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아포칼립스에서 살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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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kind
그림/삽화
원숭이가친절해
작품등록일 :
2024.01.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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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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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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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의 열매

DUMMY

다시 세상을 생명으로 가득 채울 준비의 계절인 봄이 돌아왔다.

세상은 다시 조금씩 연두색 푸름으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세계수-마더 아래 랩시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오늘은 랩시티 최초 결혼의 맹세가 있는 날이었다.

두 쌍의 남녀는 마더 아래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앞으로의 삶을 약속했다.


주인공은 레이첼과 성진, 그리고 초이와 준혁이었다.

이 레이첼과 김성진은 랩시티 공식 연인이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완전히 의외였다.

두 사람의 연애는 양초이의 적극적인 러쉬로 이뤄졌다.

초이의 말로는 공원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이 갔다고 했다.

여하튼 연애에 가장 관심 없을 것 같던 외부작전팀장의 깜짝 선언은 랩시티를 놀라게 하고 환호하게 했다.

양초이의 독립 소식에 가장 환호했던 사람은 초이의 동생인 양철호 였다는 후문도 있었다.


결혼의 맹세가 끝나자 세계수-마더는 두 부부에게 호두만한 크기에 마나결정을 선물했다.

이건 그동안 봐왔던 마나결정과는 조금 달랐는데, 딱딱하지 않고 손으로 가볍게 누르면 크기가 변했다가 힘을 빼면 다시 원래 모양으로 돌아왔다.


‘체리. 저 마나결정은 뭐야?’

‘뭐라고! 마나결정이라니~ 그건 세계수의 열매로 불리는 생명의 씨앗이라고.’

‘생명의 씨앗?’

‘그래! 너희가 새로운 생명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순수한 마나 결정체야.’

‘그럼 마나결정이 맞잖아.’

‘에효~ 아니라니까~! 세계수의 열매는 복용자에게 맞춰져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먹은 사람이 순차적으로 필요한 마나만 보충해줘. 마나 과흡수 같은 부작용이 전혀 없어. 보통 마나결정에 비교하니 어이가 없네.’

‘아!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 세계수의 열매 귀한 줄 모르니 앞으로 만들지 말아야겠네.’

‘엉? 아니 그게 아니고 그게 뭔지 몰라서 그랬지. 그렇게 귀한 건지 몰랐어. 미안해. 화 풀어.’

‘나 삐졌어! 세계수의 열매를 하나 만들려면 얼마나 공을 들여야 되는데 그렇게 쉽게 말할 수가 있어.’


삐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체리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지만, 성장하며 감정의 표현마저 풍부해진 다음부턴 한번 삐지면 오래갔기 때문에 이쯤에서 달래줘야 했다.

하지만 체리가 랩장의 건조한 반응에 삐질 만큼 세계수의 열매는 절대 그저 그런 물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체리의 반응이 부족할 만큼 대단한 물건이었다.


세계수의 열매는 이름처럼 세계수만이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비슷한 아류는 다른 수단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효과 면에서 세계수의 열매를 도저히 따라오지 못했다.


세계수는 웬만해서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

그래서 보기 어려운 열매를 대신해서 세계수가 만든 생명의 씨앗을 세계수의 열매라고 부르는 것이다.


세계수의 열매라 불리는 생명의 씨앗을 만들기 위해 세계수는 가지 한쪽에 결계를 형성하고 그 공간 내의 마나를 완전히 제거한다.

일종의 진공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는 줄기로만 필요한 마나와 마나정보들을 공간에 공급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세계수의 열매를 만드는 것은 많은 마나가 필요한 게 아니라 마나에 대한 섬세한 조절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마나를 아주 섬세하게 조립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장악할 수 있어야 했다.

이런 작업이 가능한 존재는 세계수 밖에 없었다.


세계수의 열매는 그런 존재가 만든 결과물이었다.

2세를 가지려는 사람이 먹으면 마나의 자기 보호 본능을 해제시켜 임신이 가능하게 해주고, 마나 고갈 없이 아이를 키워낼 수 있게 필요한 마나를 조절하여 보충해 주었다.

그리고 일반 사람이 먹으면 마나훈련 없이 바로 마나하트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었다.


세계수의 열매가 가진 효능은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았다.

마나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엄청난 아이템이었다.

아마도 세계수의 열매를 먹고 이 두 부부가 아이를 가진다면 그 아이는 이미 업그레이드 된 마나하트와 에고까지 가지고 태어나게 될 것이었다.


