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오크동맹(2)

랩시티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오크 세력을 정리하기 위해 외작팀을 각각 파견하였다.
태백산맥 축은 외작1,4조 그리고 순찰견-간장이 맡았고, 소백산맥 축은 외작5,6조와 순찰견-데이가 파견되었다.
그들은 마나시티의 태백산맥 내 오크 감시 라인을 출발하여 남쪽으로 향했다.
산맥을 따라 이동하면서 발견되는 오크는 거의 없었지만 어쩌다 발견되면 바로 제거하여 마나화시켜 버렸다.
그렇게 얻은 마나결정은 잘 챙겼다.
오크의 마나결정은 다른 생명체의 것과 확연히 구분이 되었다.
밝은 붉은색! 주황색에 가까운 색이었는데 마치 불꽃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크라는 포식자가 사라진 깊은 산속에는 작은 고블린 부족들이 다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동 경로에서 처음으로 감지된 고블린 부족은 수가 1백도 안 되는 소규모라 다른 종족에는 위협이 되지 않아 보였다.
‘지시도 있고 하니 이곳은 그냥 지나치죠.’
선임 조장인 외작1조장 양철호의 지시에 따라 외작조원들은 식별된 고블린 마을을 우회하는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대열의 선두 그룹에는 위험요소를 감지하기 위해 순찰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순찰견들이 있어 외작조원들은 미지의 상대보다 빨리 식별하고 대처할 수 있었다.
작전에 투입되기 전, 열린 랩테이블에서는 대 오크전에 대한 내용들이 주로 다뤄졌었다.
토론과 분석은 한참을 이뤄졌고, 결국 오크가 멸종하게 된다면 마나생태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다른 종족을 다양화하여 서로 견제 또는 협력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때문에 이런 소규모의 고블린 마을은 그냥 두라는 지시가 따로 있었었다.
고블린은 2차 변이로 다른 종족이 될 가능성이 높은 종족이어서 이들을 살려두는 것은 종족을 다양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하루는 또래인 박수혁에게 마나네트워크로 말을 걸었다.
계속되는 산길에서 지루함을 이기는 방법이기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신기해. 이 녀석들이 드워프나 호빗 같은 종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거잖아. 인간도 오크로 변할 수도 있는 걸까?’
‘보면서도 몰라? 이미 오크가 한명 있잖아.’
‘응? 누구?
‘우리누나.’
‘뭐라고?’
“킥킥.”
‘조용히 이동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루야 너 그러다 오크인 우리 누나한테 맞는다.’
‘너 때문이잖아. 우리 조장님이 어딜 봐서 오크야. 저렇게 예쁜 오크 봤어?’
‘에효. 네가 누나의 본 모습을 못 봐서 그래. 어. 수연오크가 뭔가 눈치를 챈 듯.’
외작5조장 수연은 박수혁 옆으로 다가가 그의 옆구리에 엄지손가락킥을 날렸다.
‘또 너지?’
‘악! 나 아닌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박수혁. 조심해라.’
‘네넵. 취익! 알겠습니다. 수연오크님.’
눈을 흘기며 수연이 다시 원래 위치였던 선두그룹으로 돌아갔다.
전문산악인 출신이었던 수연은 산악지역에서 더욱 강한 전투력을 보였다.
랩시티 구성원들은 한번 갔던 길이나 지도가 있다면 에고를 통해 GPS(Global Positioning System)과 비슷한 기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 기능은 기억에 기반 했기 때문에 많이 오갔던 길 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졌다.
만약 초행길이라면 지도 정보만 활용하여 추정해야 했으므로 정확도가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초행길인 이번 길은 전문산악인 이었던 수연이 선두에 서게 된 것이었다.
외작조원들은 분기점까지 같이 움직이다 각각 맡은 지역으로 향했다.
4개의 외작조로 움직일 때 보다 수는 줄었지만 2개의 외작조도 충분히 강했다.
랩시티에서는 1개 외작조의 전투력을 랩시티를 뺀 시티연합군 오십인대 1개대와 비슷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외작조들은 몇 주에 걸쳐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수색하며 오크 세력권 코앞까지 진출했다.
