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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ticpunch1234
그림/삽화
로맨틱아일랜드
작품등록일 :
2024.02.06 20:16
최근연재일 :
2024.06.26 00:1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45
추천수 :
0
글자수 :
99,503

작성
24.02.23 18:57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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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4화

DUMMY

#4



/궁

 

 

대문에서 집까지 최소 차로


2분은 걸리는 곳.

 

문을 열어주는 한 아저씨를 뒤로하고


새까만 남정네들의 호위를 받으며


궁에 들어섰다.

 

 

 

아니, 사람만 도대체 몇 명이야....

 

  

곳곳에 서 있는


일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



어제 본 새로운 왕으로


취임됐다는 아저씨와,


그 옆에 서 계신 우아한 아주머니.

 


뒤로는 소파 팔걸이에 걸터 앉아 있는,


티비에서 엄마의 질투를 한 몸에 받던 여자.

 


그 옆에서 손장난을 하고 있는  


짧은 숏컷의 무표정한


7-8살 쯤 난 꼬마애.

 

 

 

마지막으로..

 

 


대리석 기둥 옆에 팔짱을 끼고 선 채,

 

우리 옆집 강아지 밥그릇보다


얼굴이 작은..


연예인 뺨은 기본으로 삼석대씩 쳐버리는


얼굴을 가진 내 또래 쯤 되어 보이는 여자.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채


건방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세상에..

 

같은 여자 맞아?

 

 

여지껏 본 적 없는 여자사람 얼굴에 홀려,


그 여자애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너 같은 건 쳐다보기만 해도


기분 나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는 여자.



불쾌하다는 듯,


그 조각처럼 빚은 얼굴을


고대로 물려받은 꼬마에게


자신의 곁으로 오라는 듯 손짓하고..

 

그 꼬마는 너같이 신기하게 생긴


말하는 생물체는


처음 본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_-

 

 

그렇게···


나는 아쿠아리움 바다 동물이 된 듯한 기분을


온 몸으로 느끼며


세상 제일가는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는 중이다.

 



그때,

 

 

 

"야 니네 뭘 봐!!!!!!! 닳어!!!


보지마 내 아내!!!!"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건,

 

 


검정 슬랙스 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고

 

오픈 주방에 있는 냉장고에 기댄 채로

 

바나나를 우걱우걱 먹으며


고함을 내지르는 싸이코.

 

 


"강은겸, 그거 그만 먹고 이리로 와.


자 인사하자.


여기는 우리 왕세자, 은겸이의 처가 될 분이다.


이름은 서지원. 나이는 18살,


은겸이랑 은재랑 동갑이다.


학교는 주하고등학교."

 

 

 

옳다구나! 강씨인게야 강씨!!!!


정보를 하나 알아냈다는 사실에..

 

이 알 수 없는 요지경 세상에 대한


나이쓰를 외쳤고,

 

 


"반가워요.^_^ 


우리 가족이 된 걸 환영하고 축하해요.


앞으로 힘든 일도 많을 테지만


좋은 일도 많을 거에요.

 

 


“...”

 


 

“아, 사실 힘든 일만 있을 수 있는 데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는


그쪽 하는 데 달려있어요.^_^"

 


라는 의미 심장한 말을 하며


나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우리 엄마 말을 빌리자면..

 

백설공주를 질투한 마녀!!!!!!!!

 

 


이 악수를 받아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며 얼떨떨하게 서 있는데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건지


나를 보며 씽긋 웃는 이 여자.

 

무표정일땐 정말 무서웠는데


웃는 모습은 엄청 아름답고 세련됐다.

 

 

 

같이 있기만 해도


사람 숨통을 조이는 재주를


골고루 갖추신 가족들 사이에서


뻘쭘히 서 있는 나를 향해 말씀하시는


아저씨.

 

 


"자, 그럼 세자빈아 환영한다.


네가 쓸 방 보여줄테니 올라가자꾸나."

 

 

 

"저기요 아저씨..


저는 이 집에서 지내려고


온 게 아니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고 싶어서


온 거에요."

 

 

 

"난 말 길게 하는 거 싫어한단다."

 

 

 

"그럼 짧게라도 해주시죠."

 

 

계단으로 올라가던 발걸음을


갑자기 뚝 멈추시더니


뒤 돌아서 단호히 말하는 아저씨.

 

 

 

"두 달"

 

 

 

"..네?"

