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무림생활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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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작품등록일 :
2023.09.2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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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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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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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친구니까 미끼 정도는 해주겠지. (2)

DUMMY

3, 친구니까 미끼 정도는 해주겠지. (2)



연서화가 진륜을 밀치고 백현을 내려다봤다.

“백 소협을 두고 갈 수 없어요.”

말은 그래도 갈 거잖아.

그나저나 언제 공자에서 소협으로 호칭이 변한 걸까.

백현이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는 사이에도 독백은 이어졌다.

“아아! 백 소협. 최대한 빨리 구조대를 이끌고 돌아올게요. 그때까지 무사해야 해요!”

연서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제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

한데 잠시 인기척이 사라졌던 구릉 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상체를 내밀었다.

이설이다.

“이 소저?”

그녀는 잠시 백현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백현의 눈빛이 흔들리지 않는 걸 확인하더니 갑작스럽게 앞섬을 풀어헤쳤다.

‘어?’

여자 가슴 정도 흔들릴 평정심이 아니다.

다만 저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이설은 얼굴을 붉히더니 가슴 사이에서 비수를 꺼냈다.

‘저게 왜 거기서 나오는 거지?’

그녀는 비수를 던지며 속삭이듯 말했다.

“비연도에요. 중요한 거니까 꼭 돌려줘요.”

그 말을 끝으로 황급히 옷매무새를 정리하더니 절벽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백현은 혀를 내둘렀다.

“이 소저, 위험한 여자네.”

아직도 온기가 가득한 비수는 일견하기에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흐음.”

백현은 비수를 만지작거리며 탄성을 흘렸다.

“인간관계가 이렇게 쉬운 거였나?”

이 속도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지천의 적으로 만들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반나절만에 친구가 셋이나 생기다니!”

백현은 기분 좋게 썩은 낙엽 사이로 몸을 들이밀었다.



*


장령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진 상태였다.

쾌적한 독무를 흡입하지 못했고, 먹잇감이라 여겼던 아이들이 도망쳤기 때문이다.

복면인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소로에 뿌려 놓은 칠야산은 그대로입니다.”

“흥! 운이 좋은 녀석들이다. 아니 감이 좋은 건가?”

“차라리 잘됐습니다. 지금은 구름이 많이 꼈으니 숲을 지나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합니다.”

장령은 침음을 흘렸다.

“단순히 숲으로 도망쳤다면 나뭇가지라도 꺾여서 흔적이 남을 터, 다른 길이 있을 것이다.”

수하들은 빠르게 흩어져서 숲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복면인은 도망친 아이들보다 관제묘에 남은 불령을 신경 썼다.

“불령에게서 이렇게 떨어지셔도 될까요?”

장령은 코웃음을 쳤다.

“괴조의 비전을 얻은 후 우리는 불령을 만들었고, 독화로 완성했다. 허락 없이 관에 접근하면 누구라도 핏물이 될 터, 둘이서 건물 밖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이내 수하가 신호를 보냈다.

“찾았습니다. 여기 넝쿨이 있습니다.”

장령은 반쯤 잘린 넝쿨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

“협곡이 어디까지 이어졌느냐?”

“협곡 아래 물이 없는 걸로 봐서 막다른 길은 아닌 듯합니다.”

“넝쿨이 하나만 있을 리 없다. 찾아라!”

수하가 장령의 말처럼 멀쩡한 넝쿨을 찾아냈다.

“여기도 있습니다.”

장령의 서늘한 한 마디가 이어졌다.

“독공을 해금한다. 흔적이 남아도 좋으니 반드시 찾아서 죽여라.”

복면인 무리가 절벽을 내려간 후.

근처 나무 아래 쌓여 있던 두엄더미가 들썩였다.

낙엽과 풀, 짐승의 배설이 뒤섞여서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늪이다.

백현이 그 안에서 빠져나왔다.

썩은 내가 진동했지만, 몸은 멀끔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피부병에 걸리거나 이미 질식사했으리라. 하나 체내의 탁기는 두엄더미의 부식까지 막아냈다.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건 뭐 만독불침도 아니고.’

백현은 썩은 잎을 털어내면서 생각에 잠겼다.

장령의 읊조림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저자가 말하던 괴조가 설마 난가?’

얼굴에 그늘이 졌다.

독룡괴조 시절은 기억이랄 것도 없다.

그저 골짜기에 숨어서 평생 독만 연구했다.

그러다 출도 첫날 천라지망에 갇힌 채 죽었다.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삶.

