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다~
스르륵~ 스르륵~
섹시한 엄마의 품에 안겨 새로운 세상의 정보를 취합하고 있는데, 육중한 무언가 바닥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왕비의 침소인데 뭔가 몰래 들어온다고? 복도에 경비병도 있었는데?’
뒷목이 뻣뻣해지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위대천이 눈동자를 굴려 침대 주변을 둘러보자 거대한 흑형의 아나콘다가 아니고 검은색 구렁이 두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여긴 뭐하는 곳이 길래 왕비의 침대로 뱀이 들어오는 거야?’
빠르게 무기가 될 만한 걸 둘러 본 위대천은 침대 옆에 있는 촛대를 거꾸로 들고 침대에서 뛰어 내리며 구렁이의 머리를 그대로 찍어 버렸다.
“깍! 알렉산드로스!”
“어머니 조심하세요!”
한 마리는 즉사 시켰지만, 다른 뱀이 빠르게 왕비의 침대로 기어갔다.
침대로 올라가기 전 길이가 3미터가 넘는 구렁이의 꼬리를 잡고 크게 휘둘렀다.
콰직!
거대한 흑형 구렁이는 그대로 머리가 터지며 즉사했다.
초등학생의 힘으로 들기도 힘든 뱀을 휘둘러 죽인 위대천은 사색이 된 올림피아스 왕비에게 괜찮은지 물어 보았다.
“세상에 알렉산드로스.”
침대에서 내려와 아들에가 다가온 왕비는 아들을 지나쳐 알렉산드로스가 죽인 뱀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거니? 헤나랑 일리야는 왜 죽인 거니. 널 잘 따랐었는데.”
“네?”
거대한 구렁이는 올림파아스 여왕이 애완 뱀으로 키우던 녀석들로 평소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잤었다.
알렉산드로스도 갓난아이 시절부터 뱀들과 같이 지냈기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는데, 그 사실을 모르는 위대천은 순식간에 뱀 두 마리를 죽인 것이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쓸쓸한 표정으로 뱀을 쓰다듬던 올림피아스 여왕이 아들에게 말했다.
“신의 힘이 깃들면서 대가로 기억을 가지고 갔나 보구나. 방금 네가 보여준 힘은 평범한 아이라면 불가능한 모습 이었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아요. 기억이 뒤죽박죽이라 혼란스럽네요.”
“그래. 제우스라면 디오니소스의 분신인 뱀을 싫어할 수도 있겠구나. 너와 함께 잠을 자고 싶지만, 이 녀석들을 묻어줘야 하니 오늘은 혼자 자려무나.”
왕비는 디오니소스교의 신도였고, 그의 분신인 뱀을 키우고 있었다.
정작 아들은 제우스의 자손이라 믿고 있었고, 제우스의 은혜를 입은 알렉산드로스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아들이자 술과 유희의 신인 디오니소스를 싫어한다고 받아들였다.
아들이 날렵한 모습으로 애완 뱀을 사냥하는 장면을 목격한 올림피아스는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다.
“왕비전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알렉산드로스가 더 이상 이 어미에게는 뱀이 없어도 된다고 판단해 행동했으니 신경 쓰지 말고 이 녀석들을 정원으로 옮기도록 해라.”
“어머니는 앞으로 제가 지켜드릴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순간적으로 날린 위대천의 멘트로 올림피아스 왕비의 기분이 금방 풀어졌다.
“그래. 우리 아들이 이렇게 강하다는 걸 확인 하니 어미도 기쁘구나.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 컷구나.”
피곤해 보이는 왕비에게 저녁인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온 위대천은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인지 고민하다 하루 종일 신경을 많이 써서 인지 금방 잠에 들었다.
“오빠 일어나! 어제 엄마 뱀 잡았다며?”
새로운 세상에 떨어져 꽤나 피곤했기에 늦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 머리를 흔들며 옆에서 재잘거렸다.
눈을 떠 보니 어린 여자아이가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며 일어나라고 재촉했다.
“누구?”
“헐~. 여동생도 못 알아보는 거야? 오빠 동생 클레오파트라잖아!”
“어. 그래 클레오파트라. 내가 잠이 덜 깨서 정신이 없어.”
갑자기 생긴 여동생에게 대충 대답하고 다시 잠을 자려고 했다.
