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그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

시간은 점점 느리게만 흘러갔다.
포탈에서 나온 뿔달린 것들의 개수가 둘에서 셋으로 변하고 포탈의 서수도 점점 증가해가는데 그들은 점점 무기력해져만 갔다. 그런 그들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다른 한가지가 나타났다.
"오랜만이야~."
어린 한울의 모습을 한 그. 그가 다시 이곳에 왔다.
헤윰이 그를 보자 얼굴이 환해졌다. 무료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따분함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새롭고 익숙한 사람이 나타난 것이 매우 좋았다.
"한울! 오랜만이야. 우리 엄청 따분했거든. 근데 네가 와서 그게 나아진 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나 따분해?"
"응, 엄청. 요새는 포탈이 나타나는 텀이 점점 길어져서 여가 시간이 남아돌거든. 처음에는 다 같이 놀았는데 이제는 할 것도 없어."
"그럼 나랑 놀래?"
"좋아. 근데 뭘로 놀지?"
"다 내게 방법이 있지요~."
"뭔데?"
"나중에 알려줄게. 일단 사람들을 만나러 가자. 전에는 많이 있었잖아?"
"이제는 많이 없어. 거의 전과 똑같긴 한데... 다른 사람이 있어. 너도 친해질 수 있을거야."
"진짜로? 좋았어..."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웃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이 얼굴이 부러웠다. 언제나 이렇게 행복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고나서 그들은 남아 있는 사람들과 얘기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반가워 했지만 얀은 처음에 경계하는 듯 했다.
'와.... 귀여워!'
어쩨서인지 생각이 바뀌어 그녀도 그를 반가워했다.
"혜윰한테 들었는데 지금 많이 따분하다고 하시던데, 맞아요?"
"조금 따분하긴 하지.. 요새 할 건 다 했으니까..."
"하암~. 그래서 난 자는 것 밖에 못한다니깐. 밖에 뭐 재밌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제가 만들어드릴게요."
"뭘?"
"놀거요. 재밌지 않겠어요?"
"진짜 만들 수 있어?"
"그럼요.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게임은 무려 1,000가지가 넘는다고요."
"와~. 그럼 우리 놀 수 있는 거지?"
"네. 그럼 뼈하고 피를 준비해주세요. 아마도 창고에 잔뜩 쌓여있을 텐데."
"그래! 오랜만에 놀거리가 생긴다는데 누가 쉬겠어. 빨리 가자! 빨리!"
그렇게 몇시간뒤...
한울은 매끈한 직육면체와 두개의 뚜껑 있는 통을 가져왔다.
한울은 뚜껑 있는 통을 열면서 바둑돌?이라 했고. 매끈한 직육면체를 가지고 판이라고 했다. 그 것들을 가지고 바둑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한 몇십, 몇백일 동안 했고 지루해지자 그가 또 다른 것을 만들어왔다.
이번엔 체스였다.
체스는 모두가 룰을 알고 있어서 따로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역시 아는 게임이 더 재미있다고 모두가 더 재미있게 즐겼다. 그 정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대회도 열렸다.
"내가 이길거다!"
라고 말했던 베아트리스는 초장에 져버렸고,
"내가 경험이 많으니 당연히 내가 이긴다. 그러니까 봐주겠다."
라고 말했지만 봐주지도 못하고 엘로이도 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웬까지.
남은 세사람끼리 결승을 치뤘다. 패2로 이블린은 탈락. 남은 사람은 승1패1로 동률이었던 헤윰과 얀이었다.
탁.
뼈로 만들어진 판에 폰이 닿으며 게임은 시작되었다.
* * *
그들이 87번째로 나오는 뿔달린 것들을 처치하고 그들은 땀에 젖은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어? 저기 사람이 있다!"
"이번에도 사람 뼈 아니에요?"
"맞다니까!!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어."
"안 보이는데... 혹시 마법 걸린 거 아니에요? 저주라든가 환각같은 거."
"아니, 맞다니까!! 내 눈이랑 네 눈이랑 바꿀수도 없는 노릇이고, 허 참."
"할아버지랑 말투가 조금 비슷해진 거 같은데요?"
"내가 그런 꼰대랑 어디가 어떻게? 난 전혀 꼰대가 아니라고!!!!"
