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93 話

대관절, 자신이 딸자식을 어찌 키웠길래,
여식이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가!
정도 겸은, 순간 자신을 힐책하다가!
이내, 집안 망신을 톡톡히!
아주 제대로, 시키고 돌아다니고 있는!
그의 딸, 아연을,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점잖고, 품격 고상한 정도 겸을,
이성을 잃게 하고, 흥분시키던 사람은!
이제까지는, 그의 부인, 윤설!
딱 한 명뿐이었었는데!
커가면 커갈수록, 그녀를 쏙 빼닮아,
황당한 일만 저지르고 다니는 딸 아연이!
그 두 번째의 인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그녀의 말썽은,
차라리, 귀여운 축에 속하였던 것이었다.
물론, 그가!
그간의 아연이 저지르고 다녔었던,
기함할 만한 행태들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여!
그리,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가 이리 알게 된 이상!
이번엔, 정말 용서치 못할 듯하였다.
하여!
이리도, 엉망으로 되바라진 자신의 딸을,
바로잡아야겠다, 각성하였는데!
***
바로 앞, 선실 밖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아연과 갱아가,
너무도 반갑고, 기쁜 나머지!
그간의 있었던 일들을, 서로 쉼 없이 공유하며,
회포를 푸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뭐~어?!”
“오라버니께서? 나 대신, 궁에?!”
“예쁘긴 했었겠네!”
“에잇, 지금 그걸 말이라고!! 아씨는!!”
“아름다우셨죠!”
“그치?! 흣!”
“그럼요! 훗!”
갱아는, 아연의 대례식날 있었던 일들부터,
포구에서 벌어졌던 일들까지!
장황하게 길어지면,
하품부터 하는 아연을 위해!
일목요연하게, 요점만 쏙쏙 간추려,
그녀의 이해를 도왔다.
“어쩜!!”
“그냥, 좀 보내주지!!”
아연은, 포구에서의 일을 듣자마자,
울분이 차올라, 주먹을 꼭 쥐었다.
“그래서?!”
“오라버니는 지금?!”
“아마?”
“궁으로 다시 끌려가시지 않으셨을까요?!”
“허!! 안 되겠네!”
“주상전하!! 이놈!!”
“그러게요! 안 되겠더라구요!”
갱아도 아연에게 몸을 꼭 붙인 채,
앙증맞은 주먹을 세게 말아쥐고는 울컥하였다.
비류에게 칼을 맞은, 군수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아연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서로를, 쫓고, 쫓기던!
또한, 감시하고, 피하던!
군수와 아연의 다사다난했던 지난날들이,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연은 커갈수록!
두문불출하는, 친 오라버니 운보다는,
오히려, 군수와 티격태격 더 막역하였었다.
물론, 그녀를 감시하라는,
정도 겸의 명이 있었기에 그러한 것이었으나!
서로를 속고 속이는 와중에,
쉽게 끊어낼 수 없는 오묘한 정이 들어!
아연과 군수, 그리고 갱아는,
어느 순간엔, 한통속으로 똘똘 뭉쳐!
집안 모두의 눈을 피해!
재미진 일들을 많이도,
또 더불어 도모하기도 하였었다.
하여, 정들었던 이에 대한 추모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였다.
아연이, 제대로 슬퍼할 기회를 주기 위해!
그리고, 아연이, 그를 잘 보내줄,
굳건한 마음을 먹을 시간을 기다려 주기 위해!
“허! 별일이네!?
잠시, 얼굴빛이 어두워진 갱아를 보며,
의아해진 아연이 되물었다.
“네가 웬일로 말리지를 않고?”
“내가 남 욕하는데, 더불어, 함께 하고 있지?!”
“것도, 지엄하신 주상전하를 욕하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아! 이미 조아국을 떠났다? 이거냐?!”
“그렇죠! 지금, 뭐?!”
“낮말을, 저 갈매기가 들은 들, 어쩌겠어요?!”
“바다 건너, 궁까지 닿겠어요?!”
“흥! 이참에, 실컷 하죠, 뭐!”
“그 포악한 주상전하 놈!!”
갱아는, 군수에 대한 그리움을 잊으려,
일부러, 더욱 씩씩한 척을 하였다.
“이야, 넌 정말,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 탁월해!”
