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멸의 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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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iss
그림/삽화
LucKiss
작품등록일 :
2023.12.15 21:38
최근연재일 :
2024.11.0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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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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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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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92 話

DUMMY

‘하?! 이놈 봐라?!’


감히, 겁도 없이,

자신의 여인을 탐내다니!


비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조차 나오질 않았다.


하여!


발칙하기 그지없는 의관 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점점 살벌해질 즈음!


“류~!!”


침의 효과가 제법 나타나,

극심하였던 한의 통증은, 어느덧!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빠르게 마비되어갔고!


그제야, 한은,

말할 수 있는 정신을 되찾게 되었다.


“몸은?!”


그리고, 한은,

비류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그와 다른 이의 안부부터 물어왔다.


“염이는?”

“다 괜찮은 것이냐?”


“지금! 누가, 누굴!!”

“쯧!!”


비류는, 성질을 ‘버럭’ 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훗!”

“내 꼴이 우습게 되었다!”


“비참하지!”


비류의 정답고, 노골적인 비아냥을 끝으로,

한은 입을 다물었다.


헌데?!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였다!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것이었다!


눈만 뜨면,

침이 마르도록, 정빈을 입에 올리던 그가!


그런 큰일을 함께 겪고서!


어쩐 일인지, 정빈의 안부를,

묻고 있질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여, 비류와 적염,

그 누구도,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하였다.


한이, 의식이 없던 와중에도,

정빈이 끌려간 것을 알아, 묻질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헤아리지 못할,

또 다른 연유가 있는 것인지!?


그저, 궁금해할 따름이었다.



***



‘여인이?!’

‘아니다!!’


운이 후궁의 풍성한 치마를 입고 있었을 때는,

결코, 모를 일이었다.


허나, 얇은 바지저고리를 입고 있으니!

드디어, 느낄 수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궁으로 가던 길에,

덫에 걸려, 말에서 떨어지던 그때에!


한은, 운을 밀접하게 안으며 보호하던 중,

여의치 않은 느낌으로, 충격을 받았었다.


그러나, 그 충격은 잠시!


그들이 구덩이 안으로 떨어지며,

한은 심한 상처로 정신을 잃게 되었고!


중간중간, 정신이 들긴 하였으나,

못내, 희미하던 탓에!


운이 남자라는 사실을 떠올리기보다는,

그저, 그가 무사하기만을 바랐었다.



그리고, 정신이 또렷해진 지금!

그때의 일을 다시금 떠올린 것이었다.


‘정빈이, 여인이 아니었다니?!’

‘나의 정빈이, 남자였다니?!’


하여,

한은 입을 닫은 것이었다.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만일, 정빈의 얼굴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면 말이다!


더군다나, 그는,

정빈이 흑표인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당장은, 그 자신의 혼란한 감정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음과 양이 엄연히 공존하는,

이 하늘 아래, 이 세상에서는!


그의 짝은,

여인이 되어야만 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선조가 정해 놓은 틀 안에서,

아무런 이상함 없이 살고 있었다.


그저, 그러려니!

당연하다고!


이치로 보아, 그리되어야 마땅하다고!


그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이날, 이때껏 살아왔었다.


조아국의, 모두가 그러했다.


더욱이, 일국의 왕으로 군림하며,

차기 왕자를 생산해, 나라를 이어가야 하는!


중차대한 소임이 맡겨진 그로서는!


여인과 합을 이루어,

후사를 생산해야 함이 옳았다.


하여!


그의 마음 대신!

그의 감정 대신!


국사가 우선함이 타당하였다!


세상 이치가 그러함에!

한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의도치 않게 충돌하는 이성과 감정이,

그를 쉼 없이 괴롭히는 통에!


그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상처의 통증이 멈추자, 생각도 멈춘 듯이!


그저, 지금은!

아니, 지금만이라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무중(霧中) 속에 빠져들고 싶어졌다.


하여, 그는,

잠으로의 도피를 택하였다.



***



“이게 말이 돼?!”

“아니! 이게 말이 되냐고!!”


배 후미의 한 구석탱이에서!


간담은 침을 튀기면서까지,

아연이 기억을 잃은 것을 분해하고 있었다.


그가 지어 먹인 밥이 몇 가마니이고,

끓여 먹인 탕국이 몇 그릇인데!


어떻게, 그 감지덕지하고, 고마웠던,

그리고, 즐거웠던 기억을 싹 잊을 수가 있냐며!