오크 세력권이 가까워질수록 동물을 제외한 오크나 고블린같은 종족들이 눈에 띄지 않았고, 근방에서는 아예 없었다.
아마도 모두 사냥 당했거나 피해서 다른 지역으로 떠난 것으로 보였다.
이제부터 외작조들은 한동안 각지의 반오크동맹의 지원을 받아 함께 게릴라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외작조들은 다른 세력들과 접촉하기 위해 산에서 내려와 약속된 장소로 이동했다.
대추마을에서 출발한 반오크동맹의 지원 병력은 외작조원들이 도착하기 며칠 전부터 약속된 위치인 지리산 자락에 임시캠프를 마련하고 물자를 준비했다.
이들의 안내를 맡은 사람은 다름 아닌 박수연의 제자인 한주희였다.
한주희는 자유무역지대와 해븐 그리고 레인저 지대에서 파견된 총 6십명의 사람들과 함께 그녀의 스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승님~!”
멀리서 다가오는 인영들을 발견한 한주희가 큰소리로 부르며 달려 나갔다.
지원 병력으로 참가한 사람들은 외작조원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대 오크전을 위해 레인저 지대에서는 골프대에서 2십명이 차출됐다.
이들의 인솔은 골프대장인 차준호가 직접 나섰다.
그리고 해븐에서는 손달호가 인솔하여 2십명이 참여했으며, 대추마을에서도 무력 담당인 한동희의 인솔아래 2십명이 합류하였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도 있었지만 기동력을 중시하는 게릴라전을 위해 각 공동체에 소수 최정예만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지금 모인 인원은 그렇게 요청된 병력이었다.
“그래 내려올 때는 괜찮았고?”
“네. 하하. 호텔대 대장님과 같이 내려와서 괜찮았어요. 저보다 스승님이 고생 많으셨죠.”
“우린 괜찮았어. 그래도 얼른 인사하고 나서 좀 씻고 싶네. 호호.”
간단히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외작조원들은 보급품들을 챙긴 뒤 미리 준비해 놓은 간의샤워텐트에서 샤워부터 했다.
지난 몇 주간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인지 샤워하는 동안 이곳이 천국처럼 느껴졌다.
순찰견-데이의 샤워는 주희가 챙겼다.
수연은 신변정리를 마친 뒤 병력 모두를 모이게 하였다.
작전회의를 위해서였다.
“여러분 반가워요. 저는 랩시티 외작팀 5조장 박수연입니다. 지리산 지역 대 오크전의 책임자로 이곳에 참여하였으니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반갑습니다~ 대장님!”
다른 사람들이 대답하기 전에 해븐의 손달호가 먼저 크게 소리쳤다.
모두들 입으로는 반갑다고 인사를 하며 눈으로는 달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수연을 쳐다보며 크게 웃고 있었다.
약간은 당황한 수연이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저희가 입수한 오크의 사회구조는 .... 인데, 이들이 대규모 약탈이 아닐 시에는 주로 텐을 위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어요. 텐마다 병력수가 다르지만 대부분 1백은 넘지 않았고요. 때문에 작전부대 규모를 이 인원으로 정한 거고요.”
“....”
“그래서 저희는 텐들이 개별로 움직일 때, 그들을 각개 격파하여 오크 세력에게 피해를 누적시킬 거예요. 질문 있으신가요?”
“저희 병력 수가 너무 적어 보이는데, 이 인원으로 괜찮을까요?”
“네. 괜찮아요. 많으면 오히려 오크에게 추적당하거나 기동성이 떨어져 쉽게 고립될 수 있어요.”
“부대 운영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시다시피 지휘는 제가 맡습니다. 그리고 전투 단위는 각 공동체별로 같이 움직이시면 되겠네요. 그게 손발도 잘 맞을 것 같고요.”
“....”
“자. 이제 질문도 없는 것 같으니, 내일 중식 후 움직이도록 할게요.”
막 해산하려 하는 순간 손달호가 손을 들었다.
“저.... 혹시 만나시는 분 있으신가요?”
“네? 작전에 관한 질문이 아니네요.”
“제가.... 반해 버린 것 같아서요.”
“...... 싶으세요?”
“네?”