세계수-마더는 체리를 통해 랩시티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세계수의 열매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두 부부에게 선물한 열매도 벌써 오래 전 레이첼과 초이과 대화 후 만들기 시작한 결과물 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사람이 원할 때 사용하기만 하면 되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면 이 열매들은 자동으로 분해되어 사라지게 설계되어 있어 타인이 욕심을 부릴 수 있는 대상도 아니었다.



‘체리, 궁금한 게 있어?’

‘뭐야. 이 무식한 인간님아.’


아무래도 삐진 체리를 달래는 건 쉽지 않을 거 같았다.


‘미안해~’

‘알았어. 궁금한 게 뭐야?’

‘아포칼립스 이후에 지금껏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없었잖아. 그런데 이제 세계수의 열매를 이용하면 아이들이 태어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런데?’

‘그럼 다른 곳에 인간들은 아이들을 가질 수 없는 거야?’


‘아하. 시티연합에 다른 사람들을 말하는 거구나.’

‘맞아. 그 사람들도 아이를 가지는 게 가능한 지 궁금해.’

‘세계수의 열매만큼 완벽하진 않지만 대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

‘방법들? 한 가지가 아니라는 거야.’

‘한 가지 일리가 없잖아. 마나 영향만 제거하면 되는데. 마나를 줄이거나 없애거나 아니면 채우거나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

‘그렇구나. 가장 쉬운 방법은?’

‘알려주기 싫어.’

‘응?’


아직 체리는 삐져 있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만 화 풀어.’

‘반성한다면야. 이번은 넘어가 주지. 방법은 순수마나 적정량을 지속적으로 먹이면 돼.’

‘그게 쉬워?’

‘지금 다른 지역에서 쓸 수 방법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쉽다는 거야. 순수마나결정을 아주 작게 가공해서 섭취하든가 마나수를 적정량 먹이든지 두 방법 모두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거잖아. 아니면 다른 마나집약체를 섭취해도 좋고.’


잠시 생각 후 다시 체리에게 물었다.


‘이번에 잡아온 혼 냐르라는 고블린이 만든 변환이 손이라는 걸 이용하면 마나수도 생산이 가능할까?’

‘그건 마나를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마나로 물질을 재설계하는 장치야.’

‘그렇구나.’

‘랩장. 너 갈수록 멍청해지는 거 같아. 쉬운 방법을 알고 있잖아.’

‘내가?’

‘아유~ 답답해! 전에 거대 곤충들이 번식하려고 마나결정하고 마나초를 먹으려 모였다며. 마나초! 마나초!’

‘아! 맞네! 그랬었지.’


‘근데 적정량을 모르잖아.’

‘몰라? 알려줘?’

‘알고 있어?’

‘사람마다 차이가 나니 정확한 양은 알 수 없지만 대략은 간단하지. 임신 전에는 엄지손톱 정도 크기 정도를 매일 먹어주고, 아이가 생기고 나면 잎 하나씩을 매일 먹으면 적당할거야.’

‘그걸로 될까?’

‘어쩔 수 없어. 세계수의 열매만큼은 힘들어. 그래도 그 정도만 잘 지켜도 아이와 엄마 모두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거야.’


아포칼립스 이후 더 이상 아이들이 생기지 않는 문제와 원인은 이미 식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생존 자체가 문제인 상황에서 다른 것들을 생각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동물들의 경우 자연에 있는 식물과 동물의 섭취를 통해 자연스레 마나에 적응을 하고 있었다.

자연에 동식물에 마나가 스며들며 양분 외에 마나 공급원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난생인 생명체들은 필요한 마나량이 적어 좀 더 수월했다.


그에 비해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들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마나의 자기 보호 본능을 해제시킬 정도의 마나 흡수가 필요해서였다.

음식을 통해 흡수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이번 체리와의 대화를 통해 좀 더 마나가 응집된 음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답은 마나초였다.

지금껏 마나초를 먹는다는 생각을 거의 못했기 때문에 가까이 있으면서도 찾지 못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되었고, 각 공동체가 기르고 있는 마나초도 충분했다.

빠르게 공유할 필요가 있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잡혀온 혼 냐르는 고블린 세계에서의 천재 같은 존재였다.

세계수에 비하면 갓난 아이의 수준이었지만, 이 고블린은 마나를 장난감 블록처럼 쌓아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세계수-마더 조차도 놀라워했다.

