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죽이기 (Kill the 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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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YCE
작품등록일 :
2024.01.0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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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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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조우 (3)

DUMMY

“이전에 보았던 툼스크림 퀸 기억나? 마법진이 그려져 있던 녀석 말이야.”

“응. 기억해.”

“에본윙이라는 집단의 신념이 변질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뿌리가 탐구자에 있는 만큼 상당히 독창적인 마법을 발전시킨 것 같았어. 그중 하나가 몬스터와 상호작용하는 마법이야.”

“상호작용?”

“우리가 봤던 것처럼, 몬스터를 마법으로 통제할 수 있게 한다거나, 몬스터의 힘을 인간에게 부여한다거나···”

“으윽···”


오멜의 말을 듣고 보니, 분명 펠리스와 있었을 때에 만났던 그 에본윙의 남자는 이상한 보라색 구슬을 삼킨 후 몬스터로 변하였다.

그것도 일종의 에본윙의 마법과 관련되어 있던 거다.

나는 그제서야 몬스터와 상호작용한다는 오멜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기괴한 장면이 나도 모르게 다시 떠올라, 속이 메스꺼워졌다.


“에본윙이 집중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몬스터의 통제권을 얻은 뒤에, 그것을 몬스터 카니발에 섞어서 젠탈리온 쪽으로 내려 보내는 거야. 우리도 겪어 봤지만 심지어 그들이 손을 댄 몬스터는 마법적으로 강화시킬 수도 있거든. 안 그래도 남쪽의 전선에 병력을 보내기도 바쁜데 산맥에서 이런 몬스터들까지 내려오니까 상당히 곤란해하는 것 같아.”

“젠탈리온 입장에서 말이지.”

“응. 젠탈리온도 드래고니아 산맥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에본윙이 몬스터에게 수상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금방 눈치챈 모양이야. 그래서 아까 말한 대로 왕실 기사단의 일부를 움직여서 에본윙을 완전히 토벌하려 하고 있어.”

“그렇다면 기사단이 벌써 에본윙과 전투를 한 거야?”

“나는 그렇다고 들었어.”

“결과는?”


내 물음에 오멜은 즉답하지 않고 그저 어깨를 으쓱여 보일 뿐이었다.


“...젠탈리온의 왕실 기사단도 강하지?”

“드래곤 나이트의 전투력이 너무 막강하다 보니 자주 언급되지는 않지만, 왕실 기사단도 만만치 않아. 이 대륙에서 젠탈리온이라는 나라의 주도권을 유지시켜 주는 두 기사단이니까.”


오멜은 분명 왕실 기사단과 드래곤 나이트의 수석 마법사를 겸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말은 믿을 만한 정보였다.


“사실 젠탈리온이 에본윙을 그대로 뒀던 것은 단지 그 존재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었어. 이렇게 한 번 눈에 밟힌 이상 이들을 완전히 소탕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해.”

“그 정도로 강하다는 거지··· 왕실 기사단의 사람이면 너도 알고 있지? 누가 토벌대장을 맡았는지 알 수 있어?”

“아직 그 이야기는 듣지는 못했어. 그런데 에본윙의 거점 몇 군데를 순식간에 날려 버렸다는 이야기로 짐작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사일 거야.”

“전쟁 중인데도 그럴 여유가 있다는 말이지.”


문득 게이트포트에 있던 올리비아가 떠올랐다. 그녀는 분명 엘 메이아의 수석 기사의 신분으로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었다.

아마 짐작하건데 올리비아는 드래곤으로서 힘을 숨긴 채로 완전히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리비아는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것을 최대한 숨겨야 하기 때문에 분명히 자제하고 있을 거다.

드래곤으로서 모든 힘을 내보인다면 싸움은 편해진다. 하지만 틀림없이 의심받게 된다. 한 번 의심받기 시작하면, 그녀의 모호한 출신을 넘어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밝혀질 수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엘 메이아는 남쪽 전선을 쉽사리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젠탈리온은 나름 핵심적인 병력을 산맥으로 돌려 자꾸만 귀찮게 하는 에본윙을 일격에 소탕할 잠깐의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오멜,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이상한 생각이라도 한 건 아니지?”

“이상한 생각이라니. 날 뭘로 보는 거야. 그저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뜻이야.”


오멜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그저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내가 레비티스를 왜 살려 두었다고 생각해? 저들이 나를 플로리스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내 말을 따라서 움직여 줄 거야. 심지어 그게 플로리스의 예언을 이루기 위한다는 목적이었다면 더더욱 마다할 이유가 없지.”

“하긴···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젠탈리온의 영토를 뚫고 들어가야 할 테니까. 조력자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어. 솔직히 나는 내심 엘 메이아를 그 역할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본윙이라···”

“오멜도 틀리지 않아. 엘 메이아도 우리에게 좋은 조력자가 될 수 있어. 여차하면 우리가 엘 메이아의 용병으로 전쟁에 직접 참여할 방법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올리비아란 말이지··· 올리비아가 있는 이상 당장 그 방법은 쉽지 않을 거야. 그래서 찝찝하기는 하지만 일단 아쉬운 대로.”


오멜은 내 말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말은 결국 젠탈리온의 토벌대와 싸우겠다는 말이야?”