“전쟁터에서 봤으면, 딱 간자의 성품이다!”
“제가요?!”
“간자?!”
“그래! 기회를 보아, 휙휙! 돌변하는!”
“그 간악하고도 가벼운 태도!!”
“하! 어디, 못 미더워, 비밀이나 털어놓겠냐!”
“후훗! 미련한 것보다야, 낫죠!!”
“하긴!!”
“우리, 배움이 깊은 갱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둘은,
잠시의 정적 후에!
“흐으익!!”
“흑흑흑!”
“보고 싶었어요, 아씨!!”
“나~두~우!!”
급작스럽게 울컥하여,
오열하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근데, 무슨 비밀인데요?!”
“응?!”
그 와중에도, 아연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던 갱아는!
궁금하니, 일단 캐묻기 시작하였다.
“나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네!? 아씨!! 어서 말해봐요! 어서!!”
“우웅!! 일단, 좀 울고!!”
“너무 기쁘잖아~앙!!”
이렇듯, 갑자기 웃다가, 울다가!
껴안고는 통곡하는 아연의 귓가로!
청천벽력처럼 다가오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정도 아~여~언!!”
정도 겸의 분노로 가득 찬 부름에,
아연은, 온몸이 오싹하였다.
“스읍?!”
“나?! 뭐? 했니?!”
“나?! 뭐? 잘못했니?!”
아연은 평소에도,
정도 겸이 노기 어린 시선을 보낼 때마다!
자신이 한 짓을, 갱아에게 묻곤 하였었다.
그녀 스스로는, 도무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도통, 깨우치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여, 지금도, 익숙한 듯,
자신이 했을 법한 죄를 갱아에게 묻고 있었으니!
“어~?!”
“그닥, 없는데요?!”
그리고, 갱아도 익숙하게,
아연이 했을 법한, 행동들을 떠올려보며!
통감 마님께서 무엇 때문에,
또 화가 나셨는지를 함께 고민하였다.
“뭐 없는데!”
“네, 아직은요!”
둘이, 의문의 동그라미를 머리 위로 그리며,
선실 문을 쳐다보고 있던 그때!
‘쾅!!’
정도 겸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아연의 앞으로 험악하게 걸어 나왔다.
“정도 아연!!”
“내가, 너를!”
“이, 내가! 너를 그리 키웠구나!!”
“어?!!”
정도 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경악과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몸으로!
마침, 곁에 세워져 있던,
배의 노를 잡아 쥐었다.
“헉?!”
“아?! 아버지?! 아버님?!”
“왜, 왜, 왜? 그러세요?!”
만나, 다행이다!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은 지, 불과 몇 분이나 지났다고!
애틋하고, 반가운 마음이, 그새!
노로 패고 싶을 정도의,
극대 노로 바뀌었는가 말이다.
“허! 조신하여야 할 여인의 입에서!”
“어찌 그런 요망한 말들을 내뱉으며!”
“무, 무슨 말이요?!”
아연은, 갱아를 방패 삼아 꼭 붙들고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 몸을 웅크렸다.
“무슨 말?!!”
정도 겸이, 그 민망하고 요망스러운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였다.
“이~!”
“이익!!”
“흐~! 집안 망신을!”
“아주, 제대로 시키고 돌아다녔더구나!”
“아잇! 뭘, 새삼스럽게?”
“뭬야~~!!”
몰랐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것이냐!
아연은 되려, 상처받은 얼굴로 바라보다가!
“아, 아니! 잘못했어요!”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늘 그래왔듯!
잘못했다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버릇처럼 올리던, 사죄의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사뭇! 충격이 심했었던 까닭에,
단단한 결심을 한, 정도 겸은!
예전처럼, 쉬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동안은,
아무리 아연이 무지막지한 말썽을 피워도!
그에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어여쁜 딸이었던지라!
잘못했다, 싹싹 빌면,
그것이 또 그렇게 마음이 아파!
결국, 쉽사리 용서를 해 주었던 것이,
지금의 이 못난 녀석을 만들었나 싶었기에!
“내, 더는!”
“너의 그 거짓 뉘우침을!”
“곧이듣지 않을 것이다!”
“아, 왜~요~오!!”
아연은, 시무룩하여,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내, 더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너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야!”
“에잇!! 그냥, 한 번만 더 두고 보세요~오!!”
