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죽이기 (Kill the Dragon)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HYCE
작품등록일 :
2024.01.08 19:44
최근연재일 :
2025.02.17 19:00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2,058
추천수 :
3
글자수 :
636,963

작성
24.12.19 22:44
조회
9
추천
0
글자
16쪽

#16. 우리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3)

DUMMY

“오멜! 거둬들여!”


마나 브레이크. 유지하던 배리어가 부서진다면 그 충격이 역류하며 내상을 입게 된다. 그건 마법사를 공략하는 정석적인 방법이기도 하고, 그녀가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배리어!”


오멜은 내 말을 따라 빠르게 배리어를 풀어냈다. 그리고 동시에 급하게 전개한 내 배리어가 그 자리를 메우듯 펼쳐졌다.

배리어는 충분한 전개 시간을 가지고 마나를 정밀하게 정렬해야 그 저항력이 강해진다. 따라서 아무리 내가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어설프고 급하게 전개한 내 배리어로는 마나 브레이크를 피할 수는 없었다.


툭, 하고 가볍게 떨어진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지근거리에서 발사된 화살은 단숨에 내 배리어를 깨부쉈다.

유지하고 있던 마나의 체인을 따라서 그 충격이 나에게 역류하는 것이 기분 나쁠 정도로 생생하게 느껴졌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콰직


내 품에서 꺼내 든 마법석 단검이 그녀의 활대와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

마나 브레이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게 불쾌했다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내상은 이제는 사소했다. 그 정도의 마나 브레이크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의 마나 레벨은 충분히 높았다.


내 뒤에서 오멜이 또다시 펼치는 배리어의 마나 흐름이 느껴졌다. 나는 안심하고 배리어 밖에서 그녀를 본격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를 연달아 공격하며 쉽사리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궁수가 거리의 이점을 포기한 상황에서 시간을 들여 몰아붙인다면 질 것 같지는 않았으나, 그럴 여유는 없었다.

나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이러는 동안에 올리비아와 로웨나의 싸움이 시작되기라도 한다면···


나는 의도적으로 그녀를 협곡의 벽 쪽으로 유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궁수임에도 근접전이 상당히 익숙한 듯 이리저리 몸을 뒤틀 때마다 마법 화살이 매섭게 날아왔다. 하지만 변변찮은 근접 무기 없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나를 떨쳐 내기는 쉽지 않은 듯, 조금씩 뒤로 밀려나던 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마법이 던져졌다.


“플레어!”


타오르는 화염구는 그녀를 향하지 않았다. 그녀가 등지고 있는 협곡의 벽면을 향해 날아간 마법은 커다란 폭발 소리를 내며 일시에 벽을 무너뜨렸다.

저 실력이면 이 정도에는 손끝 하나도 다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당장 시간을 버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는 연달아 무너지는 바위 파편에 가려진 그녀를 뒤로한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멜과 협곡 더 깊은 곳을 향해 달렸다.


“하아, 하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주변에서 엘 메이아와 젠탈리온의 기사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도, 그들이 맞부딪치며 싸우는 전장의 아우성과 날아오는 마법 사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와 오멜은 한참을 달렸다.

싸움은 이미 절정에 다다랐다. 그렇다는 건 올리비아와 로웨나는 이미 마주쳤을 가능성이 높았다.

자꾸만 마음속에서 치솟는 불안감을 도저히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쿵, 하는 떨림과도 같은 진동이 지면을 타고 흘러가나 싶더니 뒤이어 아주 강한 마나의 충격파가 피부를 날카롭게 훑고 지나갔다.


“오멜, 이건···”

“틀림없어. 로웨나의 마법이야.”

“어딘지 알 것 같아.”


자꾸만 입술이 바싹 말랐다.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마구잡이로 엉켜있는 엘 메이아와 젠탈리온의 기사들 사이를 빠르게 파고들었다. 오멜은 그런 내 움직임에 호응하듯 넓은 범위의 마법을 잇달아 쓰며 공간을 확보했다.

그들을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전장을 헤쳐 나가기 위해, 로웨나에게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전장 한복판을 뚫어내었다.


‘올리비아가 있어.’


전장의 반대편, 미묘하게 좁은 협곡의 통로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곳에는 올리비아가 있었다.

어째서 알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그건 마나의 흐름 때문이었을 거다. 마법이 난무하는 전장 곳곳에는 넘치다시피 마나가 흘러나와 있지만, 그럼에도 그 사이에 미묘하게 몸이 기억하고 있는 마나의 느낌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건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몸이 알고 있었다.

