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견추인록(殺犬追人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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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금토
작품등록일 :
2023.06.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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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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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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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현인(賢人)은 좀처럼 놀라지 않았다.


배움이 깊고, 견문이 넓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고 역시 쉬이 놀라지 않았다. 많은 곳을 보았고, 그것들을 쉬이 잊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지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 풍경이 다시 재현되고 있었다. 재현을 넘어 더욱 발전되어 있었다. 그의 눈이 붉게 빛났다. 침묵을 지킨 채 그 모든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천천히 새겼다.


비가 멈췄다. 제자들과 사내를 깎아내어 한낱 뭉툭한 바위처럼 만들려던 비들이 멎었다. 잠시의 부유였다. 그리고 부유의 끝은 자연의 순리가 아니라, 역행이었다.


회(回)라 해야 할지 역(逆)이라 해야 할지. 비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신들을 버렸던 하늘을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비가 완전히 멎었다. 하늘이 갰다. 아침을 가리고, 낮을 잊으며 한낮 잔광조차 남기지 않았던 먹들이 물러갔다.


이제 그곳엔 다섯 제자와 한 명의 사내만이 남아있었다. 주위는 온통 흙탕물이었다. 허나 그들이 앉았던 곳들만이 맑고, 투명했다. 하여 거울 위에 앉은 듯, 각자의 모습이 반전되어 위와 아래로 나타날 뿐이었다. 그럼에도 상과 본신 사이엔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그 부동이 누군가의 손아귀에 꽉 붙잡힌 이들처럼 보였다. 그래서 한 치의 움직임도 허용되지 않은 죄수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고에겐, 시간의 끝에서 겨우 피어난 한 송이의 아라연꽃을 보는 것 같았다.


지고가 중얼거렸다.


“마침 지금이 연꽃 피는 시기긴 하지.”


다섯의 잎을 가진 연꽃의 중심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아래를 향해 정좌하던 사내가 땅을 향해 더 깊이 들어갔다. 그것은 동시에 위를 향해 정좌하던 사내가 하늘을 향해 일어선 것이기도 했다.


아찔했고, 아득한 향기가 주위를 채웠다.





『三四六. 추인』





연꽃이 피어나자, 연화대에선 불꽃이 일었다. 긴 시간 묻히지 못했던 이를 위한 작별이었다. 불이 잘 타올랐다. 타닥, 타닥 하는 소리 속에서 썩지 못한 이는 연기가 되었다.


날이 좋았다. 하여 연기도 어디서 굽지 않고, 곧게 뻗어 높이도 올라갔다. 그 연기가 어디까지 오를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여인의 치마폭처럼 펼쳐나간 연기의 끝이,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얇고, 또 얇게 퍼져나가 흩어질 뿐이었다.


“너무 많이 아프지는 말거라.”


연화대가 무너져 내렸다. 그럼에도 아직 다 태우지 못한 불꽃은 무너지지 않고 더 격렬히 제 마지막 피어오름을 다하고 있었다.


“어디에 있든지 간에.”


이제 이 생에서 내가 그녀를 다시는 보는 일은 없을 터였다. 다 울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눈물이 흘렀다. 손을 들어 마지막 눈물을 닦아냈다. 그것으로 난 그녀를 떠나보냈다.



*


“신세를 너무 많이 졌습니다.”


유해를 수습한 뒤였다. 본디 깨어나자마자 이 말을 했어야만 했다. 그렇게 하더라도 감사와 죄송함을 다 표할 수조차 없을 터였다.

그걸 알았다. 알았음에도 난 내게 가장 가까웠던 인연을 먼저 돌려보내줬어야만 했다. 그래서 늦었다. 그래도 너무 늦지는 않았다. 고개를 돌려 그 옆에 있던 이들에게도 감사와 미안함을 전했다.


“너희들에게도 너무 많은 신세를 졌다.”


오는 길이 험했을 터였다. 내가 걸었던 길은 지옥도였다. 그것은 나로 인해 생겼고, 나를 위해 놓인 수난의 길이었다.


난 그 위를 걸었다. 그렇게 죽이려던 것들을 역으로 죽여 기어코 헤쳐 나왔지만, 녀석들은 자신들의 과업도 아닌 것을 업고 헤쳐 나와야만 했다. 어린 발에 상처라도 나지 않았을까 했다.


입이 있어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개만 숙인 채 그들의 답을 기다렸다.


“...거, 나는 말이야...”


