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오크동맹(1)

라 왕국과의 분쟁이 사라지자 남부연합과 라 왕국 그리고 이스트는 본격적으로 오크의 침략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마나시티도 이스트로 파견됐었던 병력들을 대 오크전에 투입하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었다.
이스트와 마나시티 그리고 레인저 지대는 대 오크전에서 한 가지 공통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바로 군견들이었다.
이 군견들은 여러 경로로 랩시티 순찰견에게 교육 받았던 녀석들이었다.
외작조원들은 작전을 뛸 때마다 어쩌다 보니 각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군견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려주게 되었고, 순찰견들은 군견들을 위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가르쳤다.
그 결과 간단한 의미들이지만 상호간의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소통의 효과는 군견들이 대 오크전에 투입되면서 조금씩 드러났다.
처음에 사람들은 군견의 소통 정도를 훈련된 패턴에 대한 반응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같이 작전을 뛰면서 사람들의 다시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군견들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꽤 높은 수준으로 알아듣고 있었다.
인간 보다 월등히 민감한 군견의 감지 능력을 좀 더 정교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자, 전투의 양상이 바뀌게 되었다.
오크들을 사전에 감지하고 작전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당연히 전투의 결과도 달라졌다.
희생은 줄었고 승리하는 전투가 많아졌다.
이를 계기로 각 세력들은 군견들과 더 많은 내용을 소통할 수 있도록 자신들만의 방법들을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병력의 증원과 군견들과의 더욱 정밀해진 공조로도 오크들에게 완전히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인간과 고블린이 싸움에 익숙해지는 만큼 오크들도 점점 전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인근 오크들끼리 병합이 발생하면서 세력 규모도 점점 커져만 갔다.
소백산맥 일대에는 4개의 오크 세력으로 구성되었었다.
4개의 오크 세력은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속리산 지역들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 4개의 오크 세력은 레인저 지대로부터 자유무역지대, 남부연합 그리고 라 왕국까지 영역을 걸치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소백산맥 일대는 오크 세력들은 지리산 세력으로 모두 편입되었다.
지리산 일대의 오크 부족은 먼저 덕유산 그리고 가야산 일대의 부족들을 차례차례 병합하였다.
그 이후 시티연합의 집요한 공격을 피해 남하하던 속리산 일대의 오크 부족까지 집어 삼켜 소백산 일대 최대의 부족으로 성장하였다.
오크들은 그들만의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국가라는 개념의 공동체를 형성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강자지존과 오크식 혈연관계에 바탕을 둔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오크 부족장은 반드시 강한 전투력으로 인정받아야 했다.
그래서 구성원 조건을 갖춘 오크는 부족장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부족장 하위 지배층으로 살아가는 오크들도 마찬가지로 도전하고 도전을 받아 들여야 했다.
이것을 오크들은 ‘피의 도전’이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결투가 나중을 위해 상대방을 살려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크식 혈연관계는 실제 같은 피를 공유하는 것 이외에도 ‘인정하다’라는 개념이 있었다.
이 개념 때문에 오크들은 정복한 부족의 어린 오크들을 쉽게 자식으로 받아들였으며, 전투를 함께한 오크 전사들을 형제로 받아들였다.
그들만의 특이한 사회구조로 오크들은 전투와 투쟁을 삶의 주요 목표로 삼았다.
오크들은 전투를 통해 공적을 쌓고, 그 공적을 오크사회에서 인정받아야지만 피의 도전을 할 수 있었기 그래서 어느 종족보다 싸움을 원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크들이 싸움만 할 줄 아는 종족은 아니었다.
물론 싸움과 연관된 것들이었지만 금속 무기의 제작과 동물을 다루는데 재능이 있었다.
오크들은 자신이 사용할 무기들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래서 금속을 다루는 기술은 전사의 기본 소양이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동물이지만 고대의 오크들은 자이언트-울프나 와이번 같은 동물을 길들여 타고 다니기도 했었다.
“크룩! 텐들은 전사들을 모아라. 고블린 사냥에 나설 것이다!”
“크르륵! 우텐의 명이다. 전사들은 출진을 준비하라.”
“취이익! 취익! 사냥이다!”
지리산 일대에 자리 잡은 오크들의 마을에 소란이 일었다.
짧은 소란 뒤 오크 전사들은 각 텐별로 모여 그들의 지휘관인 텐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잠시라도 더 빨리 피를 보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우텐’인 오크 족장 아래에는 일종에 지배층이자 귀족인 ‘텐’들이 있었다.
