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웨이브

"그래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더 낫네."
몬스터 웨이브 속에서 베아트리스가 브루스를 바라보며 한 말이었다.
몬스터 웨이브.
말 그대로 괴물들이 너무 많아 파도 같은 것을 이루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었다.
한울이 말하기로는 이것을 끝내기 위해서는 괴물들을 다 죽여야만 한다고 했다.
"아!! 이거 언제까지 나와!! 이블린 우리가 어느 정도 죽였지?"
"베아트리스 짜증 부리지마. 그리고 나를 측정기 대용으로 쓰지 말아줄래?"
"그래서 얼만데?"
"9할."
"그게 뭔데?"
"9할. 진짜 몰라?"
"어. 나 어릴 때 공부는 놔서."
"그래도 알고는 있어야지. 상식인데."
"에이 그건 상식이 아니지. 상식은 사흘이나 심심(甚深)한 사과 같은 거지."
"그런 건 알고 있으면서 이건 모르세요?"
"어."
"하... 90퍼센트."
"90퍼센트면 90퍼센트라고 말해야지. 그럼 10퍼센트는 푼이고 1퍼센트는 리겠네."
"그래. 네 말이 맞다."
"봐봐 내가 이렇게 똑똑하다니깐."
"전에 할도 못 알아먹었으면서.."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그들이 괴물들을 다 물리치자 베아트리스가 또 불평했다.
"아니, 이런게 매일 온다고?"
그리고 그들이 죽인 괴물들의 시체가 사라졌다.
"사라지는 건 좋네. 한울 그러면 포탈이 열릴 때에는 둘다 해야 돼?"
"보통은 그런데.. 둘이 겹쳐서 올 때도 있죠."
"그게 뭔 말이야?"
"베아트리스, 그것도 이해 못해?"
"아니, 나 이해했는데? 똑똑한 내가 어떻게 이해 못할 수 있겠어."
"그럼 말해 봐. 뭐라고 말하는지 보게."
"그러니까 겹친다는 건 말이지.... 에잇! 튀어!"
베아트리스는 대답을 거부하며 뒤쪽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이블린도 따라갔다.
"빨리 대답해! 안 그러면 너 멍청한거다!"
"아니! 난 똑똑한데 그냥 대답만 안 하는 건데. 그냥 대답만! 그리고 나 안 멍청해!!"
"빨리!!"
결국 베아트리스는 잡혀 대답을 하게 되었다.
"어... 그러니까... 뿔하고 괴물하고 한 몸이 되어서 우리를 공격하는 거?"
"너 멍청하네."
"아니라니까! 나 똑똑해!'
'한울 뭔지 정확하게 알려줘. 이 멍청한 아줌마께서 잘 알아듣도록."
"뭐 아줌마?"
"그래. 이 멍청한 아줌마야."
"겹친다는 건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지는 거에요. 예를 들어서 뿔의 힘이 더 세진다든가 아니면 뿔과 함께 나오는 괴물의 수가 늘어난다 하는 거요."
"근데 이거 왜 생겼어?"
"그걸 아직도 몰라? 전에 말해줬잖아. 설마?"
이블린은 손가락으로 베아트리스를 가리킨 뒤 자신의 귀를 가리키고 X자를 표시했다.
"지금 내가 귀머거리라는 거야? 저 꼰대처럼?"
터벅터벅
베아트리스가 한 말을 들은 엘로이가 그녀의 뒤로 걸어오고 있었다.
"뭐? 꼰대?"
"아니... 꼰대가 아니라, 꼰대."
" '꼰대가 아니라, 꼰대'?"
"에이, 튀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의 반대방향으로 뛰었다.
퍽.
"아니, 이거 쓰는 게 어딨어!!"
그녀는 흰막의 의해 사방이 막혀 그에게 잡혔다. 그리고나서는 그에게 정신사납게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저러오?"
"네. 원래 저러고 놀아요. 일종의 유희거리랄까?"
"저러는 건 그저 멍청하고 한심해 보이는데..."
"네. 그게 맞아요. 베아트리스는 멍청하고 한심하니까요."
"뭐라고? 혜윰? 내가 멍청하고 한심하다고?"
혜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들려? 진짜 귀에 뭐 달아놨나."
"나 귀에 뭐 안 달아놨거든!"
"또 들었네.. 허 참.."
"너 '허... 참'이라고 말했지. 그럼 이제부터 네가 꼰대다!"
그에 발끈한 혜윰이 다시 도망친 베아트리스를 쫓으며 말했다.