그리고 혼 냐르가 만든 변환의 손은 정말 놀라운 발명품이었다.


‘물로 자동차 연료유를 만들어 내다니!’


모두가 놀라워했다.

하지만 마더를 통해 자세히 분석했을 때, 아직 결함이 많은 장치임을 알게 되었다.

마더는 혼 냐르 버전의 ‘변환의 손’을 분석하여 더욱 완벽한 장치로 개선하였다.

마더 버전에서는 제어장치에 입력장치와 분석장치를 추가하여 원하는 물질의 샘플을 일정량 흡수시키면 그 때부터 그 물질로 변환시킬 수 있었다.


혼 냐르가 설계한 제어계통에서는 샘플이 아닌 기억으로 입력된 정보로 연료유를 생산했기 때문에 인간들이 사용하는 연료유와 성상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

그래서 장기간 사용 시 자동차 엔진을 망가뜨릴 수 있는 연료유였다.

반면에 마더 버전에서는 샘플을 직접 흡수시켜 오차를 줄였다.


정작 어려운 부분은 딥그레이 메탈 본체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딥그레이 메탈은 마철과 같은 마나가 섞인 금속이 아니라 자체가 마나금속이었다.

마나금속은 자연계에선 합성될 수 없지만 마나장 안에서는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사용되는 금속은 지구에서 가장 흔한 금속인 알루미늄이었다.

설계된 마나장 안에서 알루미늄 원소를 쪼개고 쪼개져 사라진 부분을 변형된 마나로 채워 넣어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 내는 식이었다.

원소를 쪼개고 다시 합성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했으며, 다른 요인의 개입이 있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확산하는 마나를 통해 주변을 차단하고 에너지와 변형된 마나 같은 재료를 공급했다.

고블린들은 마나장으로 영역을 격리하고 그 안에서 이 작업들을 진행했다.

하지만 마나 제어가 쉽지 않았기에 필요보다 더 많은 마나결정을 확산 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계수-마더의 경우에는 달랐다.

마나 제어를 위한 생명체라고 할 정도로 마더는 마나 제어에 능숙했다.

마더는 그것을 증명하듯 마나결정과 알루미늄을 요구했고, 그 자리에서 보란 듯이 아홉 세트의 마더버전 변환의 손을 만들어 냈다.


지켜보던 모두가 입을 벌리고 놀라워 할 만 한 상황이었다.

만들어진 변환의 손들은 보급팀으로 전달되었다.

연료유는 만들어 사용해야 할 만큼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보급팀에서 식재료나 음식을 만드는데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때부터 고블린식 명칭인 ‘변환의 손’이 아닌 ‘물질변환기’로 불리기 시작했다.


물질변환기의 등장을 가장 반긴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바로 경태형님을 비롯한 김차장, 박용철, 랩장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줄어든 재고를 의식해 소주가 잘 나오지 않았는데, 물질변환기의 등장으로 소주가 주전자 째 나오게 되었다.

애주가들로서는 정말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잡혀 온 이후 혼 냐르는 작은 신수 부족에 정착했는데, 어쩌다 한 번씩 랩시티로 들르게 되면 사람들로부터 알 수 없는 호의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물질변환기는 추가로 생산되어 시티연합의 각 시티들과 레인저 지대 그리고 마나시티에 각각 열 세트씩 보급되었다.

물질변환기를 선물 받은 각 공동체들은 이 신비로운 장비의 가치를 높게 여겨 소중하게 관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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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다크엔트?(1) 24.09.02 5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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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거신병(1) 24.08.30 5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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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첫 항해(1) 24.08.27 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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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삶과 죽음의 수확(1) 24.08.21 64 3 12쪽
119 천재지변 24.08.18 74 4 12쪽
118 나는 드워프다! 24.08.17 80 3 12쪽
117 엔트쉽 24.08.15 86 4 13쪽
116 그림자 전쟁(4) 24.08.13 85 3 12쪽
115 그림자 전쟁(3) 24.08.11 88 5 12쪽
114 그림자 전쟁(2) 24.08.10 82 4 11쪽
113 그림자 전쟁(1) 24.08.08 87 5 12쪽
112 신한국(2) +1 24.08.06 89 4 12쪽
111 신한국(1) +1 24.08.04 90 4 12쪽
110 춘천쉘터 24.08.03 79 3 12쪽
109 북풍(3) 24.08.01 84 3 13쪽
108 북풍(2) 24.07.30 80 3 13쪽
107 북풍(1) 24.07.28 8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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