터벅터벅
발소리가 들리고 우리는 다시 싸울 준비를 했다.
"봐봐. 내 말이 맞지!!"
"맞네요. 근데 뿔이면 책임지셔야 해요. 소리 질러서 온 걸수도 있으니까요."
"뭔 그런 억지가 있어!! 난 그냥 본 것 뿐이라고!! 난 아무 잘못 없어."
"그런 말까지 할아버지랑 똑같은데요?"
"뭐?"
그들이 시야애 보였다.
한 2~30명은 되어 보이는 인파였다. 그리고 그 뒤로 무언가가 쫓아왔다.
짐승같은 움직임, 이마(?)의 뿔, 그리고 날카롭고 긴 송곳니까지. 완전히 같았다. 그 선동자가 죽기 전에 취했던 모양새와.
"꺄아아악!!"
뒤에 있던 사람이 비명을 질렀고 곧이어서 뒤에 있던 예닐곱이 쓸려나갔다.
우리는 다시 죽음에 대비했다.
스릉.
검이 각자의 검집에서 뽑혔고 그것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푹푹푸푹.
검이 그것의 사지를 잘라내었고, 목이 땅에 박힌 뒤 뿔이 다 잘리고서야 그것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뭐야? 이건 왜 또 있어? 혜윰 뭐 알고 있어?"
"아니요. 이런 건 저도 그 때 말고 처음이라서요."
혜윰이 쫓겼던 그들에게서 그것에 대해 물어보려고 입을 떼자 그들이 터졌다.
말그대로 터져 비산했다.
"?"
"이게 뭐야..."
며칠 후 그들은 결정했다.
"그럼 우리 가는 거지?"
"네. 뭐 다들 궁금해 하니까 가는 거죠.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도움될거에요!"
"예! 여행이다! 빨리 가자!"
"베아트리스..."
"알겠어. 그래도 신나는 걸. 오랜만에 여행인데!"
"그래라. 그래. 넌 원래 그랬으니까."
그들은 준비할 것을 다 준비하고 발을 내딛었다.
그들은 쫓기던 그들이 달려왔던 길을 역행해서 가고 있다. 가끔식 의미 모를 구조물들이 보였지만 모두 아무도 없었다.
"진짜 있는 거 맞아?"
그렇게 베아트리스가 말하자마자 그들의 귀에 들려오는 뚜렷한 목소리가 있었다.
"아이 씨발 저 개새끼들, 자기들이서 배신하고 자빠졌네."
"네. 여기로 오네요 베아트리스."
"크.. 크흠.. 내가 있다고 말했지!"
"언제는 있다고 말하고 언제는 없다고 한 것같은데?"
그 사람이 뒤를 돌아보며 달리다 앞을 보며 우리를 발견했다.
"사람이 왜 살아있어? 지금쯤이면 다 죽어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저기.. 안녕하세요?"
"지금 안녕할 상태가 아니야. 빨리 와!"
그는 저 7명을 그저 도망치다 닿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들을 페허 속에 숨겨주었다.
"당신들, 도망치다 온 거요?"
"아니요. 여기로 찾아온 겁니다. 여기 사람이 있는 것을 보니 잘 도착한 것 같군요."
"여기를 제 발로 찾아왔다고? 진짜 다들 제정신이요?"
"뭐 다들 제정신은 아니겠죠. 그러면 사람이 괴수처럼 변하는 것을 아십니까?"
그가 보기 전 갑자기 청년의 모습으로 변한 한울의 말에 그의 얼굴이 심각하게 구겨졌다.
"혹시 그게 그 쪽으로 갔소?"
"예."
"하.. 그럼 다른 것도 봤소? 아니... 다른 사람이 그렇게 된 걸 말이오."
"예. 뿔의 피를 먹더니 그렇게 되더군요."
"뿔?"
"거기에는 없습니까?"
"뭐가?"
"악마같이 생긴 것. 인간같으면서도 뿔 때문에 인외임을 깨닫는 존재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고요?"
"그게 뭔가? 우리는 뿔 달린 괴물들만 쌍으로 몰려왔네."
"하필 몬스터 웨이브야... 그러면..."
한울은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어떤 기억을 상기시키는 듯 했다.