우텐에 대한 피의 도전은 텐만이 할 수 있었지만 텐에 대한 도전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때문에 텐들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더욱 필사적으로 전투에 임했다.
모여든 오크 병력의 무장은 제각각이었다.
오크들은 그동안 약탈한 재료들을 사용해 각자의 갑옷과 무장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해 왔다.
주변에 아직 드워프 마을이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고블린으로부터 상당량의 마철을 약탈할 수 있었다.
“크룩! 출진하라!”
“취이익! 취익! 꾸룩!”
부족장인 우텐의 짧은 명령에 모여든 병력은 텐들의 지휘아래 빠르게 이동했다.
마치 전투를 위해 지금까지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의 움직임에는 일체의 머뭇거림이 없었다.
오크들에게 무장이나 식량 등을 챙기는 것은 각자의 몫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주지역과 하동지역 사이에는 남부연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라 왕국의 군사기지가 위치했다.
한때 이 기지에는 1만 가량의 병력이 주둔했었지만 랩-라 조약 이후 지금은 1천의 병력만 상주하고 있었다.
그 병력들조차 평소에는 반 정도가 각종 생업에 종사했다.
남부연합의 혹시 모를 움직임을 대처하기 위해 높은 망루에서 감시하고 있던 초병은 남쪽이 아닌 북쪽 산자락에서 내려오는 정체모를 한 무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무리의 정체가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초병들은 경악하며 경보를 울렸다.
“뗑~ 떼엥~ 떼데뎅~ 뗑뗑뗑!”
망루에 달린 작은 종이 분주하게 울려대며 위급한 상황을 알렸다.
“켁~! 기습이다. 모두 방어 위치로!”
경종 소리와 함께 지휘관들의 고성이 이어졌다.
그러자 미리 훈련이라도 된 듯 기지 밖에 있던 고블린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기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직 기지 밖에 남아 있던 고블린들도 많았지만 오크들의 도착과 함께 기지 입구는 닫혀 버렸다.
기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고블린들은 입구를 두들기며 소리치다 어쩔 수 없이 숨을 곳을 찾아 이리저리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기지 코앞까지 도착한 오크들은 도망치는 고블린에게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식량을 포함한 물자들이 보관되어 있을 기지 안이 유일한 관심사였다.
기지와 일정 거리를 둔 채 오크들이 집결했다.
그리곤 방패나 갑주에 무기들을 두들기며 기세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터엉! 터엉! 텅! 텅! 텅!”
오크들의 모습에 고블린들은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사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고블린 지휘관은 과연 저 오크들을 막아낼 수 있을지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라 왕국의 고블린들은 자신들이 만든 기지의 내구성을 믿고 오크들을 상대하여야 했지만 시작부터 분위기를 압도당해 버렸다.
고블린의 군사기지는 주변의 건축물들을 분해해서 나온 자재들로 만들어진 일종의 성곽이었다.
고블린들은 드워프 만큼은 아니더라도 손재주가 좋은 종족이었다.
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만큼 기지의 내구성은 낮지 않았다.
“크룩! 전사들이여 돌격하라. 적의 피와 살을 가져와라!”
“쒸익! 쒸익~! 크~앙!”
거친 숨소리와 함께 괴성을 지르며 오크들이 기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돌격하는 오크 대열의 선두에는 기다란 대형 방패를 머리 위로 올려든 오크들이 앞장섰다.
기다란 방패 밑에는 2십 가량의 오크들이 두 줄로 서 받히고 있었고, 방패의 윗면에는 사다리로 쓸 수 있도록 짧은 나무들이 사다리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조립되어 있었다.
오크들이 기지에 가까워지자 낮은 성벽 위에 대기하고 있던 고블린들이 투창과 화살을 날려댔다.
하지만 엄폐형 사다리가 투창과 화살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 주었기에 사다리들은 무사히 성벽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사다리들이 도착했을 때를 맞춰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오크 전사들이 성벽으로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오크들을 향해 다시 고블린들의 투창과 화살 공격이 시도되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간혹 투창에 관통되어 즉사하는 오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계속해서 성벽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갑주와 방패로 급소만 간신히 가린 채 달려드는 오크들이었지만 화살로는 거의 제압되지 않았다.
오크들은 팔다리에 화살을 맞은 채 계속해서 돌격했다.
그리고는 오크 병력이 화살이 잔뜩 꽂힌 엄폐형 사다리를 밝고 성벽 위로 뛰어 들었다.
고블린들은 붉게 충혈된 오크 무리를 그대로 기지 안으로 들여 놓아 버렸다.