 

 

 

"두 달 안에 알려주마.


그 전까진..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아 줄 수 있니?


부탁하마.."

 

 

아저씨의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부탁.


그러나 감히 거절 할 수 없는 어투다.

 


그 부탁을 들어주는 게


나에게 득일지 실일지는


아직 판단이 안 서고..

 

 

 

.............

 

 

 

"정말.. 그 약속 지키시는 거에요..?


두 달.."

 

 

"난 신용으로 이 자리까지 온 사람이야."

 


 

.....

 



/방

 

 


문을 열자마자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고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방.



방이 아니라 집 한채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다.


그리고 침대가 우리 집 모든 침대를


다 합친 것보다 크다.

 


그 초대형 사이즈의 침대를


한없이 작게 보이게 만들만큼


거대한 방.

 


그 넓은 방은


화이트 톤과 우드 톤, 남색이


적절히 섞여서


따뜻하지만 세련된 인상을 준다.

 


방의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는데


어느새 내 옆에 와 있는 강은겸.

 

 


"쳇. 한 낱 가구들 주제따위가 ..."

 

절대 기죽지 말자 라는 다짐을 기억하며


저런 망언을 해버리고..

 

 

"가구들 주제따위를


왜 그렇게 욕심쟁이 얼굴로 쳐다봐.-0-


그리고 여기 우리 방인데."

 


 


내 방이 아닌 우리 방...?


그렇다면 이 방이 너와 나의 방....?

 

 

 

..................

 

 

 

"싫어!!!!!!!!!!!!!!!!!!!!!!


절 대 싫 어 !!!!!!!!!!!!!!!!!!!!!!!!!!!!!"

 

 

 

"싫어도 어쩔 수 없어....0_0  


그리고 여기서 그렇게 큰 소리 내면


아빠가 싫어한다요..-0-"

 


슬쩍 아저씨를 쳐다보니


미소를 짓고 서 계신다.

 

 


“허허.. 아직 둘이 어리니


합방은 무리라는 거 잘 안다.


하지만 보다시피 방이 넓어서


그리 불편하진 않을게야.”

 


내 입에서 어떤 말이 흘러나올지


눈치를 채신 아저씨는

 

더 이상 나의 징징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으셨는지..


잽싸게 1층으로 내려가 버리시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두 달이고 자시고간에 도망 가야겠어.

 

하지만 너무 싫은 티 내면


내가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저 찰거머리가 눈치챌거야.


그리고 날 잡으러 오겠지.

 

 

그래.


딱 일주일만 이 곳 눈치를 보다가


탈출하자.


(라고 일주일이나 살 생각을 하며


은근슬쩍 이 좋은 집을


욕심내는 나)

 

 


"그래 좋아. 그럼 같이 쓰자.


침대도 같이 쓰는거지? ^-^  


그럼 먼저 씻어~


아 내가 먼저 씻을까?"

 

 

 

이쯤되면 이판사판이다..


같이 정신병자가 되어보는거야..

 

 

내 되도 않는 애교로


강은겸을 쫓아낼 심산으로


흐느적 거리는 몸짓으로


유혹아닌 유혹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정색을 하며


당황하는 이 자식.

 

 

그렇다고..


그렇게 맹수에 잡아먹히기 일보 직전인


산토끼 같은 표정을 하고


뒷걸음질 칠 필요는 없잖냐 이놈아..=_=

 



"왜애~?????~


내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오니까


무서우셔어~~?"

 


은겸이가 한 걸음 뒷걸음 질 치면


두 걸음 다가서는 (무서운) 나.

 

 


내게 전염성 바이러스라도 옮길 까


두려운 듯..


내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3층으로 올라가버리는 강은겸.

 

 

하하 메롱이다 이 좌식아~~~~~~~

 

 


"유호한테만 부리는 애굔데


특별히 너한테 보여줬다!!!


영광인줄 알어라 짜샤!!!!"

 

 

..........................



놈이 올라간 계단을 향해


냅다 소리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오는데..



내 눈과 마음을 홀려버린 건,


거실로 이어지는 뒷마당 유리문에서 보이는..


너무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어차피 여기 살아야한다면..


그런 운명이라면..

 

두 달만 참아볼까..


그때 이유 듣고 아니다 싶음


나가면 되잖아..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정원.



그래서 죽도록 후회했다.


그 정원을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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