"그러면 지금 바로 가야하네... 저기 이름이 뭡니까?"
"브루스."
"그러면 괴수들이 나온 곳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북동쪽으로 한 2km쯤?"
"브루스, 그리고 여러분 빨리 가야해요! 안 그러면 우리 다 죽어요! 일단 북동쪽으로 달려요!"
그렇게 그들이 한 5분쯤 뛰자 상황이 보였다.
사람들이 상대하고 있는 괴수와 사람들. 그리고 괴수와 상대하는 사람들을 죽이는 사람들까지. 아수라장이었다.
"되도록이면 뿔은 쓰지 마세요!"
휙.
브루스를 제외한 사람들이 그의 좌우에서 튀어나갔다. 탄력있게 튀어나간 그들은 사람들이 상대하고 있는 괴수를 수 초만에 해치우고나자 혜윰이 그들에게 말했다.
"거기 가만히 서 있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우리를 찌르려는 생각도 하지마. 그 짓을 하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찌를테니까."
그렇게 협박성 발언을 한 혜윰은 검에 묻은 피와 살점을 괴수의 가죽에 대충 닦고 검집에 넣었다.
푹.
누군가가 그새를 못참고 다른 사람을 찌르자 그 누군가의 목도 날라갔다.
"아이씨.. 가만히 있으라니까."
"베아트리스 잘했어."
그리고 그것을 본 브루스는 경악했다.
'저거 사람이 맞아? 괴물들이 아닌가?'
사람들이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자, 죽은 괴수들 위에 있었던 그들은 아래로 내려와 브루스에게 물었다.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기에 이렇게 막 서로를 죽이는 겁니까?"
"아, 저들은 그개 일상이오. 원래 죽고 죽이는 일을 하다보면 어떤 사람이든 죽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는 거요."
"그것밖에 안되는 겁니까?"
"세상이 원래 그런 작은 것으로 움직이지 큰 것으로 움직이겠소?"
해적, 아니 산적같이 생긴 브루스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어차피 죽을 거였는데 기왕 죽을 거면 자기의 욕망을 풀고 죽는게 좋지 않겠소?"
"그럼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죽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겁니까?"
"그렇지."
혜윰이 한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한울이 살아 있던 사람들의 목을 단칼에 모두 베었다.
"당신은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까?"
그런 협박에 브루스는 무서웠지만 대답했다. 자신은 위험하지 않다고. 자신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전혀 없었다고.
"그럼 괜찮습니다. 뒤통수를 맞는 건 1번이면 족해서요."
그리고 포탈이 열렸다.
"한울, 지금이 그때로부터 며칠 후지?"
"87일. 딱 포탈이 나올 때네."
"근데 포탈이 왜 여기 열려?"
"아.. 그거 포탈이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을 따라다녀서 그래요."
그들은 포탈에서 나온 괴수들을 손쉽게 해치웠다. 아까처럼 수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은 조금 많이 걸렸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브루스에게 물었다.
"저희랑 같이 가실래요?"
주위의 요구(?)에 반강제적으로 동의한 뒤 그는 자신의 고향을 떠났다. 해와 달이 수많이 나타났다가 사라지자 그는 그들의 집에 도착했다.
"이게 뭐야?"
앙상하기는 해도 (뼈로 만들었으니 당연하지만) 갖춰질 것이 다 갖춰진 마을이었다.
"이런 게 다 왜 있어?"
그렇게 그는 감탄하며 마을을 둘러보았고 마을을 다 둘러보자 그는 스스로 그들의 발닦개가 될 테니 같이 살게만 해 달라고 했다.
"괜찮아요. 그 대신 하나만 해주시면 돼요."
그 말대로 그는 하나만 하면 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매우 어려워서 그는 곤혹을 썼지만 포탈이 나타나는 텀이 텀이기도 하여 그는 괴물들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 * *
사방이 밤같기도 하고 빛같기도 한 곳에 한 사내가 있었다.
"망령을 보낸 지 오래됐으니, 이제 그들에게 재미있는 놀이를 하나 줘볼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서 나오는 검은 기로 체스판의 체스말들을 움직였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뼈를 피에 1시간 동안 놔두면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괴수육은 잘 썩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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