그러니 불령도 사라졌으리라.

“희한하네.”

백현은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한 채 관제묘로 발길을 돌렸다. 어찌 됐든 체내의 탁기를 몰아내려면 불령이 필요했다. 그러니 직접 느끼고, 보고, 만져보면 무언가 단서가 나올 것이다.

‘괴조, 불령, 독화. 독화는 또 뭔데?’


장령의 말에 의하면 관제묘를 지키는 자가 있어도 내부는 비었으리라. 접근만 해도 죽을 자리이니 독인이라고 해도 오래 머물 수 없을 터였다.

백현은 관제묘를 돌아서 숲속에 들었다.

‘두 명.’

기습으로 동시에 처리해야 했다.

만약 한 놈이라도 도망치면 장령과 함께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인기척을 냈다.

하나 관제묘 앞에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이들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역시 독 빼면 별 볼 일 없군.’

솨라라락-

대놓고 나무를 흔들었다.

그제야 독인 중 한 명이 검지를 입에 댄 채로 살금살금 다가왔다.

‘빨리 좀 와라.’

백현은 일부러 관제묘를 뒤에 둔 채 거리를 벌리려 했다. 독인은 누가 봐도 몰래 도망치는 듯한 백현의 뒷덜미를 기세 좋게 잡아끌었다. 그리고 백현의 아랫배를 걷어차더니 질질 끌며 관제묘로 향했다.

“야! 내가 쥐새끼를 잡았어.”

“뭐야? 조금 전에 도망간 놈이잖아.”

관제묘를 지키던 독인은 축 늘어진 백현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버려졌나?”

“정파 놈들이야 뻔하지. 일단 이 새끼를 깨워서 어디로 도망갔는지 알아내자고.”

독인은 백현의 멱살을 쥔 채 따귀를 올려붙였다.

얼굴이 돌아가고, 몸이 휘청이면서 팔까지 흐느적거리며 튕기듯 올라왔다. 그리고 그 끝에 걸린 은빛 실선이 허공을 그으며 독인의 목까지 베었다.

“끄윽.”

독인은 눈을 부릅뜬 채 백현을 살폈다.

‘분명 명치를 찼는데···.’

하나 그가 죽기 전에 본 건 백현의 손바닥에 찍힌 자신의 발자국뿐이다.

백현은 독인을 슬쩍 밀치며 몸을 던졌다.

관제묘 앞에 있던 독인은 동료가 던졌다고 여겼는지 인상을 썼다.

“네가 해. 왜 나한테.”

백현이 독인의 품에 안기며 비수를 꽂았다.

일격에 심장을 찔린 독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백현과 나뒹굴었다.

“하, 이 짓도 더는 못하겠네.”

저들이 조금만 경계했어도 위험할 뻔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탁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승리였다. 저들의 가장 큰 무기인 독이 무용지물이니 방심한 상태로 죽는 건 당연했다.

끼익-

백현은 조심스럽게 관제묘의 문을 열었다.

자색 독무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부독(副毒)이다.

본래 절독은 그냥 둬도 사방으로 독기를 퍼트렸다.

주독이 쓸데없이 소모되는 걸 막으려고 부독을 주변에 깔아두는 건 기본이다. 부독은 관제묘 안에 갇힌 채 주독이 퍼지는 걸 막는 벽이 될 터였다.

“내가 알던 불령이 아니네.”

백현은 관제묘 중앙에 놓인 관을 바라봤다.

불령(佛靈)의 특징은 세 가지였다.

- 지독하고, 확실하고, 깔끔하다.

독룡괴조 시절 누구든지 죽일 수 있는 다섯 방울의 불령으로 고작 다섯 명을 죽였을 뿐이다.

한 방에 한 놈.

무림맹주든, 저자의 상인이든, 쥐새끼든.

그만큼 깔끔했다.

불령은 한 마디로 증식할 수 없는 독이다.

한데 붉은 관에서 흘러나오는 독기는 지금도 자색 독무를 조금씩 갉아먹었다.

“증식하잖아.”

이대로 두면 우물에 독을 푼 것처럼 수백산 전체가 오염되리라.

백현은 인상을 썼다.

“독화가 이런 뜻이었구나.”

마치 꽃씨가 바람에 실려 사방에 뿌리를 내리듯 불령이 증식한다는 의미였다.

“미친 새끼들.”

괴조라는 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불령을 대량 학살용으로 개량한 셈이다.

끼익-

붉은 관에 붙은 봉인지를 뜯고, 뚜껑을 열어젖혔다.

