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체(3) & 용사(1)

난 시트린 언니를 찾으러 2층을 둘러보았다. 2층에는 내 옆방과 창고 밖에 없어서 난 빨리 언니 방의 문을 열었다.
"어? 없네. 내려가야겠다."
난 방들 끝에 있는 계단으로 가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언니와 키가 크고 무서운 남자가 있었다.
난 그가 왠지 싫었다. 싫어. 저리가. 제발 저리가.
"얀?"
언니 저 사람은 위험해. 저 피에 젖은 마나와 오러가 보이지 않아? 제발 내가 저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도록 해줘. 제발.
"시트린. 저 사람은 위험해. 떨어져야 해."
"얀, 그게 무슨 소리야. 이 분은 내 스승님이시잖아. 그리고 지금 나를 봐봐. 위험하지 않아."
시트린은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살짝 궆히며 말했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얀님. 제 눈을 바라봐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언니에게 머리를 파묻었다. 그러나 손목에서 그의 오러와 마나가 느껴졌다. 그리고 내 눈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내 시야가 검게 점철되며 쓰러졌다.
"스승님, 얀은 괜찮은가요?
"그래. 그 피에 오러와 마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잠시 발작한 거란다. 이제 제어할 수 있게 도와줬으니 괜찮겠지."
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폈다. 이번에는 '지킨다' 는 것을 배웠던 것만 같다.
꼬르륵.
내 배에서 천둥이 쳤다. 언니에게 가서 밥을 달라고 해야지.
근데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몰라 배고파.
나는 방에서 나와 언니의 방으로 나왔다. 그 안엔 언니가 있어서 밥을 달라고 한 후 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런 뒤에 언니가 내가 듣자마자 흥분할만한 얘기를 꺼냈다.
"얀. 그럼 우리 밖에 나갈래?"
"밖에? 좋아!"
나는 언니가 준비해주는 옷을 입은 뒤 얼굴변형 마법에 걸렸다. 이유가 뭐라고 언니가 말해줬는데 기억이 안 났다. 그것보단 나가는게 좋았으니깐!
나는 언니와 똑같은 머리와 똑같은 눈동자를 가진 채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섰다.
* * *
"잡아!!"
"어디 있냐 새꺄!"
"빨리 나와라!"
동네에서 한 덩치 하는 사내들이 골목길에서 나를 쫓고 있었다. 나는 꽤 좋은 검을 들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눈이 번뜩해져서는 나를 쫓아오고 있는듯 했다.
"야! 나 아까 돈 냈잖아!!"
"이 어린 놈의 새끼가 어디서 반말하고 지랄이야! 그리고 내가 돈 없으면 그 검 내놓으라고 했지!"
"아! 이건 안돼! 그리고 나 냈다니깐!"
"포메이션 C!"
""오케이!""
그들은 공중제비를 돌아 내 앞에 도달했다. 나는 바로 뒤돌아 나가려고 했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또 다른 사내.
결국 나는 잡혔다.
"이 양아치들!"
"양아치? 그건 팁 안낸 너고."
"팁이 뭔데?"
"너 어딘데?"
"뭐?"
"아니, 어디서 태어났냐고!"
"바킬리."
"바킬리렌르? 그러면 이번에 제대로 알아라. 팁은 엔워에서 꼭 내야 되는거다. 그렇게 법에도 나와 있으니까."
"그래서 왜 내야 되는데! 난 값 제대로 치렀어!"
"하... 약자들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라. 얘들아 몸 뒤져봐!"
그 사내들은 내 몸을 뒤져서 동화들이 마구 든 주머니를 꺼냈다.
"야! 그건 안돼!"
난 그것을 빼앗기기 싫어서 버둥거렸다. 그러나 그들의 몸은 나보다 훨씬 크고 넓어서 내 발은 그저 허공을 차고만 있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주머니에서 동화 2개를 꺼냈다. 그리고 내 앞에 내밀었다.
"설마.."
"그래."
"2개만 남기고 가져간다고?"
"아니, 팁 2개라고."
"아. 알겠어."
나는 뻘쭘해져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 자식아. 우리는 양아치가 아니고 자경단이다."
"그 얼굴로?"
나는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흉터가 많고 험악한 것이 한 눈에 봐도 두 눈에 봐도 도적인데...
"그리고 양아치는 귀족 기사들이지. 안 그러냐 꼬맹아?"
"그렇쥬. 형님."
그 뒤에 있는 대장보다 훨씬 더 나이들어 보이는 사내가 말했다.
저기요 몇살이세요? 꼬맹이시라고요? 혹시 죽을 때가 다가오시지 아니하셨습니까? 이순(耳順)쯤 되어 보이시는데요.