“빨리 일어나 엄마랑 같이 아침 먹어야지.”
밥을 먹으라는 이야기에 어제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고, 왕족이 먹는 식사에 호기심이 생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으로 가는 길은 클레오파트라가 알려 주었고, 그녀는 평소 무서워하던 뱀을 없애 줘서 좋아하고 있었다.
‘여동생이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네.’
여동생에 대한 환상이 있던 위대천은 예쁘고 귀여운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보통 환생하면 개똥같은 상황이라고 하더니 이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어떤 진수성찬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하며 왕실 식당으로 가자 나무로 대충 만든 식탁에 그릇 3개만 덩그러니 올라와 있었다.
‘이게 뭐야?’
곡식을 갈아 죽 같이 만든 음식이 그릇에 들어 있었다.
중동에서 주로 먹는 하무스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조금 더 입자가 거칠고 색도 어두웠다.
고기가 나올 거라 기대했지만, 일단 배가 고팠기에 맛을 보았다.
“응? 맛있는데? 달콤하네?”
“이것도 기억 안 나는 거야? 꿀이 들어갔으니 달콤하지.”
여러 곡물을 갈아 우유와 꿀을 섞어 만든 음식으로 마케도니아인들이 주로 먹는 음식으로 나름 웰빙 식단 이었다.
이름 모를 아침을 먹고 있으니 애완 뱀을 떠나보낸 올림피아 왕비가 나타났다.
“어제는 죄송합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네가 그런 행동을 한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을 거다.”
기억 상실을 신의 계시로 착각하면서 면죄부를 받은 위대천은 편하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로 했다.
“아버지는 아침 식사를 함께 하지 않으시나요?”
아무래도 자신의 아버지인 마케도니아의 국왕이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기에 살며시 운을 띄었다.
“네 아비인 필리포스왕은 전장에서 돌아오는 중이라고 하더구나. 아마 며칠 뒤면 볼 수 있을 거다.”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었지만, 아버지 이야기를 하자 왕비의 표정이 뱀을 죽였을 때보다 나빠졌다.
민감한 부분을 물어본 것 같아 왕에 관련된 질문은 더 하지 못했다.
“몸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으니 레오니다스 장군의 수업을 받도록 하거라.”
식사가 끝나자 알렉산드로스를 기절시킨 레오니다스에게 찾아가라고 했다.
하인들에게 길을 물어 연무장으로 가니 탄탄해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알렉산드로스 왕자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괜찮소 레오니다스 장군.”
“기억을 읽으셨다더니 저는 알아보시는군요.”
“이름만 기억이 나는군.”
깊은 눈을 가진 레오니다스 장군은 알렉산드로스에게 기본 체력 훈련과 교양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기억이 통째로 날아간 것을 이번에도 신의 뜻이라고 했더니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왕비님의 뱀을 죽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군.”
위타천이 살짝 눈치를 보자 레오니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평소 뱀 때문에 불편해하던 이들이 많았는데 왕자님께 고마워하겠군요.”
“그것보다 지금까지 어떤 수업을 받았는지 알려 주겠나?”
“체력단련과 대련, 정치와 군사수업을 했지요. 이론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으니 다시 처음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신의 계시를 받으셔서 그런지 많이 어른스러워지셨군요.”
위대천의 정신이 어린아이의 몸에 들어와 행동이 달라진 것을 별다른 의심 없이 이해해주었다.
아무래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신의 뜻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눈동자 색이 달라지셨는데, 보는 데는 지장이 없으십니까?”
“시야가 달라져서 조금 어지럽군.”
어제는 눈이 아프면서 두통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고통이 사라졌다.
하지만, 두 눈의 시력이 달라져 살짝 어지러웠는데 달라진 눈동자의 시력이 너무 좋아져 멀리 있는 것도 뚜렷하게 보였다.
“너무 잘 보여서 불편하시다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군요.”
황금색으로 바뀐 눈이 몽골인 처럼 멀리 볼 수 있다면 원래 눈은 엄청난 동체시력으로 움직임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양쪽 눈에서 받아들이는 방대한 데이터와 다른 시야로 어지럼증이 있었지만, 이것도 조금씩 적응되고 있었다.
