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해서 너를 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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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enet
작품등록일 :
2023.11.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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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30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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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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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대필된 역사(1)

DUMMY

그녀가 함께한 후로 우리는 일단 그 숲을 벗어났다.

"스승님, 저희는 어디로 가요?"

"일단은 다시 엔워로 돌아가야겠지 않겠느냐?"

"에이~."

나는 말 끝을 늘인 다음 내 스승님을 쳐다보았다. 그러니 스승님의 손이 내 머리 위에― 힉! 도망쳐!

"윽..."

"이제 어쩔 수 없겠군. 에즈라. 이제부터 너를 짐짝으로 대하겠다."

"네? 스승니히힘?"

나는 갑자기 들어올려진 시선을 마주하며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스승님이 나를 등에 맨 뒤 끈으로 묶어 달랑달랑하게 만들었다.

"스승님?"

"그냥 가만히 매달려 있기나 해라."

푸하핫!

"앤드리아. 그렇게 웃겨요?"

"아니, 그 다리가 푸흐흣! 다리가..."

나는 그 말을 듣고 내 다리를 쳐다보았다. 짧아 둥둥 떠 있는.

"으...!"

붕. 붕.

내 다리는 허공을 계속 휘저었다.

"조금만 더 길었으면!"

'으... 스승님 키가 한울만 됐어도 땅에 닿는 건데!'

푸흐흣!

"에~. 이제 그만해야겠다."

나는 발을 버둥거리는 것을 그만 두고 그녀를 쳐다보니 아직도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휴~. 이제야 웃음을 멈출 수 있겠네."

그녀는 웃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 다시 그녀의 사과와도 같은 입술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하하핫!"

그리고 내 입 속에서도 웃음이 터져버렸다.

"염장질 좀 그만하여라."

"아!! 염장질 아니거든요!!"

나는 스승님의 딴지에 성을 낸 다음 다시 발을 휘저었다.

"그런데 키가 몇이에요?"

"키가... 한 174쯤? 될걸요."

"헤엑..."

나는 그 말을 듣고 축 늘어져 버렸다.

'내 키는 171인데!'

"에즈라, 그러면 키는 얼마이더냐?"

갑자기 스승님이 내게 물어왔다.

"어... 그게... 음..."

"똑바로 말해라."

"그러니까... 그게..."

"빨리요!"

그녀는 내게 재촉했고 나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주 작은 소리로.

"...요."

"뭐라고?"

"171이요..."

나는 그 말을 하고 고개를 밑으로 숙였다. 그러니 다리가 스승님의 걸음에 맞춰 흔들리고 있었다.

"크하핫!"

스승님은 매우 크게 웃었고 앤드리아는 내 머리를 토닥이면서 나를 위로해주었다.

"괜찮을 거예요. 남자는 아직 크잖아요."

"그러겠죠..."

"그럼 몇 살이죠?"

"스물 셋이요."

"그러면 아마도 안 클 가능성이..."

나는 그녀가 한 말을 듣고 시무룩해져 여전히 고개를 숙이며 잠을 잤다.

도중에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던 것도 같았지만 졸렸어서.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스승님이 건물가에서 어떤 한 건물을 콕 집었다.

"그대, 그대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포탈에 닿기만 하면 되네. 그러나 어떠한 이변이 있다면 미래가 바뀌겠지."

스승님은 앤드리아에게 말하고 그 문을 열었다. 그러니 한 사람이 우리를 마중했다.

"오셨습니까. 어? 왜 영령이 아니십니까?"

"그 늙은이를 만났지."

"그러셨군요. 그러면 이 분이 그 서적의?"

"그래. 그럼 포탈은 준비되었나?"

"아직요. 아까 게기네네니르에서 포탈 신호 잡혀서 지금 포탈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찾을걸요."

"그 포탈은 어디로 연결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나?"

"예. 그럼 잠시만 기다리시죠. 공구 좀 챙겨와야 해서."

그는 앤드리아와 내 스승님을 집 안 쪽에 앉힌 후에 더 깊숙이 들어갔다.

"읏차!"

그런 뒤에 그의 상체를 모두 덮을 정도로 큰 나무 상자를 들고 왔다.

"이건... 아니고.... 맞고... 됐다!"

그는 그 중에서 피가 담겨 있는 유리관과 손바닥만한 돌을 꺼냈다. 그리고 검지손가락을 위로 든 뒤 한바퀴 돌렸다.

그러자 돌과 유리관이 공중에 뜨고 돌이 유리관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광휘 왕녀의 보증으로 동방으로 떠났네요."

"그래. 그렇다면 혁명자겠어."

"아, 이제 포탈이 열렸네요. 그럼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는 우리를 세로가 긴 타원형의 문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저 자고 있는 분. 에즈라였나요?"

"그래."

"저 정도면 이레 후에 탈피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소마역들에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알겠다. 그러면 그 분의 영광을 위하여."

"황제의 영광을 위하여."

"그대. 그러면 포탈을 타지."

스승님은 둥근 문을 열었다. 그러자 마물이 나올 것 같이 생긴 검은 구멍이 드러났다.

