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아포칼립스에서 살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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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kind
그림/삽화
원숭이가친절해
작품등록일 :
2024.01.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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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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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계절(2)

DUMMY

오크의 등장은 동맹과 비동맹의 구분 없이 생존한 인류에게 지급으로 전파되었다.

랩시티에서 시작된 소식은 시티연합 소속의 공동체들과 마나시티 그리고 이스트, 레인저 지대에 먼저 알려졌다.

그리고 수도권 전진기지를 통해 인근의 인간 공동체들에게 전달되고, 레인저 지대에 의해 대추마을에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대추마을에서는 남부연합에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랩시티 사람들도 이미지를 보고 나서야 겨우 받아들인 위협을, 전해들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오크라는 위협을 좀처럼 실감하지 못했다.

다만 랩시티라는 존재의 무게감을 아는 사람들만이 억지로라도 위험하다는 경고등을 켜기 위해 노력했다.


반면에 작은 신수 부족의 고블린들은 오크의 등장 소식에 혼이 나갈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타날지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충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랩시티 밑으로 귀속된 작은 신수 부족은 기존에 기억의 전승과 함께 세계수-마더가 전해주는 기억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부족의 규모 성장에 비해 많은 기억들을 개방한 상태였다.

그러니 오크의 등장이 더욱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고대의 고블린들이 오크에게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칸차시여! 오. 오. 오크가.”


급하게 랩시티로 달려온 작은 신수 부족의 부족장 카사-토토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카사-토토. 진정해.’

“하지만, 오크는 투쟁에 미친 존재들입니다!”

‘알고 있어. 그러니 진정하라고.’

“그들이 우릴 먼저 노릴 겁니다!”

‘너희는 혼자가 아니다!’


그제야 울 듯 소리치던 창백해진 얼굴의 카사-토토의 눈동자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곤 그의 칸차를 쳐다 보았다.


“죄송합니다. 칸차시여.”

‘아니야. 너희 종족의 숙원을 알고 있어. 너희가 우리에게 한 약속들을 지키는 한 너희가 버림받을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 두려워 말고 너희의 역할을 다해줘.’



오크의 등장 소식으로 랩시티를 중심으로 한 동맹이 잠시 어수선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을 때, 라 왕국의 서벌군은 병력을 재정비하여 다시 서쪽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서벌군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버린 진주지역 주변까지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다.

그리곤 서진을 멈추었다.

이제 그들도 내실을 다질 때였다.


라 왕국은 기존의 영토보다 몇 배나 더 큰 영토를 확보함으로써 그들이 꿈꾸던 고블린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 초석을 마련하였다.

영토가 확보되자 정찰견의 염탐에도 발각되지 않았던 수많은 고블린들이 서쪽으로 이주하며 곳곳에 마을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최소 3만 정도로 보았던 라 왕국의 고블린은 실제 9만이 넘었다.

그들은 정벌을 위해 2만 가까운 고블린을 희생시켰지만 아직 7만에 이르는 개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고블린들은 인간들과의 전쟁을 위해 나름 많은 준비를 했었다.

그들에게 북벌군과 서벌군은 시작에 불과했다.

하지만 북벌군을 통해 북쪽 지역에 체계를 갖춘 인간들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무리하게 북진할 필요는 없었다.


라 왕국은 피해를 줄이며 영토를 확보할 수 있는 서쪽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들의 예상대로 서쪽의 인간들은 아직 강하지 않았다.



남부연합에서는 하동지역 인근까지 진출한 고블린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바로 옆인 남해지역까지도 생존자들이 모두 도망가 버리는 바람에 고블린들을 견제할 세력을 꾸리기가 쉽지 않았다.

고블린들이 정착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어쩌지 못하다 가까스로 하동과 광양지역의 생존자 공동체에 요청하여 정찰 병력을 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구성한 정찰 병력이 고블린들의 포위에 말려들어 전멸해 버리면서 남부연합 특히 여수지역은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여수지역에서는 많은 양의 연료유를 약속하며 주변의 공동체와 개인생존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고블린들이 더 이상 서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부연합은 하동지역에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고블린들을 견제했다.

하지만 한 번씩 고블린들과 충돌할 때마다 남부연합은 작지만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었다.


고블린들은 마치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듯이 길목에 매복하여 공격하고, 포위하기도 했다.