입을 연 것은 지 씨 성의 의원이었다. 동굴에서 자신의 얘기를 푸념처럼 늘여놓았던, 삶이 고된 복수귀는 이제 없었다. 명절날 한소리 시작하기 전의 어른들처럼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뜸을 들였다.


눈을 질끈 감았다.


“자네가 참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어. 장안에서 돌아가던 길에 구태여 들러 인사를 전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헤어지면서 자네가 뭐라 했더라?”


그에게 새 방립을 청했던 날이었다. 그날도 비가 참 많이 왔었다. 비가 많이 온 이유는 하나였다. 그게 그해의 마지막 비였으니까. 그 뒤는 하늘로부터 첫 눈이 나렸었다.


그렇기에 난 그에게 다음과 같이 작별을 고했었다.


“...언젠가, 첫 비처럼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습니다.”


한숨 소리가 들렸다. 매캐한 연기를 실어 날랐다. 오견 따라 무엇인가를 지독하게도 피워대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그렇게 다시없을 마지막 비처럼 흘러내렸나?”


‘뭐라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머리를 더 아래로 숙였다. 차라리 위로 죽통이 날아왔으면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싱긋 웃더니 가벼워진 목소리로 연신 비수를 쏘아댔다.


“그럴 수 있지.”

“...”


“그래, 연락 한 번 없다가 폭주해서 주변 사람들 죄다 말려들게 할 수도 있지.”

“...”


“자네 생각을 모르진 않아. 아마 자기 혼자로 끝나야 하리라 생각했겠지.”


천이 바스락거렸다. 어르신이 자리에서 일어선 모양이었다. 이어서 두 손으로 천을 두드려 피는 소리도 들렸다. 제법 경쾌했다.


“이기적인 사람 같으니라고.”

“...죄송합니다.”

“어휴, 남들도 자신처럼 죄다 이기적이라 생각했겠지. 그래서 절대 움직이지 않으리라 생각했겠지.”


그가 다가왔다. 헤진 어깨 위로 두 손이 닿았다. 무인치곤 흠이 없었고, 의원치곤 너무 거친 손이었다. 거기서 열기가 느껴졌다. 그는 무엇인가를 훑고 있었다.


“월 누님이 서복마냥 동오에서 배타고 봉래까지 다녀오셨다.”


고개를 더 숙이고 싶었다. 하지만 동굴의 암반이 그걸 막고 있었다.


“그래도 누님이 고생한 보람이 있군. 다 죽어가던 몸에 이리 생기가 도는 걸 보니.”


그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당장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원의 완쾌 판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선고이기도 했다.


“뒤지지 않을 만큼만 패라.”



*


무엇인가가 펄럭였다. 그게 내 몸을 덮었다. 천치곤 두꺼웠고, 무거웠다. 그래서 빛이 완전히 차단되어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그러자 위에서 발길질이 이어졌다.


“야이 씨발새끼야!”


목에서 가래가 끓었다. 폐에 뭔가가 쌓여있는 사람이었다. 발끝에서 유독 독기가 느껴졌다.


“내가 자네 때문에 생사를 몇 번이나 오간 줄 아나? 씨발. 그냥 아주 뒤지게 똥줄이 타가지고 이제 뒷간도 못 가게 생겼다.”


둔탁했다. 발길질만으론 부족했는지 어디서 구해온 방망이로 연신 몸을 두들겨댔다. 개울가 아낙네들이 묵은 때를 빼기 위해 내려치는 그것들보다도 더 격렬했다.


“비켜봐, 자네 좆만한 걸로 두들겨봐야 얼마나 아프겠나.”


‘윽’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훨씬 묵직했다. 둔기는 따로 없었다. 솥뚜껑만한 두 손을 깍지 낀 채 그대로 내려치는 게 다였다. 그럼에도 몸이 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일격들이 이어졌다.


“남들한텐 그럴 듯하게 말하는 새끼. 그런 주제에 본인은 하나도 못하는 개새끼. 결국 내뱉은 말을 다 뒤집어야 맞는 씹새끼.”


곡소리가 나왔다. 다행히도 때린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대신 오견이 일 각 동안은 때렸어야 할 양을 고작 스무 호흡 안에 때린다고 온몸이 다 얼얼했다.


그럼에도 놈은 아직 쌓인 게 많은지 연달아 씩씩대고 있었다.


“더 때리면 겨우 살린 목숨, 또 순두부마냥 뒈짖할까봐 이정도로 참는다.”

