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멸의 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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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iss
그림/삽화
LucKiss
작품등록일 :
2023.12.15 21:38
최근연재일 :
2024.11.0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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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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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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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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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第 72 話

DUMMY

‘이 목소리는?!’


얇고 가는 듯한 음색!


한이, 늘! 구름처럼 묘사했던,

그 정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비를 머금고 있는 듯한,

묵직한 구름에서 내뱉는, 청아하고 낮은 울림!


언제나, 경박스럽지 않은, 차분한 음색!


과연, 그가 들은 대로의 정빈에게서,

나올 법한 음색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땅에 착지해 놓고 보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덜덜 떠는 모양새 하며!


눈은 내리깔되,

고개 하나만은, 언제나, 오만하리만큼!


왕 앞에서도 굽히지 않던,

그가 알던, 그 고고했던, 정빈이 아니었다.


“고개를 들어라!”


하지만, 갱아는 결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신이 끌 수 있는 한!


일 분 일 초,

아니, 찰나의 순간이라도 시간을 끌어!


운과 정도 家의 모두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했으니까!


“비류!!”


거친 숨소리만큼이나,

빨리도 비류의 뒤를 쫓아온 한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채,

그 목에 칼을 맞고 있는!


정빈이라 생각한 이를 보자,

비류를 향해, 원망의 눈빛을 쏘았다.


이어, 두르고 있던, 도포를 황급히 벗으며,

물에 흠뻑 젖어있는 이를 향해, 발을 옮겨!


들고 있던 검으로, 비류의 검을 쳐냈다.


“누구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것이냐!!”


“글쎄?”

“나도 알고 싶네?!”


“뭐?!!”

“아무리 그래도, 나의 안?”


‘나의, 안 사람에게 말이다!’


하지만, 한은!


그의 옷으로 갱아를 여미며 살펴본 후,

설핏! 당황한 낯빛이 되었다.


“넌?! 누구냐?”


한은, 갱아의 얼굴을 보며,

어찌 된 일이냐며, 비류에게 시선을 옮겼다.


“나의 안?!”

“그다음이 뭔데?”


“나의 안? 아~무 것도 아니다!!”


‘챙~!’


한은, 검을 갱아에게로 향하며, 물었다.


“정빈은, 어디 있느냐?!”


갱아가 대답할 수 없다는 듯, 입술을 꽉 물자,

한은, 그 목을 칠 듯이 검을 드높였다.


그러자, 그에게 아주 익숙한,

예의, 그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을 거두시지요. 전하!!”


배 위, 난간에 선 운이었다.


운은, 호위들의 철저한 도움 아래,

몰래, 배 위에 오르는 것에 성공하였으나!


자신 대신 잡힌 갱아를,

못 본 척할 수 없었기에!


움직이는 배의 후미, 그 높은 곳에 서서,

목에 밧줄을 걸고 있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것이라면,

기꺼이, 그에 부응해 드리리라!



***



“갑자기, 왜 그러세요? 도련님?!”


오두막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온 갱아가,

운에게 물었었다.


운은, 한 나라의 왕을 시해하였다는,

오명을 쓰기 싫어 그렇다 하였지만!


갱아는 통감께서,

왕의 안위에 신경을 쓰라는 명을 내려!


사병들이 조심할 거라 아뢰었었다.


하지만, 운은,

이렇게 몰래,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끊어내야 한다! 철저하게!’


자신이 인질 잡힌 척, 걸어 나가는 것을,

한은, 필시 알아차릴 것이기에!


자신이 그를 배신하고, 인질극을 벌여,

그를 스스로 떠났다고, 생각하게 이르도록!


운은 일부러, 그렇게 움직인 것이었다.


만일, 자신이 자객에게 납치되었다, 여긴다면?


한은, 그의 사활을 걸고,

끝까지 추적할 것이, 자명하였기에 말이다.


만일!?


상실감에, 자신을 쫓지 않으면 다행이겠지만!


배신감에, 자신을 쫓더라도,

그땐 이미, 그를 죽일 일만 남았을 것이라고!


운은, 차라리 그렇게 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었다.


그리하면, 적어도!


그가 평생, 괴로운 멍에에,

잡혀 살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처음엔, 그가 쫓아오지 않아서,

안도하였다가도, 내심 섭섭도 하였었다.


운은, 한을!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그리, 모든 이의 목숨을 저당 잡혀!


그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기적인 행보를 하였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리 쫓아와!


기어이! 자신의 가문의 이들을,

말살하려고 하는 것을 보니!