"저는 꼰대가 아니라고요. 제 할아버지는 몰라도요."
"혜윰!"
"그렇지? 너도 그럴줄 알았어. 내 동지여."
짝.
그들은 동지의 표지로 하이파이브릃 하며 엘로이에게서 도망쳤다.
그런 재미있는 일이 있은지 오랜 시간 후 98번째 포탈이 열렸다.
"이번에 뿔이 나오는 거지? 엄청 오랜만인데. 이제 생김새도 까먹게 생겼다고."
"그럼 어떻게 생겼는데? 대답 못하면 멍청한 걸로."
"이마 위에 뿔이 달려 있는 인간 모양!"
"그래도 기억하고 있네. 기억 못하면 골탕먹여줄려고 했는데..."
"뭐?"
"안타깝다."
베아트리스가 이블린에게 뭐라 말할려고 했지만 괴물들이 그녀의 앞으로 쏟아져나와 그녀의 입은 자동으로 닫혀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검이 육체를 가르는 소리, 뼈를 가르는 소리, 괴물들의 비명이 울려퍼지고 멎자 그들은 셋을 봤다.
뿔을 가지고 있는 셋. 둘은 세개를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는 2개의 완전한 뿔과 1개의 다 자라지 않은 뿔을 가지고 있었다.
휙.
언제나 그랬듯이 그들은 튀어나갔다. 전투할 때 뿐만 아니라 이제는 평소에도 자라있는 상태로 자라있는 한울. 그리고 혜윰과 얀에게서 뿔이 튀어나왔다.
"셋으로 나눠요!"
그러자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뿔이 나오고 혜윰-한울, 얀-브루스-이블린, 엘로이-오웬-베아트리스 이 셋으로 나눠져 각각 하나씩 상대했다.
쾅!
한울이 땅을 딛고 뛰었다. 그리고 그는 공중에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은 기가 호를 그리며 뿔에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뚜둑.
뿔이 자신의 뿔 중 하나를 꺾어 검은 기에 날리고 말을 했다.
"오랜만이 아닙니까?"
"그래. 오랜만이긴 오랜만이지."
"근데.. 많이 달라졌군요. 어디서 잡아먹히셨습니까? 원래라면 저를 진작에 씹어먹어 뿔을 얻을 것인데 아깝게 뿔 하나를 놓쳤지 않습니가?"
"뭐,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꾼다. 그러니 나도 너희처럼 유희를 즐겨봐도 되겠지."
혜윰은 한울이 하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그의 모습이 돌아온 그 같았다.
"그러면.."
팍 파바박.
"잔바리부터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옆에 있던 것들의 대가리가 터지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뭐야?"
"?"
"이게 뭔일이요?"
그리고 혜윰은 한울을 보았다. 그의 머리가 점점 희어지다가 잿빛으로 변했다. 그러고나서 그의 기가 요동치더니 검을 감쌌다.
그것을 보고 뿔도 똑같이 따라해 검고 깊은 검을 만들어냈다.
깡!
두개의 검이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한울을 도와주려 얀이 나섰지만,
"어디서 쥐새끼가."
검은기가 그녀를 덮쳤다.
"저사람, 당신에게 중요합니까?"
"아니,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대로 놔두겠습니다."
그렇게 검을 몇번 맞댄 후 한울의 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계속되자 검의 금은 계속 커져만 갔다. 검이 깨어지자 그는 왼쪽 허리춤에서 다른 검을 꺼냈다.
뿔로 만들어진 검. 고귀함이 느껴지는 검이었다.
"얼마나 남아도시면 귀한 뿔로 검을 만드십니까? 참으로 놀랍군요."
그렇게 말하지만 뿔의 얼굴은 굉장히 경직되어 있었다.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으로 알았는지.
"이제 끝내라고 하시네."
"조금만 더.."
"또 똑같은 말을 하네. 역시 똑같은 잡종이구나."
"잡종?"
그러자 뿔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지기 시작했다.
'고귀한 내가 잡종? 내가 왕의 신하라 예의를 봐주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인가?'
그리고 전력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검이 잘렸다. 둘째로 머리가 검어지기 시작했다.
"나를 뭐로 보시는 겁니까? 그 따위 아래것들론 나를 죽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뿔이 비산했다.
"어째서? 어째서!!! 왕은 우리의 편입니다!! 이것이 알려진다면 용서를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우린 용서 따위는 진작에 버렸어. 그리고 진정한 그의 종이었다면 알고 있었어야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원(元)만을 따라."
