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견추인록(殺犬追人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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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금토
작품등록일 :
2023.06.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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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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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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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 (13)

DUMMY

이야기꾼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알았다.


그 중에는 행복한 결말도, 슬픈 결말도 많았지만. 때론 그 어떤 결말에도 이를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돌고 돌기만 하다 어디서 터져버리는 그런 것들. 지금 내 손에 쥐여진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아저씨, 궁금한 게 있어요.”


내 말에 쾌활한 사내가 답했다. 밤중이라 그런지 얼굴이 흐릿했다. 다만 그의 근육만큼이나, 그 미소와 눈길도 산뜻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뭐든지 물어보거라.”


아저씨에게 읽고 있던 죽간을 들어보였다. 고작 죽간 한 개, 그걸로 끝일 정도로 짧은 이야기였다. 그의 눈이 이야기를 다 훑는 데에는 고작 해야 한 호흡도 걸리지 않았다.


“이 얘기엔 왜 결말이 없나요?”

“거짓말쟁이 관한 이야기라서 그렇단다.”


아저씨의 말 대로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과 화자는 단 한 명, 거짓말쟁이었다.

그는 자신을 거창하게 소개하지 않는다. 그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반복할 뿐이다. 그리고 고작 한 문장을 남기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다음이 그것이었다.


「난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난 아저씨에게 물었다. ‘거짓말쟁이가 거짓을 말하는 게 왜 문제냐?’는 거였다.

아저씨가 답했다.


“그렇게 되면, 위 대사는 참이겠지?”

“참이 뭐에요?”

“‘진짜’라는 거란다.”

“그건 거짓이 아니네요?”

“그래, 정확히 그 반대지.”


그래서 문제였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거짓말쟁이의 말은 진짜가 되어버리는 거였다. 거짓말하지 않는 거짓말쟁이었다.


아저씨에게 반대의 경우를 물었다.


“그럼 만약, 저 인물이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면 어떤가요?”

“무슨 뜻이니?”

“사실은 진짜를 말하는 사람인 거죠.”

“저 대사가 거짓이라는 거구나?”

“그럼 해결-...아.”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되면 거짓말쟁이가 아님에도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웃기는 일이었다. 거짓을 가정하면, 진실이 되어버리고. 진실을 가정하면 거짓이 되어버렸다. 결국, 그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답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저씨.”

“왜요? 애기씨.”


장난기가 잔뜩 서려 있는 얼굴, 그는 커다란 손으로 내 양 볼을 조심스레 꼬집었다. 발음이 샜다. 안 그래도 이빨이 빠져 새는 발음이 더 심해졌지만, 그는 그것조차 좋다는 듯이 쳐다봤다. 놓으라 할 수 없었다. 그저 내 유치(幼稚)같은 감상을 들려줄 뿐이었다.


“뭐랄까... 생각할 거리는 많지만...”

“많지만?”

“다신 맞닥뜨리고 싶진 않아요.”

“왜 그러냐?”

“이야기로서의 결말이 ‘뻥’하고 터져버리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사람을 실제로 만나봐야 머리만 아플 것 같거든요.”


그때의 아저씨는 웃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세상이란 것은 많고 많은 이야기들처럼 단순하진 않지만, 적어도 방금의 이야기처럼 마냥 복잡하지도 않다는 거였다.


명쾌함이 서려 있었다.

직진의 시원함이 있달까?


그래서 난 그가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없다.


그 대신 다신 맞닥뜨리고 싶진 않았던 복잡함이 다시금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십견이란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다.

거짓말쟁이보다 더한, 그런 악인.


그는 내 기대를 철저히 짓밟았다.



**



- 난 악인이다.


대놓고 시작한 악인 선언, 그것은 다신 보고 싶지 않았던 그 거짓말쟁이를 내 눈앞으로 가져오고 있었다.


- 또한 악당이다.

‘그냥! 그냥! 입을 다물어 주세요!’


눈을 감았다. 양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흔들었다. 차라리 미친 것이었으면 좋겠단 생각마저 들었다. 그랬으면 이 광기를 흔들어 밖으로 빼낼 수라도 있었을 테니까.


허나 그러지 못했다. 악은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소개했다. 거짓말일지 모를 말들을.


- 난 세상의 선이 아니다. 흔히들 일컫는 선의 덕이 내겐 없다. 내 마음과 상관없이 정작 내가 잘 하는 것은 살(殺)이며, 끊임없는 부정이다. 이 세상 모두가 선이라 할지라도, 마지막까지 남아 악이란 말이 사라지지 않게끔 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말을 할 수 없었다.


