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아포칼립스에서 살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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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kind
그림/삽화
원숭이가친절해
작품등록일 :
2024.01.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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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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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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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지구의 반격

DUMMY

남극대륙 중심부의 어느 산맥, 두텁게 쌓여 있던 빙하는 온난화로 차츰 녹아내려 약간의 흔적만 남긴 채 그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느 순간 하얀 이불을 덮고 잠들어 있던 거인이 깨어나며 기지개를 펴듯 산맥 한쪽에서부터 묵직한 진동이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진동은 지진이 되어 한동안 남극대륙 전체를 뒤흔들었다.

며칠 동안 이어지던 지진이 잠잠해지며 낯선 정적이 감돌았을 때 드디어 산맥은 세상을 향해 포효하듯 검붉은 마그마를 뿜어낸다.

그리고 지진과 화산폭발로 재활용 음료캔처럼 찌그러지고 찢어진 산맥의 한쪽 구석, 마그마와는 다른 무언가가 뿜어져 나온다.



아포칼립스(apocalypse)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찾아왔다.

3차 세계대전도 아니었고 팬더믹도 아니었다. 혹은 영화 속 한 장면과 같은 외계인이나 다른 세상의 존재들의 침입도 아니었다.

유난히 예년보다 더 변덕스러웠던 북반구 겨울의 시작, 모두들 그저 심화된 환경오염으로 인한 일시적인 기상이변이 또 나타났다 정도로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춥고 따듯함의 반복은 지구의 경고가 아닌 집행이었고, 이를 알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어 버렸다.


이변은 남반구에서 시작되었다.

온난화로 해빙된 남극의 한 지역에서 그 동안 잠자고 있던 작은 화산 하나가 폭발하였다.

뉴스에서 토픽(topic)으로 다뤄졌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선 잠시 스쳐지나갈 정도였던 작은 사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화산은 그 동안 지반과 얼음에 막혀 있던 어떤 입구를 열어버렸고, 그 입구에서는 지구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미지의 물질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갑자기 지구의 대기가 바뀌기 시작하였다.

지구는 무자비한 인간들의 횡포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대기 중에 미지의 물질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동물들이 그리고 식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잠든 틈에 그리고 우리가 보고 있는 순간에도 진행되었고, 아무도 그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생명체들이 공기에 녹듯이 붕괴된 자리에는 크리스탈(crystal)과 같은 조각이 남아 있었다.

인류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그 조각들의 정체를 알아내려 하였지만, 인류의 기록된 역사와 문명에서는 결국 찾을 수 없던 물질이었다.

그러는 동안 그 물질의 농도는 정점에 이르렀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은 인간과 함께 아포칼립스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물질은 지구의 공기와 물을 포함한 모든 부분들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누군가는 그 미지의 물질을 ‘지구의 눈물’이라고 불렀고, 또 누군가는 ‘신의 징벌’로 불렀다.

하지만 마치 마법처럼 생명체들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이 미지의 물질을 원시 세계관에 등장하였던 ‘마나(mana)’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현상으로 생명체가 사라지는 현상을 ‘마나화(Return to mana)’로, 결정체를 남기는 현상을 ‘마결정화(Mana-crystallization)’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졌던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잠시의 답답함 뒤에 해방감을 느낀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고통은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이별의 슬픔을 감당해야 했다.

다시 겨울이 찾아오고 마나의 농도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살아남은 생명체들에게 마나는 더 이상 낯선 물질이 아니게 되었다.

공기의 시원함과 따뜻함을 느끼듯 사람들은 더욱 친밀하게 마나를 느꼈다.

그리고 사람들은 결국 마나화 되는 과정를 이해하게 되었다.


생명체들은 호흡 등을 통하여 환경과 생명의 기본 단위를 순환하는데, 마나 또한 사람 몸에 자연스레 흡입되거나 배출되게 되었다.

이것을 ‘마나호흡’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흡입된 마나가 배출되지 못하는 ‘마나경직’ 상태가 일정 시간 이상 유지되고, 마나경직 상태에서 마나를 더 흡수하게 되어 신체 내 마나의 밀도가 일정 수준 이상 증가 되었을 때, 응집된 마나는 결국 결정화되는데 결정화가 시작되는 순간 빠르게 과밀도 현상이 가속되다 유리결정이 깨어지듯 깨어져 다시 지구로 흡수되었다.

이렇게 깨어질 때 응집이 가장 강한 부위, 즉 마결정이 남겨지게 되었다.


마결정은 생명체의 붕괴 시에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식물의 열매나 뿌리, 줄기에서도 만들어지기도 하였고, 생명체가 아니라도 마나 응집이 발생하는 자연 상태에서도 만들어졌다.

생명체의 마나화는 마나의 등장 이후 첫 번째 겨울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식물은 50% 정도가 사라졌고 사람과 동물은 90%가 사라졌다.

그리고 결국 그 해 겨울까지 인류는 1%만 남게 되었다.

이때를 기준으로 마나 농도의 정점, 또는 아포칼립스라 불렀다.


바뀐 세상에 남은 극소수의 인류는 마나화 되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고 생존을 이어가게 되었지만, 너무 적어진 인구로 인하여 더 이상 문명을 이어가기 힘들게 되었다.

