저 눈치챘다.
나귀를 등에 태우거나 발톱으로 운반하며 이리저리 적진 중앙에 내려주었다.
그럴 때마다 재빠르게 포위하던 초식 수인들도 점차 소극적으로 굴었다. 둘러싸서 나귀에게 타격을 입힌다 한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다치면 불량품이 되어 버려질 게 분명했다.
악인도 이에 맞춰 움직였다.
밧줄을 주로 한 장비를 십분 활용하는 재주는 이 전략에 제격이었다.
초식 수인들은 유도기능을 지닌 지뢰밭에 있는 듯, 악인이 휘두른 밧줄에 기동력을 전부 빼앗겼다.
좌견과 수재도 합세했다.
영악하게 움직이며 나귀가 상처를 낸 상대를 골라 괴롭혔다. 일부러 견고한 대형 방향으로 부상자를 발길질했다.
드디어 천우도 원리를 이해했다.
엄청난 규모와 기세에 위축되었던 천우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오합지졸이 된 초식 수인 무리는 김이박보다도 훨씬 나약해 보였다. 타고난 몸뚱이를 이제야 제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귀는 이제껏 상처를 내는 게 목표였기에 현저히 약한 상대만 노렸고, 슬슬 우두머리 사슴을 찾았다.
사슴은 여유롭게 지켜보던 중 전세가 뒤집히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해전술의 핵심 기둥인 집단은 이미 와해되었다. 어설픈 협력은 결국 자충수가 되어 돌아왔다.
다급한 마음에 소리치며 고무했지만, 당장 우두머리 옆에 붙은 수인들만 잠시 집중할 뿐이었다.
다들 돌아갈 집이 생각났고, 매일매일의 일상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홍매가 토막 내는 인간이 자신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네가 그러면 안 되지.”
사기 저하가 패배로 직결되는 건 확실했다. 사슴은 몸을 낮추고 피신할 길을 모색했고, 천우가 그 앞을 막아섰다.
주변 초식 수인들은 천우를 보고 포위하지도, 대열을 갖추지도 않았다. 그저 뒤로 물러나며 표적이 사슴인 것에 안도했다.
사슴은 괜히 스라소니 조직을 배반한답시고 이 짐승들의 싸움판에 낀 걸 후회했다. 이제 할 건 불구가 되어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었다.
별안간 날아든 창이 사슴의 몸통을 뚫었다.
사슴의 고통스러운 비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귀는 유유히 다가와 창을 뽑아 들었다.
“뭐 할 말 있었냐?”
천우에게 물었다. 보통 창을 던지기 전에 물어볼 것이다.
“그런 건 아닌데···”
나귀는 천우의 답을 다 듣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 우두머리가 도망칠까 봐 왔는데, 이미 천우가 잡았고 막 치명상도 입혔으니 다른 초식 수인을 빨리 잡아야 했다.
사슴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기에는 이미 죽고도 남은 짓을 해 버렸다. 목숨을 구걸할 핑계가 전무했다.
대신 눈물, 콧물, 침까지 질질 흘리고, 소변까지 지렸다. 본능적인 생리현상이 심리상태를 대변했다.
정적이 흘렀다. 자신은 이미 죽어야 했는데 숨이 쉬어졌다. 뚫린 몸통 때문에 검은 하늘이 일렁였지만, 의식은 가까스로 버텼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말없이 내려다보는 천우가 보였다. 자칫 차분해진 표정이었다. 사슴은 희망을 품었다.
“살려줘··· 어떤 벌이라도 받을게···”
초식 수인의 멸살을 두 귀로 들으며 가장 추한 부탁을 했다.
천우는 상체를 숙여 무게중심을 낮췄다. 바닥을 박차며 직선으로 사슴의 목에 도달했다. 앞발로 양어깨를 꽉 잡고, 주둥이로 모가지를 단번에 물어뜯었다.
이전처럼 상대를 위압하거나 공포감을 주는 게 아닌, 효율성과 파괴력만을 고려한 살상 행위였다.
악인은 바닥을 기며 마음껏 먹잇감을 노렸다. 시야는 다리 도착증이 있는 변태 같았다.
시야에 유독 두꺼운 하체가 보였다. 유심히 관찰하니, 관절은 불가능한 각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고리를 만들어 던졌고, 둔한 움직임은 즉시 포박당했다.
악인은 생각보다 가벼운 무게에 팔 힘으로만 질질 끌었다. 가까워지자 컥컥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악인은 굵은 나뭇가지에 줄을 걸고 확 끌어올렸다.
경섭이 목을 밧줄에 묶인 채 공중으로 떠올랐다.
악인의 눈에 불길이 쏟아졌다. 경섭은 우견의 모습으로 변했다. 잡고 있던 밧줄을 모조리 놓았다.