그 책임은, 온전히 자신이 져야 할 것 같았기에,

또다시, 목숨으로 죄를 갚겠다, 청하고 있었다.


자신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리라!

그리 생각하면서 말이다.


한이 누구 때문에, 이리 숨차게 달려와,

가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을 맞은 줄도 모르고!


운은 또다시,

한이 경악할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정빈!


바로 그! 운의 목숨이 지는 것임을,

헤아리지 못한 채 말이다.



“으으으!! 정빈!! 기어이!!”


운의 그, 목숨을 내놓겠다는,

한없이 가벼운 결정에!


한은, 이전의 순간에 했었던,

자신의 다짐들이 생각났다.


정빈만 살려준다면,

뭐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


하여, 운이 스스로 떠나는 모습에,

그리, 무기력한 모습으로!


어쩌면? 순순히!

보내주려 하였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그 애처로웠던 바람을,

운은 또! 스스로 저버리고 있었기에!


한은, 화가 났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것까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그 목숨을 버리려는,

이 순간을 마주한 지금은!


마음속, 사정이 달라졌다!


가져야겠다!

저 사람의, 저 목숨!


그 자신조차, 소홀히 대하는 그 목숨!

차라리, 내가 가져야겠다고!


“나, 가져야겠다!”

“비류!”


위태로운 몸짓의 운을 노려보며,

한이 기어이 마음속 결심을 비류에게 전했다.


“존명!”



한의 그 무거운 결단이,

비류에게 명으로 전달되는 사이!


‘휘~릭~!’


운은, 발을 허공으로 내디뎠다.


마치, 폭풍우에 날개를 편, 검은 나비처럼!


애처로운 나부낌에 배어 나오는,

고통스러우나, 자유로운 날갯짓!


‘이제, 모든 것이 끝이로구나!’

‘차라리, 잘 된 것이다!’



“운아!!”


일의 진두지휘를 하느라!


뒤늦게 달려온 정도 겸의,

공허한 목소리만이, 밤하늘을 맴돌았다.


그 어떤 낌새도 없었기에!

그 누구 하나, 말릴 새도 없이!


운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밤을 싸고도는 공기에 몸을 맡긴 채!


하릴없이 빠른 속도로, 떨어져!

검은 바다에, 잠식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니, 그 전에, 짧은 길이의 밧줄이,

먼저! 그의 목을 꺾으려나?!



“안 돼에~!”


그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하며,

한의 통곡과 같은 비명이 새어 나오자!


비류는, 운이 뛰어내리는 순간에!


‘스~렁!’


표창을 던졌다.


하여, 그 표창은!


정확히 운이 틀고 있는 상투를 스쳐,

그 목을 감고 있는 줄을 끊고 날아갔다.


그의 검은빛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이,

한순간에, 물결 되어, 아름답게 나부꼈다.


그렇게!

운이 검은 바닷속으로 잠식되려는 찰나!


‘탁!’


배로 날아든 비류보다 먼저,

진가가 밧줄을 타고 내려와, 운을 낚아챘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던,

통감 영감의, 비통한 외마디 비명!


‘운아!!’


그 처연한 목소리와,

애잔한 표정을 봐 버렸기 때문이었다.


‘젠장! 배 한번 잘못 털었다가!!’


그렇게, 역적이 되었다!?


진가는, 운을 단단히 안고,

반동을 이용해, 배 위로 오르려 하였고!


비류는, 밧줄들을 이어 잡으며,

허공에서 날 듯 달려와!


운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진가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두 번은?! 용납 못 하지!”


비류의 얼굴을 보자!


진가는 조금 전!

자신의 손에서 갱아를 앗아간 일을 떠올렸다.


그게 누구든! 무엇이든!


제 손안에 있던 것을, 빼앗기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일평생, 남의 것을 뺏는 재미에?


아니!

남의 것 뺏는 것이, 생업이었던 이에게 말이다.


그것은, 수치였고, 불명예였다.


명색이, 도적인데 말이다!


하여, 진가는,

비류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턱! 턱! 턱!’


하지만, 진가의 곁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믿음직스러운 부하들!


간담과 서늘이 있었다.


그들은, 배 위에서, 비류가 잡는 밧줄마다,

‘톡톡’ 얄밉게 끊어내고 있었기에!


비류 또한,

공중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여, 비류가, 입가에 비소를 올렸다.


그가, 미묘한 웃음을 지을 때마다,

좋은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흠~!’