억울한 기분까지 들어,

눈물까지 찔끔 나와버렸다.


그러나!


이미, 각자, 자신들의 마음에 들여앉힌,

여인들이 있었던, 서늘과 진가는!


그다지, 충격이 덜한 모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진가로서는 전화위복이라고나 할까?


그의 양심의 가책을,

깔끔히 덜어버릴 수 있어, 마음이 가벼웠다.


“아, 뭐,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역정을 내 싸~아~?!”


서늘은, 자나 깨나 곁에 꼭 붙어!


마치, 한 몸처럼 삼고 있는,

적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수롭지 않은 투로, 간담을 말렸다.


“세상만사, 별별 일, 다 있는 것을!”

“그치, 색~시이!”


그는 시각적으로 거슬린 광경과 더불어,

간담의 역정을 제대로 돋우었고!


아까부터, 시선을 멀리,

선실 앞에 고정하고 있는 진가는!


하릴없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꾹꾹 주무르고 있었다.


간담이 그 시선 그대로 맞추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연과 꼭 붙어 이야기하며,

웃고 우는 갱아에게 붙박이였다.


“하~?!”


그래, 다들 짝이 있단 말이지?!

그래서, 야살이의 일을 싹 다 잊었다는 것이지!!


“흥! 나만 서운하지!?!”

“어?! 나만 서운해!! 나만!!”


간담은, ‘버럭’ 속상함을 토로하고는,

삐진 채로, 그길로 어깨를 들썩이며!


그곳에서도, 더욱 후미진 곳을 찾아,

쭈그리고 앉았다.


“하~아!”


어째, 마음이 헛헛한 것이!


야살이가 자신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야속한 이는, 홀로 된 간담뿐인 것이었다.


“아~! 외롭다! 외로워!!”



***



“그래, 대가는?”

“어찌 치르면 되겠는가?”


정도 겸은, 범표를 선실 안으로 불러,

은밀히, 둘만이 대화하기를 원하였다.


그가 아연을 찾아달라 청하던 날밤의 위세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딸을 찾은 아버지의 부성만이,

강하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었을 뿐!


물론, 범표의 태도 또한,

그날, 그 밤과는 사뭇 달랐다.


다소 교만하였던, 말투와 자세를 버리고,

어느덧, 잔뜩 뻣뻣하게 굳어!


말투마저, 소심한 듯, 조신한 듯,

어쩌면? 굽신대는 듯하였다.


“아! 아니! 아니, 아닙니다!”

“대, 대가는 무슨!!”


“다, 당연히!”

“당연한 일을 한 것일 뿌, 뿐입니다!”


범표의 버벅거림을 조용히 듣고 있던 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층, 기분 좋고, 편안한 표정으로!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는 이에게,

장난스럽게 시비를 텄다.


“어째서?!”

“당연하지?!”


“예?!”


범표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빠르게 달아올랐다.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이는,

남방에서는 왕 다음으로 지체가 높은 이였고!


뿌리로 따지자면,

북방에서는 왕권을 가질 수도 있는!


또한, 연이 닿았다면?


그가 평생 복종하고 섬겼어야 할,

흑치 왕족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명실상부!

세상 두려울 것 없는 흑표인이었다.


그가 만일, 시국을 잘 만나,

태어난 운명대로, 삶이 순순히 풀렸다면?


북방에서는 국왕 옹립자로,

왕 다음으로, 백성에게 섬겨질 이였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지금은,

아무런 신분도 주어지지 않은 그로서는!


그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대단한 가문의 여식을 탐내고 있는 것이었기에!


섣불리, 당신의 따님을 달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비참한 상황이었다.


하여!

남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인 그가!


아연과 결부된 일에서만큼은,

유독, 작아지고, 보잘것없어졌다.


따지고 보면, 그 스스로,

과도하게 주제 파악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러했기에!


자신의 말실수로 인해 미칠 파장을 떠올려보니,

온몸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불안하였다.


만일, 정도 겸이!?


다시는 아연을 보지 말라! 그리 명한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여!


생각만 해도,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그녀를 알게 된 순간부터,

오직 그녀의 곁에 있기 위해, 살아온 그에게!


정말, 그리 잔혹한 명을 한다면?


범표는, 너무도 막막하여,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연을 못 보게 된다면?

너무나도 슬플 것만 같았기에 말이다.