올리비아의 언니로서, 평생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 보내온 언니로서, 나는 올리비아의 존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알 수 있었다.


협곡에 치솟은 커다란 바위를 돌아나가는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명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한 명은 어두운 녹색을 띠는 머리카락을 높은 곳에서 하나로 묶고 있었다. 몸에 두르고 있는 가벼운 갑옷과 긴 외날창이 손에 단단히 들려 있었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얼굴은 분노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아니, 그 감정은 분노를 넘어서서 일종의 경멸과도 같은 것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은 그 내면에서 맴도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상대를 향한 적의와 온갖 악에 받친 감정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흘러나오고 있었다.

단지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에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정면에서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

조금 아담한 정도의 키에는 언밸런스할 정도로 등 아래로 길게 뻗어 내려온 화려한 금발. 그 손에는 황색의 마법석이 박혀 있는 긴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하얀 피부만큼 그 얼굴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옅은 미소까지 띄고 있었다.

상대를 얕보고 있다거나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랬더라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을 거다.

그녀의 표정은 순수한 궁금증에 가까웠다. 이것을 정말로 재밌는 상황이라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을 잡아먹을 듯 덮쳐 오는 살의에 가까운 감정을 그저 흥미롭다고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역겨웠다. 어떻게 그런 표정을 할 수 있는 거야.


“올리···!”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동시에 마치 끈적거리는 거대한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몸이 너무나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몸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다.

거리는 꽤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손은 로웨나를 향해 지면을 박차고 뛰어오른 올리비아를 차마 붙잡을 수 없었다.

로웨나는 여전히 미소 띈 얼굴로, 단칼에 자신을 쪼갤 창날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그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지팡이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그 모든 것이 정말로 천천히 움직였다.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올리비아의 발 끝에서 자갈이 튀어 나가는 것도, 천천히 지팡이를 들어 올리는 로웨나의 손짓도.

그 모든 것이 내 망막에 아릴 정도로 새겨졌다.


-오버플로우.


로웨나가 들리지 않는 소리로 입술을 옴작거렸다.

그리고 곧장 기분 나쁜 떨림이 온몸을 덮쳐왔다. 머리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를 것처럼 진동했다. 마법석으로 증폭된 것이 틀림없는 기분 나쁜 마나의 덩어리가 폭발하듯 공간을 휩쓸고 지나갔다.


-툭


그리고. 올리비아의 창은 로웨나에게 닿지 못하였다.

한 발짝, 두 발짝. 마치 마나가 소진된 골렘과도 같이 비틀거렸다. 그리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너무나 조용히,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이어지는 로웨나의 마법이 멍하니 자리에 주저앉은 올리비아의 심장을 관통하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손쉬운 표적을 노리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올리비아!”


마법을 따라 올리비아의 상체가 뒤로 스러진다. 그녀의 가슴에서 허공을 향해 새빨간 꽃이 피어난다. 너무나, 너무나 많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차마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올리비아. 올리비아···”


나는 올리비아를 끌어안은 채 그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멍하게 열린 동공의 끝이 희미하게 내 얼굴을 따라오고 있을 뿐이었다.


“흐응, 반가운 손님이··· 너희 둘이 북부에서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는 이야기는 바나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곳까지 왔을 줄이야.”

“...로웨나.”

“응, 루비. 오랜만이야. 나 기억하고 있어? 기억하고 있다면 기쁠텐데.”

“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찮은 일이었다는 듯 나를 향해 빙긋거리는 웃음을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는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차분하게 정렬하지도 못한 채 마구잡이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내 손끝에서 검붉은 마법진이 그려지고 마치 발작하듯 엉망진창의 마법이 로웨나를 향해 쏘아졌다.


-죽어. 죽어. 제발 죽어.


“루비! 안 돼! 지금 이대로 로웨나와 더 싸울 수는 없어. 제발···”


나는 내 옆에서 마법의 후폭풍에 비틀거리는 오멜을 향해 무어라 소리쳤다. 하지만 뭐라고 했는지는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로웨나 녀석을 죽여야 한다는 분노가 내 머리를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모든 마나를 다 써서라도 저년을 죽여야 해.


“루비! 물러나자, 제발! 올리비아에게 아직 숨이 붙어 있어. 치료를 시도라도 해봐야 돼!”

“으극···”


무심결에 깨문 입술이 찢어지며 비릿한 금속의 맛이 났다.