“...고맙네....”

“하, 아니지. 자넨 나한테 고마워하면 안 돼.”


‘킥’ 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것은 주위에서 하나, 둘 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보니 비릿하지 않았다. 서늘할 따름이었다.


“얘들아, 내가 책임질 테니 매우 쳐라.”


두 번째 매타작이 이어졌다.


*


사제가 사형을 때렸다. 놈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밖에선 볼 땐 내가 사형이고, 놈들이 사제였다. 나이는 놈들이 많았지만, 어찌되었든 내가 개짓을 오래 해먹었으니까.


그래, 개짓. 따지자면 어딘가의 명문정파처럼 위계가 확실한 곳은 아니었다. 그러니 또 어찌 보면 이건 패륜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냥 동업자가 마음에 안 드는 놈을 때린 것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의 이 매타작만큼은 패륜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어디에서도 스승이 제자한테 맞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그것도 개처맞듯이 맞는 경우는 더더욱.


“야 이 인간아!”


사냥꾼다운 가벼운 발놀림이 척추 하나하나를 가격했다. 맞아보니 척추마다 맞는 감각이 달랐다. 밑이 우리했다면, 위는 더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별로 알고 싶진 않았다.


“스승이랍시고 있는 게 제자 들여놓기만 하면 끝이냐?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니냐?”


‘개새끼’. 옛날에 놈이 내게 했던 말이었다. 그땐 나 때문에 목숨이 위험하기라도 했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고작 욕이 다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그렇게 혼자 집 나가놓고, 아무도 모르는 것에서 객사해버리면. 우린! 우린 어쩌라고!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비실거리다가 콱 말라 비틀어져 죽어버리라고?”


할 말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일엽을 쳐다보려 했지만, 귀신같이 이어진 타작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래도 길진 않았다. 그리고 말만큼 발길질이 아픈 것도 아니었다.


“......후...... 내가 천희한테 이 짓 했으면 지금쯤 가루가 됐겠지. 아니 가루도 안 남았을 거야.”


절로 몸이 움찔거렸다. 구견의 머리보다도 더 단단했던 주먹이었다. 지금 천희가 여기 없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송, 와라.”

“....제가 어찌-”

“아, 그래? 구 사숙! 사숙께서-”

“송아 쳐라!”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구견 놈에게 다시 맞으면 진짜로 죽을 수도 있었다.


“.....사부님, 그래도 제가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킥’하는 소리와 함께 ‘착’하는 찰진 소리가 들렸다. 들어보니 이젠 망치까지 꺼내든 모양이었다. 놈은 손으로 망치를 몇 번이고 찰싹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송아, 네가 때려야 내가 산다.”


답이 없었다. 찰진 소리만 다가왔다. 다시 입을 열어 타작을 재촉했다.


“사랑의 매다. 네가 날 사부로 여기겠다면 애정을 닮아 쳐라.”


깊은 한숨이 들렸다. ‘그럼 어쩔 수 없다’라는 것처럼 들렸다. 곧 무엇인가가 공기를 갈랐다. 익숙한 소리였다.


“전 제자고! 사부님은 사부입니다!”


녀석은 저걸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점차 내려치는 감촉에 익숙해져갔다. 내가 늘상 끼고 다니던 우공의 칼집이었다.


“그런 분이! 저희가 드린 칼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팽개치고 오십니까!”


놓고 온 것들이 많았다. 칼도, 이견의 마지막 말과 함께 유지도 거기에 두고 왔었다. 그렇게 챙긴 이견마저 내가 먼저 쓰러져 긴 시간을 홀로 비를 맞게 했다.


녀석들이 아니었다면 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을 터였다. 고마울 따름이었다.


“....하. 그래도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이송은 훌쩍였다. 녀석도 응어리를 내려놓은 모양이었다. 더 이상 파문과 단절, 그리고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안도를 느끼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안도 속에서 자연스레 들고 있던 칼집을 옆에 있던 이에게 건넸다. 남명인 듯 했다. 거리낌이 없었다. 다행히도 둘 사이도 많이 친해진 듯 했다.


“오늘의 전, 원수로서 여기에 선 게 아닙니다.”


살가죽이 나무를 틀어쥐며 나는 끄드득 소리가 들렸다. 두 개였다. 칼집만이 아닌 봉마저 힘껏 쥔 듯 했다.


“잠깐-”

“하여 저도 사랑의 매를 칠까합니다.”