이렇듯, 정도 겸의 실없는 말 한마디로,

범표의 심정이 이러할진대!


정작, 말을 꺼낸 당사자는,

매우 흡족한 마음으로, 기분이 충만하였다.


그가 처음,

범표를 보았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자면?


일단,

눈에서 빛나는 예사롭지 않은, 그의 안광에,

어딘지 모르게 믿음이 갔었고!


대가는 아연을 찾은 뒤에, 알아서 받겠다던,

그의 다소, 거만했던 태도를 보았을 때에는!


자신을 대하며,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던!

그 기세가 못내, 마음에 들었었다.


하여! 정말, 아연을 찾아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에는!


고마운 마음까지 더해져!


그래! 이 정도의 사내라면?

내 딸아이를 맡겨도 손색이 없겠다!


이미, 사위 자리로 점찍어 놓은 상태였었다.


또한, 아연에 대한, 그의 마음을,

대략 눈치채고 있었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를 빌려,

그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려 한 것이었는데!


“저, 저, 저!”

“시, 실은!”


‘그래, 이제야, 실토를 할 모양이군!’


정도 겸은, 이전,

윤설에게 찜해져, 강제로 혼인하였었기에!


뭇 여인을 마음에 두고, 허락을 구해본 일도,

장인 될 이에게 혼사를 청하여 본 경험도 없어!


보통의, 장인 자리를 마주한 사위들의,

불안한 심정을 알 길이 없었다.


하여, 지금의 떨려 죽는 범표에게!


눈치 없게도,

그리 농을 칠 수가 있었던 것이었는데!


“편하게 말하게!”


결코, 편할 수가 없는 이에게,

정도 겸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었다.


‘아, 따님을 제게 달라! 그리 말하려나?’

‘일단, 연모한다, 고백부터 시작하려나?’


그는, 간질거릴 것으로 예상되는,

범표의 첫 말을 기대하며!


일단, 조금 더 온화한 표정으로,

짐짓, 너그러운 장인의 상을 보여주려 애썼다.


자신의, 천둥벌거숭이 같은 철부지 딸을,

목숨까지 걸고 애정하는 사내라니!


이 얼마나, 기특하고, 어여쁜가 말이다.

뭐, 보기 드물기도 하고!


하여! 정도 겸은, 미리 고개까지 끄덕여가며,

흔쾌히, 허락할 용의를 비추고 있었는데!


헌데?!


그 위세 좋고, 안광 예리하고,

범상치 않던 남자의 입에서 나온다는 소리가!!


“처, 첩?!”

“응?!”


“남첩으로 삼아주신다고!”

“아씨께서!!”


“뭐~어?!”

“하! 뭐라?!!”


‘그게, 무슨!!’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란 말이더냐!!’


정도 겸은, 그길로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헉!! 대관절, 첩이라니!’

‘그것도 남첩?!’


그의 살아생전, 듣도 보도 못 했던,

가히, 요사스럽기 이를 데 없는 말이었다.


무릇! 혼인이란, 성스러워!

거룩하며, 고결한 것이거늘!


아무리, 세간에,

첩을 들이는 이들이 더러 있다고는 하지만!


그의 가문은, 절대 아니었다.


오로지, 정실 처와 남편이 있어!


한평생 해로하며, 행복을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기에 말이다.


그가, 변고로 부인 윤설을 잃고,

수십 년간 홀로 지낸 이유 또한!


한 번 혼약을 맺은 이에 대해,

사별 후에도, 존중하기 위함이었다.


헌데?! 그런데!! 뭐라고?!


자신이 키운 딸의 입에서,

첩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말이렷다?!


“하!!”


더군다나!


여인이 사내를 첩으로 들이겠다는 발상은,

이 시대상,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대체, 그런 정체 모를 생각을,

대관절, 어떻게 떠올린 것인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 찼다.


또한, 그가 섬에 발을 들이자마자,

온 섬에, 메아리 되어 퍼졌던 말까지 떠올라!


심장에서부터, 열이 뻗치는 중이었다.


‘발정하라!’


분명, 건장한 사내를 앞에 놓고,

자신의 딸은!


그러한,

민망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더랬다.


‘남첩?!’


세상 멀쩡한 남자에게!


그러한 요망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더랬다?!


“하!!”

“정도~! 아~여~언!!”


정도 겸의 사자후가 또다시 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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