그래. 냉정하게 판단하면 오멜의 말이 옳다. 로웨나는 올리비아를 위해 오버플로우를 작성했을 거다. 하지만 그걸 여기서 바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배리어 뒤의 그녀가 나를 향한 오버플로우를 새로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떠나서 올리비아의 숨이 붙어 있다면, 조금이라도 빠르게 치료해야 한다.


나는 마나를 바닥에 가까울 정도로 모조리 끌어냈다.

엄청난 양의 마나가 쏟아지며 마치 공간 위로 아지렁이와 같은 왜곡까지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마나는 내 손끝을 따라 빠르게 공간 위로 펼쳐지고 정렬됐다. 주변의 공간을 모조리 덮을 정도로 거대한 마법진. 그리고 그 공간을 빼곡하게 채워나가는 여러 문양들.


마나의 형태는 화염. 순수한 화염은 모든 것을 불태운다. 흙도, 돌도, 공기도, 공간조차도.

그 본질은 파괴이자 소멸. 세계의 근본을 태우는 순수이며, 삶과 죽음의 경계조차 무너뜨린다.


-플레어


-


“...너희들은.”


간신히 도착한 안전한 장소에 오멜은 올리비아를 내려놓고 푸른빛의 마법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상당히 복잡한 마법을 전개하고 있는지, 꽤나 추운 날씨임에도 오멜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마법을 쓴 직후, 정신을 차린 내 눈앞에는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건 마치 세계라는 공간의 일부가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 마법을 시전한 중심 반경 일대는 모조리 증발 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소멸이었다.

하지만 로웨나는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마법과 부딪힌 누군가의 방어 마법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추측하기로는 바나도 어딘가에 함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건 일종의 드래곤 토벌 작전이기도 했다.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 하더라도 로웨나 혼자서 드래곤을, 그것도 인간인 척하고 있었다고 해도 온전한 드래곤을 감당하도록 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어쩌면 사울로 단장까지 있었을지도 모르지. 지금에서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올리비아, 올리비아···”

“아직 말하지 마. 젠장, 마나 폭주가 멎지 않아···”


오멜이 마법을 전개한 지 얼마가 흘렀을까. 죽은 듯 감고 있던 올리비아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하지만 상태는 여전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비정상적으로 열려 있는 그녀의 동공은 금방이라도 힘을 놓고 완전히 풀려 버릴 것 같았다.


“...그런 마법으로는··· 회복되지 않아. 내 상태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어.”


콜록.

올리비아는 기침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와 오멜은 침묵했다. 마치 핏덩어리라도 속에 품고 있는 것이 아니면 이 양의 피는 도저히 나올 수가 없었다.


여전히 마법을 전개하고 있는 오멜의 손끝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허튼 수고··· 할 필요 없어.”

“포기하지 않아.”

“흥··· 어리석은 짓을···”

“포기하지 않으니까. 너도 포기하지 마.”


오멜은 이를 악물고 마법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조용히 올리비아의 손을 붙잡았다.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그 손가락 끝이 움직이려는 듯 잠시 움찔거렸지만 그녀가 두 번째로 피를 토해내며 다시 그 힘을 잃었다.


“콜록, 콜록···”

“...올리비아.”

“...그 표정을 보아하니 넌 아직도 스스로를 루비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응. 네가 아무리 부정해도 내가 루비인 것은 변하지 않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고. 그렇기 때문에 너는 영원히 내 여동생이야.”

“...무언가 확신이라도 있었나 본데.”

“있었어.”


올리비아는 리저렉션이 새겨진 마법석을 해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따라서 그녀는 정확한 내막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마법석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루비를 잇는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내 기억도, 내 생각도 다른 누구가 아닌 루비의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올리비아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 시선을 끝까지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난 여전히 모르겠어. 언니와 어느 것 하나 닮지 않은 너를 보고 언니를 떠올리라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아.”

“알고 있어. 이해해.”

“언니는··· 바보 같은 드래곤이었어. 그렇게나 강하면서, 인간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는 바보 같은 말을 늘어놓고는 했어. 몇 번이나 화를 내도 소용없었어. 그저 바보같이 웃으면서··· 말도 안 되는 이상론을 꺼내 들고는 했어. 그렇게 세상이 편리하게 돌아갈 리가 없는데도.”


올리비아는 목에 피가 고이는지 숨 쉬는 것을 버거워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옆으로 돌려 피가 흘러나올 수 있게 해주었다.