비류는, 운을 잡고 있는,

진가의 목을 겨냥하듯 보더니!


‘차락~!’


진가가 잡고 있는, 밧줄을 일격에 베고는,

그 끝을 잡아챘다!


그리곤, 배의 선체를 기반 삼아 발돋움하며!


공중에서의 짧은 기 싸움을 끝내고,

뭍으로 내려앉았다.


이에, 은연중에, 운을 보호하듯 안은 채,

진가는 땅바닥에 패대기쳐졌고!


“흐윽~!!”


그가 눈을 뜨고, 품 안의 운을 보고 있노라니!


‘스렁~!’


살기가 묻어있는 칼끝이,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놓아라!”


물론, 말소리에도,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다.


한이었다!


자신도, 맘 놓고 안아본 적 없던,

그 귀한 정빈의 몸을!


“감히!”


한이 벨 듯이, 칼을 높이 들어 내리치자,

진가는 황급히 운을 앞세워, 뒤에 목을 숨겼다.


‘탕~!’


세차게 내리쳐지던 한의 검이,

일순간, 비류의 검에 튕겨져 나갔다.


분노에 휘감겨, 진정!

진가를 죽이려 하였었기에!


그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내리쳐지는 것을, 비류가 막아준 것이었다.


한이, 정빈의 목을 치지 않도록 말이다.


“정빈!!”


비로소, 정신이 든, 한이!

재빨리 칼을 버리고, 정빈을 품에 안아 들었다.


운은, 허공에서 발을 떨구었을 때,

이미, 기절한 상태였었기에!


지금의!

한의 그 절절한 얼굴을, 볼 순 없었다.


붉은 피, 청결하지 못한 곳,

그리고, 높은 곳은!


그가 참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였기에!


높은 배 위, 극단의 공포 속에서,

운은,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었다.


‘얼마나, 무서웠을고!?’


한이 핏기없는 운을 안아 들었을 때,

처음 떠올린 생각이었다.


그를 떠난 정빈에게, 분노해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변함없이, 그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니!


한, 그 스스로 생각해도, 참 못난 짓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심체(心體)의 본능이었다.


아무리, 미워도!


손에서 놓을 수 없고,

마음에서 내처 지지 않으니 말이다.



“반역자들을 처단해라!!”


비류가, 그들을 보호하듯!


운을 안은, 한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칼을 높이 들고, 그 끝을 배로 향하자!


밧줄을 잡아, 배를 잡고 있던 적염단이,

무기를 점검하고, 배로 날아들 기세로 임했다.


결코, 배를,

순순히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들이었다.


그리고, 그 의지를 꺾어,

배를 출항시켜야 하는 진가로서는!


마지막, 필살기를 쓰는 수밖에는 없었다.



‘이것은, 마지막!’

‘마지막 순간에, 어쩔 수 없을 때의 일이다!’


정도 겸이, 그의 수하 군수에게 하던 말을,

그가 주워들은 것이었다.


포구의 바닥엔, 화약 가루가 깔려있으니!


배를 묶어두는 기둥을 누르면,

작동하도록 설치되어 있었다.


‘하! 이래서, 통감! 통감! 하는구나!?’


정도 겸의 지략과 방비에는, 당할 자가 없다며!


항간엔, 정도 겸을 차지하는 자가,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라는!


허무맹랑한 소문들이 퍼졌던 적이 있었다.


이는, 한때, 북방의 첩자들이!


한과 겸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퍼트린 것이었으나!


결론적으로!


어렸었던 한이, 정도 겸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하지 못하게 되었던!


결정적 이유가 되었기도 하였다.



어쨌거나!

진정으로, 본의는 아니었으나!


어느새, 정도 겸의 편에서 함께 하고 있던,

진가는!


‘하!! 무서운 영감탱이!!’

‘같은 편 먹길, 다행이지!’


이러한, 생각들을 하며!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있는,

비류를 제칠 계산을 하였다.


바로, 그의 앞, 다섯 보만 달려 나가면,

기둥을 누를 수 있는 거리였다.


하여,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셈하는 사이!


자신이 손을 잡았다가 놓쳐,

결국, 비류에게 빼앗겼던 갱아가 눈에 들어왔다.


한이 꼭 안고 있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운이라는 이를 빼가기는 틀린 것 같고!


하나를 빼앗기면, 전부를 빼앗는 것이 도리인,

그의 세상에서!


정작, 도리에 맞는 짓을 하려, 꿈틀거렸다.


“이~야~앗!!”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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