"그대가 먼저 타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말한 스승님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그녀와 스승님, 또 여태까지 자고 있던 내가 포탈에 들어가자 갑자기 포탈이 흰 색으로 변했다. 마치 모든 것을 삼키는 무(無)처럼.

"어? 잠깐만..."

"이런 제기랄! 추기경! 교주들을 불러모아 성역으로 이동시키게!"

"예!"

스승님은 그렇게 소리치고 자신을 삼키는 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리가 멎었다.


* * *


"쯧. 또 대필되었군."

기사는 혀를 차며 뇌까렸다. 그러자 하늘이 무심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것이 일상인 것을, 어떻게 하겠나? 범람 때에나 온전히 될것을.」


그렇게 말하고서 하늘은 제 입을 닫았다.

"아, 그녀가 깨어나는군."


「그래. 이제 예언의 정확한 의미를 말해야겠어.」


"으..."

나는 눈을 뜨고 점점 개여져가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검은 안개가 둥실둥실 떠다니며 에즈라를 띄우고 있었다.

"이게 무슨?"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 검은 안개의 중간 부분에 검 비스무리한 것이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 안개의 테두리가 변태(變態)를 하더니 기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에즈라의 스승이라는 그의 모습으로.

"기사?"

"그래. 기사다. 그러니 빨리 오거라. 그렇지 않으면 미래를 얻지 못할지도 모르니."


「그러하다. 예언족의 최후 대행자여.」


갑자기 내게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에는 꺄르르하고 웃던 아이 같았다면 이번엔 장성하고 산전수전 겪으며 커온 어른이 된 것만 같은 목소리가.

'어? 뭐지?'

나는 그런 의문을 가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전과 달리 그것의 아가리가 입으로 변해 있었다.

사실, 입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잉크였다.

누군가가 실수로 넘어뜨려버린 잉크통에서 흘려진 그런 잉크.


「이리 오게나. 할 말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나 중대하니.」


난 그 말을 듣고 일단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무언가 위험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단지 초조함만이 가득했을 뿐.

한 쪽은 날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며 다른 쪽은 어른이 되었기에 다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봄에도 무언가가 거슬렸다.

분명 아까 전에 포탈에 들어올 때까지는 괜찮았다.

자고 있는 에즈라의 볼을 찌르면서 놀 땐 무척이나 즐거웠으니까.

그런데 무언가가 내 온 몸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분명 내 주위에는 흐르고 부드러운 것 밖에 없는데.

그리고 난 그 말을 듣자마자 깨달았다. 내가 하고 있던 것은 반항이 아니라 반역이었음을.


「역사를 다시 내가 쓰게 되었다.」


「이런 일은 아주 오랜만이야. 대충 천년쯤 전에 끝났던 역사가 다시 시작되었으니.」


「아니, 딱 천년만인가.」


"대필자. 빨리 말해라."


「그러지.」


「내가 그대, 예언족의 최후 대행자이자 예언의 한 톱니를 담당하고 있는 자네에게 할 말은 자네가 새로운 톱니가 되었다는 것이지.」


「이해를 돕기 위해 확실히 말하자면 제 1111대 크호페프라이를 포함한 예언족 전원 사망. 했다고 말할 수 있겠군.」


"어?"

내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니 그대, 새로운 톱니여. 제 자리를 찾아 되돌아가라. 이 윤회의 세상 속에서.」


이게 무슨 소리지?

사람들이 다 죽었어?

아니야, 거짓말일거야.

내가 다들 살아있는 걸 봤는데, 다들 웃으면서 식사도 하고 했는데 죽었다고?

그리고 그 크호페프라이가?

어떻게도 늙을 기미가 안 보이던 그 늙은이가?

분명 거짓말일거야.

그래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지? 그런 게... 일어날 리...없잖아..."


「아쉽게도 이 세상에서 그런 일은 매우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군.」


"그게 무슨!"


「또한, 이 모든 것은 예견되어 있던 바 그대가 어찌할 수 없던 일이란 걸세.」


「이런 유의 말을 듣지 않았나? 마지막 크호페프라이에게?」


「그렇다면 알텐데. 그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그저 미래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난 그 말을 듣고 화가 났다.

말이 너무 직설적이었다.

아무리 그것이 진실이었어도 저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

"대체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무엇으로도 훼손될 수 없는 완벽한 진실.」


「게다가, 아무리 구하고 애원해도 절대 바뀔리 없는 과거이자 미래이지.」


난 그 말을 듣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리고 왜 그들이 죽었나 함은, 당연히 과오를 저지름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하니 마물들에게 뜯겨 죽었지.」


"대체 어떻게..."

이제 내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집중해서 관찰해야지만 보여지는 개미처럼.


「어떻게라...」


「그대가 유지하던 결계가 무너져 마역이 넓어짐과 동시에 첫 예언이 실행됨이 그 이유라 할 수 있겠군.」


「아, 놀랐는가?」


그런 내 표정을 보고 잉크들이 흩어지며 다시 마주 모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 내탓이였음을 입증했다. 미치도록 매섭게.