- 난 영웅이 아니다. 난 대의를 쫓지 않는다. 내 행동은 타인을 위한 이타심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저 나 하나 좋고, 자유롭길 바라는 지독한 이기심의 발로이다. 모든 게 나 좋자고 하는 일이다.


차라리 거짓이라도 말했으면 했다.


- 네가 듣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를 안다. 넌 내게서 ‘영웅이자, 선인이란’ 말을 듣고 싶었겠지. 허나 그것은 내가 아니다.


그를 향해 내 절규를 속삭였다.


‘악인은 거짓말을 해요. 악당도 거짓말을 해요. 그러니 당신이 악이든 선이든, 악당이든 영웅이든, 제게 했어야 할 말은 하나에요. 거기에 모순 따윈 없어요. 그 자체로 긍정되어야 하고, 그 자체로 단언될 수 있는 선언이어야 해요. 그러니 제발 지금이라도 번복해주세요. 듣고 싶은 말이라도 해주세요.’


허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더욱 잔인한 말과 현실을 내게 강요할 뿐이었다.


- 그렇다면 보거라. 내가 누굴 죽였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였다. 그럼에도 그 앞으로 하얀 풍경이 펼쳐졌다. 백지였다.

그 백지 위로 누군가 그려졌다. 크게 웃는 것이 어울렸던 옛날의 이야기꾼이었다. 내 기억속의 그는 벌써 흐릿해지고, 바래져버렸건만. 지금의 그는 너무나도 선명하고 또한 잊혀진 세월동안의 나이를 먹어 내 앞에 있었다.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 사견이었고, 내게 있어선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형 같은 놈이었다. 허나 그 놈은 내 손에 죽었다. 내가 여기에 선 것은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유를 물을 수도 없었다. 그저 십견에게도 아저씨가 가까운 사람이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 내게 널 부탁했다. 널 자신의 꼬마아가씨라 했던 널, 내게 부탁했다.


그래서 여기에 있다는 사람이었다.


그를 향해 내 입을 열었다.

뚜렷한 목소리를 담아서.


“그런 것이라면, 더더욱 미래를 약속해 주세요.”


그도 답을 주었다. 이번엔 지체 없었다.


- 난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네게 미래를 속삭이지 않는다. 네 과거를 모두 꿰고 있지도 않다. 다만 악귀로서 흔히들 하는 말을 할 뿐이다.


더 없이 솔직한 악이 말했다.

그 어떤 이야기에서 보지 못했던 이었다.


- 난 너희와 오직 지금을 거래할 뿐이다.





『三五八. 추인』





매화나무 한 그루.

어쩌면 숙녀가 바랐던 모든 것이었다.


숙녀의 입이 달싹였다. 오래 묵어있던 것이 기어코 물러져 땅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


“현아. 언니는 너희 중 제일 늦게 들어왔지만, 그 누구보다도 여기에 깊게 뿌리내려 버렸어. 이제 난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소녀가 소리를 질렀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거였다. 숙녀도 답했다. 나이는 그런 것이라고. 소녀는 움찔할 뿐이었다.


“무던해 지는 게 아니야. 무던해지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걸 아는 거지.”

“...여전히 비겁해.”

“그래도 다행이네.”

“뭐가?”

“아직은 비겁하단 말을 할 수 있어서.”


소녀가 다가갔다. 꿈을 잃었을, 이젠 매실의 맛이 시큼했는지 아님 달콤했는지를 잊었을 숙녀를 향해서였다. 소녀는 숙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언니, 지랄 하지 마.”

“놓으렴.”

“같이 나가. 같이 나가서, 같이 죽-”


‘짝’하는 소리가 울렸다. 현이란 소녀는 난생 처음 겪어본 아픔에 얼떨떨했다. 그녀의 뺨이 붉게 부풀어 올랐다.


“죽음을 입에 담지 마.”

“......”

“내게 어둠이 찾아온 건, 딱 한 번이면 족해.”


숙녀가 고개를 돌렸다. 밖이 보이지도 않는 어둠을 이젠 애타게 부르짖지도 않았다.


“...노처녀로 죽을 거야?”

“나랑 있음 너도 노처녀로 죽는다.”

“동생 분 얼굴이라도 봐야지.”

“...여기 있어야 볼 수 있을 거야.”


소녀가 소리를 질렀다. 이젠 밖에서 들리든 말든, 상관조차 없었다. 들으라면 들으란 식으로 악을 써댔다. 소녀가 알고 있는 가장 확실한 설득의 방식이었다. 투정이고 어리광일지언정 거짓은 없는 횡포였다.