“아씨, 쉿쉿!!”
“가만히 좀! 가만히 좀 계세요, 네~에!!”
영특한 갱아는, 돌아가는 분위기가,
여느 때와 같지 않음을 직감하여!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며,
통감 마님을 자극하고 있는!
분위기 파악을, 전혀 하려 하지 않는,
자신의 말썽 많은 아씨를 말려 보려 하였으나!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건너간 모양이었다.
“오늘, 너 죽고, 나 죽는 것이다!”
“에이, 그런 말씀은, 또 어디서 배우셔서는!!”
“되게, 안 어울리시는 거 아시죠! 지금?!”
“그래도!! 이 녀석이!!”
“아, 그냥, 평소처럼!”
“점잖게, 진정을 좀 하시고!!”
정도 겸은, 이런 상황에서도,
넉살 좋게 나오는 자신의 딸을 마주함에!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허허허~허어!!”
“입만 살아가지고!!!”
“내 오늘!”
“너의 그 버릇을 똑똑히 고쳐주겠으니!!”
‘휘~익!’
정도 겸이, 마침내!
그저 위협하려고만 쥐고 있었던 노를 들어,
아연을 향해 크게 휘두르자!
갱아가 본능적으로, 몸을 던져 막아내었다.
‘퍽!’
“윽!!”
“허억!!”
“아버지! 갱아가 맞았잖아요!!”
자신 대신 맞은 갱아를 보자,
그제야, 아연은 기겁하며, 소리를 쳤다.
“갱아, 너는 저리 비키지 못할까!!”
“아니 되옵니다. 통감 마님!!”
“아씨를,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비키거라!!”
“아! 말로 하세요!!”
“아!! 진정을! 진정을 좀 하시라구요!!”
“제가, 잘못! 잘못했다니까요!!”
강경한 아버지, 정도 겸과,
뻔뻔스럽게 나오는 딸, 아연의!
일촉즉발! 위기의 부녀싸움에!
애꿎은 갱아가,
등을 맞은 상황을 지켜보던, 진가는!
“어억!!”
마치, 자신이 등을 맞은 듯이 아려왔다.
하여, 그도 본능처럼!
어느새, 바람처럼 달려와,
갱아 앞을 막아서고 말았는데!
“자넨?! 또, 뭔가?!”
“저리 비키게!!”
물론, 범표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 누구보다 컸으나!
상대는, 연모하는 이의 아버지였다!
하여, 섣불리,
정도 겸을 제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저, 그의 뒤에서,
그를 안아, 말릴까? 말까로!
얼굴 위로 곤란한 표정 가득 지으며,
손만 왔다 갔다, 분주할 뿐이었는데!
“어르, 어르신!!”
“진정, 진정하시구요!”
말리는 이가 많으니,
정도 겸도 많이 당황한 듯!
그 기세를 빼앗기지 않으려,
더욱 높이 노를 치켜들어 휘둘렀고!
“다, 비켜~어!!”
하여,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라!
진가가 몸을 돌려,
아연을 안은 갱아를 품에 안자마자!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노는, 진가의 넓은 등을 제대로 강타하였다.
“허억!!”
그제야, 범표는!
이를 방관만 하여서는 아니 될 듯하여,
이 사달을 낸 이의 책임으로!
훗날 질책받을 각오를 한 채,
뒤에서 정도 겸의 허리를 안아 들고 말았다.
“마, 말로 하십시오!”
“이, 이것 놓아라!!”
“말이 통할 것 같았으면! 으이그!!”
조심스럽게, 말리는 범표에게,
정도 겸이 되려 역정을 내며, 호통을 쳤다.
“어서, 놓지 못해!?”
‘휘익! 휙! 휙!’
이성을 잃고, 공중에 발이 들린 채로,
노를 마구잡이로 휘저었더니!
그 매는, 또!
애꿎은 진가가 되는대로 다 맞아버렸다.
“아! 으악!!”
하여!
범표는, 급기야!
뒷걸음질로, 그들 무리로부터,
정도 겸을 세 보 떨어뜨려 놓았다.
“차, 차라리!”
“저를, 저를 때리십시오!!”
“내 집안의 일이다!!”
“저도!!”
“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범표는, 저도 모르게,
자신도 그 집안의 일원이다!
그리,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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