“응. 저쪽은 무조건 단기간에 에본윙을 소탕하려 할 거야. 왜냐하면 이곳과 남쪽의 전선과는 꽤 거리가 멀어. 이미 전선 자체도 젠탈리온의 영토로 들어온 이상 왕실 기사 급의 중요한 전력이 오래 자리를 비울 수는 없을 거야. 저들을 이길 필요는 없어. 단지 쉽사리 에본윙의 거점을 망가뜨리지 못하게만 하면 돼.”

“그편이 ‘부활한 플로리스’답긴 하겠네.”

“그렇지. 에본윙은 그런 플로리스를 원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 주자구.”

“예이, 예이.”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는 오멜의 어깨를 툭 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을 먼저 빠져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방문 바로 옆에는 에본윙의 남자가 마치 경호라도 하는 듯 엄숙한 자세로 서있었다.

방문이 열리고 내가 나오는 것을 본 그는 왕이라도 대하는 것처럼 바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깊이 숙여 보였다.

···정말로 익숙해지지 않네. 내가 이런 취급을 받다니, 민망함에 자꾸만 몸에 소름이 돋았다.


-


“플로리스님께서 직접 도와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의욕에 차 있습니다.”

“뭐, 뭐어··· 그거 다행이네요.”


그렇게 다음날 밤, 우리는 미리 이야기한 대로 젠탈리온 토벌대의 다음 타겟으로 예상되는 거점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에본윙은 드래고니아 산맥 곳곳에 거점을 만들어 두고 있었다. 그 거점들에서 특수한 마법을 써서 몬스터들을 제어하고, 또 이전의 툼스크림 퀸과 같은 강화된 몬스터를 만든다는 것 같았다.

따라서 거점이 파괴될 때마다 그들의 전투력은 급격히 깎여나간다. 무엇보다 그들이 집중하고 있던 것은 몬스터를 통해 젠탈리온을 공격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실제로도 꽤나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빠듯한 군사 자원을 사용해서 토벌대를 꾸려야 할 정도로 말이다.

확실히 툼스크림 퀸 수준의 몬스터들이 몬스터 카니발에 섞여 자꾸만 내려 온다면, 그 피해는 상당할 거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몬스터 카니발이 발생한 초기에 산맥 근처 마을의 주민들 대부분은 이미 내륙 깊은 곳으로 피난을 떠났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산맥 아래에는 일종의 저지선을 형성한 젠탈리온 정규군이 몬스터 카니발을 막아서고 있었다.

젠탈리온의 입장에서는 엘 메이아와의 전쟁과 동시에 전력을 이곳에 불필요하게 낭비해야 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부분을 엘 메이아가 노리기도 했다.


“상대에 대해서 확인된 정보가 더 있나요?”

“유감스럽게도 이미 말씀드린 내용에서 추가된 것은 없습니다. 인원은 20명 정도로 일반적인 기사와 마법사의 진형을 꾸리고 있고, 그중 토벌대장으로 보이는 기사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 정도입니다. 저희가 선두로 내세운 몬스터들을 순식간에 해치웠다고 하더군요.”


어둠이 내려앉은 숲에서 나무 사이로 비쳐든 달빛을 간신히 의지하며 우리는 산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나와 오멜 바로 앞에는 레비티스가 있었다. 그는 에본윙의 수장으로 원래라면 이런 위험한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굳이 내가 싸우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보겠다며 이렇게 끼어들게 되었다.

부활한 플로리스가 있다면 절대로 자신들이 지지 않는다는 무한한 신뢰라는 이름의 부담감 탓에 속이 뒤틀렸다.


나는 옆에 있는 오멜을 돌아보았지만 그 역시 여전히 토벌대장이 누군지는 감을 잡지 못한 것 같았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일 뿐이었다.


“괜찮으시다면 플로리스님께는 그 토벌대장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루비··· 아니, 플로리스와 함께 상대하겠습니다.”

“굳이 오멜경까지 필요하시겠습니까?”

“플로리스는 아직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여전히 불완전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옆에서 보조할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오멜에게 알겠다고 하는 레비티스의 말에는 ‘네 녀석이 돕지 않아도 플로리스님은 무적이시다’와 같은 미묘한 빈정거림이 섞여 있었다.

오멜 역시 우리가 일단은 에본윙과 함께 행동한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그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특히나 레비티스에 대해서는 지하에서 시작된 미묘한 갈등부터 나와 오멜을 동시에 속였다는 것에서 터진 분노까지 여전히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오멜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참아야 한다고 내심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이들이 나를 플로리스라고 믿고 있는 이상 우리의 목표에 큰 힘이 될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느 커다란 바위 근처에서 멈춰 섰다.

그 바위를 자세히 보니, 표면을 따라 복잡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건 이전 툼스크림 퀸이 있던 공터의 것과 유사해 보였다.


이곳을 ‘거점’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바위를 중심으로 꽤 넓은 공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도 툼스크림의 공터와 상당히 유사한 느낌이었다.


“이곳에는 에본윙이 제어하는 몬스터가 없는 건가요?”

“이 거점에서 관리하는 몬스터는 록타너스입니다. 며칠 전에 몬스터들의 흐름이 관측되어 그때 이 거점의 녀석들은 대부분 합류시켜서 젠탈리온으로 보냈습니다.”


며칠 전이라.

그건 꽤나 생생한 이야기였다. 이렇게 잠잠하고 평온해 보이는 공터에서 에본윙의 마법으로 제어된 몬스터들이 모여 있었다고 생각하니, 꽤나 이상한 기분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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