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죽이기 (Kill the Dragon)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HYCE
작품등록일 :
2024.01.08 19:44
최근연재일 :
2025.01.13 19:00
연재수 :
107 회
조회수 :
1,741
추천수 :
3
글자수 :
581,764

작성
24.10.07 19:00
조회
20
추천
0
글자
11쪽

#13. Till Death Do Us Part (5)

DUMMY

“젠장···!”

“크윽···”


당연하지만 오멜의 마법은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는 종류의 마법은 아니었다. 우리는 에본윙과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불필요하게 그들의 미움을 살 필요는 없다.


오멜의 마법으로 세 명의 괴한들은 발목부터 몸통까지 마치 보이지 않는 로프에라도 묶인 듯 옴짝달싹 하지 못하였다.

그들이 몸을 가누지 못해 바닥에 차례로 쓰러진 후에서야 나는 동굴 바깥으로 비틀거리며 걸어나올 수 있었다.


“저기, 저희는 당신들과 싸우려는 게 아니에요. 저희는 에본윙을 만나려 왔습니다. 당신들은 에본윙이죠?”

“흥, 혹시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스러운 장소를 욕보인 이들을 우리가 순순히 도와줄 것 같으냐. 잔말 말고 죽여라.”

“성스러운 장소?”


오멜의 말대로 이들이 우리에게 마법을 쓸 때, 동굴 근처를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것은 나도 눈치채고 있었다.

거기에 이들은 우리가 동굴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방비 상태인 우리를 습격하는 편이 더 쉬웠을 텐데 굳이 바깥에서 기습을 한 것이다.


“흥.”


하지만 이들이 우리의 의문에 좀처럼 답변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중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이게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 하더라도 이들이 그다지 협조를 할 것 같지는 않아 밑져야 본전이었다.

나는 오멜의 부축을 받는 상태로 그들 앞으로 나아가 천천히 내 오른 소매를 걷어 올렸다.


“이 표식, 무엇인지 알아 보시겠나요?”

“...이건?!”


드래곤 나이트의 토벌 작전에서 내 오른팔은 잘렸다. 그리고 플로리스의 마법석을 사용한 후, 그 사라졌던 오른팔은 나이트메어의 표식과 함께 회복되었다.

그걸 회복이라고 해야 할지는 아직도 확신이 없기는 하지만. 심지어 지금은 그 표식이 나를 공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 팔에 뚜렷하게 새겨진 표식을 본 그들은 충격이라도 받은 것 같았다. 한참을 말없이 내 팔을 뚫어져라 보던 그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이는 가운데에도 그들의 말투가 훨씬 정중해졌다. 나는 대화가 잘 풀릴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 생각대로 그들은 플로리스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여전히 그건 천 년의 세월을 거쳐서 유지되고 있었다. 나이트메어의 표식이라 불리는 플로리스의 문양을 알아볼 정도로.


“글쎄요··· 저도 그걸 알고 싶거든요. 그래서 당신들을 찾아왔어요. 당신들이 플로리스 블랙을 섬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이미 말했던 것처럼 저희는 당신들과 싸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 표식에 대해서 묻고 싶었을 뿐이에요.”

“...무엇이 궁금하시단 말씀입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당신들의 지도자와 했으면 좋겠어요.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순간 이들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어디까지 풀어야 할지 고민이 있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서 신뢰를 얻어야 할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가 퍼지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에본윙에는 지도자가 있다. 그건 확실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라이셀이라는 남자가 주축이 되어 사상을 만들고 자신과 함께할 다른 탐구자들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조직 자체는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유지되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의 에본윙을 이끄는 그 지도자에게는 꽤나 많은 이야기를 할 각오를 했다. 여차하면 내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까지도 협조를 요청할 작정이었다.

그 정도로 에본윙은 우리가 플로리스에게 닿을 수 있는 마지막 단서였다.


에본윙의 남자 세 명은 서로를 쳐다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안내하겠습니다.”


-


그들이 성스러운 장소라 불렀던 공터로부터 우리는 며칠 동안 그들의 뒤를 따라 산맥의 북쪽으로 움직였다. 그 길은 산맥의 중심라고도 불리는 드래고니아 산으로 향하는 길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젠탈리온의 가장 북동쪽이자 국경을 맞댄 엘 메이아의 북서쪽에는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한 드래고니아 산이 위치해 있었다. 그 산으로부터 두 나라의 국경을 따라 산맥이 내려왔기 때문에, 북쪽으로 갈수록 산맥은 더더욱 높아지고 험해졌다.