그 뒤에 나는 그들에게서 놓아진 후 돈이 들어간 주머니를 받았다.
"그리고 나중에 오면 찾아와라. 내 이름 대면 될거다. 근데 내 이름 알지?"
"모르는데."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내 이름은 루크다."
"와.. 전혀 안 어울려...아니, 내 이름은 에즈라다."
"뭐? 어. 로건 왜?"
그는 갑자기 다가온 자경단원에게 뭔가를 듣곤 얼굴이 파리해졌다.
"뭐? 칼하고 존이? 하얀늑대가? 알겠어. 바로 길드에 갈게."
이름과 정반대인 그는 나를 똑바로 쳐다본 뒤 말했다.
"에즈라, 다음에 만나자."
근데 이렇게 이름 부를 정도로 친해진 건가? 몰라, 나는 용사니까 이런게 가능한 거지!
나는 그 주변에서 벗어나 주변이 텅 빈 곳으로 갔다. 그런 뒤에 품 속에서 작은 나침반을 꺼냈다.
그것은 혜윰이 준 근방 지정 이동 마구(魔具)였는데 사용하니 한 반나절 만에 끝자락에 산이 보이는 드넓은 평원에 도달했다.
나는 그 평원에 드러누운 뒤 하늘을 보았다. 지금은 파랗지만 분명 노랗게 될 하늘을.
그런 뒤에 내 스승님을 기다렸다.
분명 어디선가 보시고 계실텐데.
―그래. 여기서 보고 있다.
"말 좀하고 오시라니까요."
―하... 똑바로 서라. 나때는 다 안그랬는데...
꼰대.
나는 땅을 짚고 일어나 앞을 봤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내 미래였다. 너무 깜깜해서 깜깜해졌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악독한 스승의 가르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뛰어라. 저번과 같이 한 보라도 걸으면 10바퀴 추가, 그리고 검을 떨어뜨리면 100바퀴 추가. 빨리 뛰어라! 이 망아지 새꺄!
"예. 스승님."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한 후 그 넓은 곳을 무려 열바퀴나! 열바퀴나 돌았다. 얼마나 다리가 무거웠는지 관절이 빠질 듯 했다.―몇번 걷긴 했어서 사실 한 50바퀴쯤 돌았긴 하지만.―
―검을 꺼내서 베라. 각 동작씩 10,000번씩.
나는 그 말에 보이지 않는 사내를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하지 못했다. 그는 유령―망령이라고 말했지만 유령이 더 편하다.―이기에 때릴 수도 없어서.
나는 검을 베며 후들거렸던 팔을 털고 검을 검집에 넣었다.
이제 검법을 배울 시간이었다.
스승님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쓸모없는 몸뚱이군. 태어날때 부터 오러를 가진 족속들이라 그런지 검술은 제대로 쓸 수도 없겠군.
"네? 스승님 그건 너무.."
―입 닫아라. 딱 한번만 보여줄테니 오러의 흐름과 근육의 움직임을 확인해라.
"네. 스승님."
내 대답을 듣자마자 스승님은 검집에서 검을 뽑아 수직으로 세웠다.
―전에 내가 말했듯이 몸에는 육령(肉靈)과 영령(英靈)이 있다. 육령은 육체가 주체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반사신경이나 기척을 느끼는 것 같은 것들이 다 육령에 의한 것이다.
스승님은 검을 바닥에 거의 닿지 않게 검끝을 땅쪽으로 늘어뜨렸다.
―그리고 영령은, 네가 생각하고 있는 자아다. 네가 얼마나 넓게든 좁게 생각해도 그 의미는 들어맞는다. 그리고 보통 사자(死子)의 영혼이 이런 형태지.
스승님은 검을 수평으로 들었다. 그 뒤 검신에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올렸다.
―그러니 우리같은 검사들은 육령을 가꾸어야 한다. 그러면 태반은 이렇게 말하지. "스승님 육령은 순간적인 감각과 같은 것인데 어떻게 합니까?"
스승님의 오러, 즉 내 몸의 오러가 심장에서부터 뻗어나와 팔을 타고 흘러 검신에 닿는다.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최대한 많이 죽여보라고.
스승님은 검을 들고 있는 팔을 등 뒤로 당겼다.
―이제부터 너는 마물이라 불리는 멸망을 초래하는 것을 죽일 것이다. 또한 인간을 죽일지도 모르지. 그러니 그들을 죽일 동기는 제대로 잡혀 있어야 하지.
그리고 마침내 검을 내찔렀다.
제국검 제 1식
점(點).
그 검은 오러를 품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후에 검신을 거슬러 올라가 검 끝에 닿았다.