그렇게 기존 세상은 붕괴되어가고 있었고, 세상을 이루었던 국가와 이념과 같은 것들 또한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마나는 마치 보물을 감싸듯 지구를 보호하고 있었다.

마나 정점 시기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며 문명의 제반 설비들 또한 가동을 멈추었다.

남은 사람들은 전력차단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가 가열되지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비상전원까지 공급이 중단된 이후에도 생존자들이 우려하던 일은 생기지 않았다.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마나가 발열을 막았으리라 추측할 뿐이었다.

어찌되었든 남은 인류는 연쇄적인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


생명체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마나화를 피한 생명체나 새로운 변이종들이 그 자리를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식물들이 빠르게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으며 동물들도 서서히 개체를 늘려 나갔다.


최초의 변이 식물로 알려진 ‘마나초’는 지구상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잘 자랐다.

뿌리와 잎을 통하여 수분과 양분뿐만 아니라 마나도 추출하여 흡수하였다.

그리고 마나가 제거된 일부 물과 공기를 다시 배출하였다.

마나가 충분히 흡수되면 흰색계열의 반투명한 꽃을 피우고 꽃잎과 비슷한 색의 씨앗을 품었다.


그리고 마나초에서 변이된 식물들 가운데 ‘정화초’라 불린 변이종은 특정 물질을 정화할 수 있었다.

이 종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심하게 오염된 땅에서 자라던 마나초 군락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지속적으로 마나와 플라스틱을 흡수한 마나초가 정화초로 변이되면서 플라스틱의 흡수와 정화에 특화된 식물종이 된 사례였다.

특이한 것은 정화초는 특정 한 가지 물질에만 유효했으며, 주변에 특정된 오염물질을 녹여 미세화 할 수 있는 성분을 배출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녹인 오염물질을 흡수하며 성장하였다.

충분히 성장하여 블랙계열의 꽃을 피우고 씨앗까지 떨어지고 나면 이 식물들은 마나초처럼 마결정화되어 마결정을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마나화되었다.


마나호흡을 터득한 동물들은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주로 마나초 주변에서 살아가던 동물들이었다.

이 동물들은 생활공간이 마나초로 인하여 마나 농도의 변화로 마나순환이 발생하자 여기에서 마나호흡법을 터득하고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살아남은 동물들은 수명이 크게 증가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지만 사람들은 마나가 지구를 정화하듯이 동물들의 몸도 정화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나호흡은 반복될수록 더 자연스러워지고 많은 양을 순환할 수 있게 되었다.

마나의 순환이 잘 되는 동물일수록 기본신체 능력이 상승하게 되었으며 수명도 더욱 늘어났다.

동물들처럼 살아남은 인류들도 마나로 인해 더 건강해지고 수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미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은 변이종이 된 것이다.


마나가 퍼지면서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사체를 남기지 않고 마나화 되는 경우가 생겨났다.

생존자들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부산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마나화 되기 전에 부산물을 수확해야 했다.

그리고 마나화 되는 경우에는 마결정을 남겼는데,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대부분의 경우 레드계열의 마결정을 남겼으며, 식물의 경우에는 육지식물은 그린계열의 마결정을 남겼으나 해양식물은 블루계열의 마결정을 남겼다.


다양한 색의 마결정에는 마나가 머물던 개체나 장소의 특성이 마나와 함께 응집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자들은 마결정의 활용방법들을 조금씩 터득하기 시작하였다.

일부분이긴 하지만 인류가 마나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나는 인류를 멸종직전까지 몰아갔지만 병들어 가던 지구를 회복시키고, 생존자들에게 새로운 문명을 시작 할 기회를 주었다.


인간들이 극단적으로 줄어들면서 탁했던 하늘은 조금씩 원래의 색을 찾아가기 시작하였다.

땅에는 동물이 줄고 식물이 늘어가면서 점점 푸르러 졌으며 사막의 면적도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마나를 품은 바다는 해변으로 블랙계열의 마결정을 밀어내며 점차 정화되고 있었다.

인간은 아포칼립스를 맞이하였지만 지구는 서서히 회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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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수전(水戰) 24.09.10 58 2 12쪽
130 4차 북풍 24.09.08 6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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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다크엔트?(1) 24.09.02 5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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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거신병(1) 24.08.30 6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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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첫 항해(1) 24.08.27 6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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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삶과 죽음의 수확(1) 24.08.21 66 3 12쪽
119 천재지변 24.08.18 76 4 12쪽
118 나는 드워프다! 24.08.17 82 3 12쪽
117 엔트쉽 24.08.15 88 4 13쪽
116 그림자 전쟁(4) 24.08.13 87 3 12쪽
115 그림자 전쟁(3) 24.08.11 90 5 12쪽
114 그림자 전쟁(2) 24.08.10 84 4 11쪽
113 그림자 전쟁(1) 24.08.08 90 5 12쪽
112 신한국(2) +1 24.08.06 91 4 12쪽
111 신한국(1) +1 24.08.04 92 4 12쪽
110 춘천쉘터 24.08.03 81 3 12쪽
109 북풍(3) 24.08.01 86 3 13쪽
108 북풍(2) 24.07.30 82 3 13쪽
107 북풍(1) 24.07.28 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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