그러던 중에 내 상태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었다.

표식의 공격은 곧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젠탈리온에 있었을 때처럼 일시적일 거라고 생각해서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 상태는 악화되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거의 오멜에게 반쯤 업히다시피 몸을 의지하며 산맥을 오르고 있었다.


“...오멜, 미안.”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만약에···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라도 살아줬으면 좋겠어.”

“그게 무슨 말이야? 열이··· 치료 결계를 펼칠 테니까 잠시만···”

“아냐, 아파서 괜히 헛소리하는 게 아니야. 왜냐면··· 지금 상태로는 전투력도 바닥이니까. 너에게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어. 짐이니까.”


몸에 열이 올라서 자꾸만 정신이 몽롱해졌다.

하지만 그 말은 진심이었다. 내가 드래곤이든 뭐든, 지금의 나는 오멜과 함께 싸울 수가 없다. 오멜이 아무리 10레벨의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이런 나를 지키면서 마법사 혼자서 다수와 근접전을 벌이는 건 무리다.

이렇게 우리를 안내해 주고는 있지만 막상 도착했을 때 에본윙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만일의 경우에 에본윙이 다시 우리를 공격하게 된다면··· 그때는 오멜은 나를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둘 다 죽을 뿐이다.


앞에서 나아가는 남자들을 따라가는 나와 오멜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오멜이 입을 열었다.


“그러지 않을 거야.”

“......”

“나는 너와 왕성을 탈출했을 때에 이미 너에게 죽었어. 지금 내가 살아 있는 건 전부 네 덕분이고, 나는 끝까지 너를 지킬 거야.”

“함께 죽는다고 해도?”

“함께 죽는다고 해도.”


아하하. 오멜은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분명 나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웃으며, 오멜의 재미없는 농담을 바보 같은 얘기라고 넘기며.

하지만 내 말문은 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틀림없이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이 앞에 에본윙을 이끄시는 에스티안님이 계십니다.”


그들의 말에 나는 힘겨워하는 고개를 들어 간신히 앞을 쳐다보았다.

에본윙의 지도자가 있는 곳이라 했을 때, 나는 최소한 건물을 상상했었다. 아니, 에본윙의 모두가 살 수 있는 마을이라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개를 든 내가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거대한 돌벽이었다. 그곳에는 입구조차 보이지 않았다.


앞장선 에본윙의 남자 중 한 명이 그 돌벽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익숙한 새까만 색의 마법석이었다.


“마법석을 열쇠로 사용하는 건가요?”

“...그다지 숨기지는 않겠습니다. 이런 마법석을 구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오멜이 마법사로서 흥미가 동했는지 그 장면을 보며 묻자 조금 떨떠름하다는 듯 남자가 답했다.


그 남자가 열쇠라고 하는 그 마법석을 꺼내어 돌벽에 가까이 서자, 벽의 아래쪽이 천천히 움직이며 균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균열은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을 크기까지 열린 후 멈췄다. 묘한 장면이었다.


“마법석은 얼핏 보면 마나를 공급한다는 동일한 목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 종류에 따라 다른 파장을 가집니다. 그래서 설령 이 방법을 누군가가 알아챈다 하더라도 동일한 파장의 마법석을 얻지 않는 이상 열쇠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균열을 통해 돌벽으로 들어섰다.

한 명의 남자가 오멜에게 덧붙였다. 그건 친절하게 설명한다기보다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에 가까웠다. 아니면 네 녀석이 원리를 알아도 소용없다는 자신감으로 보아야 할까.


그렇게 짧은 통로를 지난 후, 우리는 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놀랍게도 마을이 있었다.

마치 그릇과도 같은 모양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런 거친 산 가운데에 이런 마을을 형성한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마을 주변을 둘러싸는 높은 돌벽이 사방을 견고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그 모양은 산맥의 오아시스라고도 불리는 폰더레이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하지만 폰더레이에 비하면 몇 배로 견고한 벽에, 몇 배로 거대한 마을이었다.