“어른들은 죄다 그래? 죄다 그렇게 비겁하냐고? 말을 잘해. 말은 너무도 잘하지. ‘다 너희를 위한 것이다. 다 너희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다. 이런 번드르르한 말들을 입에 걸쳐.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야. 하지만 난 알아. 안다고! 누가 죽고 싶어 해! 누가 매화나무처럼, 고작 한 철에만 빛날 그런 삶을 살고 싶어 하냐고!”


소녀는 무릎을 꿇었다. 파르르 떨리는 숙녀의 얼굴을 봤기에 더더욱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장미처럼 붉은 열꽃이 피어난 얼굴, 넘어갈 것 같은 거친 호흡으로 간청했다.


“언니, 제발 같이 나가자.”

“......”

“나 언니 없음 죽을 것 같아서 그래.”

“......”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

“현아, 너야말로 거짓말 하지 마.”


그 말에 소녀는 움찔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숙녀의 뒤통수에선 뒤늦은 오뉴월의 서리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네 오랑비랑 헤어졌다고 해서, 네가 죽은 건 아니잖아.”


소녀가 일어섰다. 눈물과 콧물에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이었다. 열기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움직이지 않는 숙녀가 흔들렸다. 그럼에도 잔잔한 푸른빛이 흐르는 숙녀의 머리칼을 쥐어 채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너! 너! 뭐하는-”

“죽어. 죽을 거면 여기서 내 손에 죽어!”


소녀와 숙녀가 바닥을 뒹굴었다. 한 손으론 머리채를, 다른 한 손으론 멱살을 잡았다. 푸른 머리칼이 뽑혀 하늘거리며 떨어졌다. 잘생긴 얼굴에 기다란 손톱자국이 남았다. 둘은 순식간에 엉망이 됐다. 소녀와 숙녀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죽어서, 내 손에 묻혀. 그래야만 내가 맘 편히 나갈 수 있어.”

“하. 미쳤구나?”

“언니보다야.”

“난 제정신이야. 너희에 비하면 말이지.”

“미친 세상에 혼자 순응했을 뿐이야.”


둘의 눈엔 점차 살기가 띄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떠나간 사람이라 여겼던 이었다.



***



[저 안으로 들어가면, 더 이상 내 말이 닿지 않을 거다.]


담장이 경계라고 했다. 자신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봐야 안쪽엔 절대 안 닿을 것이라고. 그럼 뭘 해야 할지를 물었다. 십견은 답했다. 소녀가 자신이 아는 이야기꾼의 딸이라면, 알아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문을 열었다. 그새 막내의 반의반도 안 될 봇짐을 챙긴 소년들이 보였다.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들을 무시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소녀와 숙녀가 살수가 되어 싸우고 있었다.


[전 그저 과거의 이야기를 제 것인 냥 떠들 뿐인 걸요?]


두 살수는 멈추지 않았다. 손으로 할퀴고, 말로 갈퀴어 상대를 헤지게 만들었다. 서로를 용납할 수 없었다. ‘네가 있으면 내가 있을 수 없다’는 미움마저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봐야 아무 쓸모없어.”

“비관과 패배에 찌들어 있는 주제에.”


현이 주먹을 휘둘렀다. 잘생긴 얼굴이었다. 얇고, 어쩌면 흐릿하던 느낌의 미인의 얼굴은 너무나도 굵고, 뚜렷해져 있었다.


아린의 입술이 달싹였다. 푸른빛보단, 붉은 빛이 잔뜩 돌고 있는 입술이었다.


“어차피 다 죽었어.”


현의 주먹이 멎었다. 헝클어진 푸른빛이 잔잔해졌다. 그것은 바람 없는 호수의 표면이라기 보단, 거기에 끼어있는 수초 같았다. 언제부터 있었을지 모를, 하지만 이젠 뿌리가 뽑혀 맑은 물속에서 썩기만을 바라는 그런 수초 같았다.


“더 이상 비는 오지 않아.”

“......”

“올해의 매실은 모두 끝까지 익어버리겠지. 너무 이른 비에 더 이상 그것들을 떨어트릴 것들은 없을 테니까.”


현이 중얼거렸다.

여전히 주먹을 치켜든 채였다.


“짜증나니까, 알아듣게 말해.”


쓰러진 아린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렀다. 어찌할 수 없다는 것처럼 흘렀다.


“내 동생은 죽었을 거야.”

“......”

“네 오라비도, 령이의 아비도, 앙이의 형도 그리고 경이의 이야기꾼도 모두. 죽었을 거야.”