경섭은 그대로 추락했지만, 잔뜩 두른 장비 덕에 다치지 않았다. 기괴한 각도로 꺾이던 다리 관절은 방황하던 경섭의 전신이었다.
악인은 머리를 털고 다가갔다. 요동치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경섭을 어떡할지 고민했다.
죽이기에는 아무 죄가 없었다. 일말의 위협 요소라도 있다면 상황이 이런 만큼 냉정하게 처리하겠지만, 잠시 겹친 우견의 모습이 악인의 손에 족쇄를 채웠다.
경섭이 숨을 내쉬며 호흡을 정리하는 동안 악인은 망연히 바라만 보았다.
“가만히 있어.”
악인이 달랬다.
경섭은 처음 악인을 만났을 때처럼 경악했지만, 유안 표정과 더는 자신을 해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점차 안정되었다.
“저것들이 왜 갑자기 잘 도망가자 했더니.”
악인의 밧줄이 몽땅 풀리자 초식 수인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했다.
나귀는 악인의 신변을 걱정해 왔다가 경섭과 노닥거리는 장면을 보았다.
“미안. 원래 새끼가 좀 별미잖아. 챙겨놨지.”
악인은 장난으로 답했다. 그리고 살벌한 말의 뜻과는 다르게 경섭의 손발을 꽁꽁 묶어 등 뒤로 숨겼다.
상대가 악인인 만큼, 나귀도 이 정도의 동정심조차 불허하진 않았다. 자신은 그렇지 않지만, 지금 명각리 수인들은 감정적으로 한계점을 넘어 피폐한 상태리라 생각했다.
악인의 장난에도 맞장구쳐 주었다.
“진짜 사생아냐? 잘 챙겨, 안 뒈지게. 이 정도 핏덩이는 스치면 편육이야.”
재미도 없고, 듣는 이에 따라 불쾌하기만 한 장난이었다.
이때 좌견이 나타나 곧바로 경섭을 묶은 밧줄을 끊었다.
“지킬 거면 확실히 지켜. 고민할 동안 언제 죽을지 몰라.”
악인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우견의 죽음애 대해 홍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저게 웬일로 말을 제대로 하냐. 폼 잡을 때는 혀가 잘 펴지나 봐?”
좌견은 조롱을 무시하고 전장으로 달렸다.
뒤따라온 수재는 좌견의 말 또한 들었다. 측은한 눈으로 악인을 보며 말을 골랐다.
이 태도를 본 나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또 뚫린 입이라고 멋대로 지껄여 봐.”
관찰할 틈도 없이, 수재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
“지 남편이나 쫓아가지 갑자기 육갑이야.”
수재의 남편이라면 좌견을 가리켰다.
수재는 경섭을 돌보는 악인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그리고 여기서도 말을 함부로 하는 가귀가 경멸스러웠다.
나귀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우견의 시신이 목이 꺾여 있던 걸 기억해 냈다.
“나비탕. 우견 어떻게 죽었냐. 밧줄에 목맸어?”
악인은 덫이라도 밟은 듯 동공이 흔들리고 손발을 떨었다.
수재가 나귀에게 바짝 다가가 “미친 등신 새끼가.”라는 말을 시작으로 온갖 상욕을 퍼부었다.
이 반응을 통해 확실해졌다. 나귀는 수재를 가볍게 무시하고 경섭에게 갔다.
나름 조심스럽게 경섭을 짐짝 들 듯 집더니 보호 장비를 벗겼다. 그리고 스티커처럼 악인 등에 붙였다. 끊어진 밧줄로 서툴게 악인과 경섭을 한 데 묶었지만, 허술한 매듭은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썅. 야, 살 빼 이 돼지 새끼야. 악인, 네가 묶어.”
나귀는 애꿏은 경섭 탓을 하고는 자리를 떴다.
악인은 밧줄을 주섬주섬 들고 경섭을 옷 더미에 싸서 업었다. 나귀가 허락해 준 것 같아 한결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경섭 또한 일단 악인의 등을 꼭 안았다.
수재도 욕을 멈추고 따뜻한 시선으로 둘을 봤다.
“저 오라질 놈을 개 같이 굴려야 하는데, 썅. 혼자 꿀 빨고 있잖아. 쓸데없는 찌끄레기가.”
나귀는 자리를 뜨며 괜히 이누에게 성질부렸다.
“귀야···”
악인이 나지막이 나귀를 불렀다.
오글거림을 독약처럼 여기는 나귀는 뺀질거리며 걸음을 멈췄다.
“누··· 개 아닌데, 토끼인데.”
뜻밖의 장난에 수재가 혼란에 빠졌다. 어떤 대화 흐름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만, 갈등은 없어 보였고, 좌견을 따라 전투를 마무리하러 갔다.
나귀는 진심으로 짜증 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악인의 말을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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