그리고 전혀 다른 모양이기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 마을에서 심층의 모습이 떠올랐다.

탐구자에서 떨어져 나온 에본윙의 마을이 탐구자들이 건설하고 있었던 그 심층을 묘하게 떠올리게 한다는 점은, 그저 내 착각만은 아닐 거다.


외지인을 경계하는 날카로운 눈빛이 마을의 거리를 지나는 우리에게 꽂혔다.

이들 중 대다수는 어두운색의 로브를 둘러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상당히 기괴하게 보였다.

이들이 우리를 정말로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을까. 믿을 구석이라고는 내 팔에 새겨진 나이트메어의 표식과, 내 정체가 드래곤이라는 점이다.

지끈거리는 머리 때문일까,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들어오십시오.”


그렇게 마을의 안쪽으로 향한 우리는, 커다란 건물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우리를 안내한 세 명 중 한 명이 먼저 들어가더니 한참 후 나와 우리를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마치 신전 같네.’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느낀 것은, 이곳이 일반적인 건물이 아닌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바닥을 이루는 고급 자재, 이곳저곳에 쓰인 특수한 마법 기호, 까마득하게 높은 천장, 그리고 한 발짝 씩 걸을 때마다 묘하게 흐르는 고요하고 압도하는 분위기. 그건 마치 신전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렇게 이 묘한 분위기의 공간 가장 안쪽에, 어떤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나와 오멜을 바라보더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에 띄게 키가 큰 남자였다. 하지만 그 키에 비해 존재감이 강한 인상은 아니었다. 그의 날렵하며 까무잡잡한 체구를 덮은 어두운 로브의 밑단은 아마도 에본윙의 상징일 여러 장식이 달려 있었다.

그의 차분한 회색 눈동자가 오멜과 나를 번갈아서 쳐다보았다. 묘한 눈빛이었다. 텅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강한 신념이 느껴지는 눈동자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드래곤 죽이기 (Kill the Drago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00화 기념 인사 드립니다 24.12.19 9 0 -
107 #17. 보름꽃 (6) 25.01.13 1 0 13쪽
106 #17. 보름꽃 (5) 25.01.09 2 0 11쪽
105 #17. 보름꽃 (4) 25.01.06 3 0 12쪽
104 #17. 보름꽃 (3) 25.01.02 5 0 11쪽
103 #17. 보름꽃 (2) 24.12.30 7 0 12쪽
102 #17. 보름꽃 (1) 24.12.26 7 0 11쪽
101 #16. 우리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4) 24.12.23 7 0 14쪽
100 #16. 우리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3) 24.12.19 7 0 16쪽
99 #16. 우리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2) 24.12.16 8 0 11쪽
98 #16. 우리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1) 24.12.12 7 0 12쪽
97 #15. 너를 향한 마지막 인사 (5) 24.12.09 10 0 16쪽
96 #15. 너를 향한 마지막 인사 (4) 24.12.05 8 0 11쪽
95 #15. 너를 향한 마지막 인사 (3) 24.12.02 9 0 11쪽
94 #15. 너를 향한 마지막 인사 (2) 24.11.28 7 0 12쪽
93 #15. 너를 향한 마지막 인사 (1) 24.11.25 8 0 11쪽
92 #14. 조우 (6) 24.11.21 10 0 11쪽
91 #14. 조우 (5) 24.11.18 10 0 12쪽
90 #14. 조우 (4) 24.11.14 9 0 11쪽
89 #14. 조우 (3) 24.11.11 14 0 11쪽
88 #14. 조우 (2) 24.11.07 10 0 11쪽
87 #14. 조우 (1) 24.11.04 10 0 11쪽
86 #13. Till Death Do Us Part (12) 24.10.31 11 0 13쪽
85 #13. Till Death Do Us Part (11) 24.10.28 11 0 13쪽
84 #13. Till Death Do Us Part (10) 24.10.24 11 0 12쪽
83 #13. Till Death Do Us Part (9) 24.10.21 12 0 12쪽
82 #13. Till Death Do Us Part (8) 24.10.17 13 0 11쪽
81 #13. Till Death Do Us Part (7) 24.10.14 16 0 12쪽
80 #13. Till Death Do Us Part (6) 24.10.10 15 0 11쪽
» #13. Till Death Do Us Part (5) 24.10.07 21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