“좋아할 구석 하나 없는 언니였어. 언니로서는 낙제점이었지. 그런데도, 그런데도··· 정말 행복했어. 정말로··· 엄마랑 세 명이서 같이 밥을 먹는 것도,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행복했어.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미안··· 나··· 기억나지 않아서···”

“...흥. 그렇겠지. 그럴 거야··· 너는 언니가 아니니까···”


올리비아는 뚝뚝 끊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랑 언니의, 복수를, 하고 싶었어.”

“......”

“산맥 곳곳에 사나운 몬스터들이 많은 것은 이미 알고 있었어. 그것들을 젠탈리온으로 밀어 넣는다면··· 모든 계획이 쉽게 해결될 거라 생각했어. 결국 반 정도는 틀렸지만.”


올리비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는 두려웠다. 덜덜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저 올리비아의 손만을 붙잡을 뿐이었다.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야. 네가 있으니까. 너라면, 젠탈리온에 복수해 주겠지? 그들에게 되갚아 주겠지?”

“...나는···”


젠탈리온에 대한 복수.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그건 분명 올리비아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거다.

나는 젠탈리온 모두가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언석에서 시작된 거짓말, 그것을 없애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미안.”


올리비아에게 거짓말이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야 됐을까. 그렇게 해야 올리비아의 마음이 편해졌을 텐데, 선한 거짓말조차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건 내 아집이 아닐까.

하지만 나는 올리비아의 물음에 빈말이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도저히 답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래?”


하지만 올리비아는 실망도, 화도 내지 않았다. 그 대신 작은 소리로 웃었다.

나는 예상치 못한 그 반응에 깜짝 놀라 올리비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정말로 웃고 있었다.


“젠장, 젠장···”


옆을 돌아보자 오멜이 욕설을 내뱉는 것이 보였다.

마법진은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고 안정적으로 전개되어 있었다. 마나의 공급도 원활했다.

하지만, 오멜이 그런 반응을 한다는 의미는 명확했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올리비아?”


올리비아는 더 눈을 뜨지 않았다. 내 손에 잡힌 그녀의 손이, 툭, 하고 힘없이 떨어졌다.


“고마워, 언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드래곤 죽이기 (Kill the Drago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00화 기념 인사 드립니다 24.12.19 9 0 -
117 #19. 매듭을 풀다 (1) NEW 14시간 전 1 0 14쪽
116 #18. 맹세 (7) 25.02.13 3 0 13쪽
115 #18. 맹세 (6) 25.02.10 6 0 12쪽
114 #18. 맹세 (5) 25.02.06 7 0 11쪽
113 #18. 맹세 (4) 25.02.03 7 0 13쪽
112 #18. 맹세 (3) 25.01.30 7 0 12쪽
111 #18. 맹세 (2) 25.01.27 7 0 12쪽
110 #18. 맹세 (1) 25.01.23 9 0 12쪽
109 #17. 보름꽃 (8) 25.01.20 7 0 11쪽
108 #17. 보름꽃 (7) 25.01.16 10 0 13쪽
107 #17. 보름꽃 (6) 25.01.13 7 0 13쪽
106 #17. 보름꽃 (5) 25.01.09 7 0 11쪽
105 #17. 보름꽃 (4) 25.01.06 7 0 12쪽
104 #17. 보름꽃 (3) 25.01.02 8 0 11쪽
103 #17. 보름꽃 (2) 24.12.30 11 0 12쪽
102 #17. 보름꽃 (1) 24.12.26 9 0 11쪽
101 #16. 우리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4) 24.12.23 10 0 14쪽
» #16. 우리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3) 24.12.19 10 0 16쪽
99 #16. 우리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2) 24.12.16 11 0 11쪽
98 #16. 우리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1) 24.12.12 10 0 12쪽
97 #15. 너를 향한 마지막 인사 (5) 24.12.09 12 0 16쪽
96 #15. 너를 향한 마지막 인사 (4) 24.12.05 11 0 11쪽
95 #15. 너를 향한 마지막 인사 (3) 24.12.02 11 0 11쪽
94 #15. 너를 향한 마지막 인사 (2) 24.11.28 9 0 12쪽
93 #15. 너를 향한 마지막 인사 (1) 24.11.25 10 0 11쪽
92 #14. 조우 (6) 24.11.21 12 0 11쪽
91 #14. 조우 (5) 24.11.18 12 0 12쪽
90 #14. 조우 (4) 24.11.14 12 0 11쪽
89 #14. 조우 (3) 24.11.11 16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