아팠다. 제일로 아팠다. 말이 아픈 게 아니라 처맞는 걸로 이렇게 아픈 것은 처음이었다. 실력이 좋아진 것에 감사를 해야 할지, 아니면 원망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의 성취였다. 역시 부모를 닮아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위악을 자처했으면, 죽지 마십시오.”


잠시 타작이 멎었다. 봉도, 우공의 칼집도 모두 내 어깨를 짓누를 뿐이었다. 온몸이 화끈거렸다. 맞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피가 원활히 돌아서 그러한 모양이었다.


“그리 돌아가시면, 제 원망은 다시 저를 불태울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다는 말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꼴이 제법 우스웠을 테지만, 웃는 이 하나 없었다. 그저 도망을 치기 위해 발이 가벼웠던 소년 하나가 다가왔다. 녀석도 말을 내뱉었다. 지극히 사무적이었다. 그런데도 거리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사감은 없습니다.”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낮고, 짧았다. 전낭 안에 돈을 가득 채웠을 때 나는 소리였다.


“전 상단주님의 뜻을 대리할 뿐입니다.”


‘그놈이 뭐라고’라는 말도 뱉을 수가 없었다. 구견과 오견 놈처럼 독기 잔뜩 실린 일격이 이어졌다. 딱 한 번이었다. 그걸로 녀석은 더 움직이질 않았다.


사향은 뒤로 물러섰다. 일엽이나 남명이 ‘그걸로 괜찮겠냐’란 말을 내뱉고 있었다. 사향은 괜찮다고 했다. 이제 보니 사향도 거리감이 줄어들었지만, 당려 그놈도 나나 세상과의 거리가 많이 줄어들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신 주제에 많이도 인간이 됐다 싶었다.


“다 했으면 비켜봐.”


기세가 날카로웠다. 불과 같았다. 몸을 덮어놓은 곰가죽을 벗겨내면 기세에 위로 떠오르는 머리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르신 몸속에 흐르는 피.”


지금 내 심장을 타고 흐르는 붉은 피, 그 중의 얼마는 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었다. 어린 소녀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딱 그 핏값만큼만 받아가겠습니다.”


채도의 옆날로 후려칠까? 아니면 여기 있는 이들의 모든 무기를 빌려 냅다 집어던져버릴까? 소녀의 성질머리론 모두가 가능했다. 조바심에 침만 삼켰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몸이 무거워졌을 뿐이었다.


“어찌 때리지 않더냐?”

“....이거면 충분합니다.”


딱 소녀 한 명분의 무게였다. 그럼에도 꽤나 무거웠다. 일어서기 힘들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그러했는데, 무게가 점차 늘어갔다. 소년 한 명이 더, 그리고 또 다른 소년 두 명이 이에 질세라 더해졌다. 마지막은 이젠 너무 많이 커서 나보다 키가 클만한 놈의 무게까지 더해졌다. 다들 마지막으로 봤을 때에 비하면 많이들 커져 있었다.


“어디 아픈 덴 없더냐?”

“저흰 다 무탈합니다.”


무게감에 숨이 막혀왔다.


“고생 많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도 모르게 턱에 힘이 들어갔다.

무거운 말을 어렵사리 떼어냈다.


“많이 보고 싶었다.”


답은 없었다. 위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나도, 녀석들도 그것으로 말들을 갈음했다. 이젠 흐느낌만이 남아 있었다. 그 속에서 난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십견이었고, 살견(殺犬)이었다.


사람 죽이는 개였다.

긴 시간을 그리 살았었다.


그 시간 동안 개는 천하를 동분서주하며 인간을 찾아 헤맸다. 쫓고, 또 좇기도 했다.


그렇게 헤맴의 끝에서, 나는 그토록 좇던 인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멀리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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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 용이 오르고 남은 자리 24.09.09 51 1 22쪽
400 용이 오르고 남은 자리 24.09.08 58 2 27쪽
399 용이 오르고 남은 자리 24.09.07 50 1 13쪽
398 용이 오르고 남은 자리 24.09.05 51 1 18쪽
397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9.03 53 1 23쪽
396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9.02 54 2 19쪽
395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9.01 48 1 17쪽
394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31 48 1 15쪽
393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30 45 1 17쪽
392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29 49 2 16쪽
391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27 4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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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23 51 2 15쪽
387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22 46 1 16쪽
386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21 49 2 19쪽
385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19 48 1 17쪽
384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18 60 1 16쪽
383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17 5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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