"그럼, 원의원인..."
그의 머리가 완전히 검어지자 그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원래 모습이 그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잉? 내가 왜 여기 있지? 혜윰, 이거 다 네가 물리친거야?"
그리고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아까 있었던 일들을.
* * *
원래라면 뿔들을 죽이자 마자 사라졌어야 할 포탈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심지어 그 속에서 무슨 말 소리까지 들렸다.
"emeldj dlrhtdp dhsms rjtdlrnsdy. emeldj rm qnsdmf aksskf tn dlTsms rjtdlqslRk?"
"rmrfo. emeldj rm qnsdmf aksskf tn dlTrpTrnsk."
그러고나서 포탈이 구(球)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다 부풀자, 원래 한개가 아니었던 듯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 속에 누군가를 데려온 채로.
"dk...ㅇk...아.. 여러분, 그분에게 배운 언어로 바꾸십시오. 이제부터 그 분을 만나러 갈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선두로 수천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옷은 멀끔했으며 옷의 팔 부분에 'conrtuy'라고 적혀있었다.
"어? 저기..."
키가 작은 아이가 한울을 보고 한 말이었다.
"완전 똑같아요. 역사서에 있던 그분이랑!!"
그 말을 듣고는 다들 수군거리더니 그 사이에서 한 노파가 나와 한울을 쳐다보았다.
"당신이 그분이십니까?"
그러나 한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머리만이 완전하게 희는 것이 답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럼 당신에게 전해야 할 예언이 있습니다."
그 노파의 눈이 희게 되었다. 마치 한울의 머리처럼.
" [너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것이다.] "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신의 뜻을 정하는 자여. 그리고 당신들에게 과거의 편린이 인사를 건네겠습니다. 오랜만이에요. 다들"
그렇게 한울이 그립다는 말투로 말을 전하자 그들은 울었다. 마치 아이처럼.
그리고 그는 우리쪽으로 돌아봤다.
"혜윰, 오랜만이야. 그리고 미안해."
혜윰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자신이 버리고 온 그라고. 그러면 전에 봤던 그는 누구인가.
"그리고 얀씨도 반갑습니다. 초면이네요. 혜윰이랑 잘 지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은 배상할테니까 기다리고 계세요. 조금이면 됩니다."
쿨럭
그의 입속에서 무언가 흘러내렸다.
"마지막으로 혜윰의 가족 분들도 감사합니다. 저같지 않아서 혜윰이 잘 컸네요. 정말로 고맙습니다."
그는 약간 그립고도 괴로운 표정을 짓더니 입에서 무언가를 뱉어냈다. 아니 뱉을 수 밖에 없었다.
"어? 저거 피...?"
"아.. 괜찮습니다. 쿨럭. 제가 가면 해결됩니다. 그러니까 다음에 만납시다. 다들."
쿨럭. 쿨럭.
점점 그의 입에서 피가 나오고 머리에서 뿔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는 아까 예언을 했던 노파를 불렀다.
"사제시여 저를 봉인하실 수 있겠습니까? 기간은 한 39007일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러시면 이제는 그때 빼고는 더이상 만나지 못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뭐 제가 이렇게 나왔는데 그 정도는 해야죠."
"그럼 지금의 기분은 어떻습니까?"
"그게 봉인에 도움이 되나요?"
"아니요. 그저 오랜만에 만난 사람의 기분도 못 묻습니까?."
"그건 그렇지, 앤. 그리고 많이 자랐네. 지금 나의 기분은 찢어 죽을 정도로 좋습니다. 됐어?"
"됐습니다. 그러면 다들 물러나주세요."
그의 뿔이 왕관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뿔이 왕관의 토대를 잡고 그가 토해낸 피가 솓구쳐 올라가 검은 뿔의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dhsmf dl tkfkadmf qhddlsgkrhwk gkqslek. dltkfkadml dlfmadms 한울, 한울dlqslek."
그의 주위로 빛의 막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를 감쌌다. 그를 감싼 그것은 점점 작아져 심장만한 크기가 되었다.
그리고 한울의 몸이 눈을 떴다. 아주 차가웠다.
"어떻게 저희들의 원(元)과의 대화는 잘 하셨습니까?"
* * *
"그래. 저기 있었네.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널 먹어줄게. 이제야 드디어 하나가 되는구나. 이제야 '나'가 되는구나!!"
빛같기도 어둠같기도 한 곳에서 그는 소리쳤다. 마치 자신의 먹잇감이 제 입속으로 들어와 기분이 좋은 것처럼.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