“맞아 죽고 싶으시냐고요. 체력이 남아돌면 내일 전장에서 쓰세요. 이상! 해산할게요.”
사람들은 달호의 돌발행동에 잠시 당황했다가 수연의 반응에 할 말이 없어졌다.
‘킥킥. 하루야. 저거 봐. 우리 누나 오크라니까. 드리대면 패 죽인다잖아.’
‘에효~ 저 아저씬 또 뭐니. 안 그래도 언니 작전 때매 민감한데.’
한편, 달호는 한주희가 달려가서 수연에게 안겼던 그 장면, 그녀를 처음 본 순간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의 부하 겸 동생들이 달호를 끌어내면서 계속 잔소릴 했지만 한 귀로 흘리면서 시선은 수연에게로 가 있었다.
“행~님! 와 그랍니까? 저기 저분은 여자가 아이고 랩시티 외작요원 이라니까요? 이순자 대표님도 조심하라고 안카든교.”
“야들아! 이 형이 드디어 영혼의 단짝을 만난 거 같다.”
“와~ 진짜 돌았삐깃네. 정신차리소! 그러다 디집니다.”
“디져도 좋다. 평생에 올까말까 할 기회인데 말도 못해보면 안 되잖아. 맞나아이가!”
“갑자기 쓸데없이 와 이리 용감해짓노. 저 대장님 말 마따나 우리 행님 조만간 맞아 디지겠네.”
전날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작전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개인 물자와 장비까지 챙긴 병사들은 지리산을 향해 조심스레 이동했다.
선두에는 순찰견-데이가 앞장서며 오크의 위치를 파악하려 온 감각을 곤두세웠다.
그렇게 한참 산속으로 들어갔을 때 데이가 오크들을 발견했다고 알려왔다.
공격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부대의 규모와 동선을 확인해야 했기에 작전부대를 대기시키고 순찰견-데이의 정보를 기다렸다.
‘5조장, 적의 규모는 82, 방향은 북서, 지리산 외곽으로 나가는 중인 것 같다.’
‘고마워. 데이. 타킷으로 지정할게, 부대 이동시킬 테니 주변까지 가능한 같이 감시해줘.’
데이의 이동과 함께 작전부대는 은밀히 오크 부대를 뒤를 밟았다.
오크들은 사냥을 위해 어딘가로 움직이는 듯 했다.
한참을 이동하던 오크 부대가 휴식을 위해 잠시 개울가에 멈췄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공격해 들어갔다.
“계곡 좌측 해븐, 우측 자유무역, 중앙 레인저. 공격!”
산 위쪽에서 가속하여 내려오면서 하는 공격은 제법 파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빠른 속도로 여섯의 인영이 작전부대를 앞질러 갔다.
달려가며 쏘아대는 하루의 화살들이 정확히 오크의 눈을 관통하여 뇌에 박히고 있었다.
한 명이 쏘고 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속사를 뛰어 넘는 속사였다.
선두 그룹이 충돌하기 전 이미 하루는 등에 멘 화살을 모두 소진한 뒤, 활을 어깨에 걸치고 등에 있던 칼 두 자루를 뽑아들었다.
그리곤 여섯이 오크들의 선두와 충돌했다.
충돌과 동시에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떠오르는 오크 머리들을 뒤로하고 외작조원들은 오크진영 깊숙이 박혀들었다.
이어서 조우하게 된 작전부대는 듬성듬성 살아남은 오크들만 처리하면 되었다.
작전부대가 오크들과 막 전선을 형성할 무렵, 적진을 통과했던 외작조원들이 반전하여 뒤에서부터 오크들을 포위한 채 뒤쪽 전선을 형성했다.
일방적인 살육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더 이상 서 있는 오크가 없어졌다.
‘데이 주변 감시, 나머진 빠르게 전장정리’
외작조원들은 승리에 대해 최소한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쓰러진 오크들을 확인사살하며 마나화시켰다.
그리곤 무기들을 훑어보며 쓸 만한 게 있는지 확인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공동체 출신들은 자신들과 너무나 다른 방식의 싸움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조용히 손달호의 부하 한명이 말했다.
“이건 뭐~ 우리 행님 진짜 디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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