고블린들이 뭔가 정밀한 정찰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남부연합은 아직 큰 군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한창 식량 생산에 투입되어야 할 인력들이 전장에 배치되면서 커다란 압박을 받고 있었다.

남부연합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지던 그때, 여수지역은 자신들에게 비협조적인 남부연합의 북부지역 공동체들에 대해 불만이 고조되어 갔다.

그들의 중심에는 대추마을이 있었다.


한 줌의 세력도 되지 않는 대추마을이라는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그 주변지역까지 비협조적인 세력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 지역들은 자신들의 세력이 너무 약해 자신들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도 어렵다고 하면서 이번 병력 파견 요청도 거절했었다.

아무리 느슨한 남부연합이었지만 맹주의 요청이 있다면 당연히 적게라도 병력이 파견 되어야 했다.

여수지역 내부에서는 지금은 어렵지만 언제든 본보기로 처리해야 다른 공동체들에 대한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진도와 인근에 정착한 세력이 거제지역 방어전에서 도망친 자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부연합의 맹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수지역의 입장에서 그들은 거제지역에서 마지막 한 명까지 더 열심히 싸웠어야 했다.

그리고 설사 도망쳤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찾아와 상황을 보고해야 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이들도 혼쭐이 나야 할 대상이었다.



해븐은 새로 정착한 지역이 안정되자 영산강 위쪽의 레인저 지대로 사람들을 보냈다.

레인저들과 접촉하기 위해서였다.


손달호를 대표로 하는 해븐의 사람들은 레인저 지대에 들어서자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북상했다.

손달호가 레인저들은 계속 움직인다고 들었다 하니 이순자는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움직이면 레인저들을 만날 확률이 높을 거라고 조언했다.


그녀의 말대로 손달호와 일행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레인저 델타대를 만날 수 있었다.

델타대는 주로 해안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레인저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행렬에는 작은 보트와 워터바이크 몇 대가 실려 있었다.


레인저 델타대는 전체 레인저들에 대한 소집으로 군산지역에 머물다 그들의 메인캠프가 있는 신안군도로 막 돌아오던 중이었다.

정보공유와 집단훈련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소집은 레인저에게 중요한 일정이었다.


레인저들은 그들에게 허락된 땅에서 자유롭게 살았지만, 그 자유에는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주기적으로 모여 군사훈련을 시행하고 시티연합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델타대의 수장은 오지영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정년퇴직 후 조용한 노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선천적 마나적응자는 아니었지만 운 좋게 마나초를 얻게 되었고 공유된 정보들을 잘 활용하여 생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지역의 다른 생존자들과 다르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주변과 교류를 계속해 오고 있었다.

다른 생존자들처럼 그녀 또한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녀는 교류를 통해 마지막까지 인간으로 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델타대는 오지영이라는 인물이 만들어 낸 집단으로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 하나만 보고 델타대에 합류하고 무장을 갖추었다.


델타대는 다른 레인저대들과 다르게 여러 섬들이 있는 신안군도에 메인캠프를 두었다.

지금의 그들은 바다의 유목민이었다.



메인캠프로 돌아가던 델타대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역주행 중인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무리 도로 위를 다니는 차들이 없다 해도 역주행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대장님. 역주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냥 지나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할까요?”

“제압할 준비만 하세요.”


손달호는 멀리서 내려오는 한 무리의 차량들을 보며, 이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해븐의 사람들은 차량들을 세우고 레인저들과의 첫 만남을 준비했다.


“반갑습니다. 저희는 최근에 진도지역에 정착한 해븐에서 왔습니다. 레인저 지대와 교류하기를 원합니다.”


확성기로 전해오는 목소리에 오지영은 이방인들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평범한 이방인은 아닌 듯 했다.


백기를 든 양손을 높이 올린 채 차량 앞에 서 있던 손달호는 잠시 저들이 레인저들이 아니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인저들은 약탈과 살인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금은 타인에 대한 공격이 당연한 옵션인 세상이었다.



신안군도 위치한 레인저 델타대의 메인캠프까지 함께 온 손달호는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들이 진짜 레인저들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저녁을 먹으며 얘기하자며 메인캠프까지 데려온 자신들을 그냥 방치해 버리는 부분에서 불안감을 주기도 했지만 이내 이들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녹아들면서 불안감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해븐 사람들은 델타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들은 보기만 해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같았다.

다른 공동체들처럼 무엇인가 억지로 체계를 잡아가는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만의 규칙이 있는 듯 했다.