“멀리 볼 수 있다는 것은 전장에서 큰 이점이 될 수 있으니 신이 내린 선물일 겁니다.”
“그런 것 같은데 당장은 적응이 안 되는군.”
레오니다스 장군과 초점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해결법을 찾았다.
“오! 이렇게 하면 잘 보이는 군.”
“그런데 평소엔 그 방법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잘 보이는데 왜 그러는 가?”
“그것이 조금 병ㅅ, 아니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분명 병신이라고 말하려다 말았고, 위대천이 생각해 보니 조금은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두 눈의 초점을 맞추려고 과도하게 오른쪽으로 고개를 내리다 보니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꼭 필요할 때만 이렇게 봐야겠군.”
달라진 눈동자에 관한 대화가 끝나자 본격적으로 체력 훈련이 시작 되었다.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물어보니 고대라 그런지 과학적인 방식이 아닌 달리기와 레슬링, 검술 수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냉병기를 주로 쓰는 것 같은데, 검술이나 창술이 주가 되겠군.”
현대전에 익숙한 위대천은 주로 소총이나 권총을 이용했지만, 격투술과 다양한 무기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하지만, 짧은 단검을 위주로 익혔기에 장검을 쓰는 이곳의 검술이 궁금했다.
“일단 몸을 풀어야 하니 가볍게 달리기를 하시죠.”
위대천도 달라진 육체의 체력이 궁금하기에 테니스 코트 사이즈의 연무장을 빠른 속도로 달렸다.
‘어린 몸이 꽤 튼튼한 걸? 숨도 차지 않고, 기본 근력도 탄탄해.’
그동안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지 기준이 까다로운 위대천에게도 알렉산드로스의 몸 상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하루 만에 체력이 좋아지시다니 이상하군요.”
매일 알렉산드로스의 단련을 지켜본 레오니다스는 달라진 모습을 바로 알아보았다.
체력적으로는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지만, 무작정 달렸던 이전과는 다르게 달리는 요령을 알고 있는 위대천이 호흡 조절을 하면서 기록이 변한 것이었다.
“그럼 레슬링 실력도 달라졌는지 확인해 볼까요?”
규칙은 허리 위로만 잡는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이었다.
고전적인 방식의 레슬링은 기술 보다는 힘에 집중되어 있었고, 실전 종합격투기에 능통한 위대천은 백전노장인 레오니다스 장군과 맞대결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힘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반사신경이 좋아지셨습니다.”
아직 어린 몸이기에 성인인 레오니다스에게 이길 수는 없지만, 전생보다 뛰어난 동체시력은 장군의 공격을 파훼하기에 충분했다.
“제우스신의 힘을 받으셨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보군요.”
레오니다스 장군은 달라진 왕자의 모습에 의심을 하기는커녕 발전한 제자의 모습에 크게 기뻐했다.
힘을 숭상하는 시대인 만큼 지도자의 무력이 필수였던 것이다.
“검술 실력은 얼마나 좋아졌을지 기대 되는군요.”
지금까지 알려준 검술과 전혀 다른 자세를 잡는 알렉산드로스의 모습에 이상하게 생각 했다가 금방 자신의 검술을 흡수하고 따라하는 것을 보고는 놀라워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습니다. 드디어 제가 본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군요.”
제자의 성장한 모습에 흥분한 레오니다스가 진심으로 목검을 휘두르다 알렉산드로스를 그대로 날려 버렸다.
“아무래도 체급과 리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렵군.”
아무리 위대천이라고 하지만, 어린이의 몸으로 여러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레오니다스를 이길 수는 없었다.
아쉬움을 느끼는 위대천과는 다르게 레오니다스는 왕자의 자질에 감명을 받았다.
이후로 수업은 알렉산드로스에 맞춰 진행 되었고, 그에게 마케도니아와 주변 정세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위대천이 새로운 세상에 완벽하게 적응을 마치자 마케도니아의 왕인 필리포스 2세가 왕궁에 돌아왔다.

- 작가의말
실재로 알렉산더 대왕은 오드아이였다고 합니다.
고개를 삐딱하게 하는 습관이 있었다는데, 시력이 달라진 것으로 설정 했습니다.
연재 시간은 아직 정하지 못 했는데, 조만간 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올림피아스 왕비가 뱀과 동침한 것도 사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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