시체 한 구가 놓여 있었다.

마치 부위마다 다른 독을 주입한 것처럼 퉁퉁 붓고, 물집이 가득했다. 잠시 고깃덩이와 착각할 만큼 괴이한 상태였다.

“시체를 저장소로 쓰다니.”

목불인견의 참상이다.

백현은 마뜩잖은 표정으로 시체의 팔목을 잡았다.

하독 중 최고는 흡입과 접촉이다.

먹이는 게 최고였고, 만지는 게 차선이다.

하나 제아무리 백현이라고 해도 시체를 입 안에 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해서 맥을 짚었다.

고오오오-

체내의 탁기가 맹렬하게 밀어냈다.

어쩔 수 없이 손을 맞댔고, 그래도 실패했기에 팔목 전체를 붙잡았다. 그제야 불령이 노도와 같이 밀려오며 탁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으으.”

백현의 얼굴도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자신의 육신을 전장으로 삼아 두 종류의 기운이 사투를 벌였다. 엄청난 고통이 전신을 휘감으며 혈도와 혈맥이 찢기는 듯했다.

범인이었다면 이미 혼절했거나, 정신이 붕괴했으리라.

하나 백현은 버텼다.

‘미치겠네.’

불령은 끝없이 밀려왔고, 탁기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이대로라면 정신은 멀쩡해도 육신이 녹아내릴 터였다.

‘으으으으. 마교가 여섯! 천마도 여섯! 몸도 탁기만 몰아내면 자연지체가 부럽지 않아. 그런데 죽으라고? 그 꼴만은 내가 못 본다!’

백현은 기억을 더듬었다.

전생의 특별했던 경험과 기억을 모조리 살펴보면서 활로를 찾으려 했다.

한데 공교롭게도 답은 불령에게 있었다.

관절을 제외하면 모든 부위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지 않은가.

‘내게도 관절 같은 게 있잖아.’

백현 몸속의 절맥은 열두 개 이상이다.

절맥을 관문으로 삼아 조금씩 불령의 기운을 오른팔로 이끌었다.

쩡-

머릿속에서 벼락이 쳤다.

손바닥과 팔뚝 전체가 맞닿은 탓에 스며드는 불령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탁기는 퇴로를 만들기 위해 절맥의 노폐물을 녹였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불령이 해일처럼 쓸고 지나갔다. 공교롭게도 탁기가 뚫어주고, 불령이 치료하는 형국이다.

“크헉!”

한 움큼의 피를 토하는 순간 오른팔은 관 속의 시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래도 잠시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이제 첫걸음이야.’

백현은 호흡을 가다듬고 다음 절맥까지 불령을 이끌기 시작했다.

탁기를 없애는 방법은 간단했다.

오른팔로 불령의 기운을 받은 후 탁기와 함께 왼팔로 배출할 생각이다.

즉 눈앞의 시신으로 탁기를 떠넘길 생각이다.

“쯧.”

백현은 아예 시신을 관에서 꺼냈다.

그리고 탁자 위에 올라 가부좌를 튼 채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높이가 맞는 순간 불령은 몇 배나 더 맹렬하게 백현의 몸속을 휘저었다.

“...”

엄청난 고통에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쩡-

탁기는 한평생 고여 있다가 갑자기 쳐들어온 불령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내 뒤섞인 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절맥을 뚫었다.

절맥의 치료는 축하할 일이다.

하나 그때마다 전해지는 고통은 어마어마했다.

지금껏 수없이 전생하면서 정신을 다잡지 않았다면 이미 주화입마에 빠져서 한 줌 핏물로 변했으리라.

쩡-

뭐든지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절맥은 한 번 뚫리기 시작하자 뜨거운 물을 만난 눈처럼 녹아내렸다.

‘좋아, 거의 다 뚫었다.’

백현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려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시신은 전과 달랐다.

불령을 모조리 끌어썼기에 붓기는 가라앉았고, 물집은 먼지처럼 떨어졌다. 그로 인해 살에 파묻혔던 시신의 형체가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냈다.

‘여자.’

흑단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물결치듯 늘어졌다.

이내 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여인의 호리호리한 체구가 드러났다. 살아 있었다면 천하절색이라 불렸을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초점 없는 시선이 백현에게 닿았다.

백현의 얼굴은 탁기를 제거하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미친 새끼들.’

이제야 저들이 불령의 증식을 성공시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살아있는 사람한테 이 짓거리를 해?’


작가의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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