어린 아이들도 어른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아이들 따로 챙기는 사람이나 체계 같은 것도 없는 듯 했다.

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기서는 당연 한듯 싶었다.


저녁이 되어 같이 식사를 하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오지영은 해븐의 비화에 관심이 많았기에 손달호는 과감 없이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앞으로의 우호 관계를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견제는 무의미했다.


“해븐은 꽤 괜찮은 지도자를 만난 것 같군요.”

“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하. 괜찮은 분이시죠.”

“보셨다시피 저희는 그렇게 정치적이지도 않고 대단한 세력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가 약속 받은 땅을 침략 당하게 된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해븐이 저희를 인정하고 서로간의 매너를 지킨다면 교류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레인저 지대가 랩시티와 시티연합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레인저들은 통해 그들과도 교류하기를 원합니다.”

“음.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지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네요. 호호. 정확히는 랩시티의 지지을 받고 있고 시티연합과는 동맹 관계이죠.”

“아. 그랬군요.”

“어찌되었든 교류를 시작하기 전에 저희 쪽에서도 해븐에 방문하고 싶군요.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확인이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저희는 남부연합의 생존자들로 구성된 공동체이지만 남부연합과는 우호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그들은 우릴 이용했으니까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건 걱정 마세요. 저희도 남부연합과는 친분이 없으니까요. 호호.”


이후 레인저 델타대는 선박을 이용해서 해븐으로 방문하였다.

다행이 손달호와의 첫만남은 헛되지 않았다.

거짓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델타대는 정식으로 해븐과의 교류를 상호 확인했다.

이제 주기적으로 델타대는 선박을 이용해 진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해븐의 존재와 그들의 이야기는 델타대를 통하여 랩시티로 전달되었다.

알파대와 교류중인 대추마을과 남부연합 북부 세력만으로는 남부를 안정시키기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해븐의 등장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다.


랩시티는 남부연합이 붕괴되더라도 대추마을과 해븐이 연계한다면 남부를 방어하는 게 가능하리라 판단했다.

최근에 강화하고 있던 대추마을에 대한 지원에 더하여 해븐에 대한 지원 또한 계획되었다.

전략 분석이 끝낸 랩시티는 비밀리에 해븐으로 외작조를 파견하였다.



봄이라고 하기 에는 제법 낮이 길어진 어느 날, 세계수-마더에 오랫동안 매달려 있던 엔트-우엉의 씨앗들이 드디어 기지개를 폈다.

두 개체 모두 무사히 발아에 성공하여 두 개 밖에 달리지 않은 초록색 잎과 앙증맞은 몸체를 드러냈다.


“우엉~~”

“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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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태초의 탐험자 24.09.16 52 2 12쪽
131 수전(水戰) 24.09.10 54 2 12쪽
130 4차 북풍 24.09.08 58 3 11쪽
129 흑주 24.09.07 54 3 11쪽
128 다크엔트?(2) 24.09.04 56 1 12쪽
127 다크엔트?(1) 24.09.02 55 2 12쪽
126 거신병(2) 24.08.31 54 2 13쪽
125 거신병(1) 24.08.30 56 3 13쪽
124 첫 항해(2) 24.08.28 55 2 12쪽
123 첫 항해(1) 24.08.27 60 2 12쪽
122 다종족 연구팀 24.08.26 62 3 12쪽
121 삶과 죽음의 수확(2) 24.08.22 70 3 12쪽
120 삶과 죽음의 수확(1) 24.08.21 63 3 12쪽
119 천재지변 24.08.18 72 4 12쪽
118 나는 드워프다! 24.08.17 79 3 12쪽
117 엔트쉽 24.08.15 84 4 13쪽
116 그림자 전쟁(4) 24.08.13 84 3 12쪽
115 그림자 전쟁(3) 24.08.11 87 5 12쪽
114 그림자 전쟁(2) 24.08.10 81 4 11쪽
113 그림자 전쟁(1) 24.08.08 86 5 12쪽
112 신한국(2) +1 24.08.06 87 4 12쪽
111 신한국(1) +1 24.08.04 88 4 12쪽
110 춘천쉘터 24.08.03 77 3 12쪽
109 북풍(3) 24.08.01 83 3 13쪽
108 북풍(2) 24.07.30 79 3 13쪽
107 북풍(1) 24.07.28 8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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