‘그걸 어떻게 확신해?’라고 현이 말했다. 발음이 많이 뭉개져 있었다. 아린은 그녀의 말을 꼬집었다. ‘확신’이란 말이었다.


“결국 너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거야.”

“아니야.”

“일상이 깨져버렸다는 게 뭘 뜻할지는 뻔하잖아.”


이 비루한 일상일지라도, 반복은 안정감을 줬다. 반복의 지루함 속에서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삶은 지속된다. 그것이 희망이든, 절망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그것들은 정작 현실이 될 때보다 꿈으로 남을 때가 더 힘을 발휘하는 법이었다.


입을 열었다.

그리고 현실을 말했다.


“...맞아.”


그제야 둘은 언제 들어왔냐는 듯이 고개를 돌려 돌아온 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현실은 이어졌다. 변주하나 없는 원곡 그대로.


“모두 죽었어.”

“...경아, 넌 어떻게 그걸-”

“십견이란 사람과 대화를 했거든.”


그 사람이 지금 여기에 와 있진 않다고 했다. 담장이 매달려 있으니 말을 걸어왔다는 게 다였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소개라도 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도 덧붙였다. 경은 그들을 향해 걸었다.


“언니, 그 사람이 그러더라. 그들은 모두 자기 손에 죽은 거라고.”


[나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면 덧붙일 필요 없다. 그저 네가 느낀 그대로 말해라. 십견이란 사람은, 그러니 나란 사람은-]


“자기가 더 없이 악당이래. 악인이고, 그래서 가장 이기적인 놈이래. 우리의 가족들이 앞을 막았고, 그래서 죽였대.”


[난 너희들에게 죽은 가족의 얼굴을 다시 보여줄 수 없다.]


“현이 언니의 오라비와 앙의 형, 그리고 언니의 동생은 화장했대. 아저씨는 얼음으로 관을 짜 주었고, 령의 아버지는 태산의 정상에 돌무덤을 만들어 줬다더라. 그러니까, 우린 그들을 다시 보진 못해.”


[허나 밖으로 나온다면 그들이 누구의 손에 죽었는지는 알 수 있다.]


“가족의 얼굴은 못 봐도, 그들을 죽인 원수의 얼굴은 봐야 하지 않겠어?”


그게 살아남은 자들의 권리고, 또한 의무라고 했다. 경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악당의 유족들도 유족일까? 그래서 권리가 있을까? 혹여 의무만이 남은 것은 아닐까? 이렇게 알 수 없는 질문들 속에서 그녀의 이야기도 점점 혼탁해져 갔다.


결국 그녀는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언니, 여기까지가 십견이란 사람의 말이야. 난 그걸 그저 두견새처럼 조잘거렸을 뿐이야. 하지만 난 그에 대해서 모르겠어.”


[난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자길 악이라 칭하는 사람은 있지... 정작 거짓말은 하지 않는대. 언니, 아니 모두에게 말할게. 난 십견이란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 악이라고 하잖아. 근데 왜 여기까지 온 건데? 악당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거짓을 말하지 않는 건데?”


경은 쪼그려 앉았다. 자신을 악이라 말하는 거짓말쟁이처럼, 자신을 어른이라 말하는 소녀를 쳐다봤다.


“언니가 어른이라면, 말해줘. 색이 보이지 않는 사내에 대해서. 왜 그런 건지, 왜 거짓말하지 않는 악인(惡人)이 있는 건지.”


‘난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라는 이 한 문장, 고작 한 문장에 모든 게 어질러져 버렸던 이야기처럼. 소녀는 소녀를 봤다.


“다 알 것처럼 굴더니.”

“......”

“언니도 모르는구나.”


작은 소녀가 큰 소녀의 손을 붙잡았다. ‘밖이 무서우니 같이 나가줘’란 말은 없었다.


“거기서 같이 배워주라.”


마음이 작은 소녀가 말했다.

왜 그래야 하냐고.


몸이 작은 소녀가 답했다.


“언니도 아직 어릴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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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 용이 오르고 남은 자리 24.09.09 51 1 22쪽
400 용이 오르고 남은 자리 24.09.08 58 2 27쪽
399 용이 오르고 남은 자리 24.09.07 50 1 13쪽
398 용이 오르고 남은 자리 24.09.05 51 1 18쪽
397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9.03 54 1 23쪽
396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9.02 55 2 19쪽
395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9.01 49 1 17쪽
394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31 49 1 15쪽
393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30 46 1 17쪽
392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29 50 2 16쪽
391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27 50 1 14쪽
390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25 45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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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내가 아직 미친 것인지, 24.08.21 50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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