그런 뒤에 검끝에서 아지랑이가 일었다. 평소라면 절대 보일 리 없는 오러였다.
순식간에 그 아지랑이는 검신 전체를 뒤덮고는 자신을 드러냈다.
멀찍이 보이는 산을 붕괴시키는 것으로.
―자, 이렇게 해야지만 1식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 세계의 오러 진척도는 왜 이리 낮은지. 오러 교체가 일어나겠군.
나는 그것을 멍하니 보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그리고 아픔이 파도 치듯 몰려왔다.
"크아아아악!!!"
소리를 질렀다.
온몸이 찢겨지고 다시 회복되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계속, 또 그리고 계속 아팠다. 해가 산들 사이로 몸을 숨길때까지.
"스승님! 이건..하아하아... 너무...하아하아... 해...요.."
―네 몸뚱이가 부족한 탓이다. 앞으로 올 것들은 이것만으로는 안 될테니 빨리 네 몸을 혹사시켜라. 그러면 오러가 몸을 바꿔줄테니까.
"네? 여기서 더 혹사시키라고요? 그건 안돼..."
나는 그 말을 내뱉으며?―절규―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났을 때는 해가 가장 높이 올라가 있는 시간대였다.
"윽.. 눈부셔."
난 눈을 뜨며 검을 챙겼다. 그리고 난 돈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돈 어디갔어.'
난 돈주머니를 찾으려고 품 속도 뒤져보고 검집 속도 다시 보고 땅 속에 알갱이 하나하나까지도 보았다. 그런데 음... 내가 돈주머니를 들고 있었네? 어머나.
'아... 또 쓸데없는 짓 했어...'
그 짓을 하는 도중에도 등에 붙으려고 했던 배가 완전히 붙었다.
'이제 밥 먹으러 가야겠다.'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뒤 또 그 평원으로 갔다. 안 가면 또 스승님이 내 몸의 오러를 써서 그곳으로 가서 내가 가는게 나았다.
내가 터덜터덜 걸으며 그곳을 가자 스승님이 계셨다. 물론 안 보이지만.
그런 다음에 또 각 자세를 만번씩 했다.
진짜 힘들었다. 이럴거면 그 때 그 검을 줍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는 그 때 아카데미에서 졸업한 뒤 띵가띵가 놀고 있을 때였다.
"그럼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 하자."
"그래. 그럼 시간 되면 만나자. 에즈라."
나는 그렇게 인사한 뒤에 한 손에 사과주스 병을 들고 마시며 ―술 먹고 싶었다.― 골목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걷다 보니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길에 도착했다.
그 마지막 길 옆 샛길엔 진짜 엄청나게 어두운 샛길이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빛이 번쩍 하고 내 눈에 띄었다.
"어? 뭐지?"
나는 곧장 그곳으로 달려가 그 빛나는 것을 잡았다. 검이었다.
"여기에 왜 검이? 누가 버렸나? 그럼 어쩔 수 없지. 팔아야겠다."
―팔지마라.
"누구야! 암살잔가? 근데 나는 그렇게 원한을 지진 않았는데?
―아래를 내려다봐라.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쥐도, 시체도,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마법사―순간이동 마법 실수―도 없었다.
"어디있어?"
―지금 네가 바라보고 있다.
"검?"
―그래. 검이다.
아아악! 진짜 그 때 그 검을 습득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러면 내 아늑한 휴식 생활이 이렇게나! 망가졌어!
아 배고프다. 밥 먹어야지.
* * *
나는 언니와 함께 밖으로 놀러나갔다. 다들 처음보는 거여서 신기했다.
꼬치에 꽂혀있는 고기들.
무언가 달고 몽실몽실한 구름 같은 것.
그리고 곳곳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들까지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들어가고 음식을 시킨 뒤 음식이 나왔다.
그 음식은 특산물인 에베워르베게? 뭐지? 아무튼 이름이 어려운 거였다.
그걸 먹다가 누가 들어왔다. 이름은 에즈라?
꺄르르.
나는 내게 그 이름을 알려준 마나에게 웃어주었다. 이 마나는 나에게 말을 많이 걸어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얀. 저 애. 용사야.
'용사? 용사가 뭔데? 멋진 거야? 아니면 예쁜 거?'
―음.. 나쁜 사람을 물리치는 사람이랄까?
그리고 용사라는 에즈라는 내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스승은 그밖에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파성의 사제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그 때에 ■■■를 마지막으로 끝난게 아니었던건가?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방 지정 이동 마구: 방향을 지정해 이동하는 마구. 동력원이 다 동날 때까지 사용가능. 사용수명 대략 16개월. 한번에 최대 10m 이동. 한번 사용하고 난 후 0.1초 후 재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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