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2056년 11월 12일 (101층) - 용사의 일기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미카엘은 거의 무한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늘을 가르는 빛줄기의 범위 공격.
그가 보여준 공격은 모두를 향하여 끈임 없이 쫓아왔고, 간발의 차로 피하거나 막는 것이 전부였다.
미카엘이 소환한 빛의 성기사단.
그는 대량의 성기사를 소환하여 숫자로서 부족한 부분을 메꿨다.
또한 근접에서 다가오는 공격은 오묘한 공간 마법을 통해 흘렸고, 마법사들의 강력한 공격은 반사되어 우리에게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우리의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미카엘이 마법을 캐스팅 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우리는 그 틈을 이용해 계속 몰아붙였다.
그러던 중 카타리아의 스카르치우 마법, 그리고 바란의 중력 마법을 시작으로 미카엘에게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결국 긴 전투 끝에 소수의 인원만 남았다.
나와 카타리아.
데미안과 메루시아르.
바란과 바알이 미카엘 앞에 서있다.
미카엘 또한 처음의 모습과는 달랐다.
그는 꽤 지쳐있었고, 금방 수복 되었던 상처도 이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까지 몰아붙일 줄은 몰랐구나. 제법이야.]
미카엘이 두 손에 빛을 머금으며 이야기했다.
"너도 꽤 힘들어 보이는데?"
데미안이 도발하듯 말했다.
[결과는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미카엘은 두 손에 모인 빛을 한데 모아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날렸다.
그의 손에서 쏘아진 빛줄기는 큰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그에 바란은 커다란 문과도 같은 것을 소환해냈다.
마치 방패와도 같은 모습의 문은 단단해 보였고, 문양이 화려했다.
미카엘이 쏜 빛줄기는 바란의 문에 막혔고, 문은 녹아 내렸다.
'위력이 많이 약해졌다.'
우리는 느꼈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여섯은 자연스레 대열을 갖추었다.
바알이 전위를 맡았고, 바로 뒤에는 메루시아르가 섰다.
양 옆으로는 나와 데미안이, 그리고 중앙은 바란이 맡았다.
마지막으로 카타리아는 우리의 위로 부유하고 있다.
[대지상쇄.]
바란이 우리에게 썼던 마법을 시전 했다.
그와 동시에 지형은 불규칙하게 갈라지지 않고, 우리와 미카엘의 틈을 메워주었다.
[정면으로 오겠다 이거군. 재밌어..]
그렇게 우리는 미카엘과 부딪쳤다.
가장 먼저 전위에 있던 바알이 두 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러자 땅에선 검은 기둥이 솟아 올랐고, 빠른 속도로 미카엘에게 가까워졌다.
순식간에 미카엘의 주변으로 검은 벽이 생성되었다.
"스카르치우 프레임 오브 악트!"
카타리아는 공중에서 미카엘에게 보랏빛 화염을 날렸다.
[섬광의 장막.]
미카엘은 곧바로 머리 위에 실드를 생성했다.
[갓 오브 파이어.]
그는 바로 우리를 향해 강력한 화염 마법을 날렸고, 그 틈에 바알이 마력을 분산 시켰다.
미카엘의 주변을 둘러싼 벽에선 커다란 뱀이 여러 마리 튀어나와 미카엘을 물으려 들었다.
"마리아의 포옹."
메루시아르는 커다란 마리아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마리아의 형상은 미카엘을 둘러싼 벽을 안았고, 그의 퇴로가 막혔다.
"암현강림."
바란이 하늘 위로 마력을 흘려 보냈고, 이내 미카엘의 위로 검은 십자가가 생겨났다.
엄청난 기세로 떨어지는 검은 십자가에 미카엘은 급히 마법을 시전했다.
[라트리아의 한숨.]
미카엘의 위로 생겨난 천사의 형상은 십자가를 향해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속도가 느려진 십자가를 빛을 내는 검을 이용해 산산조각 냈다.
나와 데미안은 바빠진 미카엘의 양쪽으로 퍼져 검기를 날렸다.
데미안은 붉은 화염을 머금은 까마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한 손에는 성검 발리악스를, 다른 한 손에는 무형검 에그를 든 체 쉬지 않고 검기를 날렸다.
[크하하!! 대단하구나!!]
미카엘은 실성을 한 듯 웃으며 마력을 분출했다.
바알이 세운 벽이 부서졌다.
분출된 마력의 여파로 우리는 조금 밀려났지만 쉬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바알이 허공에 커다란 기요틴을 소환했다.
미카엘은 공간을 왜곡하여 기요틴을 멈추었고, 신성력으로 정화 시켰다.
정화된 기요틴은 우리에게 날아왔고, 바란이 창으로 막아냈다.
미카엘의 위로 심판의 섬멸검을 소환했다.
그와 동시에 카타리아는 전격 마법으로 미카엘을 묶었고, 섬멸검은 미카엘에게 그대로 떨어졌다.
미쳐 실드를 펼치지 못한 미카엘은 지팡이를 땅에 짚고는 허리를 숙였다.
큰 유효타가 먹혔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바란은 오른손에서 발산된 마력으로 미카엘의 발 아래에 포탈을 생성했다.
포탈에서는 검은 손이 잔뜩 나와 미카엘을 잡으려고 했다.