기지 안으로 들어 온 오크들은 고블린 병력을 순식간에 붕괴시켰다.
그리곤 흥분한 오크들은 텐들이 개입할 때까지 한동안 계속해서 고블린들을 학살했다.
전투를 멈췄을 때는 이미 대부분의 고블린들이 쓰러져 있었고, 살아남은 고블린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오크들은 전장을 정리하며 그 자리에서 고블린의 사채를 이용해 식사까지 마쳤다.
포로가 된 고블린들은 그 모습을 지켜본 뒤 모든 것을 체념해 버렸다.
오크들은 기지 안쪽을 샅샅이 뒤져 필요한 물자들을 챙겼다.
전리품들 가운데 오크들을 가장 만족시킨 것은 마나초 씨앗이었다.
강한 전사들을 확보하기 위해 태생을 원하던 오크들은 이 세계의 마나농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때문에 태생 번식을 위해서는 마나가 농축된 것들을 찾아야 했다.
그 중에 마나초는 가장 적합한 재료였다.
마나초는 농사에 전혀 재능이 없는 오크가 심어도 잘 자랐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들이 필요한 재료를 충당할 수도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전사한 오크들은 적당히 모아 불로 태웠다.
오크들은 같은 오크를 먹지 않았다.
전사에 대한 예우였다.
그리고 다른 종족이라도 그들이 인정하는 전사였다면 마찬가지로 먹지 않고 불로 태웠다.
포로로 잡은 고블린들에게 짐까지 들게 한 다음 오크들은 다시 산속으로 떠났다.
기지 밖에 숨어 있던 고블린들이 다시 기지로 돌아왔을 땐, 건물 외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라 왕국은 지리산과 가지산 쪽의 오크들에게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었다.
대부분은 산지 근처의 개방된 지형에 위치한 고블린 마을들이 공격을 당했으나 최근에는 산과 먼 쪽의 마을이나 군사용 기지까지 공격받고 있었다.
라 왕국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오크들이 자신들의 거주지에서 가까운 인간 공동체들 보다 고블린을 더 자주 공격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우선 노예로서 인간 보다는 고블린을 더 선호했다.
다음으로는 인간과 마주해본 결과 잘못하면 세력을 키우기도 전에 자신들이 먼저 멸망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만큼 인간들은 강했다.
그래서 오크들은 고블린들을 공략하여 세력을 먼저 키운 뒤 인간까지 공략할 계획이었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그들이 상대해 본 인간들 중에 그리 강하지 않은 인간집단도 있었다.
그 인간집단은 바로 남부연합의 일부였다.
오크들은 아직 남부연합 중심지역들은 공략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외곽의 거주지나 떨어져 나온 인간 무리들은 한 번씩 사냥하는 별미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요 사냥감은 고블린이었다.
남부연합과 라 왕국을 제외한 공동체들은 시티연합을 중심으로 반오크동맹을 결성하고 오크들의 세력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반오크동맹은 동맹 간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와 정찰 세력의 투입으로 오크 세력이 두 군데로 모아졌다는 것까지 확인한 상태였다.
지리산과 가지산 일대가 그 두 군데였다.
하지만 오크에 대한 섬멸전은 많은 피해를 불러올 수 있었기에 우선은 오크의 활동반경을 제약하고 세력을 조금씩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기본 작전이 수립되었다.
그 작전의 결과가 두 개의 오크 세력이었다.
그리고 마나시티는 태백산맥을 타고 북쪽에서 내려올 수 있는 새로운 오크세력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었다.
오크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반오크동맹이 설정한 구역 안으로 갇히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사냥 당했다.
산악지형은 오크들에게만 유리한 게 아니었지만 오크들은 한참동안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연표 – 랩시티 기준]
* 마나력 0년
- 마나의 등장
* 마나력 1년
- 마나초의 발견
- 정부 셀터의 가동(약 10만명)
- 아포칼립스 발생(마나폭풍 동반)
* 마나력 2년
- 엔트의 등장
- 시티연합의 결성과 확장
- 혼돈의 후예 ‘고블린’의 등장
- 세계수의 등장
* 마나력 3년
- ‘라 왕국’발 침략전쟁의 시작과 종결
: 진주지역까지 영토 확장
- 남부연합의 재구성(분열)
: 남부연합, 자유무역지대, 해븐
- 혼돈의 후예 ‘오크’의 등장
- 하이엔트의 등장
- 랩-라 조약 체결
:인간과 고블린의 공존 결의
- 드워프와 호빗 종족의 등장
: 고블린으로부터의 변이
- 마나엔진의 개발
: 마나공학의 진정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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