「물론 마물의 저지선을 유지하던 것이 그대의 힘이란 것은 진작 알고 있었을 터, 아니한가?」


「흠... 몰랐는가. 이거 추론 능력이 떨어져서야. 축이 되기 전에 갈리게 생겼군.」


「그럼 확실히 설명하지.」


「그대가 가지고 있던 마물을 동물로 되돌리는 능력. 그것은 바로 예전의 자네들이 가지고 있던 열쇠의 편린으로 역사를 바꾸는 것이지.」


「물론 그 역사도 내가 대신 쓰게 되어있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활자가 되어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그 능력이 바로 크호페프라이들이 자신들의 땅을 찾을 수 있던 이유이지.」


「그러한데 자네가 그 땅을 나가면 어떻게 되겠나? 당연히 땅은 다시 마역이 될 터, 예언이 스러지지 않았는데 예언족을 허투루 죽일 필요는 없지.」


「그리고 자네를 바깥으로 보낸 이유는.」


갑자기 하늘에서 구름이 모였다.

그리고 쏟아냈다.

검은 잉크의 비를.

"다음에 말하도록 하지."

그리고 그 비가 쌓여 만들어진 인영(人影)이 내 가슴에 손을 대고 밀었다. 뒤로, 또는 현실로. 또한 진실이 묻혀져가는 저편으로.

그러자 내 눈앞에 베일이 드리워졌고 갑자기 빛이 내리쬐었다.

"으윽..."

"앤드리아? 깼어요?"

캉! 카강!

검이 부딪히며 소리를 내었고 이어 에즈라의 힘겨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스승님 말로는 포탈이 잘 못 연결되서 마물이 몰려온대요! 으악! 도와주세요!"

에즈라는 검으로 몰려오는 마물들을 막으며 호들갑을 떨었고 나는 그를 보며 단검과 실을 손에 들고 쳐다보았다. 내게로 발을 뻗는 마물들을.


* * *


"대필자여. 또 그 이유 때문인가?"

"그래. 또한 지금 우리에게 오시고 계시는 그분의 의도기도 하고."

대필자의 말이 끝나자 잉크가 떨어진 하늘에서 색을 머금고 빛이 땅으로 솟구쳤다.

쾅!

그 빛이 내려쳐진 자리에는 에즈라의 형상이 있었다. 그러나 매우 많이 달랐다.

장난스러운 기운은 아예 없다시피했고 키도 훨씬 컸으니.

"기사여."

"예."

"에즈라의 목걸이에 내 힘을 넣어두었으니 별을 깨트리도록. 잊은 것은 아니겠지?"

"예.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가도록."

그는 기사에게 손짓을 했고 곧이어 기사는 저편으로 떠나갔다.

"대필자여."

"예. 이번에도 담소입니까?"

"그래. 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크호페프라이가 좋겠군. 아니 그러한가? 제 0대 크호페프라이?"

"0대라니요. 제게 그러한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저 전에 능력을 가지고 있던 자이면 충분하지요."

"그래. 항상 이렇게 말하면 그녀가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보통 잘생겼다고 하셨지요."

"그래. 그녀가 그립군. 그럼 자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도록 할까."

"그러지요. 이번 차는 저번과 같이 잉크입니다."

대필자는 그에게 차를 내밀며 말을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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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길잡이(1) 25.01.09 15 1 13쪽
42 태자(8) 24.12.16 14 1 13쪽
41 태자(7) 24.12.02 15 1 13쪽
40 태자(6) 24.11.28 16 1 12쪽
39 태자(5) 24.11.22 16 1 13쪽
38 태자(4) 24.11.15 21 1 12쪽
37 태자(3) 24.11.09 20 1 12쪽
36 태자(2) 24.11.03 16 1 12쪽
35 태자(1) 24.11.01 19 1 13쪽
34 대필된 역사(3) 24.08.04 27 1 13쪽
33 대필된 역사(2) 24.06.25 23 1 13쪽
» 대필된 역사(1) 24.06.16 29 1 13쪽
31 태초신화(6) 24.06.07 24 1 12쪽
30 태초신화(5) 24.06.06 23 1 13쪽
29 태초신화(4) 24.06.05 25 1 13쪽
28 태초신화(3) 24.06.04 23 1 12쪽
27 Chopepry(3) 24.06.03 26 1 13쪽
26 Chopepry(2) 24.06.02 26 1 13쪽
25 Chopepry(1) 24.06.01 25 1 13쪽
24 태초신화(2) 24.04.11 27 1 12쪽
23 태초신화(1) 24.04.07 28 1 13쪽
22 용사(3) 24.04.04 29 1 12쪽
21 길드(5) & 용사(2) 24.03.27 34 1 12쪽
20 길드(4) 24.03.23 27 1 13쪽
19 실험체(3) & 용사(1) 24.03.15 23 1 13쪽
18 실험체(2) 24.03.12 23 1 12쪽
17 길드(3) & 실험체(1) 24.03.09 26 1 12쪽
16 길드(2) 24.03.06 2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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