미카엘은 요리조리 피하며 우리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바알의 실드는 미카엘의 공격을 따라 움직이며 막아주었고, 우리가 공격할 틈을 만들어 주었다.
메루시아르가 빛을 띄는 창을 만들어낸 뒤 그것을 데미안에게 던졌다.
"데미안 님!!"
데미안은 메루시아르가 던진 창을 받고는 별의 힘을 담아 미카엘에게 온 힘을 다해 날렸다.
미카엘이 급히 실드를 펼쳤다.
"안티 매직!! 실드 파훼!!"
카타리아가 안티 매직을 시전하여 미카엘의 실드를 부쉈다.
결국 미카엘은 몸을 틀어 피하려 했지만 데미안이 던진 창은 그대로 미카엘의 어깨에 꽂혔다.
[크억...]
미카엘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는 본인의 어깨에 힐링 마법을 쓰고 있다.
'지금이다.'
"언피니시드 소드!!!"
나는 두 손에 든 검을 가로로 세게 베어 검기를 만들어냈다.
미카엘은 피하지 못하고 작은 실드를 펼쳤지만 실드는 금방 깨졌고, 뒤로 밀려났다.
바란은 그림자의 모습으로 바뀌어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미카엘에게 다가가 창을 휘둘렀다.
[천한 것들이!!!!]
그 순간 미카엘은 마력을 폭주 시켰다.
큰 폭발이 일어났고, 그의 마력은 우리를 향해 정확히 향하였다.
"...."
잠깐의 폭풍이 지나고 난 뒤 우리는 상태를 체크했다.
"크윽..."
카타리아가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마력이 폭주하며 튄 공격은 카타리아의 복부에 제대로 꽂혔고, 그녀는 피를 흘리며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죽을...정도는 아니야..."
카타리아가 이야기했다.
바알 또한 전투 불능까지는 아니지만 치명상을 입었다.
"잠시 쉬고 있거라."
바란이 바알에게 이야기했다.
메루시아르 또한 마력의 폭주를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결국 나와 데미안, 바란만이 남았다.
우리도 마력 폭주에 데미지를 입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카엘 또한 방금의 폭주로 상당량의 마력을 소모했을 것이다.
"멜른, 에나라브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너를 살린 이유는 네 가호 때문이다."
바란이 내게 말을 걸었다.
"어떠한 연유인지 모르지만 네 몸에는 미카엘의 가호가 진하게 묻어 있다."
바란의 말대로 내 몸엔 우리엘과 미카엘의 가호가 흐르고 있다.
"우리는 미카엘에게 타격을 줄 수는 있지만 죽일 수는 없다. 그는 이미 대천사가 아닌 신에 가까운 자이기 때문이지."
"그게 무슨..."
"너만이 미카엘의 숨통을 끊을 수 있다."
"...."
미카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섬광의 빛.]
미카엘이 눈으로 쫓을 수도 없을 정도의 속도로 바란에게 공격을 날렸다.
순식간에 바란의 옆구리에 구멍이 났다.
[네가 그걸 어찌 알지.]
미카엘이 정색하며 이야기했다.
바란은 본인의 마력으로 옆구리의 구멍을 메꾸었다.
하지만 바란도 마력이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기에 그 속도는 굉장히 느렸다.
"궁금한가."
[당장 말해!!!]
미카엘이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꼴사납구나... 네 행패를 막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이야기 해주었지. 어쩌면 그가 너를 죽이기 위해 멜른에게 네 가호를 줬을 지도 모르겠군."
[....]
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에나라브와 마력을 공유하며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바란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우리엘의 말에 의하면 나는 탑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존재였지. 그는 내 존재를 오류라고 불렀다."
[우리엘이 너 같은 수준의 존재를 만들어내는 건 있을 수 없다.]
미카엘이 이야기했다.
"네 말이 맞다. 그래... 내 존재는... '천신'에 의해 만들어졌다."
"...."
[....]
중간계에는 천신교가 존재한다.
천사를 섬기는 성자와 사제들은 모두 천신교의 신을 믿고 있다.
우리엘을 비롯한 대천사, 그리고 그들을 만들어낸 시조, '마리아'.
결국엔 마리아 또한 누군가의 피조물이라는 것이다.
"루시퍼와 마리아를 만든 세계의 신, '천신'의 대리인이라고 볼 수 있지..."
[어떻게... 그 분이 개입을 할 수 있는 거지...?]
미카엘이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이야기했다.
"그건 네가 죽고 나서 직접 물어 봐라!!!"
말을 마친 바란은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는 두 손을 들어 하늘로 향하게 했다.
"마신강림!!!!"
그러자 하늘은 검게 물들어 갔고, 검붉어진 구름 사이로 커다란 형상이 나타났다.
[마...말도 안 돼...]
구름 사이에서 나타난 형상은 압도적이었다.
'마신'
마신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하늘을 전부 덮을 정도의 악마는 유유히 내려와 미카엘을 붙잡았다.
[이...이건 말도 안 돼...! 마신의 종자였다니...]
하늘에서 강림한 마신에게 붙잡힌 미카엘은 움직이지 못했다.
"멜른, 네 차례다."
바란은 무릎을 꿇고 가슴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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